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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없음

오용석 지음 | 경이로움


인재 없음

오용석 지음

경이로움 / 2026년 8월 / 288쪽 / 22,000원





1장. 리텐션의 본질: 인재가 머무는 조직은 무엇이 다른가



평생직장의 종말, 이직의 시대


한때 평생직장은 인생을 안정적으로 설계할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입사해 정년까지 근속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오래 근속한 직원은 승진 기회를 얻어 인정받았다. 그러나 1997년 IMF 외환위기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이 믿음은 무너졌다. 개인의 능력이나 성실성만으로는 안정된 직장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생겼고, 충성도는 낮아졌으며 이직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채용 플랫폼의 등장 _ 주도권 이동:
과거의 채용은 기업이 주도하는 닫힌 문이었다. 구직자는 대학 게시판이나 신문 공고에 의존했고 기업 내부는 입사해야 알 수 있는 성역이었다. 채용 플랫폼은 이 정보의 비대칭을 무너뜨렸다. 원티드, 잡코리아, 사람인은 AI로 최적화된 일자리를 추천하고, 링크드인은 기업과 구직자 모두의 브랜딩 채널이 됐다. 과거의 일방향 구조가 서로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양방향 구조로 바뀐 것이다. 구직자는 직무와 근무 방식, 성장 가능성까지 고려해 지원 여부를 정하고 여러 제안을 동시에 검토하며 협상한다. 기업은 조직문화를 알리며 자신의 가치를 어필한다. 특히 글래스도어, 잡플래닛, 블라인드에 올라오는 전·현직 직원의 가감 없는 리뷰는 기업의 포장을 걷어냈다. 채용 시장은 기업이 사람을 고르는 구조에서 사람과 기업이 서로를 선택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수시 채용과 다이렉트 소싱의 시대:
기업의 채용 방식도 변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4년 국내 대기업의 60% 이상이 공개 채용을 수시 채용으로 전환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군도 2010년 중반 공개 채용을 폐지하고 계열사별 모집으로 바꿨다. 원하는 인재에게 직접 접근하는 다이렉트 소싱도 확산됐는데, 가트너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이 방식으로 채용 비용과 시간을 약 30% 절약했다. 다만 경력직 중심의 기조는 사회 초년생의 진입 장벽을 높이는 과제를 낳았다.

우리가 다시 조직문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구직자에게 기업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거쳐 가는 환승역이다. 이직은 리스크가 아닌 효율적인 커리어 전략이 되었고, 이들은 포트폴리오를 최신화하며 더 나은 노선으로 갈아탈 준비를 한다. 기업은 인재가 중도 하차하지 않는 최종 목적지가 되기 위해 직원 유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직의 이유는 연봉이 아니다


연봉은 직장 선택의 가장 강력한 지표다. 잡코리아 설문에서 신입은 연봉(72.2%), 직무(38.5%), 조직문화(35.3%) 순으로, 경력자는 연봉(59.1%), 고용 안정성(45.2%), 근무 지역(43.7%) 순으로 꼽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선택의 기준과 이탈의 이유가 다르다는 점이다. 한편 휴넷의 직장 만족도 설문에서는 직무 만족도(33.3%)가 1위였고 복지와 조직문화(24.7%), 워라밸이 가능한 근무 환경(23.0%), 성장 가능성(21.8%)이 뒤를 이었다. 연봉은 15.5%로 5위였다. 연봉은 예상 가능한 정적인 요소라 당장 떠날 긴급한 이유가 되지 않지만, 매일 마주하는 조직의 결핍과 성장의 정체는 즉각적인 결심을 유도한다. 2024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조사에서도 이직 고려자의 68%가 높은 연봉보다 더 나은 성장 기회를 찾는다고 답했고, 갤럽 조사에서는 직원의 57%가 현재 회사에서 배울 기회가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높은 근속률이 안정적인 조직의 증거는 아니다:
직원이 남아 있는 이유가 만족과 성장이 아니라 관성, 불확실성, 대안 부족이라면 언제든 급격한 이탈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의 계약이 충성 기반의 안정성 보장이었다면 지금은 성장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조직문화에서는 이를 심리적 계약의 변화라 부르며, 중요한 것은 이 변화가 기업이 아니라 개인과 시장 환경에 의해 일방향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계약이 성립하지 않으면 직원은 이직을 고려하거나, 회사에 남아 있으면서도 내부 직무 이동, 프로젝트 참여, 외부 네트워크 확장으로 커리어를 분산시킨다.

떠나지 않아도 떠날 준비를 하는 시대:
지금 당장 이직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직원은 기회를 탐색하는 상태로 산다. 외부 행사와 커뮤니티에 참여하고 SNS에서 전문성을 드러내며 네트워크를 넓힌다. 불만의 신호라기보다 변동성이 커진 시대의 커리어 리스크 관리로 봐야 한다. 이 변화는 IT, 마케팅, 기획처럼 기술과 시장이 빠르게 바뀌는 직무에서 두드러진다. 역량의 유통 속도가 빨라져 사람들은 회사 안에서만 성장하려 하지 않고, 사이드 프로젝트나 짧은 컨설팅과 강의로 시장 가치를 검증한다. 전문가 매칭 플랫폼 숨고는 2024년 누적 가입자 1,400만 명, MAU 300만 명을 발표했다. 회사 밖에서도 성장을 수행할 인프라가 커졌다는 증거다.

HR과 조직문화의 역할은 무엇인가


인사, HR(Human Resources)이라고 하면 사람을 뽑고 월급을 주며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HR과 조직문화가 결합되면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이때의 HR은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정의하고, 그 방식이 성과로 이어지도록 사람과 시스템을 연결하는 엔진이 된다.

HR의 역할_ 신념을 가진 프로세스 설계자:
HR의 핵심 가치는 공정한 원칙과 이를 구현하는 시스템에 있다. 채용, 승진, 보상 같은 인사 제도는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는 구체적 수단이다. 담당자가 어떤 가치를 우선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색깔과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에 개인의 신념과 철학이 중요하다. HR은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가장 효율적인 제도를 고안하고 그 시스템이 현장에서 왜곡 없이 흘러가도록 돕는다. 제도의 기준이 흔들리면 조직은 형평성을 잃고 표류한다.

조직문화의 역할_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소통의 기술:
조직문화는 HR의 원칙과 시스템이 리더의 철학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구동 장치이며, 유연성을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리더가 가려는 방향을 부드러운 언어로 전달해 직원들이 거부감 없이 변화를 받아들이게 하고, 동시에 직원들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경영진에 전달하는 소통 창구가 된다. 대표이사 직속일 때 이 역할은 더 강력해지며 인사적 잣대를 넘어선 정서적 유대감을 만든다.

HR과 조직문화의 관계:
많은 국내 기업은 조직문화 기능을 HR팀 하위에 둔다. 이 구조에서는 인사팀장과 경영기획실장을 거쳐 사장까지 여러 단계를 밟아야 하고, 결재판이 무거워질수록 현장의 문제의식은 정체되고 변화의 타이밍은 지연된다. 최근 선도 기업들은 조직문화팀을 대표이사 직속으로 독립시키고 있다. 리더의 전폭적 지지가 확보될 때 문화 혁신은 관료제의 병목을 뚫는다.

HR팀만 있는 회사는 구성원을 제도의 틀에 맞추는 원칙 중심의 관리를 우선한다. 반면 조직문화팀이 있는 회사는 이 직원이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방해되는지를 먼저 고민하므로 직원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다르다. 조직문화는 제도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고 몰입할 환경을 만든다. 일하는 환경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 성장 마인드셋과 몰입도를 바꾸기에 역할과 범위가 훨씬 넓고, 이는 인사 제도로는 강제할 수 없다.

성장의 치트키, 문화적 용해도:
조직문화 도입의 성패를 가르는 개념이 문화적 용해도다. 조직이 새로운 변화를 추진할 때 구성원의 심리적 수용도와 자발적 참여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아무리 정교한 제도라도 용해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주입하면 현장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돌다 냉소로 가라앉는다. 단단한 HR 원칙과 문화적 용해도가 만날 때 조직문화는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직원을 관리 대상이 아닌 고유한 색깔을 가진 인격체로 보는 문화적 접근과 제도가 함께할 때 조직은 진정한 성장에 도달한다.



2장. 조직문화 시스템: 성과는 정교한 시스템에서 만들어진다



복지는 조직문화가 아니다


어떤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냐고 물으면 무제한 간식, 월말 영화 관람, 동호회 지원, 제주도 송년회 같은 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이는 조직문화라기보다 복지 제도에 가깝다. 많은 경영자와 전문가조차 둘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고 뒤섞어 쓴다.

성과야말로 가장 명확한 기준이다:
복지와 문화를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과라는 잣대를 대보는 것이다. 복지는 정해진 예산 한도 안에서 움직이는 지출의 영역이라, 추가 재원 없이 새 제도를 만들려면 기존 제도를 없애 돌려막아야 한다. 반면 조직문화는 성과라는 기준을 세우면 모든 활동이 비용이 아닌 투자의 성격을 갖는다. 무제한 간식이 성과를 올린다면 모든 사무실이 과자로 가득 찰 것이다. 간식은 환경 개선에 쓰이는 소모성 비용일 뿐이다. 반면 워크숍이 미션의 솔루션을 찾거나 전략을 기획하는 구체적 목적을 가진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때 제공되는 좋은 환경은 더 나은 전략을 끌어내기 위한 지원 요소이고 본질은 성과를 향해 있다. 성과 향상에 확신이 든다면 지출이 아니라 투자가 된다.

워케이션의 딜레마:
워케이션(Workation)은 복지와 성과가 충돌하는 지점을 보여준다. 지자체는 승마, 래프팅, 번지점프 같은 힐링과 레저를 내세우고, 기업은 이를 휴가의 연장선인 복지로 보지만 정작 직원은 업무 장소의 이동으로 인식한다. 직원은 낯선 환경에서도 평소와 같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지는데 회사가 이를 노는 것으로 치부하면 심리적 압박에 오해까지 견뎌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이 괴리 때문에 직원은 지원을 주저하고 제도는 빛 좋은 개살구가 된다.

그러나 지자체가 성과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달라진다. 디자인 씽킹 퍼실리테이터를 무상 지원하고 본사와 원활히 연결되는 고도의 원격 오피스 시스템을 보장한다고 홍보하는 식이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한 프로젝트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준다면 기업도 성과를 위한 투자로 반영할 수 있다. 성과 기준이 없는 워케이션은 복지 비용으로 전락하지만, 성과를 창출하는 시스템으로 설계하면 조직문화로 안착한다.

전략을 현실로 만드는 최종 승인권:
“문화는 전략을 아침 식사로 먹어 치운다”는 말은 전략을 작동시키는 최종 승인권을 문화가 쥐고 있다는 경고다. 아무리 치밀한 전략도 문화적 지지가 없으면 실패하기 쉽다. 많은 리더가 전략을 머리의 문제로, 문화를 가슴의 문제로 여기지만 드러커가 말한 문화는 가슴보다 발에 가깝다. 전략이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설계도라면 문화는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결정하고 에너지를 제공한다. 복지를 문화로 오해하는 조직에서는 리더가 전략을 내놔도 쉬는 게 문화인데 왜 갑자기 성과를 강조하느냐는 냉소가 나온다.

리더와 구성원이 함께 이해해야 할 성과라는 기준:
리더는 직원들의 목소리 중 무엇이 진짜 성과와 연결되는지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복지를 늘려달라는 요구인지, 일하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제안인지 구분하는 통찰력이 핵심 역량이다. 직원도 원하는 제도가 개인적 만족을 넘어 업무 효율과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근거로 리더를 설득해야 한다. 성과는 족쇄가 아니다. 성과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조직은 더 많은 자율성과 최적의 환경을 제공할 명분을 얻는다.

수직 구조와 수평 문화에 관한 오해


그렇다면 성과를 만드는 조직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기업이 해답으로 수평적 문화를 꼽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수평적 조직은 없다. 거의 모든 영리 기업은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수직 구조를 택하고, 사장 1명과 직원 2명인 조직도 계층이 나뉘면 수직적이다. 그렇다면 그 견고한 수직 구조 안에서 어떻게 수평적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답은 집안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다. 집안은 명확한 수직적 위계를 갖지만 어떤 집은 권위적인 가장 때문에 딱딱하고 어떤 집은 대화와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위계와 분위기는 다르다. 구조가 뼈대라면 문화는 공간을 채우는 공기다. 뼈대가 수직으로 뻗어 있다고 공기까지 경직될 필요는 없다.

조직문화의 시선으로 보면 인사 제도의 오류가 보인다:
김 부장이 팀원 20명의 인사평가를 불만 없이 끝냈다며 아내의 연말 성과평가도 해주겠다고 한다. 1년 전 세운 가정의 KPI로 자녀 교육과 가사 노동, 반찬 맛 개선도까지 따져보고는 관대한 표정으로 C를 선언한다. 이 대화가 기괴한 이유는 건강하고 수평적인 관계에서는 일방적 평가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이 개인을 완벽하게 정량 평가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고, 피드백을 환영한다고 해도 권력을 쥔 개인이 다른 개인의 가치를 재단하는 행위 자체는 정당화될 수 없다.

또 다른 장면. 고1이 된 딸에게 중3 성적표를 가져오라 해서 수학 성적이 올랐으니 용돈을 10만 원 올려주겠다고 한다. 딸은 대입 전략으로 고민이 한가득인데 김 부장의 시선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실소를 자아낼 이 상황이 수많은 기업에서 매년 전년도 실적 대비 평가라는 이름으로 반복된다.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기르라는 목적이었다면 그 돈은 성장과 투자가 되지만, 과거 성적에 대한 대가로 준 10만 원은 일회성 보상으로 끝난다. 보상이 완료되는 순간 동기부여 엔진도 꺼진다.

사후 평가자에서 목표 달성을 위한 조력자로:
세계적인 기업들은 서열을 매기는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올해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매니저가 무엇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라는 실시간 조력이다. 리더는 군림하는 평가자가 아니라 성장을 견인하는 코치가 되어야 하며, 이것이 피드백 중심 절대평가의 본질이다. 연말에 몰아서 하는 박제된 평가는 이미 지나간 버스 노선도를 확인하는 일과 같아서, 현대의 인사 시스템은 365일 살아 움직이는 수시 피드백으로 진화하고 있다. 내부 상대평가에 쓸 에너지가 있다면 밖으로 나가 진짜 경쟁사와 싸우라는 메시지다. 제도가 통제에서 몰입으로 진화해야 하는 이유는 조직 구조의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 때문이다.



3장. 역량 성장: 개인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방법



동기부여는 조직문화의 출발점이다


조직문화를 가동하는 첫 번째 에너지는 동기부여다. 행사는 활력을 주는 좋은 툴이지만 지속적인 몰입을 이끌어내는 것은 일상의 미세한 상호작용이다. 동기부여는 한 가지 요소로 완성되는 단편적 사건이 아니다. 진정한 동기부여는 1회성 행사가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업무 방식에서 시작된다.

올바른 질책:
칭찬은 조금만 신경 쓰면 누구나 할 수 있고 리더의 이미지와 분위기에 효과적이다. 그러나 올바른 질책은 다른 차원이다. 화는 누구나 낼 수 있지만 구글 프로젝트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올바른 대상에게, 올바른 정도로, 올바른 시간에, 올바른 목적으로, 올바른 방식으로 질책하는 것은 숙련된 리더만의 기술이다. 실수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므로 리더는 결과에 화를 내는 대신 상황을 극복할 구체적 목표와 대안을 세우도록 도와야 한다. 질책의 끝이 다음엔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대안으로 연결되는 것, 그것이 질책과 코칭을 가르는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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