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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만성: 대단한 기업의 만만한 성공 스토리

안재광 지음 | 메디치미디어


대기만성: 대단한 기업의 만만한 성공 스토리

안재광 지음

메디치미디어 / 2024년 5월 / 268쪽 / 18,500원





반도체 및 IT



한미반도체 ㆍ 삼성도 두 손 들게 한 전투력 ‘만렙’의 강소기업


2023년 국내 증시 키워드를 딱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배터리 종목의 상승입니다. 에코프로를 비롯한 수많은 배터리 종목의 주가가 많으면 10배 이상, 적어도 3, 4배 올랐잖아요. 안타깝게도 2024년에 들어서면서 상승세가 확 꺾이긴 했지만요.

하지만 2023년 한국 주식시장에 배터리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한국을 떠받치는 산업인 반도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가로 볼 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회사보다 장비, 소재를 공급하는 회사 주가가 확 올랐어요. 일명 ‘소부장(소재·부품·장비)’입니다. 그중에서도 선두 주자를 꼽으라면 한미반도체가 있었습니다. 한미반도체의 주가는 2023년 초만 해도 1만 원 선이었는데, 그해 12월엔 6만 원 선까지 급등했어요. 미국 증시에서 그해 ‘반도체 대장주’로 꼽혔던 엔비디아의 수익률 못지않았죠. 주가가 오른 이유도 엔비디아와 연관이 있는데요. 그 설명은 조금 뒤에 하겠습니다.

한미반도체는 1980년에 세워진 반도체 장비 회사입니다. 창업주인 곽노권 회장은 미국 모토로라의 한국 법인, 지금은 ASE코리아로 바뀐 반도체 패키징 회사에서 14년간 근무했어요. 이 회사에 다니면서 수입에 의존했던 반도체 금형을 국산화하면 돈이 되겠다고 생각해 사업을 시작했어요. 이후에 반도체 웨이퍼를 자르고, 이송하는 장비인 ‘소잉앤드플레이스먼트(현 비전플레이스먼트)’란 것을 만들어서 이 분야 세계 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또 이 장비로 2013년에 정부가 수여하는 ‘금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고요.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에선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저도 여러 번 곽노권 회장을 만나고, 인터뷰도 했는데 소신 발언을 거침없이 해서 살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예컨대 한국 대기업의 기술 탈취 문제나, 정부의 경제 민주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어요. 또 한국의 가업 상속 제도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밝혔고요. 원래 기업 하는 분들이 기자를 만나면 여간해선 이런 민감한 말 잘 안 하거든요. 특히 한미반도체처럼 대기업에 납품해서 먹고사는 분들은 더 안 합니다. 괜히 대기업이나 공무원에게 잘못 보여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이분은 거침이 없더라고요.

2012년에 한미반도체가 크게 주목받은 일이 있었어요. 삼성전자에 큰 싸움을 걸었거든요. 한미반도체의 기술을 삼성전자가 무단으로 가져갔다고 주장하면서 특허 소송을 했어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죠. 당시 삼성전자 매출은 약 200조 원으로, 한미반도체의 2,000억 원 대비 1,000배 이상 많았습니다. ‘갑과 을’의 싸움이기도 했어요. 삼성전자는 한미반도체의 장비를 대량으로 사주는 최대 고객이었죠. 당시에 만연했던 대기업의 협력사 기술 탈취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라 여러 면에서 이 소송은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건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면 삼성전자가 한미반도체로부터 반도체 장비를 사서 쓰다가, 자회사를 통해서 비슷한 장비를 만든 게 발단이 됐습니다. 한마디로 ‘삼성이 한미반도체 제품을 베껴서 손해 본 금액이 200억 원이 넘으니 이 돈을 물어내라’하는 소송이었어요. 소송 결과 삼성이 졌습니다. 1심 재판부가 특허 침해를 인정했고, 손해배상도 200억 원 전부는 아니지만 일부 하라고 판시했죠. 이후 두 회사는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연히 거래 관계는 끊겼겠죠. 한미반도체는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에 납품을 못 해서, SK하이닉스나 대만 반도체 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요. 그래서 소송 이후 10여 년간 매출이 확 늘지 못하고 2,000억 원 안팎에 머물러 있었어요.

이런 한미반도체에 반전 계기가 된 것은 바로 인공지능, AI 때문이었어요. 2022년 11월 챗GPT가 나와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죠. 기존 AI와 차원이 다른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챗GPT는 오픈AI란 비영리 법인이 개발한 것인데, 오픈AI의 최대 주주가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AI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절박함 탓에 구글과 아마존, 메타 같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대대적인 AI 투자에 나섰고, 그 결과 AI 관련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게 됩니다.

한미반도체 연도별 매출: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대표적인데요. GPU는 원래 게임이나 멀티미디어 콘텐츠 처리를 위해서 개발된 반도체인데, AI의 핵심 기술인 딥러닝, 머신러닝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하면서 수요가 폭증했어요. 엔비디아 GPU 중에서도 가장 비싼 H100은 개당 가격이 4만 달러, 원화로 5,000만 원이 넘는데도 없어서 못 팔 정도였어요. 엔비디아는 이 칩을 대만의 TSMC에 맡겨서 위탁 생산하고 있는데, TSMC는 최첨단인 3나노 공정의 약 90%를 애플에 배정하고 있어서 엔비디아의 GPU 생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게 가격이 비싸도 성능만 좋으면 팔린다는 겁니다. GPU 같은 연산 능력이 있는 시스템 반도체뿐만 아니라 데이터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성능은 좋은데 가격이 너무 비싸서 거의 팔리지 않았던 HBM이나 DDR5 D램 수요도 급증한 겁니다. HBM은 D램을 여러 층 쌓아서 만든 초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죠.

이걸 구현하려면 층층이 쌓은 D램 사이를 관통하는 통로인 TSV 통로가 촘촘하게 뚫린 D램을 열 압착으로 붙여줘야 해요. 한미반도체는 이 작업에 쓰이는 열 압착 본딩 장비인 TC본더를 생산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어요. 2024년 이전까지 세계 HBM 시장은 삼성전자가 아닌 SK하이닉스가 장악하고 있었고, 엔비디아가 HBM을 SK하이닉스로부터 주로 받아서 썼는데, SK하이닉스가 TC본더 개발을 함께한 곳이 바로 한미반도체였거든요.

사실 2023년은 한국 반도체 시장이 굉장히 안 좋았던 해였어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폭락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한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한때 적자를 기록했어요. 당연히 이들 기업에 장비를 납품하는 반도체 장비 회사들도 최악의 상황이었죠. 장비 주문이 줄줄이 취소됐고, 신규 발주가 뚝 끊겼어요.

물론 한미반도체도 안 좋았어요. 2023년 매출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고, 영업이익은 약 70% 급감했어요. 그때 한 줄기 빛이 들어왔는데, 바로 HBM 제조용 장비를 수주한 것이었어요. 그해 9월에 415억 원, 10월에 596억 원 규모의 HBM 제조용 TC본더 장비 공급계약을 SK하이닉스와 체결합니다. 이듬해인 2024년 들어서도 SK 하이닉스의 발주가 계속 들어왔죠.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인 가트너는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2022년 11억 달러에서 2025년 49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봤어요.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밀려서 체면을 구긴 삼성전자와 미국의 마이크론이 일제히 HBM 기술 개발과 장비 도입에도 나섰죠. 한미반도체의 TC본더 ‘몸값’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예요

한미반도체의 장비는 메모리 반도체 생산공정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공정까지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요. 현재 TSMC가 쓰는 반도체 패키징 장비는 주로 대만의 ASE 같은 곳에서 받는데, TSMC의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자기들 GPU에 SK하이닉스의 HBM까지 패키징해서 한꺼번에 달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그래서 TSMC가 직접 한미반도체의 TC본더를 구매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일부 있습니다.

또 ‘희망 회로’를 돌리자면 엔비디아가 TSMC에 전부 줬던 GPU 생산 물량 일부를 삼성전자에도 준다면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GPU를 만들어주고, 여기에 직접 생산하는 HBM까지 붙여서 일괄 납품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한미반도체 장비 수요가 늘지 않을까요.

반도체 제조공정은 크게 웨이퍼를 제조하는 전공정과 제조된 웨이퍼를 가공하여 각각의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후공정으로 나뉘는데요. 후공정은 쉽게 말해 웨이퍼를 자르고, 씻고, 붙이는 패키징 분야인데, 이런 건 부가가치가 낮았어요. 사실 한미반도체의 장비는 반도체 후공정에 쓰이는 것이라 과거에는 큰 주목을 못 받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반도체가 3나노, 2나노 이런 식으로 아주 미세한 공정으로 가고 있는데, 이걸 좀 더 미세하게 할 수 있을지 업계에서 의문이 들고 있어요. 이렇게 앞선 기술을 가지려면 몇십조 원을 투자해야 해서 투자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거든요. 또 기술이 어려워질수록 불량도 많이 납니다.

그래서 ‘미세 공정 말고 다른 걸 개선해보자’ 하면서 업계가 주목하는 게 후공정인 패키징 분야입니다. 특히 AI를 구현하려면 커다란 데이터 덩어리가 왔다 갔다 하면서 열을 많이 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반도체와 기판, 반도체와 반도체 사이를 잘 붙이는 본딩 기술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고 있어요.

아울러 한미반도체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EMI 차폐 장비를 만드는데, 이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여지가 있습니다. ‘EMI 차폐’란 반도체 칩의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기술입니다. 차폐는 여러 방식이 있는데 한미반도체 장비는 반도체 표면에 스테인리스, 구리 같은 금속을 얇게 씌워줍니다. 과거 EMI 차폐는 주로 스마트폰, 통신 등의 분야에 필요했는데, 요즘 활용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요.

특히 저궤도 위성통신 산업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그중에서도 선두 주자죠. 2030년까지 4만 개 이상의 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이 저궤도 위성은 통신 기지국이 없어도 인터넷 접속을 가능하게 하는데, 특징이 고주파 대역을 쓴다는 겁니다. 고주파 대역은 전자파 간섭이 심해서 EMI 차폐를 반드시 해줘야 해서 한미반도체 장비 수요가 커질 수 있어요. 이 밖에도 애플의 ‘비전프로’, 메타의 ‘퀘스트’ 같은 혼합 현실 헤드셋이나 레벨3 이상의 고성능 자율주행 자동차 등의 분야에도 EMI 차폐 장비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보면 한미반도체가 당장은 AI 반도체의 혜택을 볼 것이란 기대 때문에 관심을 받고 있지만 자율주행, 메타버스, 저궤도 위성 등 현재 주목받는 산업에도 한미반도체가 두루 걸쳐 있어 잠재력이 엄청나다고 평가받는 겁니다.

한미반도체는 2023년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인 400억 원이 넘는 주주 배당을 했어요. 그만큼 주주가치 제고를 열심히 했다는 얘깁니다. 임직원들에게는 300억 원어치의 자사주를 지급하기도 했고요. 한미반도체의 주식을 산 분들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행복 지수가 주가에 달린 것이죠.

물론 리스크 요인도 있습니다.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건 네덜란드 BESI 같은 글로벌 장비 회사가 메모리 반도체 쪽으로 들어오는 것인데요. 현재 글로벌 장비 회사들은 주로 시스템 반도체, GPU나 CPU, AP를 만드는 장비 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근데 HBM 같은 고성능 메모리 시장이 커진다면, 당연히 시장 확장 차원에서 진출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회사를 이끌고 있는 곽동신 부회장의 리더십도 증명해야 하는 숙제입니다. 창업주인 부친 곽노권 회장이 2023년 12월 세상을 떠나면서 앞으로는 곽동신 부회장이 온전히 회사를 경영해야 하죠. 곽동신 부회장이 비교적 일찍 회사 지분을 증여받아서 경영권 위협이 없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것 같아요. 곽동신 부회장의 보유 지분은 2024년 3월 말 기준 35%에 달해요. 가족의 지분을 다 합하면 전체 지분의 절반을 넘습니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인데도 불구하고, 장비 분야에선 ASML 같은 강력한 기업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한미반도체가 AI 시대에 ASML 같은 기업으로 올라설 기회를 잡은 것 같습니다. 이미 기대가 많이 반영돼서 기업 가치가 10조 원을 뛰어넘었는데요. 앞으로 100조 원 넘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배터리



에코프로 ㆍ 모피 팔던 사장님 재벌 회장 됐다, ‘코스닥 1위’ 성공의 비밀


코스닥 시장 ‘대장주’, ‘1등 기업’을 혹시 아시나요? 바로 에코프로비엠입니다(2024년 3월 기준). 에코프로는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인 양극재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에코프로비엠은 코스닥이 자기 체급에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이전을 추진할 정도죠. 에코프로비엠과 모기업 에코프로의 시가총액을 합하면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삼성물산과 엇비슷할 정도입니다.

에코프로그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분류하는 대기업 집단, 재벌의 기준인 자산총액 5조 원도 넘겼습니다. 한국의 대표 재벌로 공식 지정도 됐습니다. 또 에코프로의 창업주 이동채 회장은 재산 평가액이 수조 원을 넘었죠. 이 정도면 재벌 맞습니다. 한국에서 네이버, 카카오 같은 IT, 게임 회사나 셀트리온 같은 바이오 회사를 제외하면 정통 제조업으로 근래에 대기업 반열에 오른 곳은 에코프로가 유일합니다. 이번 주제는 배터리 신흥 재벌의 탄생, 에코프로입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은 1959년 경북 포항 출생으로 대구상고, 영남대 경영학과를 나와 한국주택은행(현 국민은행), 산동회계법인 KPMG에서 근무했고, 1998년 에코프로를 창업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동채 회장은 배터리 전문가도 아니고, 심지어 엔지니어 출신도 아니에요. 상고를 나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은행에 다니다 15년간 회계사를 했어요. 그러다 갑자기 사업을 하게 됐는데, 배터리 소재가 아니라 생뚱맞게 모피 의류 사업이었어요. 동서의 빚보증을 섰다가 일을 떠맡게 됐다고 합니다. 모피 코트를 팔아본 적도 없고 만들어 본 적도 없는 회계사 출신이 사업을 잘했을 리가 없죠. 1997년 IMF까지 닥치면서 회사가 망합니다.

빚도 다 못 갚고 재기하려고 알아보다가 시작한 게 환경 사업이었어요. 환경 사업을 하게 된 계기도 좀 웃겨요. 새 사업을 뭘 할지 고민하면서 잡지를 보다가 교토의정서에 관한 내용을 읽었대요. 그걸 보고 환경 사업을 하기로 정했다고 합니다. 교토의정서가 체결되면 지구온난화 관련 사업이 성장할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은 것이죠. 그렇게 환경 사업을 위해 설립한 회사가 바로 에코프로입니다.

이동채 회장이 대단한 것은 추진력인데요. 기술도 없고 사업 경험도 없으니까 무작정 대전의 대덕연구단지로 가서 연구원들을 만났대요. 온실가스를 갖고 뭘 해야 돈을 벌 수 있을까 하고 2년간 연구원들에게 술 사주고, 밥 사주면서 함께 고민을 했대요. 그러다 온실가스의 한 종류인 PFC(플루오린화탄소) 저감 장치를 만들자 하는 결론에 이릅니다. PFC란 것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주로 발생하는데 한국이 이 분야 세계 1위니까 뭔가 돈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고 기술 개발에 나섭니다. 실제 제품 수주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2017년이에요. 그러니까 거의 20년간 기술만 개발한 거죠. 그럼 그전까지 뭘 했느냐. 정부 R&D 과제를 수주해 먹고살았대요. 정부가 연구·개발 과제를 주고 기업이 여기에 응모해서 뽑히면 돈을 주거든요. 배터리 소재를 하게 된 것도 정부 과제 때문이에요.

2004년에 과제 하나를 따냈는데, 이게 현재 배터리의 표준이 된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 사업이었어요. 그런데 여기서 운명처럼 제일모직을 만나게 됩니다. 제일모직은 당시 삼성그룹 내에서 배터리 핵심 소재인 전구체, 양극재 개발을 하고 있었어요. 근데 내부적으로 이걸 접어야 한다고 판단했답니다. 당시에 전기차는 너무 먼 얘기였거든요. 그래서 매각할 대상을 물색합니다. 어차피 버리는 사업이니까 헐값에 팔았다고 해요.

이동채 회장이 이 사업을 받아서 한 거죠. ‘남들 안 하는 것 해야 돈 번다’는 생각을 예전이나 지금이나 계속했던 것 같아요. 에코프로비엠의 현재 양극재 최대 고객사가 삼성SDI인데요. 이때 삼성과 맺은 인연이 큰 성과로 이어진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매출이 크게 발생한 것은 이로부터 10여 년 뒤였어요. 그전까진 돈을 거의 못 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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