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에 꼭 필요한 산업 이야기
강경래 지음 | 답
주식투자에 꼭 필요한 산업 이야기
강경래 지음
답 / 2021년 10월 / 284쪽 / 18,000원
‘산업의 쌀’ 반도체 최근 주식시장 전반에 걸쳐 진행되는 굵직한 이슈는 반도체와 바이오, 이차전지 등입니다. 그리고 이들 산업은 어느 하나의 영역에 국한하지 않고 얽히고설켜 있는데요. 2021년에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국내외 유수 완성차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 대표적입니다. 언뜻 보면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데요. 그래서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모든 산업에 기초가 되는 ‘반도체’에 관한 이야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반도체는 TV와 스마트폰, 냉장고, 세탁기 등 전기가 통하는 모든 전자기기에 필수로 들어가는 전자 부품입니다. 종류도 메모리와 로직, 아날로그, 센서, 디스크리트 등 매우 다양한데요. 이런 이유로 반도체를 ‘산업의 쌀’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반도체 산업을 알기 위해서는 ▲IDM(종합반도체회사) ▲팹리스(반도체 개발전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패키징(반도체 조립ㆍ감사)이라는 4가지 용어를 반드시 알아야 합니다.
우선 IDM은 종합반도체회사로 여러분이 아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인텔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반도체 개발에서 생산까지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팹리스는 반도체 개발만을 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업체입니다. 전 세계 통신용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미국 퀠컴이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한 팹리스 업체로는 LX세미콘, 텔레칩스, 제주반도체, 어보브반도체 등이 있습니다. 파운드리와 패키징은 모두 반도체를 위탁받아 생산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입니다. 반도체 생산 중 파운드리는 ‘전공정’이라고도 하고요. 이는 반도체 생산에 있어 75% 정도를 차지합니다. 요즘 대만 TSMC가 자주 언론 지상에 등장하는데요. 최근 우리 정부가 TSMC에 찾아가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을 더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죠. 이는 TSMC가 전 세계 독보적인 1위 파운드리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통상 파운드리 업체들은 팹리스 업체들이 개발한 반도체 제품을 위탁받아 생산합니다. 최근엔 IDM 업체들도 일부 반도체 물량을 파운드리에 맡기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한 파운드리 업체로는 DB하이텍(옛 동부하이텍)이 있습니다. 비상장사로는 키파운드리가 있고요. 삼성전자는 IDM 업체지만 자체 반도체 공장 내 일부 공간을 파운드리에 할애하기도 합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에 이어 2위에 올라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패키징은 반도체 ‘후공정’이라고도 하며 반도체 제조에 있어 파운드리를 제외하고 조립과 검사 등 나머지 25%가량을 담당합니다. 파운드리를 마친 반도체 웨이퍼(원판)를 받아 절단하고 전기적으로 연결한 뒤 검은색 덮개를 씌워 제품을 완성하는 과정입니다. 주식시장에는 하나마이크론, SFA 반도체, 시그네틱스 등이 있습니다. 패키징에서 반도체 검사만을 별도로 하는 업체를 ‘테스트하우스’라고 하는데요. 테스트하우스로는 테스나, 에이팩트(옛 하이셈) 등이 상장해 있습니다.
반도체는 ‘실리콘 사이클’이라고 해서 4~5년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합니다. 2021년은 호황에 해당하는데요. 특히, 2021년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이는 2020년에 갑작스럽게 코로나19로 인해 잔뜩 위축했던 반도체 수요가 2021년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죠.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2021년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사상 최대인 5190억 달러, 우리 돈으로 무려 58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아마 ‘보복 소비’라는 말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연수요’라고도 합니다. 2020년에 구매하지 못하고 미뤄둔 제품을 2021년에 사기 위해 최근 백화점, 쇼핑몰 등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반도체 수요 역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인데요. 소비자들이 2020년 코로나 19영향으로 구매하지 못한 TV와 자동차, 냉장고, 세탁기를 2021년에 살 때 이들 전자기기에 들어있는 반도체 역시 함께 구매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IDM ▲팹리스 ▲파운드리 ▲패키징 등 4개 카테고리가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구성하고요. 이들 카테고리는 별도로 움직이지 않고 하나의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이를테면 팹리스 업체 제품을 파운드리가 받아 전공정을 마친 뒤 패키징 업체들이 후공정을 마무리하는 형태죠.
그래서 이들 업종에 속한 업체들은 반도체 호황기와 불황기에 주가가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적어도 2022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반도체 생태계에 속한 이들 업체 전체를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가 최소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있어서는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 품목 중 부동의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길어질수록 수혜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 반도체 강국인가 반도체는 단연 우리나라 수출 품목 1위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2019년 기준) 중 반도체가 17.9%를 차지했는데요. 2위인 자동차(12.2%)와 격차가 컸습니다. 제조업과 수출 의존도가 큰 한국. 그런 의미에서 반도체가 사실상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는 우리나라가 그만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2021년에 반도체가 부족해서 현대자동차와 함께 현대모비스 등 완성차와 전장(전자장치) 업체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는데요. 우리나라에서 반도체가 풍부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죠. 이 시점에서 누군가가 ‘한국은 반도체 강국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저는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라고 말이죠.
우선 우리나라는 반도체 강국, 정확히 말하면 ‘메모리 반도체’ 강국입니다. 메모리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TV, 가전 등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을 합니다. 일례로 여러분이 스마트폰에 찍어놓은 사진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스마트폰에 있는 메모리 반도체에 관련 데이터가 저장돼 있기 때문이죠.
메모리 반도체는 크게 D램과 낸드플래시 등 2종류로 나뉩니다. 우선 D램은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 일종입니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남아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입니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별도로 쓰이는 게 아니라 통상 모든 전자기기에 함께 들어가 각각 기능을 합니다.
우선 D램에 있어 한국은 절대 강자입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 D램 시장점유율 42.1%를 기록하며 부동의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어 SK하이닉스가 29.5%, 미국 마이크론이 23.0%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한국의 D램 시장점유율은 무려 71.6%에 달합니다. 한국이 D램을 공급하지 않으면 전 세계 어떤 전자기기도 작동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죠. 반면 낸드플래시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33.9%로 D램과 마찬가지로 1위 자리를 이어갑니다. 이어 일본 키옥시아 18.9%, 미국 웨스턴디지털 14.5%, 미국 마이크론 11.4% 등 순서입니다. 그리고 SK하이닉스는 11.2% 점유율로 5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한국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은 45.2%입니다. 낸드플래시 역시 한국이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게 사실이지만, D램만큼 강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점유율 9.4%로 6위에 올라 있는 미국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를 추진, D램에 비해 약한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31% 수준입니다. 나머지 69%는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비메모리 반도체 영역이죠. 그리고 로직(25%), 마이크로콤포넌트(16%), 아날로그(13%), 광(옵티컬, 8%) 등 비메모리 반도체는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리고 비메모리 반도체라는 용어보다 최근엔 ‘시스템반도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한국은 전 세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이 고작 3% 수준입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미국과 일본, 유럽이 강세를 보입니다. 그리고 자동차 공장 가동을 멈추게 한 반도체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 역시 시스템반도체 일종입니다. MCU를 포함한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3%에 불과합니다. 이는 미국 31.4%와 일본 22.4%, 독일 17.7% 등과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이런 이유로 2021년 한때 삼성전자가 네덜란드 NXP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이 나돌기도 했습니다. NXP는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독일 인피니언(13.4%)에 이어 11.3% 점유율로 2위 자리에 올라 있는 업체입니다. 특히, MCU에 있어서는 점유율 27.2%로 업계 1위 강자입니다. 이렇게 한국이 뒤늦게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수급난에 벌어지는 것을 보면 너무 늦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라도 전 세계 시장을 주도해서 다행이다 싶지만, 또 한편으론 메모리 반도체보다 훨씬 큰 시장인 시스템반도체에선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이제라도 한국 반도체 업체들, 그리고 정부가 더 먼 미래를 보고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투자하고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첨병 ‘팹리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반도체 업체들이 ‘깜짝’ 실적을 발표했는데요. 삼성전자는 2021년 2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2조 7,400억 원과 6조 9,300억 원이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18.2%와 5.4% 늘어난 수치입니다. 영업이익률은 30.5%에 달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19.9%와 38.3% 늘어난 10조 3,217억 원과 2조 6,946억 원이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26.1%였죠. 이렇듯 반도체 업체들을 중심으로 호실적이 이어지는 것은 반도체 공급이 수요를 쫓아가지 못하는 이른바 ‘슈퍼 사이클’ 때문인데요. 이런 이유로 반도체 투자가 늘어나고 있고 반도체 장비기업 역시 수혜가 예상되는데요. 아울러 반도체 산업에 있어 또 하나의 축을 이루는 ‘팹리스’ 분야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팹리스는 ‘반도체 공장’을 의미하는 ‘팹(Fab)’과 ‘없다’는 의미인 ‘리스(less)’의 합성어입니다. 말 그대로 반도체 공장이 없이 반도체 개발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을 의미합니다. 생산은 철저히 외주에 맡기는데요. 팹리스 업체들로부터 반도체를 위탁받아 생산하는 업체가 바로 ‘파운드리’입니다. 대만 TSMC가 대표적이죠. 팹리스는 반도체 개발에서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하는 IDM(종합 반도체 회사)과 비교해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합니다. 이런 이유로 스마트폰과 PC 등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정보 기술) 트렌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게 강점이죠.
이러한 강점을 앞세워 팹리스 시장은 매년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입니다. 전 세계 팹리스 시장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2020년에는 1,174억 4,3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팹리스는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30%가량을 점유합니다. 팹리스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은 바로 미국 퀄컴으로 전체 팹리스 시장에서 점유율 16.5%로 부동의 1위 자리를 이어갔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의 퀄컴’을 꿈꾸는 팹리스 업체들이 있습니다. LX세미콘, 텔레칩스, 제주반도체, 코아리버, 앤씨앤 등 200여 개 팹리스 업체들이 국내에서 활동 중인데요. 이 중에서 단연 두각을 보이는 업체는 LX세미콘입니다. LX세미콘이 주력하는 분야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입니다. 디스플레이 구동칩은 LCD(액정 표시 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디스플레이에 들어가 영상 데이터를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도록 구현하는 반도체입니다. 디스플레이 구동칩은 2021년 들어 전 세계적으로도 수급난을 겪으면서 소위 ‘부르는 게 값’이 된 제품이기도 합니다. 증권가에서는 LX세미콘이 2021년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 각 전년보다 61%와 241% 증가한 1조 8,700억 원과 3,217억 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용 반도체에서는 텔레칩스가 강세를 보입니다. 텔레칩스는 현대자동차ㆍ기아에 AVN(오디오ㆍ비디오ㆍ네비게이션) 프로세서를 활발히 공급합니다. 요즘 텔레칩스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MCU)’에 있습니다. MCU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와 GM, 포드, 폭스바겐, 토요타 등 완성차 업체들이 가동을 중단하기까지 했는데요. 이 제품은 네덜란드 NXP반도체와 일본 르네사스, 미국 TI 등 해외 업체들이 과점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텔레칩스가 MCU를 출시한 것이죠. 텔레칩스는 현재 MCU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2021년 내로 자동차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우리나라 경쟁력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합니다. 이는 1위인 미국 56.8%를 비롯해 대만 20.7%, 중국 16.7% 등과도 비교되는 대목입니다.
바이오의약품과 셀트리온 셀트리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바이오 회사입니다. 시가총액은 38조 원(2021년 9월 기준)에 달합니다. 이는 삼성전자 460조 원, SK하이닉스 76조 원, 네이버 67조 원 등에 이어 코스피 10위에 해당합니다. 10년 전만 해도 가능성으로만 주목을 받았던 바이오 벤처기업이 이렇게 수년 만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이오의약품, 특히 ‘바이오시밀러’ 분야에 선도적으로 진입했기 때문입니다.
바이오의약품에 앞서 의약품 산업 전반에 대해 아셔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께서 흔히 들어보신 국내 제약사로는 유한양행, 한미약품, 광동제약, 종근당 등이 있을 겁니다. 이들 제약사가 올리는 매출 중 상당액이 의약품 복제약, 즉 ‘제네릭’이 차지합니다. 이를테면 존슨앤존슨, 화이자, 머크, 노바티스 등 해외 글로벌 제약사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신약)을 만들면 판매에 있어 독점적인 지위, 즉 특허권을 10년 정도 보장받습니다. 국내 제약사들은 이들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 기간이 종료할 때를 맞춰 오리지널 의약품을 복제한 약을 만들어 판매합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만드는 데는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까지 돈이 들어갑니다. 이런 이유로 자금 여력이 있는 해외 글로벌 제약사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만들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제약사들은 복제약에 주력하는 형태가 된 것이죠.
다행스럽게도 최근 국내 제약사들도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고 신약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LG화학 ‘제미글로군’, 보령제약 ‘카나브 패밀리’, HK이노엔 ‘케이캡’ 등이 연간 1,000억 원 안팎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습니다. 지난 1997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공식 허가를 받은 SK케이칼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2021년 승인된 한미약품 ‘롤론티스’까지 국산 신약은 33종(2021년 9월 기준)에 달합니다.
의약품은 대부분 화학물질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그런데, 1980년대 들어 새로운 형태의 의약품이 나옵니다. 화학약품이 아닌 살아 있는 세포, 즉 ‘셀’을 조합해서 의약품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생명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셀을 활용하기 때문에 생명체인 사람 몸에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바이오의약품의 대표적 약품이 미국 에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입니다. 휴미라는 연간 22조 원 매출액을 올리며 단일 의약품으로는 수십 년째 1위 자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에브비 외에 로슈의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등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이 등장하면서 종전 화학약품을 조합한 의약품은 화학 의약품, 또는 합성 의약품이란 용어로 별도로 분류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