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C 레볼루션
로런스 인그래시아 지음 | 부키
D2C 레볼루션
로런스 인그래시아 지음
부키 / 2021년 3월 / 452쪽 / 22,000원
스타트업이 골리앗 기업을 굴복시키는 방법
1분 33초짜리 영상으로 투자받는 방법 2010년 12월 친구가 초대한 파티에 참석했을 당시 실업자였던 마이클 더빈은 다음에 시도할 사업 거리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한편 친구의 아버지인 마크 레빈은 당시 케이크 절단기, 저가 브랜드의 면도기와 면도날을 포함해 다양한 종류의 소비재를 한참 전에 다량으로 구매해 놓고 처리하지 못해 고충을 겪고 있었다. 그런데 파티에서 레빈이 더빈에게 물었다. “자네가 인터넷을 잘 알고 있다던데, 물건을 팔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겠나?” 더빈이 대답했다. “면도기는 좀 팔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레빈과 대화하고 나서 더빈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자신만 해도 상점에 가서 면도기를 사기가 싫었다. 질레트에서 판매하는 최고급 면도날 카트리지의 가격은 5달러로 턱없이 비쌌다. 게다가 상점 진열대에서 면도날을 직접 살 수 있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더욱 화가 났다. 크기가 작다 보니 도난당하기 쉬우므로 계산대 뒤에 쌓아 두거나 상자에 넣어 자물쇠를 채워두는 상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더빈은 자신 말고도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나고 몇 주가 지난 후에 더빈은 레빈이 보관하고 있는 면도날을 온라인으로 판매할 수 있겠다고 판단하고 그동안 저축해 온 2만 5000달러를 투자해 레빈과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달러쉐이브클럽은 그렇게 탄생했다.
더빈은 2011년 중반까지 베타 버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면서 몇 달 동안 계속 면도날을 판매했다. 하지만 고객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얼마간 면도날이 팔렸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홈페이지에 들러 제품을 한번 구매하고는 그뿐이었다. 그래서 더빈은 재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월 구독 모델을 시험해 보기로 했는데, 이것은 매우 중요한 사업 모델이었다. 고객 유치 비용, 즉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기업이 마케팅과 광고에 지출하는 비용을 고객이 시간을 두고 제품을 거듭 구매하는 금액으로 상쇄해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후 약 1000명이 회원으로 가입하자 더빈은 온라인에서 면도날을 판매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더라도 성공할 기회를 잡으려면 훨씬 많은 잠재 고객의 관심을 끌어야 했다.
더빈은 광고에 쓸 돈이 거의 없었으므로 직접 영상을 만들어 온라인에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영상은 즉흥극처럼 격식을 차리지 않고 심지어 대충 촬영한 듯 보였다. 하지만 그 분위기도 실제로는 효과를 노려 조성한 것이었고, 모든 장면과 대사는 가격, 품질, 편리성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에 맞춰 구성했다. 영상은 다음과 같이 더빈이 자신과 회사를 소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달러쉐이브클럽닷컴이 무엇이냐고요? 한 달에 1달러만 내면 품질 좋은 면도기를 문 앞까지 배달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15초가량 지났을 때 더빈은 시청자들이 물을 법한 질문을 던진다. “좋은 면도날이냐고요? 아뇨.” 더빈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핵심을 찔러 말한다. “우리 면도날은 끝내주게 좋습니다!” 그러면서 형광 주황색 포스터에 적힌 흰색 글씨를 가리킨다. 영상에서 더빈은 내내 무표정을 유지한다.
더빈은 이름을 꼭 짚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영상이 돌아가는 내내 질레트를 무차별 공격한다. 질레트 제품이 매우 비싸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 “유명 상표를 부착한 면도날을 사용하느라 매달 20달러를 쓰고 싶으신가요? 그중 19달러는 로저 페더러에게 갑니다.” 더빈은 질레트의 비싼 광고모델을 가리키며 언급한다. 그리고 이렇게 영상을 끝맺는다. “매달 면도날을 사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우리가 절약해 주는 돈을 어디에 쌓아 둘지나 생각하시죠.” 영상은 단순하고 기억에 남을 인상적인 표어로 끝났다. “면도하는 시간도 아끼고 돈도 절약합시다(Shave time. Shave money).”
한편 더빈은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운영 자금을 모아야 했다. 그래서 친구에게 부탁해 벤처 캐피털 인큐베이터 기업인 사이언스의 공동 창업자 마이클 존스를 만났고, 그가 “별로 내키지 않습니다”라며 거절하려는 순간, 자신이 마케팅 영상을 찍었는데 길이도 짧으니 한 번 봐 줄 수 있겠냐고 부탁했다. 훗날 존스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유튜브를 뚫어 소비자와 연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빈과 손을 잡기로 했어요. 정말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사이언스는 달러쉐이브클럽에 1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돈은 작게나마 팀을 꾸릴 직원을 채용하고 홈페이지도 리뉴얼하기에 부족한 돈이었다. 다음 단계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새 면도날을 구매할 만큼 자금을 추가로 모집하는 것이었다. 이후 존스와 사이언스를 공동 창업한 피터 팸은 벤처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는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처음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소수 투자자들은 더빈이 만든 재미있는 영상을 보고 놀라워하며 흥미를 보였고, 팸과 더빈이 거의 7주 동안이나 애원하고 회유한 끝에 가까스로 투자금 95만 달러를 모을 수 있었다.
한편 레빈이 구매해 창고에 쌓아 둔 제품들은 구식 2중 날 면도기였으므로 재구매 고객의 관심을 끌기에 부족할 공산이 컸다. 그래서 더빈은 달러쉐이브클럽 상표를 붙여 판매할 만한 최신 기술의 4중 날과 6중 날 면도기를 공급해 줄 제조업체를 찾아야 했는데, 이때 레빈의 지인이 업체 2곳을 소개해 주었다. 일본 면도기 제조사 카이(Kai)와 샌디에이고에 미국 법인이 있는 한국 제조사 도루코였다. 더빈은 면도기 사업의 전문가로 1년 전부터 도루코의 미국 사업 담당 사장으로 일하고 있는 켄 힐을 만났고, 힐은 더빈의 사업 아이디어를 이해하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좋습니다, 마이클. 당신이 제품 대금을 선불로 완납하기만 한다면, 물량을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공급하겠습니다.”
더빈이 스타트업을 가동하기 위해 벤처 투자자들에게 유치한 자금은 지나치게 적어서 그다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좀 더 큰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투자 유치 소식을 발표하는 시기를 늦췄다가 영상과 함께 발표하기로 했는데, 발표 날짜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 디지털 미디어 연례 회의가 열리는 3월 6일로 결정했다. 그곳에 참석한 사람들이 영상을 좋아하면 온라인에서 반응을 일으켜 다른 곳으로 확장시킬 수 있을 터였다. 이 전략은 성공했다. 영상이 게시된 날 아침 트위터에는 해당 영상을 꼭 보라는 추천 글이 수백 건 올라왔고, 이틀이 지나기도 전에 달러쉐이브클럽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어 구독자 1만 2000명을 확보했다. 그런데 아직 자동화 장비를 갖추지 못했으므로 더빈과 직원 6명이 밤늦게까지 송장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부착해야 했다.
주목받지 못한 열풍 질레트 본사는 담담했다. 더빈이 만든 영상이 재밌기는 했다. 하지만 면도날의 질은 어떤가? 달러쉐이브클럽의 날은 끝내주게 좋은 게 아니었다. 질레트는 금속 공학자, 피부과 전문의, 화학자, 인체공학 전문가 등 과학자 수백 명을 채용해 수준 높은 개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질레트는 마케팅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소비자 브랜드로는 최초로 스포츠 마케팅의 잠재력을 활용했다. 그래서 경쟁사들이 이따금씩 등장했지만 질레트의 사업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질레트가 수십 년 동안 소비재 세계에서 유례없고 사실상 독점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 70퍼센트를 기록한 것은 별로 놀랍지 않다. 질레트는 전 세계에 면도기와 면도날을 판매해서 연매출 40억 달러를 기록하고 전통적으로 약 50~60퍼센트에 이르는 풍부한 이윤을 남기는 등 난공불락이었다.
아이디어 하나로 10억 달러의 가치를 만들다 데이비드 팩맨은 벤처 캐피털 기업인 벤록어소시에이츠에서 파트너로 활동했는데, 팩맨은 제품을 써 본 결과 질레트의 면도날이 더 우수하며, 달러쉐이브클럽의 면도날도 꽤 괜찮은 정도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런데 팩맨은 꽤 괜찮은 품질이라면, 실제로 대부분의 남성에게 충분히 좋은 제품일 수 있으리라 짐작했다. 달러쉐이브클럽 면도날의 가격이 질레트 면도날의 절반가량인 것을 감안하면 특히 그랬다. 게다가 매장에 가서 직원이 계산대 뒤에 있는 캐비닛의 자물쇠를 열고 제품을 가져다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팩맨은 더빈이 대박을 터뜨릴 것 같다고 예감했다.
그렇다. 달러쉐이브클럽에는 혁신적인 제품이 없었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었다. 팩맨은 질레트가 오랫동안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취약하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질레트의 강점은 약점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레트는 크게 성공한 탓에 스타트업이 ‘충분히 좋은’ 제품으로 무장하고 인터넷을 이용해 경기장을 평준화하여 게임의 법칙을 바꾸고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었다. 팩맨이 생각하기에는 질레트가 최고 품질의 면도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달러쉐이브클럽은 최고의 가치를 제공했다. 하지만 질레트는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팩맨은 영상을 보고 나서 더빈과 피터 팸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몇 번 만나고 나서 더빈의 아이디어가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굳혔고, 달러쉐이브클럽의 마케팅에 돈을 투자하고 싶어 했다. 결국 팩맨은 벤록어소시에이츠를 투자에 참여시켰고, 초기 투자자에 속했던 벤처 캐피털 4곳이 돈을 더 투자하고, 또 피터 팸에게 설득당한 일부 기업들이 투자에 가세하면서 달러쉐이브클럽은 2012년 11월 980만 달러를 추가로 유치할 수 있었다. 팸은 동맹 관계를 맺는 것이 두 기업에 좋을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질레트에게도 투자 요청을 했지만, 질레트는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2015년까지 온라인에 영상을 올려 입소문을 일으키고 페이스북 마케팅을 구사하는 기업으로 유명세를 구축한 달러쉐이브클럽은 질레트의 시장을 더욱 잠식하기 위해 텔레비전 광고에 매달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다. 그러자 달러쉐이브클럽이 달성한 연간 매출은 2년 전 불과 2000만 달러였지만, 2015년이 되자 1억 5300만 달러까지 증가했다. 그리고 시장에 진입한 지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은 2016년에는 미국 달러로 환산해서 면도기와 면도날 시장의 약 8퍼센트를 점유했다. 같은 기간 동안 질레트의 시장 점유율은 67퍼센트에서 약 54퍼센트로 급락했지만, 질레트는 미온적으로 대응했다. 자체적으로 페이스북 영상 광고를 내보내며 맞대응을 시도했지만, 달러쉐이브클럽 광고에 대한 구차한 대응이라는 비웃음을 받았고, 가격 인하는 여전히 완강하게 거부했다.
2016년 달러쉐이브클럽의 매출이 연 2억 4000만 달러를 기록하자 더빈은 인수를 희망하는 기업들과 협상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쉬크도 있었고, 투자자였던 콜게이트-팔몰리브도 있었다. 하지만 세제를 포함한 많은 소비재 분야에서 프록터앤갬블과 경쟁하던 유니레버가 2016년 7월 현금 10억 달러를 제시하며 모든 경쟁사를 눌렀다. 당시 달러쉐이브클럽의 구독자는 300만 명을 넘어섰다. 달러쉐이브클럽은 더빈의 비전을 계속 추진하는 동시에 새 사주를 위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헤어젤, 칫솔과 치약, 샴푸, 세안제, 향수, 입술 보호제, 심지어 핀셋과 손톱깎이 세트 등 다른 미용 제품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매우 많은 신제품을 추가하면서 마케팅 자료에는 “아마도 클럽 이름을 바꿔야 할까 봐요”라는 문구를 넣었다. 질레트는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수백만 달러만 지불하면 신생 기업인 달러쉐이브클럽의 지분을 상당량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 점유율이 축소되고 고객들이 달러쉐이브클럽 제품으로 눈을 돌리면서 이미 연 수억 달러에 이르는 매출 손실을 겪을 뿐 아니라 제품 가격을 인하하면서 연 1억 달러 이상의 매출 감소를 감당해야 했다.
보청기의 아이폰을 꿈꾸다 크리스티안 곰센은 청력이 좋지만 간간히 보청기를 착용한다. 그러면서 귀에서 보청기를 꺼내 보여 주며, ‘내가 보청기를 끼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죠?’라고 말하곤 한다. 곰센은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착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잘 듣지 못하면 늙은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고, 보청기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부품 가격은 모두 합해 수백 달러에 불과하지만, 소비자들은 한 쌍에 대개 4500~7000달러를 지불한다. 곰센이 필요하지 않는데도 가끔씩 착용해 보는 보청기는 이 2가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는데, 이 보청기는 곰센이 운영하는 스타트업 이어고(Eargo)에서 제조되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된다. 이어고는 중개업체를 배제하고 비슷한 성능을 지닌 보청기를 기존 경쟁사보다 3분의 2나 절반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많은 측면에서 보청기 사업의 환경은 혁신을 일으키기에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혁신이 필요하기도 하다. 보청기 사업은 연간 수십 억 달러 규모이고 고전적인 과점이 지배해서 보청기 기업 다섯 군데가 미국 전체 매출의 90퍼센트를 차지한다. 업계 선두 주자들은 가격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서, 질레트(면도기)와 썰타시몬스(침대)처럼 겉보기에 큰 차이 없는 일련의 모델들을 무질서하게 출시해 보청기 구매 경험 자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어고 보청기를 중심으로 발생한 온갖 열풍을 지켜보다 보면 중대한 질문이 떠오른다. 와비파커가 안경, 달러쉐이브클럽이 면도기, 터프트앤니들과 캐스퍼가 매트리스에 추진했던 혁신을 이어고는 보청기에 실현할 수 있을까?
말 안 듣는 소비자의 말을 들어라 프랑스인 이비인후과 외과의인 플로렝 미셸은 보청기를 착용하라는 제안해도 환자들이 자주 무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환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띈다는 이유로 가장 흔한 모델인 귀걸이형 보청기를 착용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미셸은 자신의 취미인 낚시를 하려고 미끼를 꿰다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미끼와 비슷한 크기와 모양으로 보청기를 만들면 어떨까? 미끼를 만들 때 사용하는 작은 깃털과 비슷한 작은 섬유를 사용해 귓속에 넣으면 보청기를 제 자리에 고정시키면서도 공기와 소리가 귓속을 통과하며 증폭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면 보청기는 귓속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으면서도 귀 밖으로도 거의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귓속에 쏙 넣는 귓속형 보청기가 이미 출시되어 있지만, 부피가 크거나, 밖에서 눈에 띄거나, 대부분의 환자들이 사용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비쌌다. 따라서 사업을 성공시키려면 작고, 성능이 강력하고, 가격이 합리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했다.
플로렝 미셸은 2000년대 초 아들에게 자신이 생각해 낸 아이디어를 들려주었다.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MBA를 받은 아들 라파엘 미셸은 당시 건강관리 스타트업에 근무하고 있었다. 라파엘 미셸은 이렇게 회상했다. “저녁 시간과 주말에 업무에서 벗어나 재미로 이런저런 궁리를 하다가 이어고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라파엘은 2012년 중반 사업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자택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내과의사이자 역시 건강관리 사업가인 친구 다니엘 셴도 영입했다. 두 사람은 조사를 하고 나서 시장 잠재력을 확인했다. 청력 손실을 겪고 있다고 추정되는 미국인 4800만 명 가운데 보청기 사용자는 800만 명에 불과했다. 셴과 미셸은 자신들이 영입한 소규모 팀과 시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보청기 시장을 뒤흔들기에 적합한 여건이 형성되어 있다고 느낀 사업가는 셴과 미셸만이 아니었다. 고가의 고급 보청기를 발명한 과학자가 창업한 아이히어메디컬은 비슷한 시기에 저가 제품 라인을 온라인으로 판매해서 시장 민주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스타트업인 오디쿠스는 달러쉐이브클럽과 비슷한 사업 모델을 세우고 독일에서 설계한 보청기에 자사 브랜드를 붙여 되팔았다. 두 기업 모두 귀걸이형 보청기를 한 쌍에 1000~4000달러에 판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어고는 최저가 보청기를 만들려 하지도 않고, 모든 사양을 담은 최고가 보청기를 만들려 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