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가 전부다
노가영 지음 | 미래의창
콘텐츠가 전부다
노가영, 조형석, 김정현 지음
미래의창 / 2020년 01월 / 300쪽 / 16,000원
이제 ‘콘텐츠 온리’의 시대다
고객 가치의 이동과 움직이는 시장, ‘이제 콘텐츠다!’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하튼 돈이 필요하다. 시장의 재원은 한정적인데 크리에이터(창작자)는 늘 넘쳐나기 마련이다. 또한 콘텐츠가 속된 말로 망하는 경우가 빈번했기에, 우리 시장은 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재원을 보유한 투자자가 ‘갑’이 되고 우선인 생태계였다. 필자 역시,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 아닌 투자 활동을 하는 미디어ㆍ엔터테인먼트 유통 기업이나 통신 기업의 구성원이었기에 대한민국의 미디어 판은 언제나 우리, 돈을 쥐고 있는 사업자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던 시장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거창한 투자ㆍ유통 기업의 재원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유튜브라는 크리에이터 중심의 플랫폼이 등장함과 동시에 빠르게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대도서관, 양띵, 영국남자가 활개를 치던 유튜브는 이제 제이플라뮤직, 정성하처럼 콘텐츠 장르가 음악이나 일상으로 확장되며 연간 10억 원대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갓튜버들을 양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튜브 구독자 수 상위 30개 채널은 게임(7개), 음악(5개), 일상(5개) 순위로 나타난다.
2018년과 2019년 미디어 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호텔 델루나> 등을 제작한 스튜디오 드래곤은 또 어떤가? 손에 잡히는 제조품도, 네트워크 자산도 없이 오로지 작가와 감독만으로 구성된 이 제작사가 현재 2조 원이 훌쩍 넘는 시가총액을 기록 중이다. 신흥 문화제국이라는 이 회사의 핵심 가치는 바로 콘텐츠 지식재산권이다. 2017년 11월 기업공개를 마친 스튜디오 드래곤은 작가와 감독의 크리에이터 패키지만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그러나 540억 원이 투입된 <아스달 연대기> 등, 몇몇 작품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두자 주가가 휘청거리면서 오롯이 흥행 콘텐츠의 연속성에 의존하는 스튜디오 성장 모델의 한계를 보여주기도 했다.
카카오의 콘텐츠 계열사이자, 우리에겐 멜론이라는 음원 서비스 플랫폼으로 더 친근한 카카오M(2018년 8월 카카오로 흡수합병)의 행보는 이보다 한발 더 앞서간다. 2018년 이후 카카오M은 대형 매니지먼트사인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 김고은 소속), 숲엔터테인먼트, 제이오이드컴퍼니, 어썸이엔티의 지분 확대와 인수 합병을 통해 이들과 전략적인 제휴 체계를 구축했다. 카카오M은 수년 내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상장시 시가총액이 SM엔터테인먼트(총 7,000억 원)를 넘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즉, 카카오그룹은 플랫폼에서 콘텐츠로의 영역 확장을 넘어, 콘텐츠 생산의 축이 되는 한류스타 군단을 확보해 기획ㆍ제작ㆍ유통까지 망라하는 콘텐츠 산업 전 분야로 밸류 체인을 형성하는 행보를 이미 시작한 것이다.
해외 시장은 어떠한가? 고객에게 늘 새롭고 가장 빠른 서비스를 제공해 온 미국의 3위 통신사 T-모바일은 지난 5년간의 음성ㆍ문자 무제한 제공, 스마트폰 업그레이드, 데이터 무료 정책을 뒤로 하고 현재는 40달러 이상의 요금제에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포함해서 제공하고 있다. 즉, 특정 요금제의 혜택이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 데이터 제공을 거쳐 콘텐츠의 차별적 제공으로 귀결된 것이다. 이 같은 T-모바일의 콘텐츠 차별화 전략은 월스트리트의 예측치보다 50% 높은 가입자 순증 효과로 이어졌으며, T-모바일은 2018년 통신사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이와 유사한 전략으로, 미국 최대의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 역시 무제한 모바일 요금제 가입자에게 디즈니 플러스의 1년 무상 제공을 시작했다. 버라이즌의 모바일 고객 중 50% 이상(5천만 명 이상)이 무제한 요금제에 가입되어 있고 인터넷 상품 고객까지 포함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액적인 혜택도 상당하다.
플랫폼을 밀어내는 콘텐츠의 힘: 2019년은 누가 뭐라 해도 디즈니 천하였다. <어벤져스: 엔드 게임>은 한국 시장에서 1,400만 명을 동원했고, 미국에서는 박스오피스 8억5천만 달러로 역대 영화 매출 2위에 올랐다. 이후에도 <캡틴 마블>과 <토이 스토리 4>의 흥행이 이어졌고 <알라딘>과 <라이온 킹>의 실사 영화도 전력 질주하더니 2019년 12월 <겨울왕국2>로 전 세계 극장을 점령했다.
이렇듯 디즈니 대작 콘텐츠들의 연이은 흥행은 국내외 극장과 유료방송 TV플랫폼 사업자들간의 시너지 효과를 내며 플랫폼들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현재의 디즈니 제국은 CEO 밥 아이거의 공격적인 M&A를 통해 완성되었지만, 하나의 콘텐츠 IP가 온ㆍ오프라인 유통 채널과 잡지, 만화 등의 인쇄매체를 넘나들며 비즈니스가 확장되는 구조는 창업주인 월트 디즈니가 그리던 그림과 다르지 않다. 월트 디즈니가 생전에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쪽지에 그린 ‘기업성장 이론 흐름도’를 현재 디즈니는 ‘디즈니 레시피’라고 부르고 있다.
1957년 공개된 이 쪽지는 극장용 필름 영화의 캐릭터 자산이 음악, 출판, TV, 머천다이징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부가가치와 시너지를 창출하며 성장하는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현재 디즈니 산하의 무수한 콘텐츠의 규모화가 결국 유통 채널의 확장에 폭발적으로 기여하고 있으니 밥 아이거의 M&A 추진 전략 역시 결과론적으로는 이 모델을 따른 것으로 귀결된다. 결국 디즈니는 한 장의 디즈니 레시피 쪽지에 따라 지난 60여 년간 한 방향으로 진화해왔으며 고객 가치와 시장이 움직이는 지금, 최대 수혜를 받는 콘텐츠 제국으로 완성되어가는 중이다.
사업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곧 고객 가치의 이동을 뜻하며 동시에 미디어산업의 생태계가 플랫폼이 주도하던 판에서 콘텐츠가 주도하는 판으로 흐를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플랫폼이 소외되거나 열위가 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제는 콘텐츠의 차별화가 플랫폼을 결정하며 콘텐츠가 더 이상 플랫폼의 부속품이 아닌 독립적인 사업 모델이 됐음을 뜻한다. 또한 더 나아가 양질의 콘텐츠를 다량으로, 즉 ‘집단화된 콘텐츠 IP’를 소유한 자가 플랫폼과 시장을 이끌어가는 시대가 왔음을 의미한다. 디즈니가 OTT 스트리밍 서비스를 직접 출시하여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책은 이러한 시장의 움직임과 고객 가치의 이동을 글로벌 ICT 기업들의 행보, 콘텐츠 기업들의 전략과 서비스들의 흥망성쇠 그리고 이 중심에 있는 고객의 소비행태를 중심으로 풀어갈 것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를 ‘콘텐츠 온리’의 시대로 명명하고자 한다.
밑장 빼는 디즈니, 넷플릭스 어쩌나?
밑장 빼는 디즈니, '엘사'와 '헐크'를 무찔러야 할 넷플릭스 디즈니가 OTT 스트리밍 서비스와 스포츠 전용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인 ESPN플러스를 자체적으로 출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2017년 하반기였다. 이후 디즈니는 넷플릭스를 대상으로 콘텐츠 제공 중단을 발표하고 21세기 폭스의 인수전에 참여했다. 이로 인해 기존에 갖고 있던 (미국 시장에서 넷플릭스와 경쟁 중인) 훌루 지분 30%에 폭스가 보유한 지분까지 더해 훌루의 최대 주주가 되었다. 이쯤 되면 1억 5천만 명의 가입자가 있는 넷플릭스과 경쟁해 볼 만한 최소한의 밑밥을 깔아둔 셈이다.
2024년까지 가입자 9천만 명을 향하여: 지난 2년여 동안 글로벌 미디어 업계의 다양한 루머와 예측 속에서, 디즈니플러스로 브랜딩한 디즈니의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는 2019년 4월 디즈니 투자자 데이에서 베일을 벗었다. 전 세계 극장의 스크린 평정을 끝낸 ‘완전히 새로운 디즈니월드’가 넷플릭스에 던진 OTT 도전장, 디즈니플러스를 넷플릭스와 비교해보자.
우선 유료 가입자 규모를 비롯해 오리지널 콘텐츠의 누적 편수나 투자 예산 등에 있어서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디즈니플러스의 월 이용료가 넷플릭스의 스탠다드 요금제 대비 53% 수준으로 우수한 편이다. 심지어 CEO 밥 아이거는 2019년 8월 실적 발표 자리에서 ‘디즈니플러스+훌루+ESPN플러스’까지 디즈니가 소유한 서비스를 월 12.99달러라는 파격적인 금액으로 묶어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3개의 OTT 서비스가 넷플릭스 하나(스탠다드 요금제 기준)와 동일한 가격인 셈이다. 디즈니는 지금 ‘2024년까지 가입자 9천만 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자원을 쏟아 붓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비교를 넘어, 핵심은 90년의 역사를 가진 콘텐츠 왕국 디즈니의 기존 콘텐츠와 향후에도 생산될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에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즈니 라인업에는 수십 년 간의 인수합병으로 확보된 마블, 픽사, 루카스필름,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의 소위 디즈니 계열이라 불리는 콘텐츠는 물론이고 최근 디즈니제국에 합류한 <엑스맨> 시리즈, <데드풀>, <아바타> 등 21세기폭스의 콘텐츠까지 포함된다. 아마도 지금 넷플릭스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머릿속은 꽤나 복잡할 것이다. 심지어 디즈니 D2C사업 회장 케빈 메이어는 2018년 연말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디즈니의 ‘콘텐츠 밑장 빼기’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7월, 할리우드 6대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스의 모기업, 워너미디어 역시 HBO 맥스라는 OTT 서비스 출시를 발표했다. 워너미디어는 워너브라더스의 TV 히트 시트콤 <프렌즈> 외에도 HBO, CNN, 카툰 네트워크 등의 콘텐츠를 모두 2020년 봄에 출시될 HBO 맥스에서 독점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니까 조만간 넷플릭스에서는 <프렌즈>를 볼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할리우드 6대 스튜디오 중 하나인 NBC유니버셜도 2020년 OTT 출시 계획을 선언했으니 이제 <미니언즈>와 <쥬라기 월드> 시리즈도 넷플릭스에서 제외될 것이다.
이처럼 공룡 기업들의 연이은 서비스 출시 이벤트가 전개될 2019년과 2020년은 글로벌 미디어판의 엄청난 지각변동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이 중심에는 콘텐츠 밑장 빼기가 가져올 넷플릭스 위기론이 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는 디즈니와 21세기 폭스를 비롯하여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설의 영화와 TV시리즈 제공이 모두 중단되었을 때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게 될까?
우선 시청 시간 면에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효과는 압도적이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제공되는 전체 콘텐츠의 8%에 불과하지만, 시청 시간 기준으로는 전체의 37% 비중을 차지한다. 디즈니, 워너미디어, NBC유니버셜 영화와 TV시리즈 비중은 전체의 20%에 불과하나 시청 시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보다 높은 40%다. 넷플릭스 세상 밖에서 보더라도, 역대 미국 흥행 영화 상위 100편 중 67편이 디즈니와 워너미디어의 소유이고, TV시리즈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들은 같은 날 한꺼번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편성이 중단되겠지만 어쨌든 넷플릭스에게 답은 둘 뿐이다. 전체 콘텐츠의 양을 줄이거나, 반대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을 지금보다 두 배 가까이 확장하는 것이다. 2019년 150억 달러라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투자 규모는 가히 압도적이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겨울왕국>의 엘사나 마블 영화의 ‘인크레더블’한 헐크와 경쟁하기 위해 이 천문학적인 숫자를 끊임없이 높일 수 있을 것인가?
스트리밍 왕국과 콘텐츠 왕국의 한판승부: 지난 수년간 넷플릭스는 매년 콘텐츠 투자 비용을 10억 달러씩 증액했다. 급기야 2019년에는 전년 대비 30억 달러 증액한 150억 달러를 쏟아붓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매출액의 80%를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쏟아 부었기에 현금 흐름 역시 2018년과 2019년 모두 마이너스 30억 달러 수준으로, 부채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스튜디오 사업자들과의 본격 서비스 경쟁을 앞두고 있는 사면초가의 상황에서 주가와 현금 유동성은 불안정하고, 급기야 2019년 2분기에는 미국 시장 가입자 수마저 감소세로 돌아섰기에 넷플릭스가 잠시 빌려온 콘텐츠들의 빈자리를 오롯이 ‘내 콘텐츠’로 메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입자 1억 5천만 명을 보유한 넷플릭스가 당장 무너질 것 같지는 않다. 일단 당분간은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의 양강 체제 아래, 몇몇의 스튜디오 사업자들이 만든 개별 서비스들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디즈니가 넷플릭스를 포함한 타 플랫폼에 콘텐츠 유통을 중단할 경우 당장 2020년 1억 4천만 달러의 수익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에, 스튜디오 사업자들이 디즈니처럼 ‘내 땅 되찾기’ 전략을 독하게 고수할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여 년간 넷플릭스는 전통적인 TV 미디어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핵심은 ‘콘텐츠’라는 소신을 가지고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전략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레거시 미디어와의 경쟁 구도를 벗어나 신규 OTT 서비스들과 콘텐츠 경쟁을 벌이게 되었다. 디즈니는 1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오리지널 스튜디오인 반면, 넷플릭스는 10여 년간 OTT 업계에서 1위 자리를 지켜왔으며 온라인 서비스와 콘텐츠 추천 기술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콘텐츠 왕국과 스트리밍 왕국과의 한판 승부, 비싼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합종연횡하는 한국 시장 그렇다면 국내 OTT사업자들의 움직임은 어떠한가? 필자는 2017년 IPTV 사업의 부가 서비스 전략을 고수하던 LG유플러스의 ‘비디오포털’이나 KT의 ‘시즌’은 별도의 손익 산출에 대한 부담 없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나, 독립적인 OTT전략을 추진하던 옥수수나 티빙, 푹, 왓챠플레이 등은 새로운 환경에 당면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년여간 통신기업들이 보유한 각자의 OTT는 자사 이동통신 고객을 중점으로 양적 성장을 해왔고, 통신사 유통망을 보유하지 않은 티빙과 왓챠플레이, 곰TV 등은 성장이 정체된 채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는 수준이었다. 그 사이 넷플릭스의 국내 유료가입자 규모는 2017년 30만 명에서 200만 명으로 거의 7배 성장했고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제공이 확대되면서 사실상 사업자 입장에서는 글로벌 OTT와 국내 OTT간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가성비가 핵심이며, 플랫폼사업자는 가입자 성장 속도와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 구조가 중요하다. 양쪽의 이러한 니즈는 2019년 유통과 콘텐츠의 결합 또는 콘텐츠와 콘텐츠의 양적 결합 등, 2개의 나침반이 되어 사업자간 합종연횡으로 이어졌다. 유통과 콘텐츠의 결합은 2019년 9월 출시한 지상파 3사의 콘텐츠연합플랫폼인 푹과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가 합병한 웨이브가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의 강한 유통력, 글로벌 역량 그리고 지상파 콘텐츠 군단의 결합으로 해석된다. 연이어, CJ ENM과 JTBC 역시 OTT 합작 법인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초까지 양사가 보유한 콘텐츠 IP를 통하여 기존 CJ ENM의 티빙을 기반으로 서비스하겠다는 것이 골자이니 이는 콘텐츠와 콘텐츠간의 양적 결합에 해당한다. 반면, 2017년 KT스카이라이프가 출시한 TV형 OTT인 ‘텔레비’는 몇몇 방송사들과의 콘텐츠 제공 협상에 문제가 불거지며 2019년 말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본격화된 콘텐츠 땅따먹기: 이처럼 국내시장은 OTT 춘추전국시대를 지나 2019년 합종연횡과 일부 서비스들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하여 크게 3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는데, 향후 경쟁 구도에서는 승자, 오리지널 콘텐츠 전쟁, 그리고 글로벌 사업 방향성이 그것이다. 우선, 승자의 조건은 명쾌하다. 사용자는 단일 서비스에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받기 원한다. 현재 웨이브에는 CJ ENM의 콘텐츠가 없으며, 티빙은 지상파 콘텐츠가 제공되지 않는 상호 배타적 구도다. 향후 국내 OTT들이 이러한 콘텐츠 땅따먹기를 본격화하는 가운에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의 빈 자리를 채워간다면 오히려 프리미엄 오리지널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경쟁력은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