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
배명숙 지음 | 책이있는풍경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
배명숙 지음
책이있는풍경 / 2019년 10월 / 339쪽 / 16,000원
왜 한남동일까?
솔직히 나는 한남동에 10여 년 가까이 살면서도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거리들이 많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해외로 비즈니스 트립을 함께 다녔던 대표님들을 모시고 한남동을 보여드렸는데 다음처럼 너무 신기해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어? 일본보다 한남동이 낫네.” 대표님들의 반응을 보면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비즈니스 트립이라고 하면 무조건 해외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보다 앞선 나라에 가야 새로운 트렌드를 알 수 있고, 배울 점도 많다고 믿었다. 그런데 일본보다 한남동이 낫다니 나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생활인으로서가 아닌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으로서 다시 본 한남동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다른 어떤 지역보다 문화를 즐기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곳들도 많고,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고, 미래지향적인 모습으로 단장한 공간도 많았다. 그러면서도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이 공존해 누구라도 살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한남동은 양파와도 같이 벗기면 벗길수록 새로운 매력이 드러난다. 그리고 아직도 한남동은 더 발전할 여지가 많아, 현재보다 미래가 더 빛날 지역이란 생각이 든다.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많은 이유
한남동에는 기업들이 자사 특정 브랜드를 홍보하고 더 나아가 다른 브랜드에도 좋은 이미지를 주기 위해 만든 수많은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다. 파리바게트와 파리크라상으로 유명한 SPC그룹이 만든 ‘패션5’, 매일유업 지주사인 매일홀딩스의 ‘폴 바셋’, 신선설농탕이 만든 ‘스페이스 신선’, 동서식품의 대표 브랜드 맥심의 ‘맥심 플랜트’ 등이다.
그리고 여성 의류 브랜드인 ‘구호’, 컨템포러리 브랜드 ‘띠어리’, 일본 의류 브랜드 ‘꼼데가르송’, 럭셔리 브랜드 ‘밀란 로랭’ 등 내로라하는 유명 패션 브랜드도 대부분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있다. 삼성의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만을 모아놓은 편집숍 ‘비이커’의 플래그십 스토어도 있다. 이 밖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야의 다양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즐비하다.
왜 이렇게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많을까? 플래그십 스토어는 많이 팔아 매출을 올리기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고 고객을 대상으로 연구하는 랩스토어 기능을 갖춘 매장이다. 그렇다보니 다른 일반 매장과는 존재 이유가 다르다. 매장 자체의 분위기도 고급스럽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상품도 대중적인 것보다 최선의 트렌드를 반영한 고급 상품이어서 가격도 비싼 편이다.
참고로 한남동은 오래전부터 부자들이 선호하는 지역 중 하나다. 풍수지리학적으로 한남동만큼 좋은 지역이 없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 삼성, 농심 등 이미 성공한 재벌가들이 살면서 한남동은 부촌의 대명사로 불린다. 아울러 단순한 부촌이 아니라 문화를 즐기고, 브랜드 가치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은 한남동이기에 기업들이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 보인다.
강남도 부촌이지만 강남과 한남동은 또 다르다. 강남은 사람에 치일 정도로 유동인구가 많다. 유동인구가 많을수록 소비가 많이 이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강남의 소비층은 한남동에 비해 연령대가 낮은 편이고 판매상품 가격도 비교적 낮게 형성되어 있다. 반면 한남동은 강남에 비해 유동인구는 적지만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비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많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한남동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많이 산다. 이 또한 플래그십 스토어가 들어서기에 좋은 조건이다. 플래그십 스토어 중에는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승산이 있을지를 테스트하는 역할을 하는 곳들이 많은데, 그만큼 외국인들이 많은 한남동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한남동에 플래그십 스토어가 많은 데는 이유가 있다. 한남동이 갖고 있는 매력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부르고, 그렇게 생긴 플래그십 스토어는 한남동을 더 핫하고 트렌디한 곳으로 만들어준다. 이런 선순환 구조로 인해 앞으로도 한남동은 플래그십 스토어의 성지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남동에서는 문화가 일상이 된다
언제든 문화에 흠뻑 빠지고 싶을 때 동네 구경 나가듯 가볍게 갈 수 있는 문화공간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남동에서는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 한남동만큼 다양한 문화공간이 있는 지역도 드물다. 미술관만 해도 리움, 디뮤지엄 같은 대형 미술관부터 구슬모아당구장, 갤러리조은, 가나아트홀 등 주로 신진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까지 다양하다. 또 미술관은 아니지만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 카페들도 상당히 많다.
그리고 기업들이 자신들의 철학을 풀어놓은 문화공간도 다양하다. 특히, 블루스퀘어에서 이태원으로 가는 길은 문화의 거리로 손색이 없다. 뮤지컬 공연을 볼 수 있고, 하루 종일 책 속에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 블루스퀘어를 시작으로, 용산구청과 SPC그룹 파리크라상이 손을 잡고 만든 용산공예관, 신선설농탕이 고객들과 문화를 나누기 위해 만든 스페이스 신선, 그리고 현대카드의 야심작 뮤직 라이브러리까지 걸어서 10분이 채 안 되는 거리에 굵직한 문화공간들이 이어져 있다. 모두 하루 종일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문화를 녹여내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공간들이다. 게다가 직접 문화를 체험할 수 있어 한번 들어가면 꽤 오랜 시간을 머물다 나오게 된다.
문화는 삶을 풍요롭게 해주지만 비즈니스에도 큰 도움이 된다. 문화를 즐기다 보면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문화를 소비하고 싶어진다. 기업들이 순수한 마음으로 문화공간을 만들기도 하지만, 멋진 문화공간을 만들어내는 데는 결국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도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문화가 어떻게 소비로 연결되는지를 눈여겨봐야 하는데, 그 연결고리를 보는 데도 한남동이 제격이다.
다양성이 공존하고 개성이 넘친다
한남동은 참 묘한 곳이다. 큰길만 보면 현대적인 감각이 돋보이는 건물들만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들인데,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뽐내며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하지만 큰길 사이로 난 골목길에 접어들면 풍경이 또 달라진다. 예전에는 평범한 주택이었던 건물들이 예쁘고 감각적인 상가들로 변신해 골목이 무척이나 다채롭다. 큰길에서는 볼 수 없는 아기자기하고 개성 넘치는 상가들이 한남동의 또 다른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한남동에는 다양한 가치와 감성도 공존한다. 블루스퀘어의 VR 체험관과 같은 디지털 공간이 있는가 하면 현대카드 뮤직 라이브러리처럼 아날로그 감성이 넘치는 공간도 있다.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가치가 있는가 하면 디앤디파트먼트 코리아처럼 오래된 것을 소중하게 여기고 재구성하는 가치도 공존한다. 그 어떤 가치도 한남동에서는 통한다. 서로 지향점이 다른 가치도 다 수용할 수 있는 넉넉함이 한남동에 있기 때문이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에서는 관점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다양성을 접하면 접할수록 관점이 다양해져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Everything in Life Style’의 성지, 한남
한남동의 매력을 직접 보고 느낀 사람들은 결국 이런 곳에서 살고 싶다고 말한다. 가보고 싶은 곳과 살고 싶은 곳은 또 다르다. 어쩌다 한 번 가면 좋지만 막상 살려고 하면 생각이 많아지는 곳들이 있다. 예를 들어 강남 한복판은 자주 놀러 가고 싶은 곳이지만 주거보다는 비즈니스에 더 어울리는 곳이다. 실제로 강남에는 주택보다는 비즈니스를 위한 업무공간들이 많다. 한남동은 다르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가 공존하고, 한남동에 거주하는 구성원도 국적과 인종이 다양하다. 그러면서도 복잡하지 않다. 이런 한남동이 갖고 있는 다양성이 살고 싶게 만든다.
주거지로서의 편안함이 있으면서도 조금만 걸어 나가면 다양한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한남동이다. 휴일에 일상복 차림으로 운동화를 신고 가볍게 문화를 음미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비즈니스 트립 장소로도, 거주지로도 나무랄 데 없는 지역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한남동이 더 주목을 받고, 한남동을 찾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연결 - 꿈꾸고 제안하면 어디든 연결된다
비즈니스는 ‘연결’이 중요하다. 함께 일할 사람들과 거래처를 연결하고,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데 필요한 자본과 연결해야 하고, 비즈니스를 할 때 조언을 얻을 수 있는 멘토와의 연결도 필요하다. 보통 비즈니스를 시작할 때 첫 연결고리는 가까운 주변에서부터 찾기 마련이다. 평소 친분이 있던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하고, 자본도 부족하면 부모나 형제, 친척들로부터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금만 더 눈을 돌리면 연결을 확대할 방법이 많이 있다.
한남동에는 비즈니스를 꿈꾸거나 하고 있는 사람들이 관심 있게 보아야 할 ‘연결’이 있다. 그것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블루스퀘어, 용산공예관, 투핸즈이다. 블루스퀘어와 용산공예관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 한남동의 문화공간이다. 한남동 초입에 나란히 이어져 있어 블루스퀘어를 본 후 자연스럽게 용산공예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곳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기고 인사이트를 얻으면서도 블루스퀘어와 용산공예관의 특별한 연결고리는 미처 보지 못한다.
블루스퀘어는 서울시와 인터파크씨어터가 손잡고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다. 지금은 연결이 끊어졌지만 처음에는 삼성과도 연결고리가 있었다. 그리고 용산공예관은 용산구와 SPC그룹이 만든 합작품이다. 둘 다 기업과 지자체(관)가 협력해 비즈니스와 공익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물론 아직 비즈니스가 계속 성장하는 중이어서 보완해야 할 것들도 많지만, 민관이 연결되면 좀 더 다양하고 효과적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본보기다.
비즈니스 규모가 있어야만 관과 연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작은 비즈니스는 더욱 연결하기가 쉽다. 요즘에는 국가 차원에서 창업을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놓았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갖고 문을 두드리면 얼마든지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창업지원 정책들을 잘 활용해 성공한 스타트업들이 수도 없이 많다. ‘설마 연결이 되겠어?’ 지레짐작하면 안 된다. 내가 사는 지자체에만 가도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고 싶은 비즈니스가 있다면 깊이 있게 고민하고 과감하게 찾아가 제안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제안도 해보지 않고 연결이 어려워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구체적인 연결 방법을 몰라도 괜찮다. 나는 책을 쓰는 동안 용산구청에 간 적이 있다. 한남동을 소개하는 책이니 용산구청과 연결고리를 갖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어디를 가야 연결이 가능한지를 몰라 1층에서 서성였다. 그 모습을 본 용산구청 직원이 먼저 다가와 도움을 주려고 했다. 직원이 안내해준 대로 홍보과에 갔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더 적극적으로 연결고리를 찾아주었다. 부탁해야 할 줄 알았는데, 먼저 고민하고 기회를 주는 모습에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꼭 지자체와의 연결이 아니어도 연결의 원칙은 같다. 거절당할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제안하는 것이 먼저다. 투핸즈는 열 명의 작가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화방이다. 애초부터 서로 알던 사이가 아니었지만 처음에 투핸즈를 기획했던 대표 작가가 다른 작가들에게 제안하면서 연결된 경우다. 제안을 했기에 부담은 줄이면서 효과를 배가시키는 공동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었다. 비즈니스를 할 때 스스로 연결에 한계를 두어서는 안 된다. 한계를 두는 만큼 비즈니스도 한계가 생긴다. 꿈꾸고 제안하기를 반복하면서 하나씩 연결하다 보면 비즈니스가 구체화되고, 점점 더 성장할 것이다.
공유 오피스, 공간이 아니라 네트워크다
투핸즈처럼 함께 공간을 빌릴 파트너가 없어도 공간을 같이 쓸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면 된다. 이미 많은 공유 오피스가 있기 때문에 골라서 들어갈 수 있다. 흔히 공유 오피스라 하면 스타트업이나 프리랜서가 이용하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엔 공유 오피스에 대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공간을 같이 쓰는 개념을 넘어 네트워크와 같은 역할을 한다. 같은 공간에 입주한 업체들끼리 정보도 나누고, 필요하면 서로 협업도 가능하다. 가까이서 필요한 인력과 기술을 구할 수 있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나도 공유 오피스를 찾는 중이다. 내가 구상하는 비즈니스가 상당 부분 IT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것인데, IT 관련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공유 오피스가 있다면 들어가고 싶다. 그런 곳에 가서 IT 인력들과 교류하면 기술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것이고, 기술 개발을 의뢰하기도 쉬울 것 같기 때문이다. 나뿐만 아니라 꼭 사무실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네트워크가 필요해 공유 오피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소규모 스타트업이 아닌 대규모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도 공유 오피스를 선호한다.
공유 오피스 사업을 하는 세계적인 기업인 위워크의 발표에 따르면, 직원이 1천 명 이상 되는 대기업이 공유 오피스에 입주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고 한다. 2018년 6월 기준으로 위워크에 입주한 업체 중 약 4분의 1을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세일즈포스, 삼성전자, 아마존, IBM, 알리바바그룹 등 대기업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기업이 단지 사무실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는 것일까? 아니다. 단기 임대일 때는 공유 오피스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는 서로 다른 회사와 서로 다른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해서다. 요즘 공유 오피스들은 입주자들에게 필요한 강좌를 진행하고, 주기적으로 입주민들끼리 만나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서로 수시로 만나 지식과 생각을 공유하다 보면 협업 또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를 하려면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보다 공유 오피스에서 내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난다면 네트워크를 만들기가 한결 쉽다. 어디에서 내 비즈니스의 연결고리를 찾을까 고민스럽다면 공유 오피스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플래그십 - 과시가 아닌 차이가 백 년 기업을 만든다
한남동에는 플래그십 스토어가 많다. 기업의 철학과 이미지를 대표하는 매장답게 외관부터 남다르다. 하지만 거기에 시선을 빼앗긴다면 정작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꼭 봐야 할 것을 놓치기 쉽다. 패션5는 SPC그룹이 첫 번째로 만든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한남동에 제일 먼저 깃발을 꽂은 플래그십 스토어이기도 하다. 2007년에 오픈했으니 올해로 12살이 되었다. 한남동이 지금처럼 관심을 끌기 전부터 있던 패션5이니 이미 유명세를 탈 만큼 타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특히 베이커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예술작품과도 같은 빵들로 가득하다는 소문을 듣고 자석에라도 이끌린 듯 패션5를 찾았고, 베이커리를 좋아하지 않더라도 어떤 곳인지 궁금해 하면서 들러볼 정도로 한남동의 대표 명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패션에는 외관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가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 중에는 소비자와의 진솔한 소통보다는 일방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 극대화시킨 플래그십들도 많다. 한마디로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인 플래그십들이다. 그런데 패션5는 다르다. 보여주기보다는 소비자와의 소통을 택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소비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발전시키는 모습이 플래그십 스토어라기보다는 랩스토어를 연상시킬 정도다. 비즈니스는 시작하기보다 지속시키기가 더 어렵다. 대기업들조차 비즈니스를 오래 지속하면서 발전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생각보다 10년을 넘기는 기업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패션5의 12년은 충분히 주목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패션5는 메뉴뿐만 아니라 인테리어까지 끊임없이 변화를 주는 곳이기 때문에 일정한 기간을 두고 여러 번 가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