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빈의 서비스 그레잇
장정빈 지음 | 영인미디어
장정빈의 서비스 그레잇
장정빈 지음
영인미디어 / 2018년 2월 / 260쪽 / 15,000원
Ⅰ. 고객 서비스의 기본 원칙: ‘그레잇 서비스’엔 기본 원칙이 있다
고객의 요구를 아는 것이 서비스의 시작이다
네, 해드리겠습니다: 산 지 1년도 안 된 핸드폰 배터리에 문제가 생겼다. 100퍼센트로 충전을 했는데도 서너 시간 후에 금방 없어지는 것이었다. A/S 센터에 갔더니 휴대폰은 이상이 없고 배터리 문제란다. 기사에게 “산 지 1년이 안 된 것인데 애초에 불량이 아니었을까요?” 하고 물으니 배터리를 구매한 곳에 가서 말해보라고 했다. 구매한 곳에서 물어보니 1년 이내 구매한 것은 영수증을 가져오면 교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영수증이 없었다. 다행히 배터리에 표시된 제조일을 보니 1년이 조금 넘어 있었다. 판매 직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제조하자마자 바로 팔렸다고 볼 수는 없으니 구매 1년 이내인 것으로 간주하겠다’라며 흔쾌히 새것으로 교환해 주었다. 배터리 구매비를 아낀 것도 기분 좋았지만 점원의 상식적인 판단 기준이 무척 맘에 들었다.
나는 서비스 경영 기법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시작한 1990년대 초, 당시 J은행에서 CS 추진 업무를 맡았다. 내가 그때 시작한 첫 번째 캠페인이 ‘Never Say No(안 된다고 말하지 않기)’였다. “창구 직원이 고객의 요청을 거절할 때 ‘안 됩니다’, ‘없습니다’, ‘곤란합니다’처럼 고객의 요구를 직설적으로 거절하는 것은 서비스가 아닙니다. 서비스맨의 모든 표현은 긍정적이고, 대안을 제시하는 표현이어야 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가능한 방법이 있는지 다시 한 번 검토해 보겠습니다.” 또는 “(죄송합니다만) 다음의 서류를 준비하셔서 다시 들러주시겠습니까?”라는 표현을 쓰도록 했으며, 상식적이고 정당한 요구라고 생각했다면 어떤 규정 때문에 거절했는지 조사하여 ‘규정 청소 작업’을 시행한 적이 있다. 지금도 그것이 제대로 된 추진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서비스 일선의 직원들은 고객이 합리적이고 정당한 주장을 하느냐보다는 회사의 규정에 근거해서 거절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런데 이 규칙들이 언제나 맡은 임무를 다하지는 않는다. 심지어 일부 규칙은 우리가 성취하려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스칸디나비아항공(SAS) 얀 칼슨 전 회장은 “근무자들이 고객에게 너그럽다고 회사가 손해 볼 위험이 그리 크지 않다. 진짜 큰 문제는 종업원들이 책임지는 것을 두려워해서 서비스를 아예 포기하는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리츠칼튼 호텔은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첫날, 수련원에 들어온 신입사원들에게 ‘노(No)’라고 크게 말하고 더 크게 그것을 반복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그것이 이 호텔에서 ‘No’라고 말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고 설명한다. 모든 고객에게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것은 더 큰 비용이 들고, 더 오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일이지만, 고객감동이 평생고객이라는 수확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리츠칼튼은 매우 잘 알고 있다. 서비스가 탁월한 기업은 ‘때로는 규정을 어기라’고 가르친다. ‘규정’이 모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규정을 넘어선 서비스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장의 직원이 권한과 유연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 직원은 기계적으로 시키는 일만 하는 보조수단이 아니라 고객을 흡족하게 하기 위해 스스로 판단하는 현장 책임자이며 회사를 대표하는 실제 결정권자다. 직원에게 권한이 없으면 일일이 상사의 결재를 받느라 고객을 짜증스럽게 할 것이다. 어느 강연에서 내가 직원의 유연성, 자발성을 강조하자 경영자 한 분이 “어느 정도까지 서비스 직원들의 유연성을 허락해야 합니까?” 하고 물었다. 나는 “야구의 홈런처럼 일정 범위(홈런 존)에 들어가기만 하면 됩니다. 일정 범위란 첫째로 고객의 상식, 둘째로 직원의 사리사욕이 아닐 것, 셋째로 상대규칙 정도가 아니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상대규칙이란 원활한 관리와 운영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항공 서비스라면 20분 전까지 티켓팅, 기내에 가지고 들어갈 수 있는 수화물의 크기 제한 같은 것들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분만이 임박한 산모는 입원 신청 서류를 뒤로 미뤄도 된다. 반면에 절대규칙이란 무기와 폭발물 검사 등 절대로 어겨서는 안 되는 규칙을 말한다. 병원 안에서의 금연은 절대규칙이다. 평소 기업 내에서 이런 규칙의 구분에 관해 공개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하고, 반복해서 학습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서비스 현장에서 직원들은 현명한 판단을 내리지 못한다. 서비스가 탁월한 기업을 만들고 싶다면 직원들에게 ‘때로는 규정을 어기라’고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규정에 대한 유연성이 고객의 만족도는 물론 직원의 만족도까지 높인다.
때로는 거절도 서비스가 된다: 평소 단골 고객을 우대하고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했더라도 어떤 때는 고객에게 최선의 선택이 아닐 때도 있다. 따라서 당장은 거래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관계에는 해가 될 수 있다. 찾아온 고객을 돌려보내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곳에 가면 더 좋은 서비스를 받거나 제품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면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훌륭한 서비스의 토대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그 제공 방식이 우리의 전문성과도 맞아야 한다. 즉, 우리가 하는 일이 우리가 최고로 잘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고객에게 최상의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거절하는 것이 훌륭한 서비스다.
예를 들어, 에버랜드의 롤러코스터는 키가 130cm 이하면 탈 수가 없다. 키가 기준치 미만이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타당한 이유 때문에 거절해야 하는 경우에도 고객의 호의를 얻느냐, 아니면 이후의 거래 기회를 잃느냐는 거절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거절을 해야만 할 때는 그것을 감동의 순간으로 바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디즈니에서는 아이가 키가 작아서 타지 못하는 경우, 아이의 키가 충분히 자란 후에 다시 오면 즉시 맨 앞줄에 설 수 있게 해주는 보증서를 선물로 준다. 기분 나쁠 수도 있는 순간을 감동의 순간으로 바꾸는 좋은 방법이다.
고객을 골라 받는 가게들도 있다. 최근 아이들의 입장을 금지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 매장이 늘고 있다. 통제가 어려운 아이들 때문에 얼굴을 붉히느니 차라리 막는 편을 택한다. ‘노키즈존은 인권침해이자 저출산 시대의 국가 시책에 역행하는 업주들의 횡포’라며 반박하는 주부들도 있다. 해외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구에선 아동이나 정장을 입지 않은 손님의 출입을 불허하는 식당이 드물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이 직접 선택하게 하는 방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KTX의 ‘유아 동반석’은 모범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이를 동반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거나 우는 것도 참겠다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선택’에 의한 것이므로 당연히 불편을 감수한다.
공감은 고객을 춤추게 한다
공감의 경쟁력: 기업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A/S센터 기사나 콜센터 상담원들이 종종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제품을 수리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실무적인 처리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고객의 감정에 소홀하다는 점이다. 다음의 대화 내용이 바로 그런 경우다.고객 : 전자레인지를 산 지 3일 만에 고장이 났어요. 이번 주말에는 써야 하는데요.
직원 : 네. 담당 기사가 새 제품을 가지고 금요일까지 방문할 겁니다. 그때 반품해 주시면 됩니다.
이 직원은 ‘산 지 3일 만에 고장’이라며 불만을 표현하는 있는 고객의 감정을 받아 주지 않은 채 ‘금요일까지는 방문하겠다’는 실무적인 해결책만 제시하고 있다. 상담 직원은 고객의 말속에 담긴 다양한 감정을 먼저 알아차려야 한다. “빨리 쓰셔야 하는데 불량품으로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먼저 나왔어야 하는 것이다.
엄마는 뽀로로 가방을 좋아할까?: 공감이란, ‘타인의 생각이나 감정을 자기의 내부로 옮겨 넣어 타인의 체험과 동질의 심리적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정의에서 보면 공감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이루어지는데, 그 중 하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어 내는 능력이다. 바로 ‘마인드 리딩’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적 공감’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한 ‘감정’을 공유하고 반응하는 ‘정서적 공감’이다.
다섯 살배기 아이들에게 루이비통 가방과 뽀로로 가방 중에서 엄마 생일 선물을 고르라고 하면, 아이들은 십중팔구 뽀로로 가방을 선택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엄마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관점과 다른 사람의 관점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자기중심성’ 때문이다. 자기중심성은 다른 사람의 시각에서 문제를 바라보지 못하는 인간의 성향을 말한다. 아이들은 8~9세가 되어야 타인의 관점을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 비로소 엄마가 뽀로로 가방보다는 비싼 가방을 원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처럼 자기중심성을 벗어나 타인의 관점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인지적 공감’이라고 한다.
한편 ‘정서적 공감’은 다른 사람의 아픔과 기쁨을 공유하는 능력이다. 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며 우리나라 선수의 선전에 박수를 보내고 환호하는 것은 언뜻 당연해 보이지만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다르게 분석한다. 우리 뇌 속에 ‘거울 뉴런’이라는 특별한 세포가 있어서 선수가 움직이면 나도 모르게 움찔대면서 선수와 똑같은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거울 뉴런의 기능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만큼 나도 고통스럽다. 감정이 전염되는 것이다. 감정의 전염은 두 사람의 감정 상태가 같아지는 현상이다.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데 탁월한 사람은 표현 방법이 확실히 다르다. 월요일 아침, 동료 직원이 다리에 깁스를 하고 출근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한 마디씩 했다. “어쩌다 다치셨어요?” 대부분은 이렇게 물었다. 다친 이유가 궁금했던 것이다. 딱 한 사람만 이렇게 말했다. “이런, 얼마나 아프셨어요?” 다친 사람의 입장에서 그 고통을 헤아리는 일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월등하다.
한 여성이 집에 오자마자 전화통을 붙들고 남자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한다. “진짜 속상해 죽겠어. 요번에 우리 회사에 남자 팀장이 새로 왔다고 얘기한 적 있지? 요즘 그 팀장 때문에 못살겠어. 얼마나 쫀쫀한지 내가 하는 일마다 시비 걸고 못 잡아먹어서 난리야. (……) 나 이 인간 때문에 더 이상 회사 못 다니겠어.” 한참 동안 가만히 듣고 있던 남자 친구가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직장이란 게 다 그런 거지 뭐. 회사 하루 이틀 다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너도 회사 오래 다니려면 팀장의 입장이나 조직의 특성을 좀 알아야 해!” 남자 친구에게 위로를 받고 싶었던 여자는 이런 남자의 반응이 황당할 따름이다. 여자가 그만두고 싶다는 것은 그 정도로 속상하다는 사실을 알아 달라는 뜻이지, 진짜로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약 남자가 이렇게 말다면 여자 친구의 반응은 달랐을 것이다. “와, 진짜 속상하겠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라며 기꺼이 한편이 되어 팀장 욕을 해 댈 것이다.
상대방이 화가 나 있을 때, 어떤 표현으로 위로하는 것이 좋을까? 대부분 이런 표현을 많이 한다. “억울하겠지만 참으세요.” “살다 보면 그런 일을 당하기도 합니다.” “오늘 액땜했다 생각하세요.” “듣고 보니 너도 잘한 것만은 아니네.” 그러나 이런 말은 상대의 화를 누그러뜨리고 마음을 여는데 적절한 말투가 아니다. 아이들 표현을 빌려 ‘상대와 한편을 먹어 줘야’ 하는 것이다. 특히, “듣고 보니 너도 꼭 잘한 것만은 아니네.”라고 했다면 이 말은 오히려 ‘남의 편’으로 오해받을 가능성이 높다.
공감 표현의 레시피: 훌륭한 요리사가 되려면 고객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진심을 최고의 요리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진심은 있어도 맛있게 표현할 줄 모른다면 훌륭한 요리사라고 할 수 없다. 남녀의 사랑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면 내가 공감하고 있음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공감 표현의 레시피’에 대한 핵심적인 방법 몇 가지를 함께 생각해보자.
① ‘반영의 표현법’을 활용하라 - 심리 상담에서 쓰는 용어로 공감한 바를 상대방에게 언어로 표현해서 전달해 주는 기법을 ‘반영’이라 한다. 반영의 표현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대방이 한 말을 재진술한 후에 말속에 담긴 감정이나 욕구를 언급하면 된다. “혼자만 그런 대접을 받았다니 정말 억울했겠군요.” “그 친구 얘기에 당신이 속상했겠네.”
② 맞장구를 쳐라 - 맞장구는 한마디로 상대가 더 즐겁게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로, 흔히 ‘리액션’이라고도 한다. 상대가 한 말 중에서 가장 중요한 말을 되뇌면서 대화의 진행을 촉진시켜 주는 것이다. 상대가 “나 영화 보기로 했어.”라고 하면 “영화? 무슨 영화 보기로 했는데?”라고 말하는 식이다.
③ 백트래킹으로 동조하라 - ‘백트래킹’은 한 박자 늦게 상대의 말을 따라서 받아 주는 것을 말한다. “오늘 야근을 했거든. 근데 아직도 못 끝낸 일이 산더미야.” “야근을 했는데도 못 끝낸 일이 산더미야?” “응, 언제나 다 끝날지 모르겠어. 아마 내일도 야근해야 될 것 같아.”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내일 야근까지… 그거 너무 심하네.”
④ 페이싱으로 보조를 맞춰라! - ‘페이싱’이란 상대방과 목소리 톤을 맞추거나 얼굴 표정을 매치시켜 친밀감을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서로의 표정, 말투, 취미를 맞추어 간다. 문자 메시지나 카카오톡에서 나누는 대화를 보면 “~용”, “~염” 등의 어투를 흔히 사용한다. 여자가 “그래서 어디세용?” 하면 남자는 “카페인데용!” 하고 답장을 보낸다.
Ⅱ. 고객을 사로잡는 서비스 테크닉: ‘그레잇 서비스’엔 특별한 비밀이 있다
서비스에 스토리를 담아라
“예쁜 걸로 하나 주세요”: 언젠가 나는 사무실에 토스터를 하나 장만하기로 했다. 그럼 판매원에게 어떤 토스트기를 추천해 달라고 해야 할까? 빵이 잘 구워지는 것, 두고두고 오래 쓸 수 있는 것, 고장이 나면 확실히 A/S가 보장 되는 것, 가격이 저렴한 것을 달라고 했을까? 물론 토스트기는 이런 조건을 구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이런 본원적 속성을 갖춘 조건들은 말 그대로 기본이고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다. 그날 마트에서 내가 판매원에게 한 첫마디는 “제일 예쁜 걸로 하나 주세요.”였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판매원들이 고객의 변한 욕구를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우리 제품이 선택 받아야 하는 이유로 내구성과 품질, 가격이라고 설명하면서 경쟁사와 승부를 걸고 있다.
오늘날 마케팅 전략의 무게 중심은 성능이나 내구성에서 점차 감성적 속성인 솔루션이나 서비스, 스토리로 이동 중이다. 다시 말하면, 유형의 제품에서 심리적 가치를 지향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8』에 따르면, 가성비뿐만 아니라 ‘가심비(價心比)’가 중요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가심비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따지는 소비 패턴을 말한다. ‘옥시 사태’로 불거진 불안으로 여성들에게 일반 생리대보다 가격이 3배나 비싼 천연 소재 생리대가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들이 기꺼이 높은 비용을 지불한 것은 일종의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한 ‘위안 비용’으로, 비싸지만 가심비 높은 소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전문 은행의 출범과 동시에 열풍을 일으킨 카카오뱅크의 성공 역시 실용성이나 효용성을 따지기보다는 귀여운 캐릭터가 큰 몫을 했다. 가성비의 기준인 실용성의 의미가 퇴색되고 가심비의 요소인 자기만족을 자극하는 것이다.
‘소비자 트렌드를 잘 읽어 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영업 현장에서 잘 파는 판매원과 그렇지 못한 판매원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시장에서 세 가지 부류의 판매원이 있다. 먼저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잘 팔지 못하는 판매원들이다. 그들은 대체로 상품의 품질과 기능ㆍ내구성 등 본원적 가치를 설득하는 기술이 부족하다. 두 번째는 상품의 본원적 가치를 설득하는 기술이 뛰어나도 성과가 평범한 판매원들이 있다. 그들은 상품의 본원적 가치를 잘 파는 기술만으로 세일즈 성과를 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마치 “이 토스트기는 빵이 아주 잘 구워집니다.”라며 구입을 설득하는 모양새다. 세 번째는 감성적 가치를 덧붙이는, 이른바 ‘가심비’에 초점을 두는 판매원이다. 고객의 구매 심리는 논리적 타당성이나 이성적 요소보다는 감성적 요소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광고계의 거장인 윌리엄 번버크도 감성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소비자는 이성적으로 시장조사를 하고서 감성적으로 상품을 구입한다. 그러고는 자신의 구매 행위를 합리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