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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미래는 늘 남에게만 보이는가

다카노 켄이치 지음 | 샘터



왜 미래는 늘 남에게만 보이는가

다카노 켄이치 지음

샘터 / 2016년 8월 / 256쪽 / 14,000원





소프트뱅크 | 손정의의 시점



“자신의 기량을 초월한 문제에 도전한다”

장대한 인생 50년 계획: 손정의는 놀랍게도 19세 때 ‘인생 50년 계획’을 세우고 현재까지 그것을 착실하게 실행에 옮기고 있다. 또한 그 50년 계획의 내용이 놀랍다. ‘20대에 이름을 날리고, 30대에 사업자금 1,000억 엔을 모으고, 40대에 한 차례 승부하고, 50대에 사업을 완성시키고, 60대에 사업을 후계자에게 물려준다.’ 20대 이름을 날리는 것까지는 사람에 따라 가능한 일이지만, ‘30대에 사업자금 1,000억 엔을 모은다’는 것부터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린다. 이렇게 자신의 기량을 훨씬 뛰어넘는 도전 과제를 자기 자신에게 부과하면서 뇌를 진화시켜온 사람이 바로 손정의다.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하지 말아야 할 것: 손정의처럼 큰 야망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도, 비즈니스 리더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자신의 기량을 초월한 문제에 힘쓰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가 찾아온다. 과장까지는 고도의 전문성을 익히기만 하면 대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데 부장이 되는 시점부터는 자신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것은 부장이 되면 해결해야 할 문제의 성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전까지는 문제의 틀이 비교적 명확하고, 전문지식이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현장 차원의 문제가 많다. 그런데 부장 이상이 되면 ‘기업 가치를 어떻게 높이는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본디 기업 가치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하는 것부터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고, 문제의 틀 자체가 혼란스럽다.

이런 문제는 영업, 개발, 제조라는 특정 기능의 경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때까지 자신이 축적해온 전문지식이나 경험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의 크기가 자신의 기량을 웃돈다. 손정의는 30대에 1,000억 엔의 사업 가치를 창출한다는 과제를 자신에게 부과했다. 자신의 전문성이나 경험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소프트뱅크 설립에 성공한 이유: 손정의는 왜 자신의 회사를 ‘소프트뱅크’라고 이름 붙였을까? 그것은 맨 처음에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파는 도매업으로 회사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반 샤프나 NEC(니혼전기주식회사)가 개인용 컴퓨터를 세상에 내놓았을 때다. 당시엔 마니아가 스스로 좋아서 프로그래밍을 했지만, 차츰 컴퓨터용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그 무렵 일본 최대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는 허드슨이라는 곳으로, 주로 조신전기의 대형 가전 양판점을 통해 컴퓨터 사용자를 대상으로 제품 판매가 이뤄졌다. 손정의는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장래성에 주목하고 제조사와 소매점을 중개하는 도매업에 참여했다. 그는 단기간에 사업을 성공궤도에 올리고 한때 시장점유율 80퍼센트를 차지한다.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 ‘문제의 구조를 해명하는 힘’이었다.

당시 일본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최대 회사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허드슨이었다. 손정의는 허드슨으로부터 독점판매권을 사들이는 대담하고 기발한 발상을 했다. 그를 위해 당시 자본금을 상회하는 큰돈을 조달하여 허드슨에 지불했다. 규모는 다르지만 최근 소프트뱅크가 스프린트(미국의 통신회사)를 매수하기 위해 20조 원 가까운 돈을 지불한 것과 같은 일을 이 무렵부터 이미 해왔던 것이다. 위험한 다리를 건넜지만 그로 인해 최대 회사의 제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 대다수 소매점이 기꺼이 소프트뱅크와 거래했다. 결국 손정의는 고객을 매수한 것이다. 그런데 허드슨 측에서 보면 독점판매권을 파는 것이 좋지만 소프트뱅크가 상품을 다 팔지 못할 경우에는 곤란해진다. 그래서 손정의는 상품을 충분히 다 팔 수 있다는 보증을 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떠오른 것이 당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소매로 팔던 조신전기다. 소프트뱅크는 조신전기를 위해 철저한 전략을 세우고 점두에서 소프트웨어의 매출 증가에 공헌했다. 이렇게 하여 손정의는 소프트웨어 도소매를 장악하고 폭넓은 판로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손정의의 머릿속에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 안을 거닐고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만나고 시장의 구조를 파악하는 가운데 떠올린 성공적인 아이디어다.

100가지 아이디어를 생각하자!: 마지막으로, 손정의는 ‘100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지 않으면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손정의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다양한 성장 드라이버를 생각해내고 그것이 사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해본다. 그를 통해 시장구조·사업구조·수익구조를 누구보다도 철저히 해명한다. 허드슨에서 독점판매권을 사들이고, ADSL 모뎀을 역 앞에서 공짜로 배포한다는 아이디어는 이런 활동 가운데서 탄생한 것이다. 손정의는 정적이고 상식적인 프레임워크가 통용되는 영역에는 진출하지 않고 불투명하지만 주체적인 행동으로 환경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한다. 그것은 문제의 구조를 해명하고 자신의 기량을 훌쩍 뛰어넘는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마존 | 제프 베조스의 시점



“상식에서 자유로워진다”

매출 70조 원의 초거대 소매업: 제프 베조스는 1994년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을 설립했다. 추천 기능이나 다음 날 배송되는 강점을 이용해 사업을 확대하여 현재는 매출액 70조 원을 넘어섰다. 책이나 음반에 그치지 않고 가전이나 잡화 등의 상품을 다양하게 갖추어 오프라인 점포에 큰 위협을 안겨주는 존재가 되었다. 제프 베조스는 서점의 개념을 근본부터 완전히 바꿔놓았다. 과거에는 버스나 전철을 타고 나가 번화가에 있는 곳에 나가야만 서점을 만날 수 있었고, 서점의 책장을 훑어보며 읽고 싶은 책을 찾고 거기에 없으면 포기했지만, 지금은 찾고 싶은 책의 키워드를 입력하기만 하면 그것과 관련된 엄청난 종류의 책을 찾아 보여준다. 또한 자신이 관심 있는 책을 추천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쓴 서평을 읽을 수도 있다. 전자책 단말기 킨들 덕에 책을 꽂아놓을 책장을 사거나 헌책을 팔러 가거나 끈으로 묶어 재활용품으로 내놓을 필요도 없어졌다. 책뿐 아니라 음악, 영화, 가전, 장난감, 가정용품 등도 킨들 스위치를 켜기만 하면 살 수 있게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컴퓨터나 전화를 ‘재발명’했듯이 베조스는 서점이나 소매점을 ‘재발견’했다.

상식은 새로운 가치를 낳지 않는다: 제프 베조스는 대학을 졸업한 뒤 월가의 헤지펀드 D.E.쇼(D.E.Shaw&Co)에 입사하여 수석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그러나 1994년 봄 인터넷의 잠재능력을 알아차리고 퇴사하여 인터넷서점을 설립했다. 기술 영역에서도 소매업 영역에서도 그는 말 그대로 아마추어였다. 그런데 그가 프로 소매업자들에게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그와 동시에 정보혁명의 총아로 떠올랐다. 1997년에는 주식 공개를 하고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공자 중 한 사람이 되었고, 1999년에는 《타임》지 선정 ‘올해의 인물’이 되기도 했다.

정보혁명으로 각 분야의 전제조건이 크게 변할 때에는 상식에 사로잡히지 않은 아마추어가 오히려 강점을 발휘한다. 프로는 업계의 상식을 의심할 수 없지만 아마추어는 그런 시점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매업에는 소매업을 위한 방법이 있다. 소비자를 아는 것은 바로 우리다. 웹사이트에 상품을 올린다고 팔리는 게 아니다.’라는 것이 프로의 시점이다. 이에 반해 제프 베조스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는 아직 발명되지 않은 것이 많다. 지금 새롭게 일어난 일도 많다. 인터넷이 얼마나 큰 영향을 가져올지 아직은 모른다. 따라서 모든 것은 지금 막 시작되었다.”

‘아직 모른다’는 시점이 제프 베조스에게 새로운 서점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상식이란 ‘보편적인 지식’, ‘변함없는 것’을 의미한다. 그 때문에 상식에 물들어 있는 프로에게는 세상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고정된 시점의 밖으로 나올 수 없다. 그러나 그는 아마추어였기에 업계 상식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자신의 취향에 딱 맞는 추천 기능, 원 클릭으로 쇼핑을 끝내는 간편성, 주문한 다음 날, 때로는 그날 중에 책이 배송되는 속도,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풀필먼트 센터(fulfillment center), 서점을 갖고 다니는 킨들 등등 업계 상식을 깨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모든 것은 지금 막 시작되었다’는 시점이 바람직한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보혁명 이후의 세계에서는 이처럼 사용자의 무의식 세계에 호소하고 놀라움과 쾌감을 선사하는 방법의 발견이야말로 가치를 낳는다. 이미 공공재가 되어버린 상식은 새로운 가치를 낳을 수 없다. 그래서 제프 베조스는 구글의 창업자처럼 철저히 신비주의를 취한다. 그것이 때때로 사회로부터 적대시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는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기득권에 매달리는 기존 선수들: 업계 상식을 의심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업계 관계자를 적으로 돌리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존은 지금까지 반디앤루니스를 비롯한 대형 체인 서점이나 출판사, 토이저러스 같은 서적 외 제품의 대형 소매 기업 등 업계의 강자와 격렬하게 충돌해왔다. 그러나 아마존 같은 아마추어가 프로를 이기는 일이 종종 있다. 그것은 왜일까? 업계 상식 중에는 많든 적든 기만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고객의 이익이 아닌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만이다. 업계 상식이란 많은 경우 ‘자신들은 프로이고 고객은 아마추어’라는 시점에서 근거한다. 이 때문에 ‘고객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없다.’, ‘자신들의 방식이 월등하다.’, ‘자신들에게 쉬운 것이 옳은 방식이다.’, ‘따라서 자신들은 높은 대가를 요구할 자격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는 기만이 생기기 쉽다.

예컨대 ‘높은 기술력이 좋은 제품을 낳는다.’는 제조사의 머릿속에는 ‘제품이 좋은지 나쁜지는 제조사의 기술력이 결정한다.’는 시점이 있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나친 오지랖일 뿐으로 제품이 좋은지 나쁜지는 소비자가 결정한다. ‘공공성이 높은 서비스는 고객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 불안전한 신규 참가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통신회사·전력회사·우체국·금융기관들은, 왜 소프트뱅크나 야마토 운송, 인터넷 생명보험의 사업이 확대되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제프 베조스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진실로 고객이 제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은 다르다. 고객이 아닌 라이벌 기업에만 신경 쓴다.”

결국 자신의 영역이나 기득권을 위협하는 라이벌에게 의식을 빼앗기는 바람에 고객은 보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거기서 기회를 발견하고 ‘고객에게 최선의 판단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서 자사의 가치를 찾아낸다. 그 결과 업계 관계자가 꺼리는 일을 하거나 때로는 자신에게도 불리한 일을 실행에 옮기기도 한다. 부정적인 리뷰도 그대로 게재하여 출판사나 작가에게 시달리는 일도 다반사다. 출판사나 제조사가 판매력을 동원하여 팔게 만들거나 라이벌 기업끼리 가격 경쟁을 붙이는 일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이 고객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제3자가 파는 중고서적을 신간과 나란히 팔아 더 싼 것을 고객이 선택하게 된다. 그 결과 매출이 감소할 것을 우려하는 출판협회나 인세가 줄 것을 걱정한 작가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아도 끄떡하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자사 내에서 신제품을 파는 부서마저도 적으로 돌린다.

그 외에도 배송료 무료나 매상세 제로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베조스는 아직 중소기업이었던 시기에 돌연 ‘시어즈(미국의 대형 백화점)가 되겠다.’고 말한다. 이런 구상을 차례로 내놓았기 때문에 그의 주위는 우왕좌왕한다. 사내 관계자는 ‘늘 있는 일로, 제프 vs. 세계라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고객의 이익을 추구하는 일이 결과적으로 아마존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이후 밝혀진다. 제프 베조스는 세상의 상식이 잘못되어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해왔던 것이다.

이노베이션을 낳는 뇌 구조: 각인된 업계 상식에서 자유로워지고 새로운 발견을 하기 위해서는 업계 밖으로 나가 외부와 접촉하는 것이 좋다. 최근 몇 년간 오픈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회사 바깥과 접촉하면 어떻게 이노베이션이 촉진될까? 거기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인류 역사를 원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 토기를 굽거나 금속을 가공하는 획기적인 이노베이션이 일어난 시기와 인류의 집단 규모가 커지는 시기는 거의 일치한다. 집단의 운영 능력이 높아져 많은 집단을 흡수하거나 통합한 결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환경이 새로이 형성된다. 그것이 이노베이션을 촉진시켰던 것이 아닐까.

다양한 경험에 태그가 붙고 무의식 세계에 축적된다. 그리고 얼핏 보면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개념이 검색 활동에 걸려 새로운 메타 개념이 탄생한다. 그것이 이노베이션의 메커니즘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배경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자극이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에 태그가 붙고 다양한 개념이 축적된다. 이것은 또한 다른 검색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집단에 들어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것이 집단의 규모 확대와 이노베이션이 거의 동시에 일어난 것을 설명하는 하나의 시점이다.



비즈니스 스승의 가르침



정보혁명 이후의 세계에서는 눈에 보이는 것, 과거에 경험한 것, 이미 상식이 되어버린 것, 그리고 자신의 내면에 시야가 고정되어 있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 지금까지 소개한 천재들은 오히려 과감하게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경험한 적이 없는 미래, 종전의 논리가 통용되지 않는 세계, 그리고 타인의 마음속으로 상상력을 펼치고 직관적으로 새로운 세계관을 떠올렸다. 그들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을 바꿀 수 있는가의 여부가 살아남는 비즈니스 퍼슨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나눈다.

이러한 시점을 획득한 비즈니스 스승들이 이룬 업적을 돌아보면서 가르침을 얻고자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은, 인텔의 가능성을 이끌어낸 앤드류 그로브, 정보통신업계의 미래를 예측하고 IBM을 재생시킨 루이스 거스너, ‘경영의 신’으로 불리는 마츠시타 고노스케다.

앤드류 그로브의 가르침 - 사업의 시점을 바꾸면 다른 가능성이 보인다

인텔의 역사는 세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제 1기는 1968년부터 1985년까지의 ‘메모리 기업’의 시대, 제2기는 1985년부터 1998년까지의 ‘마이크로프로세서 기업’의 시대, 제3기는 1998년부터 시작된 ‘인터넷 기업’의 시대다. 메모리와 마이크로프로세서는 컴퓨터의 핵심 구성요소로, 각기 기억장치와 연산 장치를 의미한다. 이 가운데 앤드류 그로브는 제 2기의 CEO로 일했다. 그는 미국에서도 가장 우수한 경영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데, 그것은 제2기에 인텔이 컴퓨터의 플랫폼을 지배하는 기업으로 날아오를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인텔은 원래 MOS(금속 산화막 반도체) 설계 제조 기술을 성공요인으로 삼아, 타사에 앞서 메모리 사업을 성공시켰다. 여기서 그는 집적도나 수율을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한다. 그런데 1970년대에 접어들자 반도체 제조 장비의 개발투자에 거액의 자금이 들게 되고 제조 기술의 강점이 니콘이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같은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로 옮겨갔다.

이러한 환경 변화는 인텔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제조 장비를 구입하여 강점을 획득한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이 메모리 사업 분야에서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보다 일찍 성공요인을 확립한 기업이라도 이 같은 환경 변화에 전혀 상처 받지 않을 수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 이르자 인텔은 메모리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단을 내린다. 메모리 사업을 성공시킨 주역 중 하나인 앤드류 그로브로서는 매우 가슴 아픈 일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천재적인 그라도 과거의 성공 체험에서 물러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말에서도 알 수 있다. “생사를 건 싸움터가 되어서야 그동안 오래도록 신봉해왔던 신조를 완전히 부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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