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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보면 패턴이 보인다

이지효 지음 | 처음북스



거꾸로 보면 패턴이 보인다

이지효 지음

처음북스 / 2016년 5월 / 256쪽 / 15,000원





Part 1. 신사업 탐색의 중요성과 컨트라리언 접근방법에 대한 이해



신사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급변하는 21세기의 사업환경: 최근 기업환경의 변화를 세 단어로 설명하면 ‘세계화’, ‘속도’, ‘불확실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속도나 상황은 다르더라도 기본적으로 시장의 진화방향이 동조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국가별 특성이 다 다르고, 시장의 진화형태 또한 다른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경제발전 정도는 다를지 몰라도 진화의 방향성이 유사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두 번째 특징은 속도다. 2000년대 초반의 심해유전개발 활성화에 뒤이어 2000년대 중반 급격한 유가상승과 이에 따른 태양광, 풍력과 같은 대체 에너지가 각광을 받는가 싶더니, 곧 버블이 붕괴되자마자 이번엔 셰일가스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이 각광을 받다가 최근에는 타이트오일이라는 새로운 석유자원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의 속도와 정도는 기존의 에너지 산업을 생각해보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으로 불확실성의 증가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화는 사업을 수행하는 데에 고려해야 할 변수를 엄청나게 복잡하게 만들었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변화, 유럽 국가의 국가부채 상황이 한국 기업에게 직접적으로건 간접적으로건 영향을 미치고 있고,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 다양한 외생변수들을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 급속하게 변화하는 사업 환경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크게 높여 놓았다.

위협과 기회 그리고 신사업의 중요성: 이러한 사업 환경의 변화 탓에 21세기를 살아가는 기업들은 지속적인 사업 안정성에 큰 위협을 받고 있다. 하나의 사업모델만으로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성장과 생존이 가능했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21세기의 시작이던, 2000년에서 2010년의 불과 10년 사이에 선도업체의 이름이 크게 뒤바뀌었다.

2000년대 초반을 선도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때 통신시장을 주름잡던 알카텔-루슨트가 사라졌고, 소니, 파나소닉과 같은 일본 업체들은 생존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대로 생겨난 지 10년이 갓 넘은 구글, 아마존과 같은 업체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이동전화기 시장에서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전 세계 이동전화기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하면서 시장을 주름잡던 노키아, 이동전화기라는 제품을 최초로 만들어 낸 모토롤라는 인수합병되어 브랜드만을 남기고 사라져버렸고, 애플과 삼성전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기업들에게 지속적인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변신은 사업모델의 변화를 의미한다. 결국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계속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꼭 위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변화하는 순위는 뒤집어 이야기하면 후발기업이나 신생기업에게는 새로운 사업기회 발굴 여부에 따라 얼마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다.

핵심은 앞으로의 기업 환경에서 새로운 사업기회의 발굴, 즉 신사업 개발은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숙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신사업이라는 것은 지금 하고 있는 사업과 완전히 다르고 전혀 거리가 먼 사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 사업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혁신해 나가는 모든 과정은 곧 신사업을 찾는 것과 같다. 신사업의 방법론에 대한 고민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을 찾고자 하는 경우뿐 아니라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을 어떻게 성장하고 개선해 나갈 것인가라는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신사업을 상시적이고 핵심적인 기능이라기보다는 성장이 정체되거나 돌파구가 필요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고민하는 것으로 여겨왔다. 그리고 기존의 사업과는 분리된 완전히 별도의 업무로 여겨 왔다. 하지만 최근의 기업 환경, 즉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신사업은 상시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필수 기능이 되어가고 있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기업은 신사업을 담당하는 부서를 상시조직으로서 운영하고 있다. 미래에도 기업이 영속적으로 생존하려면 신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신사업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기존 신사업 접근의 한계: 현재 많은 조직에서 신사업을 찾는 접근방법은 대동소이하다. 트렌드나 산업동향, 경쟁사 동향 등을 조사하여, 생각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기회들을 모아 나열하고, 이를 몇 가지 기준으로 평가한 후 우선순위를 매기는 것이 전부다. 이 순서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구체적인 실행과정에 있다. 신사업을 찾기 위한 핵심은 다양한 사업기회 중에 무얼 고를 것이냐 이전에, 제대로 된 사업기회 자체를 찾아내는 데 있다.

대부분의 신사업 관련 서적을 살펴보면 두 가지 부류가 있다. 하나는 트렌드 서적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방법론에 대한 서적인데, 문제는 둘 사이가 비어 있다. 큰 개념의 트렌드에서 이야기하는 기회는 너무나 막연하고, 방법론은 거의 다 ‘어떻게 고를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장 중요한 트렌드를 가지고 구체적 기회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매력적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낼 것인가? 제대로 된 신사업 기회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

새로움이 아닌 다름이 필요하다: 세상 대부분의 성공적인 사업은 새로움이 아닌 다름에서 나왔다. 가까이 한국에서 성공한 사업들을 생각해보자. 삼성전자는 어떻게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진입해서 세계 1위 업체가 될 수 있었을까? 현대중공업은 어떻게 조선산업에 진입해서 세계 1위가 될 수 있었을까? 이병철 회장이나 정주영 회장은 이 세상에 없던 사업을 창조해낸 혁신가가 아닌,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사업들을 보았던 전형적인 ‘컨트라리언(Contrarian)’이었다.

‘컨트라리언’역발상의 달인: 컨트라리언이란 얼마나 인기 없고 반대가 심한가와 상관없이 다수의 의견과는 반대되는 의견을 견지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역사상 대표적인 컨트라리언을 골라보자면 모든 사람들이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던 중세 시대에 지구가 태양을 돈다는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오 갈릴레이, 모든 사람이 인도를 가기 위해 동쪽으로 떠나던 상황에서 지구는 둥글다고 믿고 서쪽으로 배를 몰았던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그리고 창조론에 대항하여 진화론을 주장한 찰스 다윈을 우선 꼽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문제를 진지하고 깊은 탐구를 바탕으로 확인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몇 번씩 되묻는 과정을 통해 발견해 낸 스스로의 진실에 몰두했던 것이다. 남들이 모두 믿는 것을 그저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려고 노력하여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진실을 발견했고, 위인으로 남았다. 이것이 신사업을 찾을 때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세다.

컨트라리언 인베스팅의 원칙: 신사업 발굴을 위한 컨트라리언 접근방법을 살펴보기 전에 잠깐 투자기법 중 하나인 컨트라리언 인베스팅(investing)을 짚어보자. 컨트라리언 인베스팅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다. 첫째, 시장에서 초과수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컨센서스와는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둘째, 의도적으로 시장의 컨센서스에 도전하고 의문을 제기하여 시장의 컨센서스가 가진 결점을 찾아내고, 투자기회를 발굴하여 차별화된 수익을 달성하고자 한다. 셋째, 이를 위해서 경제, 산업, 기업의 사이클 및 동향에 대한 자신만의 관점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여 시장의 다수와는 다른 시각을 견지한다. 이 원칙을 통해 많은 투자자들이 성공적인 투자기회를 찾아냈다. 그러면 원칙을 머리에 담아두고 과연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발굴한 기업은 그 기회를 어떻게 포착했는지 한번 살펴보자.



Part 2. 성공적인 신사업발굴 사례들



첫 번째 기회, 트렌드의 연쇄적 확산에 따라 생겨나는 기회의 선점

한국 콜마와 코스맥스: 1990년대 후반까지 한국의 화장품 시장은 매우 후진적 구조였다. 일부 고소득층을 타켓으로 백화점이라는 선진 채널이 이용되기는 했으나 대부분 동네 구멍가게 수준이던 영세 화장품 상점들과 방문판매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부터 큰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 바로 브랜드 샵이다. 미샤, 페이스샵을 선두로 새롭게 시작된 브랜드 샵은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깔끔한 매장을 앞세워 후진적 유통구조를 혁신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대표적인 선도업체인 에이블씨앤씨(미샤)는 매출 4,500억 원에 순이익만도 400억 원이 넘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고, 페이스샵은 2009년에 LG생활건강에 4,200억 원에 인수되었다.

그런데 사실 화장품 산업을 살펴보면 선진화의 진정한 승자는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두 기업체인 한국 콜마와 코스맥스다. 한국 콜마와 코스맥스는 미샤, 페이스샵과 같은 브랜드에 완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외주 전문 생산업체다. 브랜드샵 시장에서 수많은 브랜드가 뛰어들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사이 그 뒤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전문업체인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시장을 과점하면서 안정적이고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2013년에 에이블씨앤씨의 시가총액은 3,560억 원이지만, 한국 콜마는 4,500억 원, 코스맥스는 7,000억 원에 이른다.

최근 산업들이 선진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움직임이 무엇이냐고 한다면 바로 전문화일 것이다. 점점 더 소비자의 니즈가 복잡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차별화가 중요해졌고, 기업은 제품개발, 제조, 마케팅, 유통에 이르는 전체 과정 중에서 핵심이 되는 영역에만 집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의 화장품 시장 선진화를 주도한 미샤와 페이스샵은 브랜드 마케팅과 점포 운영에만 집중하는 모델로 성공을 거둔 것인데, 한국 콜마와 코스맥스는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그 뒤에서 생산에만 전념하는 새로운 화장품 회사를 만들어내어 더 큰 성공을 이뤄냈다. 초기에는 생산만 하던 데서 최근에는 아예 제품개발까지 전담하고 있다.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선진화를 이뤄낸 샵의 성장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보았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뛰어들어 성장시장의 과실을 따먹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 치열한 경쟁의 뒤편에서 일어나는, 가치사슬의 다음 단계에서 벌어지는 변화에 눈을 기울였던 회사는 한국 콜마와 코스맥스 두 회사뿐이었고, 이들은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과점시장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신사업을 고민하는 데 큰 교훈이 된다. 세상의 트렌드에서 차별화된 시각을 갖고 기회를 포착하려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변화에서 한발 떨어져서 보다 큰 그림을, 즉 트렌드가 촉발하는 연쇄적 변화까지 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컨트라리언이 가져야 할 자세다.

두 번째 기회, 산업의 사이클을 이용한 사업기회

구글의 지메일은 후발업체임에도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매력적인 신사업기회를 포착하는 것은 꼭 초기에 진입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구글의 지메일(Gmail)은 후발업체임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이메일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당시 세계적으로는 야후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인수한 핫메일(Hotmail)이, 한국만 해도 다음의 한메일(Hanmail)이 이미 시장에서 단단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구글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1기가바이트의 저장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면서 사용자들의 환호성을 자아냈다. 어떻게 후발업체인 구글이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선도업체보다 더 많은 무료 저장 공간을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그 이유는 구글이 시장에 진입한 타이밍에 있다.

무어의 법칙으로 잘 알려진 것처럼 컴퓨터와 반도체 산업은 매우 빠르게 진화한다. 단위당 가격이 급속하게 하락하는 것이다. 핫메일은 1996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로 선도업체로서 많은 사용자를 확보했고, 이들에게 무료 이메일을 제공하기 위해 스토리지에 많은 투자를 이미 해두고 있었다. 이들이 서비스를 시작하던 1996년에 주어지던 무료 저장 공간은 2메가바이트였고, 이후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다. 2000년대 초반에 접어들어서도 핫메일 입장에서는 그때까지의 투자비를 감안할 때, 합리적인 무료 저장 공간은 10메가를 넘기 어려웠다.

하지만 지메일은 달랐다. 훨씬 뒤늦은 시점에 새로이 사업을 시작한 지메일은 훨씬 저렴한 가격에 스토리지 투자를 할 수 있었고, 이 덕분에 기존 업체 핫메일로서는 불가능한 1기가바이트를 무료 저장 공간으로 제공하면서도 비용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핫메일도 저장 공간을 크게 늘렸지만 그조차도 250메가바이트가 한계였다. 비용이 비싼 시절에 이뤄진 막대한 투자 탓에 핫메일은 도저히 지메일을 따라잡을 수 없었고, 결국 상황은 완전히 역전되었다.

지메일의 사례는 사이클을 이용한 신사업기회를 찾는 데 중요한 단서다. 매력적인 신사업기회에 진입할 때 꼭 초기에 진입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많은 경쟁자들이 앞다투어 달라붙는 시점보다 오히려 산업이 충분히 발전하고 기술의 완성도가 높아진 시점에 더 나은 진입기회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산업의 사이클을 이해하면서 그 와중에 변화하는 산업기술과 비용 구조를 뜯어보는 것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좋은 방법이다.

세 번째 기회, 다른 시장에서 빌려올 수 있는 신사업기회

가난한 아프리카 시장을 열어젖힌 SAB밀러의 신개념 맥주: 2000년대 들어 개도국의 경제성장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지만 아프리카 시장은 사실 잊힌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브릭스(BRICs) 국가들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천연자원을 통해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국가들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서 아프리카 시장이 10억 인구를 보유한 새로운 미래 시장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코카콜라도 아프리카 시장에 앞으로 10년 동안 12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을 발표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득수준이 낮아 실제 시장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세계 2위 맥주회사인 밀러는 새로운 방식의 전략을 통해 아프리카 시장을 뚫어냈다.

술이라는 것은 전 세계 어디서나 소비되는 상품이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최근까지만 해도 술을 사 마시기보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마시는 전통주가 일반적이었다. 낮은 소득 수준 때문에 제대로 된 술은 일부 부유층을 제외하면 거의 마시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여러 회사들은 맥주를 판매해보려 했으나 속도는 매우 더뎠다. 이런 상황에서 밀러는 다른 시장에서 힌트를 찾았다. 일본에서는 발포주라고 하는 독특한 개념의 맥주가 판매되고 있다. 일본은 맥주에 대해서 리터당 220엔이라는 높은 세율을 물리고 있는데, 주세법상으로 맥주는 ‘맥아와 호프를 50% 이상 이용해서 만드는 술’로 엄격하게 규정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맥주 회사들은 더 싼 맥주를 만들기 위해 맥아와 호프를 규정보다 적게 사용하여 가격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세금을 낮추는 편법을 찾아냈는데 이것이 발포주다. 보통 술은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을 당 발효시켜 만드는데, 맥아와 호프 대신 쌀, 옥수수 등 다른 탄수화물 원료를 이용하는 유사 맥주제품을 만들어낸 것이다. 맥아와 호프를 25% 이하로 사용하는 경우, 주세가 리터당 134.25엔으로 크게 낮아져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점에 착안했다. 여기에 비싼 맥아와 호프 대신 값싼 원료를 사용하니 가격을 더욱 낮출 수 있었다. 밀러가 착안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어차피 고객들이 맥주 맛에 익숙해져 있는 것도 아닌 상황에서 비싼 수입 원료인 맥아와 호프에 집착해서 팔리지도 않는 비싼 맥주를 만들 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아주 값싼 원료를 대신 사용하여 저렴한 맥주를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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