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람, 이란비즈니스
매경이란포럼팀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살람, 이란비즈니스
매경이란포럼팀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 2016년 5월 / 200쪽 / 12,000원
Part 1. 다시 열린 기회의 땅 이란
1. 새로운 엘도라도 이란으로 가라
때 묻지 않은 노다지 시장이 열리다: 이란이 37년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다. 1979년 이란 호메이니 혁명 이후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이제 37년 만에 기다리던 기회가 왔다. 노다지, 문자 그대로 ‘노다지 시장’이다. 석유 매장량 세계 4위, 가스 매장량 세계 1위, 한반도 면적의 약 7.5배의 국토와 인구 8,000만 명의 거대한 이란 시장이 활짝 열렸다. 그것도 누구도 제대로 개발을 해 보지 못한 때 묻지 않은 시장이다. 이란 석유 매장량은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다음이다. 천연가스는 러시아, 카타르보다 더 많은 매장량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밖에도 구리, 철광석, 아연, 석탄 등 다양한 자원을 갖고 있다.
이란은 서방 경제제재 기간 동안에도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카타르와 함께 ‘빅 5’안에 드는 대형 건설 시장이었다. 건설ㆍ인프라 분야 전문 분석 기관인 MEED에 따르면 2016년 2월 기준 이란에서 진행되거나 계획된 프로젝트 규모는 2,591억 달러에 달한다. 경제제재가 해제된 만큼 이란 시장이 커 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제재 해제 이후 민영화가 추진되는 시장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통신, 자동차, 담배, 광산 등이 대표적이다. 코트라는 이란 부자재 수출이 유리하다고 강조한다.
선박 시장 역시 이란은 우리나라에 블루오션으로 떠올랐다. 이란국영유조선회사는 향후 10년간 18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선박 발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 업계가 수주 가뭄으로 고사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란 최대 국영 해운사인 IRISL은 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대규모로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IRISL은 미국 경제제재 해제 이후에 본격적인 영업망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선박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IRISL은 최근 네덜란드 로테르담, 벨기에 안트베르펜 등 유럽 주요 항구도시로 정기노선을 복원했다. IRISL은 2016년 2월 말 부산항에 빈 컨테이너를 들여와 운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란 국적 선박이 부산항에 입항한 것은 4년 만이었다. IRISL은 곧 부산항과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를 잇는 정기 항로를 개설할 예정이다.
1967년 설립된 IRISL은 과거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규모 발주를 했던 회사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가 강화되며 이란발 선박발주는 최근 7~8년간 중단된 상태였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도 IRISL 외에 이란국영조선회사 등과 선박 계약을 협의하고 있어 추가 수주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그러나 막연한 기대감을 갖는 것은 금물이며 냉정하고 차분한 시장분석과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중동지역에서 플랜트 출혈 경쟁으로 인한 대규모 적자 사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부 발주처에서는 프로젝트 대금을 가스, 원유 등 현물로 지급하거나 개발 물량 중 상당량을 사업자가 떠안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런 사업 조건은 수주 기업에 매우 불리하기 때문에 냉철한 접근이 없으면 손실을 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경수 현대건설 테헤란지사장은 “일부 가스전 개발 사업에서 이란 발주처는 연간 생산 물량 60%를 책임지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필수 GS건설 테헤란지사장은 “결국 가스공사에서 이런 물량을 사 주지 않으면 프로젝트 수주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기업들끼리 덤핑 경쟁하면서 저가 수주로 부실을 양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가장 많았다. 삼성엔지니어링, 대림산업, GS건설 등 국내 상당수 건설사들은 중동 플랜트 시장에서 저가 출혈 경쟁을 벌이다가 수조 원대 부실이 쌓여 한때 큰 위기를 겪었다. 이란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들끼리 이 같은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다시 벌여서는 안 된다.
기술과 자본력으로 뚫어야: 이란은 영양실조 상태다. 대규모 프로젝트가 널려 있지만 문제는 자본이다. 이란에 진출한 기업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공통적으로 한 말이다. 이들은 “한국 기업이 영양제를 가져와서 이란 경제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며 파이낸싱 능력이 이란 시장 진출의 최대 관건이라고 말했다. 곽민수 포스코대우 테헤란지사장은 “이란에서는 ‘EㆍPㆍC+F(엔지니어링ㆍ조달ㆍ시공+파이낸싱)’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자금조달이 되지 않으면 어떤 프로젝트도 수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곽 지사장은 “여기에 O&M(운영ㆍ관리)과 정부 보증까지 요구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필수 GS건설 테헤란지사장도 “이란 발주처 관계자들을 만나면 누구나 ‘EㆍPㆍC+F 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며 “민영화된 발주처가 많아 수출금융기관의 지원이 매우 중요한 시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명규 두산건설 테헤란지사장은 “이란은 최근 EㆍPㆍC 뿐만 아니라 기술과 기자재 전수를 요구한다”며 “가스터빈 분야 등 분야별로 기술을 이전해달라고 강력히 요구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근무하다 이란으로 건너온 정현석 대우건설 테헤란지사장도 “이란 발주처들은 투자부터 건설, 운영, 관리까지 100% 민자 사업을 원하고 있다.”며 원활한 자금 조달이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가장 절실한 과제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란 시장에서는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대규모 프로젝트의 경우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 공사의 지원 없이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수출입은행은 이란 진출 한국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70억 유로 규모의 금융패키지를 마련한 상태다. 이란 정부의 주요 관심 분야인 인프라ㆍ발전ㆍ철강 사업에 한국기업이 참여하면 약 50억 유로를 지원할 예정이다. 수출입은행은 이란 현지 은행과의 전대금융 신용공여한도를 복원하고 포페이팅 등 외국환 업무 지원도 재개할 계획이다. 전대금융이란 수출입은행이 외국 은행에 신용공여한도를 설정하고, 현지은행은 수출입은행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해 한국기업과 거래 관계가 있는 현지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이란 현지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의 활약은 큰 주목을 받았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김영학 무역보험공사 사장의 지원내용은 현지 언론인이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란이 금융지원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대목이다. ‘F(자본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T(기술)’이다. 이란은 기술이전 없는 투자는 무의미하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 플랜트 사업에 기술이전 조건을 내걸고 있다.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 기술력이 필요한 산업 역시 기술이전이 가장 큰 요구사항이다. 특히 단순 소비재를 파는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고를 하고 있다. 2015년 이란 정부는 주한 이란 대사관을 통해서 소비자 판매 비중이 높은 국내 모 대기업에 대해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란은 수입환율을 10단계로 차등화해서 생필품, 의약품이 아닌 경우 불리한 환율을 적용해 수입을 사실상 억제하고 있다. 기술과 자본이 함께 어우러진 장기 투자가 이뤄져야 이란 시장에서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2. 생각보다 깊은 한국과 이란의 인연
테헤란로와 서울로: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3년 오일쇼크 당시 이란이 중동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에 석유를 공급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강남역부터 삼성역에 이르는 3.7km 길이의 삼릉로를 ‘테헤란로’로 명명했다. 당시 이란의 팔레비 국왕도 양국 간 우호 증진의 이유로 테헤란의 약 3km 길이의 도로에 ‘서울스트리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1977년 6월 에는 골람 레자 닉페이 테헤란시장과 구자춘 서울특별시장이 ‘서울-테헤란길명 교환합의서’를 맺었다. 팔레비 국왕은 1978년 박 전 대통령의 이란 방문을 추진했으나 박 전 대통령의 서거와 1979년 이란혁명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의 이란 방문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테헤란로는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지구로 한때는 벤처 붐의 중심이기도 했다. 지금도 고층 빌딩이 즐비하다. 이란 서울로는 테헤란의 대표 상업 지구는 아니지만 중요한 위치에 있다. 테헤란 최고급 호텔인 페르시안 아자디 호텔, 테헤란 국제 엑스포 등이 서울로와 연결되어 있다. 테헤란에는 서울로 뿐만 아니라 서울공원과 서울광장도 있다. 테헤란시가 한ㆍ란 수교 40주년을 기념해 자발적으로 만든 것이다.
이란에선 당신도 한류스타: 이란에서는 2006년부터 2009년 사이에 한국 드라마 열풍이 불었다. 2006~2007년 방송된 <대장금>은 현지에서 최고 시청률이 90%까지 치솟았고, 2008년~2009년 방송된 <주몽>은 최고시청률 85%를 기록했다. ‘대장금’은 이란어로 발음이 어렵기 때문에 ‘양금’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주몽>의 주인공 송일국이 이란을 방문했을 때 일화는 유명하다. 송일국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리면서 이란 공항이 거의 마비가 될 정도였고 심지어 경호원들도 기회가 되면 팬으로 돌변해 사인을 요청했다. 한 10대 이란 청소년이 <주몽>에서 소서노 역할을 맡았던 한혜진을 너무나 흠모한 나머지 그녀와 결혼하러 한국에 가고 싶다고 가족들에게 말했다가 반대하자 자살을 기도한 일까지 있었다.
한국 드라마가 어째서 이렇게 높은 인기를 누렸을까. 여기에는 문화적인 이유가 있다. 이란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자신보다 높은 사람들에게 복종하는 문화가 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전통적 가치관이 드러나는 사극이 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국 사극은 이란 방송에서 꺼려하는 요소가 없다는 점에서 이란에서 방영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예를 들어 여성이 신체를 노출하는 드라마는 이란에서 방영이 어려운데 사극에서는 전통의상을 입다보니 신체 노출이 별로 없다.
사실 90%라는 경이적인 시청률이 가능했던 것은 이란에 방송채널 수가 몇 개 없고 우리나라처럼 저녁에 술을 마시는 문화가 없다는 점이 컸다. <대장금>과 <주몽> 이후 <해신>, <바람의 나라>, <상도>, <이산>, <해를 품은 달> 등 한국 사극들이 계속 소개되고 있다. <대장금>과 <주몽>의 연이은 성공은 이란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급상승시켰고 한국 제품이 성공을 거두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실제로 이란에 가서 한국인이라는 것을 밝히면 대단히 우호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 특히 비슷한 동양권인 중국이나 일본과 비교하면 더더욱 그렇다.
한국 드라마가 방송을 통해 이란 전 계층에 한국을 알렸다면 요즘의 이란 젊은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한류를 접하고 있다. 엑소나 소녀시대 같은 한국 아이돌, <응답하라 1988> 같은 한국 드라마를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하고 있다. <대장금>과 <주몽>보다 먼저 이란에 퍼진 한류는 바로 태권도다. 이란에만 태권도 도장이 3,800곳 태권도 인구가 200만 명에 달한다. 전 세계 유일하게 프로리그가 열리고 있고 이런 저력에 힘입어 종주국인 한국을 위협하는 태권도 강국이다. 태권도는 이란 정부가 여성들에게 허용한 몇 안 되는 스포츠 중 하나다. 도복이 몸을 가리고, 헤드기어 안에 히잡을 써서 머리카락을 가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산이 휩쓰는 이란: 이란에 도착해서 차를 타고 다니다 보면 한국산 자동차가 유난히 많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차가 유난히 많이 발견되며 기아차의 구 프라이드 베타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란 공항에서부터 최고급 호텔까지 곳곳에 LG전자와 삼성정자의 TV를 발견할 수 있다. 한국산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은 70~80%에 달한다. 이란에서 기아 프라이드를 많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기아차가 이란의 국영 자동차인 SAIPA와 합작 법인을 만들고 1993년 프라이드 조립공장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바’라는 브랜드로 판매된 이 차량은 이란에서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이란 국민차가 됐다. 하지만 2005년 기아차가 철수하면서 SAIPA는 부품을 수입해 완성차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 가전회사들이 이란에서 성공을 거둔 건 현지화와 한류 효과가 크다. LG전자는 2013년 섭씨 60도 이상의 고온에서 강력한 냉방 성능을 제공하는 에어컨‘타이탄 빅Ⅱ’를 출시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제품은 혹서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실내흡연율이 높은 중동 현지 소비자들을 위해 담배연기 제거기능도 탑재했다. LG전자는 <주몽>이 한창 인기가 높을 때 주연배우인 송일국을 초청해 마케팅하기도 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자신의 물건에 손대는 것을 싫어하는 중동인의 특성에 착안해 1998년 자물쇠 냉장고를 선보여 150만 대 넘게 팔았다. 2014년에는 얇고 부드러운 히잡이 망가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세탁해 주는 ‘이슬라믹 린스’ 기능을 추가한 히잡 세탁기를 내놓았다. 과거 대우그룹의 영향으로 대우 브랜드는 여전히 이란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이란 전자 회사인 엔텍합이 동부에 인수되기 전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를 추진했던 것도 이런 영향이 있다. 엔텍합이 대우일렉트로닉스 제품을 수입해 판매하거나 주문상표 부착 방식으로 거래를 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표 시계인 로만손도 이란에서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다. 19년 전 진출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란 시내에서는 로만손 광고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란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그밖의 기업으로는 한국 대표 담배회사인 KT&G가 있다. KT&G는 2009년 현지공장을 만들고 직접 담배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10% 내외다. KT&G는 담배뿐만 아니라 홍삼도 수출하고 있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이슬람권에서 홍삼은 동양의 신비로운 묘약이라는 인식이 있다”면서 “할랄 인증을 받은 후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Part 2. 꼭 알아야 할 이란비즈니스 팁
3. 왕 서방을 울린 페르시아 상인
왕 서방의 만만디보다 더 심한 페르
시아의 야바시: 중국에 만만디가 있다면 이란에는 야바시가 있다. 야바시란 ‘천천히’란 뜻이다. 말 그대로 모든 것에 대한 결정이 천천히 내려진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다. 코트라 테헤란 무역관에서 상품전을 기획했다. 한국과 이란의 발전을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행사였다.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코트라 입장에서는 행사의 승인 역시 빨리 받고 싶었다. 불안요인을 하나라도 줄이고 싶어서였다. 이란에서는 호텔 등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람이 모이는 회합을 할 경우엔 공안 당국 등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신청서를 넣고 아무리 기다려도 답은 올 기미가 안 보였다. 급한 마음에 서류를 다시 꾸며 보기도 하고 아는 사람을 통해 알아도 봤지만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답변만 들을 뿐이었다. 결국 승인이 떨어진 것은 행사를 이틀 앞둔 때였다. 현지에서 한 번이라도 일을 해 본 사람이라면 끝까지 사람을 기다리게 만드는 야바시 문화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급한 사람이 먼저 패를 공개하게 돼 있고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란 사람들은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김승욱 코트라 테헤란무역관장은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이란의 만만디 야바시 문화는 계약지연을 통해 유리한 협상 고지를 차지하려는 전략이니, 번거롭더라도 계약 시 상세한 내용을 포함시키고 중재 조항, 소유권 등을 명기해야 합니다.” 급한 사람이 지는 게임이란 얘기다. 여기엔 ‘인내의 미덕’을 맹신하는 시아파 고유의 전통 역시 한몫한다. 이란은 우리와 다르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시간은 금’이라는 것은 우리의 전통일 뿐 그들의 전통이 아니다. 이란인들은 시간을 갖고 차분하게 생각하는 것을 기본으로 삼는다.
물론 이란 사람들도 급하다고 생각하면 본인들도 급하게 나온다. 그러나 그 전에 상대가 급해지도록 끝까지 기다리는 것이 이들의 생활 습관이자 협상전략이다. 누가 먼저 답답해지는지를 기다리는 식의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10년 넘게 이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한 상사 관계자는 “이란에선 최초 상담 이후 거래가 성사되기까지 적어도 1년은 잡고 시작해야 화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거래처에 상품소개를 하고 1~2년이 지난 뒤에야 연락이 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질 급한 한국인의 시간표에 맞춰서 일하려고 했다가는 본인만 피해를 보게 마련이다. 답답하다고 생각되면 ‘급하게 생각하는 쪽이 질 수밖에 없다.’는 말을 되새기라고 조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