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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의 역사 1

로렌스 프리드먼 지음 | 비즈니스북스
전략의 역사 1

로렌스 프리드먼 지음

비즈니스북스 / 2014년 12월 / 552쪽 / 32,000원





제1부 전략의 기원



기원 1 - 진화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은 1982년 저서 『침팬지 폴리틱스』에서 침팬지 사회의 복잡성에 대한 놀라운 결론을 내렸다. 침팬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동맹 형성 및 권력 투쟁의 증거만 보더라도 충분히 ‘정치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그가 포착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기존의 우두머리 수컷인 이에론은 처음에는 대부분의 암컷이 보내는 지지를 즐겼는데, 또 다른 수컷인 루이트가 도전하자 이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눈치였다. 루이트는 이에론 앞에서 노골적으로 어떤 암컷과 짝짓기를 했고, 또 다른 수컷인 니키를 자기편으로 만들어서 힘의 균형이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었다. 아울러 다른 한편으로는 암컷들이 자기편으로 돌아서도록 털을 골라주거나 새끼들과 놀아주는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다양한 전술을 동시에 구사했다.

이에론은 울컥해서 화를 냈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이런 화가 잦아질수록 예전의 위엄은 점점 더 줄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다른 침팬지들이 무서워서 꼼짝도 못 하고 벌벌 떨었을 텐데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된 것이다. 결국 이에론이 포기했다. 마침내 루이트가 우두머리가 되자 이에론은 니키와 손을 잡고 과거에 누리던 여러 특권들 가운데 몇 가지라도 회복하려는 시도를 했다. 물론 예전처럼 다시 집단의 우두머리가 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것이 이에론으로서는 최선이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인 싸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조금밖에 되지 않았다. 매우 위험한 공격 행위인 깨물기는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 드 발은 이들 사이의 싸움이 사회적인 관계를 바꾸는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일어난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었다고 결론지었다. 침팬지들은 외부의 적이 침입할 때 함께 뭉쳐야 하기 때문에 자기 집단 내에서는 폭력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이들은 반성과 화해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일단 어떤 목적이 달성되고 나면 행동의 여러 패턴들이 바뀌었다. 예를 들면 승자나 패자 모두 덜 공격적으로 변했다.

드 발에 따르면, 이 전략적 행동의 핵심적인 요소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서로를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이해하며 (자기를 제외한 다른 침팬지들이 누구와 어떻게 동맹 관계를 형성할 것이며, 또 이 관계가 어떻게 깨어질 것인가 하는 것 등을 포함하는) 사회적인 관계를 지각하는 능력이었다. 침팬지들은 자기 앞에 주어진 여러 선택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서 자기 행동이 초래할 잠재적인 결과를 파악할 필요가 있었고, 또 자기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계획을 세울 능력을 어느 정도는 가질 필요가 있었다. 침팬지들이 이런 모든 특성을 보이자 드 발은 ‘정치의 뿌리는 인간 이전에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속임수 또한 지극히 중요한 전략적 요소라는 게 밝혀졌다. 속임수에는 상대방의 행동 패턴(양상)을 바꿀 목적으로 거짓 신호를 교묘하게 보내는 것이 포함된다. 침팬지는 집단의 다른 구성원들 몰래 음식을 빼돌리거나 우두머리 수컷이 보지 않을 때 암컷과 슬쩍 사라져서 사랑을 나눈다. 이렇게 하려면 다른 침팬지들에게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어느 정도 요구된다. 오해로 인한 잘못된 행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른 존재들의 통상적인 행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말하는 ‘전략 지능’은 침팬지에게서든 인간에게서든, 거친 자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복잡한 사회 환경 속의 상호작용을 통해서도 진화했다. 인간의 뇌를 예로 들어서 살펴보자.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는 전체 신체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20퍼센트를 차지한다. 뇌는 무게로 따지면 성인 신체의 2퍼센트밖에 되지 않지만 다른 어떤 기관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뜻이다. 뇌가 이처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리처드 번과 나디아 코프는 영장류에 속하는 열여덟 개 중요 종들을 분석한 끝에 특정한 종의 신피질의 크기가 그 종이 속임수를 구사하는 비율과 상관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뇌의 크기와 (협동 능력과 갈등 관리 능력 그리고 아울러 속임수 능력을 포함하는) 일반적인 사회 지능 사이의 상관성을 확인했다. 진화론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이런 기술이 자기보다 힘은 셀지 몰라도 지능은 낮은 다른 종들의 도전에 직면할 때 얼마나 큰 가치를 발휘할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만일 특정 동물의 신피질 크기가 이 동물 종이 가지고 있는 정신세계의 한계를 결정한다면, 이 동물 종이 다른 동료들과 상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 더 나아가 갈등의 시기에 결합할 수 있는 동맹자의 수를 결정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즉 뇌가 크면 클수록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하는 능력도 그만큼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런 개념은 영장류와 인간을 세밀하게 관찰한 뇌의 물리적 발달 및 생태적ㆍ사회적 요인들의 영향에 대한 연구의 한 부분으로 확립되었다.

우리 조상들이 직면했던 초기의 지적인 도전들 가운데는 아마도 높은 나무에 떨어지지 않고 올라가는 방법이나 안전하게 잠을 잘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방법, 혹은 영양가가 높지만 가시나 두꺼운 가죽 때문에 포획하기 어려운 먹잇감을 손에 넣거나 그걸 먹는 데 필요한 일련의 행동들을 알아내는 것 등이 포함되었을 것이다. 물리적인 과업을 수행하는 데는 일련의 행동이 필요했다. 따라서 미리 계획하는 게 중요했다. 뇌의 크기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생태적인 필요성이나 신체적인 필요성이 무엇이었든 간에, 어떤 시점에선가 규모가 크고 통일성이 유지되는 사회적 집단을 유지하는 것이 생존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때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려면 집단 내의 구성원은 다른 구성원들이 지닌 특성이 무엇인지, 집단 내에서 각자 차지하고 있는 위계 서열이 어떤지, 누구와 친한지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특정한 상황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이해해야만 했다.

원시 사회 및 침팬지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 저작물들에서 우리는 전략적 행동의 본질적인 속성 몇 가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런 속성들은 갈등을 부르는 사회 구조에서 비롯된다. 이런 속성들 때문에 장차 적이 될 수도 있고 동맹자가 될 수도 있는 개별 개체들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격을 파악하려고 하고, 또 이런 개별 개체들의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이들이 처한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려고 한다. 비록 폭력이 우월성을 보여줌으로써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긴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전략들은 오로지 폭력에만 의존하지 않고 동맹을 강화하는 능력에서 비롯되는 편익에도 의존한다. 전략적 행동의 요소들은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았으며, 다만 이런 요소들을 적용할 상황이 보다 복잡해지기만 했을 뿐이다.



제2부 군사 전략



전략이라는 새로운 학문

군사 역사학자 마틴 반 크레벨드는 1800년 이전에도 전략이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이 책의 관점에서 보자면 원시인이 사회 집단을 형성할 때부터 전략은 존재했다. 크레벨드도 전쟁 행위 및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에 관련된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갖춘 생각들은 언제나 존재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지휘관들은 전투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생각해야 했고 또 거기에 맞춰서 군대를 조직해야 했다. 크레벨드가 그런 기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때 가졌던 생각은 대략 1800년 무렵에 나타났던 커다란 변화 때문이었다. 1800년 이전에는 정보 수집과 통신 체계가 느리고 믿을 만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장군들은 최일선까지 (혹은 적어도 최일선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직접 나가 있어야 했다. 그래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전투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군들은 감히 어떤 복잡한 계획을 세울 수 없었다. 다른 여러 방향에서 적을 공격하거나 승리를 확고하게 보장받기 위해서 병력을 분산하거나 예비 병력 및 물자를 확보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다가는 자칫 지휘나 보급상에 거대한 차질이 빚어지는 악몽을 맞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도로 사정은 형편없었고, 따라서 병력과 물자의 이동 시간은 터무니없이 많이 걸렸다. 이 모든 상황 때문에 유럽 국가들의 세력 균형에 충격을 주기에는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수송 체계가 개선되고 도로가 적절하게 갖추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스스로를 프랑스의 황제로 임명했던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이 나타났다. 나폴레옹은 새로운 전투 방식을 들고 나왔다. 그것은 개인의 천재성과 대규모의 대중적인 조직을 결합하는 것이었고, 목표 또한 이전의 전쟁에 비해서 훨씬 야심 차고 거창했다.

나폴레옹의 전략: 나폴레옹은 청년 장교 시절에 기베르의 책을 읽고 몇 가지 기본적인 전투 발상들을 배워서 자기의 것으로 체화했다. 특히 나폴레옹은 전력의 우위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핵심적인 지점들에 공격을 감행하고 신속하게 이동해서 이 지점들을 장악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비록 기베르는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주도권은 남성적인 품성을 가지며 국민군을 보유한 국가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보았지만, 징병 제도가 이 과정에 이르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그는 시민의 의무와 군인의 의무는 서로 대척점에 선다고 생각했다. 공격이 아니라 방어의 목적이라면 상비군을 양성할 수는 있다는 게 기베르로서는 최대한 양보할 수 있는 선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대중 군대(mass army, 전투를 전문으로 하는 특수 계층을 기반으로 한 군대가 아니라 일반인을 징집하여 구성된 부대를 가리킴)를 만들어낸 인물은 프랑스 혁명의 핵심 인물이었던 라자르 카르노였다. 카르노는 나폴레옹과 껄끄러운 관계였지만 1815년까지 나폴레옹 아래에서 일했다. 그는 장관으로 있으면서 징집령을 도입해서 잘 훈련되고 규율이 강한 대규모 군대를 만들었다. 또 이 대중 군대를 여러 개의 독립 부대로 나누어, 각 부대가 적보다 빠르게 이동해 적의 측면을 공격함으로써 적을 둘로 나누어 통신 및 병참이 연결되지 못하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카르노는 대중 군대가 단순히 방어적인 수단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수단도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나폴레옹은 대중 군대의 잠재력을 현실에서 실현할 방법을 알아냈다. 이것이 그가 대중 군대의 발전에 기여한 점이다. 그는 계몽주의적인 군대의 지혜를 받아들이고 카르노가 만든 제도의 장점을 취해서 전쟁에 대한 전통적인 사고방식을 뒤엎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의 힘의 균형도 함께 무너뜨렸다. 나폴레옹의 천재성은 전략에 대한 그의 발상이 독창적이라거나 색다르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런 것들을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해석하여 응용하고 또 대담하게 실천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전쟁의 승패를 결정할 결정적인 전투에 늘 초점을 맞췄다. 그는 전쟁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잔인한 폭력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으며, 적군을 분쇄하는 데 필요한 충분히 집중적인 폭력을 창출할 방법을 늘 모색했다. 이것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군대가 치명적으로 패배한 상태에서는 어떤 적이라 하더라도 나폴레옹이 제시하는 정치적인 요구에 감히 저항할 수 없었다. 이런 환경을 조성하려면 적의 군대를 완벽하게 대파해야 했으므로 나폴레옹은 간접적인 경로를 추구하는 전략에는 관심이 없었다. 적의 전선에서 약점이 노출되는 지점이 포착되면 거기에다 추가 병력을 투입해서 돌파했다. 이렇게 적의 전선을 뚫은 다음에는 빠르게 가동해서 측면에서 혹은 후방에서 적을 공격했다. 이런 전략을 구사하려면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 예를 들면 돌파 및 공격에 전력을 집중함에 따라 자신의 측면이나 후방이 적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폴레옹은 무모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기동을 할 최적의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최대의 전력을 확보하는 데 무엇보다 우선순위를 두었던 터라서 그가 치른 대규모 전투들은 흔히 유명하지 않은 곳에서 치러졌다. 바로 그 곳에서 나폴레옹은 적의 취약점을 발견했기에 압도적인 우세함 속에서 무자비하게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폴레옹은 정치적인 권위와 군사적인 권위를 한 몸에 지니고 있었으므로 다른 사람들로부터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서도 독자적인 판단과 결정만으로 대담한 작전을 감행할 수 있었다. 그의 낙관주의, 자신감 그리고 비범한 연승 행진으로 그는 군대의 무한한 충성을 받았고, 적들은 전전긍긍했다. 그랬기에 나폴레옹에 맞서거나 맞서게 될 적들은 이미 전의를 잃어버렸고 나폴레옹은 이런 심리적인 효과의 덕을 톡톡히 보았다.

나폴레옹은 전쟁에 대한 자신의 접근법을 단 한 번도 완벽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전략에 대해서 글을 쓰지도 않았다. ‘전쟁의 보다 고차원적인 측면들’이라고만 언급했을 뿐이다. 전쟁에 대한 그의 견해는 숱하게 많은 격언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격언들은 자기 시대의 표준적인 여러 군사적 문제에 대한 실천적인 성찰인 경우가 많았으므로 『손자병법』처럼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전략의 원리를 드러내는 것은 드물었다. 하지만 그 격언들은 나폴레옹의 접근법이 가진 핵심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결정적인 순간에 집중할 우월한 전력을 유지할 것(‘신은 가장 강한 화력으로 무장한 대대의 편에 선다’), 적군을 궤멸시킴으로써 적에게 패배를 안길 것, 전략을 ‘시간과 공간을 이용하는 기술’로 파악할 것, 아군이 약할 때는 시간을 벌어서 전력을 보강할 것, 물리적인 열세를 보다 강한 정신력과 불굴의 용기, 인내심으로 보완할 것(‘병사의 사기와 물리적인 전력의 중요성은 3 대 1이다’) 등이다. 또 적을 이해할 필요성이 있음을 강조하는 격언들이 많은데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적과 지나치게 많이 교전을 하면 ‘네가 가지고 있는 전쟁의 모든 기술을 적에게 가르쳐주는 셈이 된다’, ‘적이 바란다는 단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적이 바라는 것은 절대로 하지 말 이유가 된다, 적이 실수하는 걸 절대로 방해하지 말 것, 언제나 자신감을 보일 것, 왜냐하면 너는 네 자신이 안고 있는 문제는 볼 수 있지만 적의 문제를 알아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보로디노 전투: 이제 모범적인 성공의 사례도 아니고 그렇다고 두드러진 실패의 사례도 아니지만 나폴레옹의 방법론에 처음으로 의문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는 한 전투로 눈을 돌려보자. 보로디노 전투이다. 보로디노는 모스크바 서쪽 약 90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도시이고, 여기에서 벌어진 전투는 결과적으로 전쟁의 운명을 결정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1812년 11월 7일에 프랑스군과 러시아군 사이에 벌어진 이 전투에 참가한 양측의 인원은 약 25만 명이었고 이 가운데 약 7만 5,000명이 사망했거나 부상당했거나 포로로 잡혔다. 비록 프랑스군이 이기긴 했지만 러시아군도 자기들이 졌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보로디노에 이어 모스크바도 점령당했지만 러시아는 평화 협정을 거부했고, 나폴레옹은 전쟁을 더 계속할 여력이 없음을 깨닫고 결국 5주 뒤에 처참한 퇴각을 시작했다.

1812년 여름에 작전이 시작되었을 때 나폴레옹에게 전략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적으로 하여금 계속 추정하게 만들고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력을 치중할 지점을 찾고 이어서 그 지점을 공격하는 기존의 전투 관행을 그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러시아군을 격파하고 나면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와 평화 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쟁을 일찍 끝내버리고 러시아 영토 깊숙한 곳으로 진입해야 하는 상황을 피하고 싶었기에, 나폴레옹은 국경 근처에서 전투를 하려고 했다. 그렇게 하면 프랑스군이 러시아군을 어렵지 않게 이길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알렉산드르는 비록 정치적으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나폴레옹보다 더 좋은 전략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프랑스에 있는 러시아의 우수한 정보망을 통한 것이었다. 이 정보망을 통해서 알렉산드르는 프랑스와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1810년부터 알고 대응 전략을 준비했는데, 러시아는 프랑스에 비해서 동맹국도 적다는 사실 등을 포함해서 러시아가 안고 있던 약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러시아가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은 러시아군의 높은 사기와 기습 작전이 보장하는 이점에 기대서 프랑스군이 러시아 영토로 들어오기 훨씬 이전에 싸우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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