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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이랑주 지음 | 샘터
살아남은 것들의 비밀

이랑주 지음

샘터 / 2014년 4월 / 352쪽 / 16,000원





인생은 속도보다 각도다



성공 계산기를 뺀 사람들이 만든 시장_ 폴란드 크라쿠프 중앙시장(Rynek Glowny)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시장: 시장에 들어서기도 전에 나는 엄청난 규모의 광장과 아름다운 건축물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크라쿠프 광장은 가로 세로 2백 미터의 정사각형으로,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다음으로 유럽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크라쿠프의 사교장으로서의 역할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구시가지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총면적 4만 제곱미터의 광장 주위에는 옛 크라쿠프 귀족들의 화려한 저택이 줄지어 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크라쿠프는 6백여 년 동안 폴란드의 수도였다. 폴란드에서 유일하게 중세 시대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1978년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 12대 유적지로 선정되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다. 크라쿠프 중앙시장은 유럽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넓은 전통시장이다. 1500년대 처음 조성된 뒤 1555년 큰 불로 모두 소실됐으나, 그 직후 이탈리아 건축가들이 르네상스 양식으로 중건했고, 19세기 중엽 재건축 과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가로로 길게 누운 시장 건물 1층에는 폴란드 전통 수공예품과 예술품, 보석, 기념품 가게들이 모여 있다. 가게들이 늘어선 1층과 달리 2층은 미술관으로 주로 19세기 폴란드의 회화와 조각 작품들이 전시 중이었다. 시장과 박물관이 공존하는, 특이한 공간인 것이다.

하지만 내 관심을 끌었던 곳은 건물 안 점포들이 아니라 건물 밖 5, 60개의 노점들이 형성하고 있는 생기 넘치는 광장형 시장이었다. 간판이며 집기, 소도구까지 똑같은 얼굴을 한 매장이 한 군데도 없었다. 특색 있는 각각의 매장들이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져 한 폭의 멋진 그림을 이루고 있었다.

도시형 장인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 가게를 한 곳씩 찾아 들어갔는데 파는 물건들을 살펴보고 더욱 놀랐다. 그곳에는 세상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도시형 장인들이 손수 만든 물건들이 가득했다.

백발의 할머니가 한 올 한 올 세월을 엮어 만든 레이스 공예품을 팔고 있었는데, 한 남성이 와서 가격을 물었다. 그러자 할머니는 웃으며 “주고 싶은 대로 줘” 하셨다. 제품마다 가격이 적혀 있기는 했지만, 그 한마디에서 나이가 주는 여유와 연륜이 묻어났다. 그 옆으로는 자신이 직접 만든 자수 블라우스를 입고서 정성껏 수를 놓고 있는 아주머니의 자태가 사뭇 아름다웠다. 그 모습에서 이 시장이 무엇을 팔고자 하는지, 이 시장의 철학을 알 수 있었다.

현장에서 직접 물레를 돌리며 아이들에게 도자기 만드는 과정을 설명해주는 아저씨, 엄청 두꺼운 돋보기를 쓰고 나무 조각에 몰두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도시형 장인의 숨결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공예품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집에서 만든 치즈, 산속에서 딴 꿀을 예쁜 통에 담아 자신의 이름을 붙인 홈메이드 벌꿀 등 거의 모든 물건이 오직 이곳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이 시장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다. 마부 복장을 하고서 마차에 빵을 진열해 놓고 파는 상인은 30세도 되지 않았고, 홈페이지를 운영하며 초코라떼를 비롯해 초콜릿 컵, 티셔츠 같은 기념품을 파는 상인도 새파란 젊은이였다. 베테랑 장인들과 젊은 장인들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너무나 부럽고 아름다웠다.

주말이면 엄마와 함께 시장에 나와 전통 접시에 예쁜 그림을 새겨 넣는 딸들의 모습은 그들이 전통을 얼마나 소중히 대하는지 알려 주는 듯했다. 사진기를 들이대니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던 두 소녀가 수줍게 웃었다. 신구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며 역사와 전통을 이어 가고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이 시장을 아름답게 만드는 힘임을 느낄 수 있었다.

마트나 슈퍼, 어디에서나 쉽게 살 수 있는 물건만 판다면 편의시설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한 전통시장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런 전통시장은 매력적이지도 않을뿐더러 고객이 굳이 찾아가야 할 이유도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크라쿠프 시장의 경쟁력은 특별했다. 크라쿠프 시장은 건물 내부 상점에는 기성품이, 광장에는 도시형 장인들이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제품이 포진해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제품을 한곳에서 살 수 있으니 이곳을 찾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곳에 가야만 살 수 있는 물건이 있어야 고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도시형 장인들을 발굴하고 정책적으로 육성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의 성공을 계산하지 마라: 크라쿠프 시장을 나서며 5백 년간 사랑받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세월을 이기려면 평범함을 거부하는 개성과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감각으로 무장하는 길밖에 없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크라쿠프 시장의 상인들도 유행에 뒤처진, 세련되지 않은 수공예품을 퇴출시키고 반짝반짝 빛나는 제품들로 시장을 가득 채울 수 있었을 것이다. 또 당장 매출을 올려 줄 유행 상품이나 외국의 값싼 노동력으로 만든 싸구려 제품으로 점포를 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당장의 성공을 계산하기보다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수공예품으로 시장 광장을 가득 채웠다.

지금의 성공을 계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5백 년 뒤를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도시형 장인들이 포진해 있는 크라쿠프 시장을 보며 나는 우리나라 전통시장도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제품들로 오랫동안 사랑받고 전통을 이어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적당한 제품을 만들어서 적당히 팔려고 생각하지 말자. 적당한 제품은 시장에서 적당한 취급을 당하게 마련이다. 세상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성공 계산기부터 손에서 내려놓아야 한다. 계산하지 않고 오늘도 묵묵히 행복하게 뜨개질을 하고 있을 크라쿠프 시장의 할머니처럼 말이다.



체험하게 하라, 충성할 것이다



낯선 것을 먼저 본 자가 이긴다_ 인도 바라나시 & 다즐링

낯선 세계와 만나다: 인도 하면 갠지스 강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없는 도시 바라나시, 그곳에서 내가 제일 먼저 간 곳은 전통시장이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가 시장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노점상 인력거, 소들과 뒤엉켜 있었다. 우리나라 1970~80년대처럼 시끌벅적한 시장 골목 양쪽으로는 화려하게 금박을 입힌 액세서리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두 사람이 겨우 지나칠 만큼 좁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엉켜 있어, 이곳에서 지도도 없이 길을 잃지 않고 원하는 점포를 찾아가는 일은 거의 기적에 가까울 듯 보였다. 얼마쯤 갔을까. 한 평 남짓 크기의 비슷비슷한 상점들이 이어지다 보니, 그곳이 그곳 같았다. 길을 잃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땐 잠시 멈추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멈출 수 없는 폭주 열차에 탄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다.

바라나시 시장은 시간이 멈춘 듯, 고대 도시였을 때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전에 그들의 선조가 살았던 속도대로 오늘을 살고 있는 듯 보였다. 시장 안에는 황금사원이 있는데, 이교도는 출입이 통제된다고 했다. 사원 때문인지 종교와 관련된 용품과 제단에 바치기 위한 꽃과 쌀 같은 제물을 파는 상점들이 많이 보였다. 당장 내일 먹을 양식도 없는 사람들이 돈을 들여 신께 바칠 제물을 산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지금의 삶보다 더 나은 다음 생이 있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시장 안은 행인과 순례자가 여기저기 뒤섞여 있었고, 가뜩이나 좁은데 소까지 어슬렁거렸다. 원숭이들은 지붕 사이를 뛰어다니고, 소도 개도 인간과 함께 거닐고 쓰레기통을 뒤지며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동물들의 배설물과 쓰레기가 뒤범벅되어 제대로 걸어 다니기가 힘들 정도였는데, 그곳 사람들은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게, 즐겁고 바쁘게 시장통을 활보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짜이(인도식 밀크티)를 마시며 담소하는 사람들까지 그곳은 지금껏 상상해 보지 못했던 또 하나의 세계였다.

바라나시의 시장 골목은 활기가 넘쳤다. 좁은 시장 골목에 자리 잡은 상점들도 볼거리였다. 인도 전통 옷부터 각종 공예품까지 모든 물건에서 인도의 정취가 묻어났다. 1평에서 2평 남짓한 작은 가게들은 물건을 빈틈없이 가득 쌓아 놓았다. 지저분한 거리와는 달리 자신의 매장 상품들을 깨끗이 닦고 손질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알록달록한 옷 가게들이 많아서 시장을 걷는 내내 눈이 심심할 틈이 없었다. 인도만의 독특한 진열 스타일은 가게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끝나는지 모를 정도로 천장 부분까지 상품이 걸려 있다는 것이다. 인도의 전통 의상인 사리를 파는 곳이 델리에서보다 더 많이 눈에 띄었다. 화려한 사리는 평상복부터 파티용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있었고, 진열 또한 컬러풀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다 마시고 나면 그릇을 깨라: 잡화 상가를 빠져나오니 유산균이 발효될 때 나는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걸쭉한 요구르트인 ‘다히’에 물ㆍ소금ㆍ향신료 등을 섞어 만든 인도의 전통 음료 라씨의 향기였다. 라씨 가게에 들어갔더니 아저씨가 한국말로 “어서 오세요” 하고 인사를 했다.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는 음료까지 추천해 주었을 뿐 아니라 메뉴판도 한글로 되어 있었다. 인도 시장에서 작은 한국을 만난 기분이었다. 그래서인지 가게 벽면에는 이곳을 다녀간 한국 사람들이 남겨 놓은 메시지들이 가득했다. 라씨 먹는 사진을 비롯해 라씨를 맛있게 먹는 나름의 방식까지 써 있었다.

라씨는 붉은색의 전통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오는데, 다 먹고 나면 이 그릇을 던져서 깨는 것이 인도의 전통이다. 싫은 사람을 외치면서 휴지통에 내동댕이치는 사람도 있었다. 시장이라 더운 여름날 그릇을 세척하기 힘들고, 또 컵을 재사용하게 되면 위생상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시장도 일일이 씻기가 힘들어 접시 위에 비닐을 깔거나 일회용 용기를 쓴다. 그러느라 전통시장에서 쓰는 일회용품 소비량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먹고 난 그릇을 깨뜨리며 싫은 사람 이름을 외친다? 이런 재미있는 문화를 우리 시장에도 접목해 보면 재미있지 않을까. 우리 가게는 다른 사람이 사용한 컵을 재사용하지 않는다는 신뢰를 눈으로 보여 주는 방법도 될 것이다. 유약을 바르지 않은 도자기를 대량으로 저렴하게 만들어서 식혜 등의 전통 음료를 마신 뒤 깨뜨리게 한다면? 맛있는 음식에다 그릇을 깨뜨리는 경험까지 덤으로 주는 것이다. 이런 독특한 경험을 하고 싶어서 그 음식을 먹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주인아저씨는 장인이 작품을 만들 듯 라씨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었다. 두 다리에 큰 항아리를 끼워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킨 뒤 다음 항아리에 유산균 덩어리와 고객들이 원하는 재료를 넣고 골고루 섞이도록 막대기를 빛의 속도로 저었다. 맷돌 돌리는 원리와 비슷했다.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라씨는 내 손에 건네졌고, 새콤달콤 맛있는 라씨를 ‘원샷’ 하고 시원하게 그릇을 깨뜨렸다.

하지만 장이 약한 나에게 라씨는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굴욕감을 안겨 주었다. ‘급 설사’로 인해 화장실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녀야 했다. 아랫배를 움켜쥐고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뛰어다니는 나를 보다 못한 남편은 주택가 골목 쓰레기 더미 위를 가리키며 여기서 싸라고 소리쳤다. 그 순간 한 아저씨가 바로 근처에 한국 식당이 있으니 거기로 가라고 안내했기에 망정이지, 1초만 늦었어도 일생일대의 망신을 당할 뻔했다.

인도는 정말이지 내가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많은 경험을 선물해 준 곳이다. 전통을 그대로 지키며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 주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 개개 상점들의 열정과 정성을 배웠다. 한국의 많은 시장들이 전통을 잃어 가는 안타까운 시점에서 예부터 내려오던 우리의 전통은 무엇인지 한국에 돌아가면 찾아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곳이 바로 바라나시 시장이었다.

펄펄 끓는 아이스크림?: 한 달간의 인도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다즐링을 말할 것이다. 홍차 생산지로 유명한 다즐링은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고산 지역으로 여름에도 서늘하다. 지도상으로 보면 인도의 동쪽, 그중에서도 히말라야 산맥과 가까운 지역이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을 때 영국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사랑받던 곳이기도 하다. 델리의 폭염을 피해서 이곳에 오니 저절로 기분이 상쾌해졌다.

질 좋은 홍차를 찾는 사람이라면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 인도의 다즐링이다. 이곳에서는 어딜 가나 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홍차를 구입할 수 있다. 오후 5시면 시장이 끝나기 때문에 서둘러 길을 나섰다. 시장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방한용 모자, 머플러, 담요를 파는 상점들이 많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더워서 죽을 것 같았는데, 이곳에 오니 여름인데도 몸이 덜덜 떨렸다.

시장의 규모는 작았다. 스무 개 남짓의 작은 가게들이 천막으로 겨우 가린 채 장사를 하고 있었다. 인도 전통 밀전병을 파는 가게에서 두 개를 주문했는데, 앞치마를 보니 언제 세탁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했다. 너무하다 싶었는데, 인도 여행을 많이 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여기서는 두꺼운 점퍼 하나를 세탁해서 말리는 데 날씨에 따라 한 달 정도가 걸린다고 했다. 늘 마을이 구름에 둘러싸여 있으니 습하고 축축해서 빨래가 잘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럼 여기서 빨래 건조기를 팔면 대박 나겠다” 했더니 전기가 부족해 오후 5시면 전력 공급이 중단된단다. 우리가 간 날도 하필이면 관광객들이 많이 와서 도시 전체의 전력을 다 써 버린 탓에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고 난방도 되지 않았다. 너무 추워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러 카페에 들렀다.

히말라야의 능선 위 해발 2,134미터에 위치한 카페에서 보니 탁 트인 북쪽으로 칸첸중가가 빛나고 있었다. 설산들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은 내가 가진 언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나는 뜨거운 카페라떼를, 남편은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남편에게 뭐라고 말은 안 했지만 ‘냉방에서 자느라 온 삭신이 쑤시고 결리는구만 웬 아이스크림?’ 했는데, 막상 테이블에 나온 아이스크림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달궈진 불판 위에 나오는 스테이크처럼 아이스크림이 지글지글 연기를 내며 불판 위에서 끓고 있었다. 뜨거운 불판 위에 초코 케이크를 놓고 그 위에 아이스크림을 올린 뒤 초코 시럽을 둘렀다. 아이스크림이 조금씩 녹으면서 빵 위로 흘러내렸고, 촉촉하고 따뜻한 빵에 아이스크림을 올려 먹는 맛이 기가 막혔다. 히말라야 능선에서 설산을 보면서 먹는 아이스크림 맛은 최고였다.

창의적인 생각은 어디에서 오는가: 인터뷰를 하다 보면 창조적인 발상은 어디에서 얻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전통시장에서 비닐봉지 하나로 매출을 올리고, 조개 수족관을 만들어 대박 가게를 만들고, 생선을 사선으로 진열하는 등의 아이디어를 어디에서 얻는지 묻는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디자인과 학생들인데 늘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내느라 머리를 쥐어짠다. 백화점에 근무하는 십여 년 동안 나도 매년 계절마다 색다른 디자인을 내놓느라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때부터 생긴 버릇이 하나 있다. 단골집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시간을 내어 극장이나 음악회에 가는 것은 다른 장소에서 새롭고 낯선 경험을 하기 위함이다. 낯선 환경에 노출되어야 생각을 하게 되고, 또 그 새로운 생각은 위기의 순간에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도출시킨다. 그래서 나는 약속이 있을 때마다 늘 상대방에게 장소를 잡으라고 한다. 그래야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낯선 곳에 갈 수 있으니까.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낯선 것과의 조우를 통해 이성이 시작된다”라고 말했다. 매일 보는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습관처럼 반복되는 행동들은 무의식적으로 하는 것일 뿐 생각의 결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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