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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 에이지21
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에이지21 / 2013년 11월 / 320쪽 / 15,000원





PART 1 이것이 바로 세계의 경영학



경영학에 대한 세 가지 오해

미국의 경영학자는 드러커를 읽지 않는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위대한 사상가다. 경영학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 중에서는 ‘미국이나 유럽의 경영학을 대표하는 것은 피터 드러커의 사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단언컨대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경영학자가 드러커의 책을 읽지 않는다. 물론 드러커의 명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곤 한다. 그러나 미국 내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는 대부분 드러커의 저서를 학문으로서의 경영학 서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드러커의 사상 또한 그들의 연구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이다. 드러커의 말이 ‘명언’이기는 해도 ‘과학’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의 경영학자는 경영학을 사회과학의 일부로 인식하는 시각을 중시한다. 대학은 교육의 장인 동시에 연구의 장이기도 하다. 과학 분야의 학자들에게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과학적 연구로 분석, 발견, 확인한 사실을 교육을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과학이란 무엇일까? 과학이란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탄탄한 이론을 구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와 방법으로 이를 시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드러커의 말은 여러 면에서 가슴을 파고들지만 결코 사회과학적인 차원에서 이론적으로 구축된 것도 아니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검증된 것도 아니다. 미국의 경영학자는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만으로 만들어진 드러커의 사상을 비즈니스 스쿨의 교육에 반영하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과학적으로 구축되고 검증된 것이 아니어서 ‘진리에 가깝지 않을’ 가능이 크기 때문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학술지가 아니다: 또 하나의 심각한 오해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를 경영학 학술지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HBR은 절대 학술지가 아니다. 이것은 앞서 말한 드러커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HBR에 게재되는 논문은 새로운 경영 분석 기법 및 최신 기업 전략 등을 다루고 있지만 자세한 과학적 분석 내용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미국의 대다수 비즈니스 스쿨에서는 HBR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을 교수의 중요한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물론 HBR은 경영학자에게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잡지임에는 분명하다. 왜냐하면 HBR에서는 경영학자들이 연구해온 ‘의사결정 방법 및 기업 분석 기법’을 현실에 응용할 수 있도록 알기 쉽게 재구성하여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HBR에 발표되는 논문의 주된 목적은 각 분야를 대표하는 연구자들이 추진해온 연구 성과를 현실 경영에 응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HBR은 경영학을 연구하는 학자와 현실 비즈니스에서 활약하는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HBR에 논문을 게재하는 것은 절대로 미국 주요 대학에 소속된 경영학자의 본업이 아니다. 그들의 본업은 가능한 과학적인 방법으로 경영의 진리에 다가서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는 것이며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고 그 이론 및 분석 결과를 학술지에 게재하는 것이다.

강의를 잘 하는 것과 출세는 무관하다?: 비즈니스 스쿨 교수에게 교육은 연구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하지만 미국 비즈니스 스쿨 교수에게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연구에 비해 그 중요도가 떨어진다. 물론 미국의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 내용과 교수 방식을 평가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만족할 만한 강의를 하지 못하면 새내기 교수들은 자리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적정 수준의 교육’은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조건일 뿐 출세를 결정짓는 것은 역시 연구 실적이다. 미국 대학 교수의 승급을 결정짓는 중요한 조건은 ‘상위 등급 학술지에 논문을 몇 편 게재하는가’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의 강의 평가는 평균보다 조금 낮더라도 무관할 만큼 출세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 경영학자의 보다 중요한 소임은 연구를 통해 경영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발전시켜나가는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PART 2 세계 경영학의 최신 동향



포터의 전략만으로는 더 이상 경영을 논할 수 없다

기업에 가장 중요한 경쟁전략을 논할 때 하버드 대학의 마이클 포터 교수와 그의 명저 『경쟁전략 Competitive Strategy』을 빼놓을 수 없다. 그만큼 포터의 이론은 경쟁전략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경영학자들은 포터의 이론만으로는 더 이상 경쟁전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들의 연구는 포터의 경쟁전략론보다 훨씬 앞서나가고 있다. 경쟁전략론에서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속적 경쟁우위를 획득하는 것이다. 포터는 기업이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포지셔닝이 뛰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포지셔닝은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신규 진입이 어렵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적절한 산업을 선택하여 사업을 시작하는 것. 둘째, 차별화를 통해 현재 속한 업계에서 가능한 독창적 위치를 확보하는 것.

경쟁우위를 지닌 기업의 대표적 사례로 사우스웨스트 항공을 들 수 있다. 저가 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대도시에 위치한 허브 공항이 아닌 중소도시에 위치한 2급 공항으로 노선을 국한하는 등 고객서비스의 범위를 제한했다. 대신 저렴한 운임 책정 등 독창적인 포지셔닝을 통해 대형 항공사와의 경쟁을 회피하는 전략을 취했다. 결국 포터의 경쟁전략이란 가능한 한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산업을 선택하여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한다면 다른 회사와 정면 승부를 펼치지 않아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한마디로 ‘경쟁하지 않는 전략’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그런데 2000년에 툴레인 대학의 로버트 위긴스 등이 포터의 이 같은 경쟁전략론에 대해 ‘지속적 경쟁우위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40개 산업 내 6,772개 기업을 대상으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와 정밀한 통계 방법을 이용하여 이를 철저하게 검증하고 다음과 같은 결론을 발표했다.

발견 ① 미국에는 분명 ‘지속적 경쟁우위’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이 존재하지만, 그 수는 전체 기업의 2~5%에 지나지 않는다.발견 ② 시간이 흐를수록 기업이 경쟁우위를 유지하는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즉 지속적인 경쟁우위의 실현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발견 ③ 반면, 경쟁우위를 상실한 이후 다시 회복하는 기업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 즉 현재 잘나가는 기업이란 경쟁우위를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기업이 아니라, 일시적인 우위를 쇠사슬처럼 연결시킴으로써 장기간에 걸쳐 높은 실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기업이다.

결국 지금의 경쟁우위는 일시적인 것이며 오늘날의 기업은 이러한 ‘일시적 경쟁우위’를 연속적으로 획득해나가야만 하는 무한경쟁의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포터의 경쟁전략이 경쟁사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한 방어적 전략이라면, 일시적 경쟁우위를 연속적으로 확보해나가야만 하는 무한경쟁 시대에는 공격적 행동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공격적인 행동은 경쟁사의 반격을 유발할 수도 있으므로 방어적 태세와 공격적인 경쟁 행동을 병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의 필수 요건인 ‘양손잡이 경영’이란?

기업 혁신은 ‘기업이 혁신적인 기술이나 제품, 혹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어떻게 하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 전 세계 경영학자들은 수많은 연구를 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이 쓴 『혁신기업의 딜레마 The Innovator’s Dilemma』일 것이다. 그렇다면 혁신의 조건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해 경영학자들이 합의를 이룬 대답이 하나 있다. 그것은 ‘혁신을 만들어내는 방법 중 하나는 이미 존재하는 지식과 지식을 조합하는 것’이다. 슘페터가 제시한 혁신의 보편적 전제 중 하나가 바로 이 ‘지식의 새로운 조합’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가장 유명한 예가 기저귀 제조 방식의 개발 사례다.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일회용 종이 기저귀는 흡수력을 높이기 위해 종이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가공한 소재를 사용한다. 이러한 특수 가공에 사용되는 기술로는 워터 제트 공법(water jet; 초고압수를 칼처럼 이용하는 기술)이 있는데 이는 원래 항공우주산업에서 스테인레스나 티타늄을 절단하기 위해 사용되던 기술이었다. 즉 항공산업에서 사용되던 기술이 기저귀 가공에 응용되어(=지식과 지식이 하나로 합쳐져) ‘탁월한 흡수력을 가진 기저귀’라는 혁신을 탄생시킨 것이다.

결국 혁신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조직이 폭넓은 지식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은 조직의 수용 능력 한계를 넘어 지나치게 많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오히려 혁신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적당히 폭넓은 지식을 가진 기업이 보다 혁신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식의 폭을 적당히 넓힐 수 있을까?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것이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과 기업 간의 제휴를 통해 공동으로 연구개발을 추진하거나 기술을 대여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기업은 지식의 범위를 적절히 넓힘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창출한다. 이처럼 기업이 지식의 폭을 넓히기 위해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는 행동을 경영학에서는 ‘지식의 탐색(Exploration)’이라고 한다. 그런데 기업은 지식의 탐색에만 매달려 있을 수가 없다. 일단 지식을 습득했다면 그것을 심화시켜 비즈니스에 활용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은 새로운 지식을 탐색할 뿐만 아니라 현재 가지고 있는 지식을 개량하고 동질의 지식을 축적함으로써 그것을 활용하는 ‘지식의 심화(Exploitation)’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영학의 거장인 스탠퍼드 대학의 제임스 마치는 1991년 연구 논문 발표를 통해 기업이 혁신적인 성과를 지속하려면 지식의 탐색과 심화를 균형 있게 해나가야 하는데, 기업은 시간이 흐를수록 ‘지식의 심화’에 치우쳐 지식의 탐색을 소홀히 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지식의 탐색은 많은 비용과 어려움이 따르고 어렵게 새로운 지식을 습득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사업으로 이어져 수익을 가져다줄지는 불확실하다. 따라서 기업은 지식의 탐색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으며 이미 가지고 있는 지식만을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이는데 경영학에서는 이것을 ‘지식의 근시화’라고 한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실적이 좋을 때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결국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 큰 성공을 거둘수록 지식의 탐색을 게을리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중장기적인 혁신이 정체되는 리스크가 기업에는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는데 이것이 바로 ‘경쟁력의 함정’이다.

성공한 기업일수록 혁신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경쟁력의 함정’과 크리스텐슨이 말하는 ‘혁신의 딜레마’가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혁신의 딜레마’는 문제의 본질을 경영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기업 경영진의 문제로 파악하고 있는 반면 ‘경쟁력의 함정’은 그 본질을 조직의 문제에서 찾고 있다. 따라서 혁신이 정체되는 이유가 경영진의 인식 문제 때문이라면 그들의 시야를 넓히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고, 문제의 본질이 조직에 있다면 조직의 시스템이나 규정을 바꿈으로써 지식의 탐색과 심화를 균형 있게 추진할 수 있다. 이처럼 조직 차원에서 ‘경쟁력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는 개념이 바로 ‘양손잡이 경영(Ambidexterity)’이다. 양손잡이 경영이란 말 그대로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사람처럼 기업을 경영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혁신을 주제로 세계의 경영학자들 사이에서 보다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양손잡이 경영이다.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사업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미래의 전망이 불투명한 것을 경영학에서는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고 한다. 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이러한 시대에는 사업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세계의 경영전략론 연구자는 크게 콘텐츠파와 계획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콘텐츠파는 전략 그 자체, 즉 ‘기업은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를 연구한다. 저가 전략을 취할 것인지, 어떤 시장에 진출해야 할지, 경쟁기업을 인수할 것인지 등등 전략의 내용이 연구 대상이다. 이에 반해 계획파는 ‘전략 및 사업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연구한다. 내용보다는 계획을 수립하는 방법에 더욱 주목하는 것이다. 1970년대까지는 계획파가 우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마이클 포터의 등장으로 콘텐츠파 연구가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이제 경영전략론은 콘텐츠파의 독무대가 되었다.

계획파는 사업을 하려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대는 치열한 경쟁, 불투명한 시장, 신속한 기술 진보 등으로 인해 사업 환경이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사전에 면밀한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고, 계획 수립 자체가 어려우면 사업을 추진할 수도 없다. 맥길 대학의 헨리 민츠버그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는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업의 목표 및 계획이 저절로 수립된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 말 구글이 설립될 당시의 사업 계획에는 현재 구글의 절대적 수익원인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포털 사이트에 자체 개발한 검색기술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구글은 검색기술과 광고 비즈니스를 연결하고 있는 ‘오버추어(Overture)’라는 기업의 방식을 모방함으로써 비로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사전에 아무리 면밀한 계획을 세웠다 하더라도 그대로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생각하기 전에 먼저 행동하자는 것이 민츠버그를 위시한 학습주의의 주장이다. 여러분의 생각은 계획주의와 학습주의 중 어느 쪽에 더 가까운가?

그런데 최근 계획주의와 학습주의를 절충한 새로운 개념이 주목을 끌고 있다. 바로 ‘리얼 옵션(real option)’이라는 개념이다. 한 식품회사가 현재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 시장에서 부유층을 타깃으로 고급 베이커리 제품을 제조, 판매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러한 사업 계획을 세울 때는 가장 먼저 사업의 수익성을 평가하게 되는데 이때 사용하는 방법이 DCF법(Discounted Cash Flow; 미래에 창출할 것으로 예측되는 수익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는 것)이다. 이때 문제가 되는 점이 바로 불확실성이다. 예컨대 ‘베트남의 고급 베이커리 시장이 앞으로 5년 동안 평균 10% 성장할 것이다’ 혹은 ‘베트남의 고급 베이커리 제품의 평균 시장 가격은 향후 3년 동안 개당 약 2만 동 정도일 것이다’ 등의 전망을 세운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 그런데 만일 베트남의 고급 베이커리 시장의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향후 연평균 20% 성장도 가능하고, 2% 성장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면, 현실적으로 사업 계획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바로 이러한 경우에 리얼 옵션 접근법이 유효하다. 그 핵심은 단계적 투자라는 매우 단순한 개념이다. 우선 베트남에 당초 10만 달러를 투자하려 했던 계획보다 적은 비용이 드는 작은 규모의 공장을 먼저 세워 베이커리 제품의 제조 및 판매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이다. 예컨대 처음 3년 동안은 당초 구상했던 규모의 40%(4만 달러) 정도에 해당하는 규모의 작은 공장을 세워 사업을 시작한 다음, 3년 후에 사업 전망이 밝지 않다면 철수하면 되고 반대로 사업이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확신이 서는 경우에는 옵션 항목이었던 나머지 60%를 진행하는 것이다. 이처럼 리얼 옵션 방식으로 접근하면 세 가지 이점을 기대할 수 있다.

첫째, 향후 시장 환경이 악화되었을 때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둘째, 이 점이 중요한데 단계적 투자가 가능하다면 바람직한 시장 환경이 실현되었을 때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다. 향후 성장률 전망이 2~20%로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의 경우 DCF법을 적용하면 미래의 현금 흐름이 투자비용보다 적을 수밖에 없어 제1기 투자조차 이루어지기 어렵다. 따라서 이후 고급 베이커리 시장이 20%의 성장률을 실현한다고 해도 눈앞에 빤히 보이는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릴 수밖에 없다. 셋째, 베트남이라는 낯선 사업 환경에 대해 학습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렇듯 리얼 옵션의 핵심은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의 평가 및 계획에 단계적 투자를 적용하는 것이다. 리얼 옵션이 기존의 단계적 투자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리얼 옵션은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높은 수익을 얻을 기회도 커지므로 ‘높은 불확실성을 오히려 기회로 여긴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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