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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경영에 답하다

권경자 지음 | 원앤원북스
유학 경영에 답하다

권경자 지음

원앤원북스 / 2010년 2월/ 400쪽 / 15,000원



1부 경영, 유학에서 길을 찾다



왜 우리는 유학에게 길을 물어야 하는가?


20세기 후반 자본주의는 대항마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자본주의는 세계를 통섭하는 경제체제가 되었으며, 자본의 논리는 옳고 선한 사상이 됨과 동시에 세계를 지배하는 사상이 되었다. 인간의 속성을 욕망의 충족으로 보는 자본주의는 경쟁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국가, 기업, 개인 간의 무한경쟁을 초래해 이전투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새로운 이름은 세계화이다. 세계화는 전 세계를 무대로 자본, 노동, 생산, 판매가 통합되기 때문에 효율이 극대화되며, 자원배분의 합리화, 규모의 경제, 자유무역을 실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에 대한 선진국의 패권적 지배, 경제주체의 대외의존도 심화, 비교열위 산업의 퇴출, 국가 및 계층 간 소득 양극화, 환경 파괴 등의 심각한 폐단을 갖고 있다. 이미 거대한 권력이 되어 버린 세계화는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어 선택의 여지없이 그에 발맞춰야 한다. 그렇다면 거인이 된 세계화를 극복하는 길은 없는 것일까?

"산에 난 조그만 오솔길도 갑자기 그곳을 이용하면 길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잠시라도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으면 풀로 가득 덮여 없어지고 만다."

2009년 7월 미중전략경제대회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인용한 <맹자>의 한 구절이다. 이는 중국의 위상에 대한 인정이며 중국을 이룬 사상에 대한 관심이다. 2천 5백 년 전 중국에는 노자와 공자 등 사상가들이 등장하여 혼란과 경쟁의 시대에 어떠한 길을 걸어야 하는지 존재론적, 인식론적, 가치론적 삶의 방향을 제시했다. 오늘날 중국이 한때 폐기 처분했던 유학을 되살리고, 자국의 대표 사상으로 내세우는 것은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증대되는 시대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서양에서도 세계화 시대를 맞아 점점 증대되는 혼란과 불안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유학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유학은 인간을 밝은 덕을 지닌 존재, 하늘의 명을 받은 존재, 하나 될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에서 출발한 학문이다. 때로는 욕망이나 욕구에 휘둘리기도 하지만, 그것이 인간의 본래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회복해야 할 모습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너와 내가 경쟁의 대상이 아닌 우리의 틀 안에서 하나임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유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세계화를 치유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유학사상의 중심에는 모두가 하나라는 인(仁)이 있고 모두가 하늘로부터 성(性)을 부여받았다는 명(命)이 있다. 이를 통해 인간은 비로소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의 발견,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유학에 길을 묻는 이유다.

2부 유학,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몰고 오다



유학, 그 뿌리를 말한다_ 인(仁)


동양의 자연관은 조화를 중시한다. 음과 양이 교감하면서 생명을 낳고 변화를 이루어 조화로운 세상을 만든다. 만물이 화생해 날마다 새로워지고 생명을 이루는 것이 성대한 덕이며 천지의 덕이고 하늘의 뜻이며 인의 작용이다. 따라서 유학은 때와 상황, 그에 합당한 행동을 중시한다. 자신을 닦는 수신을 행위의 근간으로 삼고 마음을 비워 하늘의 뜻을 받아들여 그에 합당하게 살고자 한다.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논어>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길을 기록한 경전이다. 유가의 최고 덕목은 인(仁)이다. 인은 너그럽고 신뢰할 수 있으며 따뜻하고 덕 있는 사람으로 백성들이 그리워하는 하늘의 뜻을 받드는 사람을 말한다. 백성들을 통합하고 위정자들을 다스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은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길이다.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래 모습을 회복함으로써 인간은 하늘과 하나가 되고 세상과 하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이 공자에 의해 모든 덕을 통합한 도덕적 가치이자 생명을 뜻하는 철학적 개념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공자는 인을 남과 더불어 사는 근본이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할 철칙으로 보았다. 수양을 통해 천하를 인으로 감화시킬 때 천하가 인하게 된다는 것이다.

세상이 바로 서기를 바랐던 공자가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인재양성이었다. 공자는 14년 동안 천하를 주유하면서 자신의 사상이 현실에서 실현될 수 없음을 깨닫고 인재양성에 최선을 다했다. 세상이 혼란하고 힘들어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면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 특히 덕이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에 대해 열려 있는 마음은 세상을 통섭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어진 이를 높이고 인재를 기르며 그를 등용함으로써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유가의 사람에 대한 믿음이 인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맹자, 세상에 드높이 외치다

맹자는 공자의 인(仁) 사상을 구체화해 유학의 자리를 확고하게 다진 전국시대의 인물이다. 그는 모두가 자신의 이(利)만을 추구하면 세상은 아귀다툼하는 곳으로 변할 것이기 때문에, 임금은 인(仁)과 의(義)를 덕목으로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백성에게 인과 의가 시행되면 그들을 때에 맞게 부릴 수 있다. 따라서 제철에 농사를 지을 수 있어 곡식이 남아돌고, 연못에 잔 그물을 넣지 않아 물고기가 가득하며, 함부로 나무를 베지 않아 목재가 그득하게 된다. 부국강병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인과 의를 국리보다 우선시해야 하는 까닭이며, 인자가 높은 자리에 있어야 하는 까닭이다.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인간의 성(性)이 선하다는 것을 내세우며 자기 안에 존재하는 선함을 발현해 전국시대의 혼란이 다스려지기를 바랐다. 그는 인간의 본질을 성(性)으로 보았고 성은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갖추었고 때문에 그대로 발현되면 하늘이 명한 본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보았다. 자기 안에 있는 성이 왜곡되지 않고 그대로 발현될 때 대인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요순까지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온전히 자기에게 달린 것이지만 그럼에도 구해야 하는 이유는 내버려두면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순자, 인간의 본질을 말한다

맹자가 공자사상 가운데 본성의 선함에 중점을 두고 내면적인 덕을 강조했다면, 순자는 외적인 예(禮)를 중시하고 예를 통해 세상을 바르게 할 수 있다고 보았다. 순자는 수신을 통해 자신의 기질을 변화시킨 자를 성인으로 보았다. 본성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악이지만, 성인이 행한 예의를 배워 자신을 바꾸는 일은 선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명한 스승에게 성인의 자질을 배워 본받고, 좋은 친구를 통해 교제할 것을 명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인의에 가깝게 된다는 것이다.

예(禮)는 순자 철학의 핵심이다. 순자는 사람을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로 보았다. 그런데 자신의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손해를 보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서로를 죽이는 약육강식의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순자는 이러한 사회의 혼란을 막기 위한 장치로서 예를 설정한 것이다. 공자는 "사람은 예를 알지 못하면 설 수가 없다"고 했다. 순자는 예를 알고 행할 때 만물이 생성할 수 있고 일을 이룰 수 있으며 국가가 평안하다고 여겼다.

순자가 중시하는 예의 핵심은 분(分)이다. 예에는 귀함과 천함, 신분의 높고 낮음, 위와 아래, 크고 작음의 분별이 있다. 분별과 차등을 통해 세상이 질서정연하게 다스려져야 한다는 것이 순자의 논리다. 순자가 목표로 한 사회의 최고 단계는 예가 실천되며 사회의 각 구성원이 명분에 맞는 위치에서 행동하는 사회이다. 직분을 정하고 명확히 함으로써 자신의 위치와 자리에 만족하고, 그것을 통해 각자의 임무를 완성한다는 점에서 순자의 예는 몸 중심의 형이하학적 사상이다.

순자는 성악설로도 유명하다. 그는 인간은 나면서부터 이익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대로 둘 경우 시기와 다툼으로 서로를 해친다고 여겼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잘못된 것을 교정할 것을 주문했다. 교정을 위해 강조한 것은 스승의 교화와 예의의 법도였다. 스승을 통해 배워야 사회 질서가 생기고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순자는 자연 상태의 악에서 벗어나 성인의 예를 실천하고 실현하는 인간의 노력을 통해 선을 이루고 자신을 완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중용, 새로운 세대의 패러다임이다

중용(中庸)은 '하늘이 명(命)한 것이 성이요, 성을 따르는 것이 도(道)이며, 도를 닦는 것이 교(敎)'라는 선언으로 시작된다.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성이 하늘의 명이라는 선언은 성을 따르는 삶이 인간의 도이며, 도를 닦는 것이 가르침임을 알려준다. 공자는 군자라야 중용을 실천하고 때에 합당하다고 했다. 중은 '적중하다, 합당하다, 적합하다'는 뜻으로 쓰이며 '마음'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를 사람에게 적용하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거나 지나치거나 모자라지도 않은 조화를 의미한다. 중은 요순시대 최고의 경지로 여겼던 사상으로 천자가 행해야 하는 덕목이기도 하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넘치거나 부족하고 치우친 상태에 있다. 이렇게 경쟁으로는 치유할 수 없는 기로에 선 현대의 철학이 유학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중에 있다. 중은 한쪽에 치우치지 않으므로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을 아우르며 하늘과 인간, 하늘과 땅, 땅과 인간 모두를 치유할 수 있다. 시간과 공간의 알맞은 때를 중시하기 때문에 어느 곳, 어느 누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따라서 중용은 한계에 다다른 현상학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자 치유의 철학이 될 수 있다.

오늘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환경파괴, 극단적인 양극화, 인간의 존엄성 말살 등 부정적인 면들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대안이 유가의 이상사회인 대동 사회인데, 이것은 크게 하나 되는 사회로 중용이 실현된 사회를 말한다. 대동 사회는 구성원 모두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성에 따라 살기 때문에 천하의 모든 일이 공정해진다. 천하가 공정하면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인정받을 수 있고, 불만스러운 자가 없게 된다. 모든 구성원들이 편안하게 부양받을 수 있고, 남을 위해 베푸는 세상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대동사회가 근간으로 하는 정치는 무위의 다스림이다. 이는 지극한 정성이 쉼이 없는 것이며, 스스로 힘써서 쉬지 않는 것이다. 대동 사회는 매우 이상적이고 관념적이지만 오늘날 인류의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실천적 사상이 될 수 있다.

3부 삼성, 유학으로 미래를 다시 세우다



삼성 경영철학의 근본, 공자와 맹자


이병철의 선친인 이찬우 공은 공맹의 가르침을 중시한 유학자였다. 그는 인의예지신의 오륜 가운데 신을 중시했다.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신용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의 가르침이다. 이는 삼성이 신용을 기업의 생명으로 삼은 발판이 되었다. 이병철은 1938년 28세의 나이에 대구에서 자본금 3만원을 가지고 삼성상회를 열었다. 이것이 삼성의 출발이었다. 그는 삼성상회 경영을 와세다 대학 시절의 친구인 이순근에게 일임했다. 이순근은 짧은 기간에 삼성상회를 성장시켜 사람에 대한 믿음에 확신을 심어주었다. 이병철은 스스로를 "덕은 없지만 인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에게는 사업을 하는 동안 직장과 자신을 동일시 해 책임감 있게 일하고 믿고 따라준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병철은 회사를 운영하는 기본 방침으로 "투자와 그에 따른 이익 배당, 공존공영의 정신과 능력에 따른 대우, 신상필벌의 기풍 확립, 가족적 분위기 유지" 등을 내세웠다. 1951년 삼성그룹의 첫 번째 초석인 삼성물산을 설립한 이후 이병철은 '기업은 사람'이라는 신념을 경영철학의 토대로 삼는다. 사람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요건이며, 사람에 대한 신뢰가 기업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인재를 중시하는 사풍은 신뢰의 토대가 된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진실함과 믿음을 인생의 중심으로 삼을 것을 요구했다. 충이 진실함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신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어 세상과 나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한다. 이것이 기업의 틀이 될 때 기업은 비로소 생명을 얻을 수 있고, 기업의 이익과 동시에 세상의 이익을 도모할 수 있게 된다.

유학을 위기지학의 학문이라고 하는데, 자기의 수신을 위해 공부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바름을 위해 공부하는 것이며, 내가 실천적으로 행하는 것을 학문의 내용으로 삼고 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이병철의 인생관이었다. 그는 사업으로 뜻을 세우고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인류복지의 향상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여겼다. 그에게 있어 기업은 삶과 수신의 도량이었다. 그는 삼성에 입사하는 사원들이 올바른 인생관, 가치관, 직업관을 갖고 시비, 선악, 공사를 분명히 할 것을 강조했다. 수신이 되었을 때 인간관계가 회복되며, 바르고 안정된 사회를 지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인생관은 한 마디로 수신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와 맹자가 성왕이라고 칭송한 순임금은 묻는 것과 평범한 말을 살피는 것을 좋아했으며, 남의 악을 숨기고 그들의 선을 드러냄으로써 위대한 임금이 될 수 있었다. 순임금은 왕위에 오른 뒤 가장 먼저 언로를 열었다. 사방의 문을 열고 눈을 밝혔으며 귀를 열었다. 백성들의 눈과 귀를 열어주었다는 것은 진실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으로 그들과 하나 됨을 의미한다. 37세에 삼성그룹의 부회장이 된 이건희는 아버지에게 평생의 좌우명으로 경청이라는 두 글자를 받았다. 경청은 시대를 막론하고 지도자라면 반드시 지녀야 할 덕목이다. 경청은 묵묵히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열어 진심을 말하게 하고, 바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이다. 이건희의 말과 행동은 20만 삼성가족은 물론 국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 귀가 열려 있어야 한다. 잘 들어야 현재를 직시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며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윗사람은 눌언에 귀 기울이며 인언과 선언과 충언을 선별하고, 교언과 참언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지도자의 겸손과 성실, 진실함은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지도자의 경청은 말을 알게 하고 실천하게 한다. 하지만 이건희는 "삼성의 구성원이 소유주의 말만 일방적으로 들으며 잘못을 지적해주지 않아 일일이 찾아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경청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한다. 진정한 경청이란 고집과 아집이 없이 상대가 스스로 마음을 열고 말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윗사람의 경청은 상대방의 마음을 녹여 모두가 하나 되는 효과를 가져와야 한다. 그럴 때 조직의 꿈이 자신의 꿈이 되며, 너와 나는 우주적 일체를 이루게 된다. 이것이 조직의 힘이다.

삼성, 성장을 위해 일본을 차용하다

맹자에 기록된 사소와 사대는 나라를 섬기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사소는 큰 나라가 작은 나라를 섬기는 것으로 무한한 포용력을 말하고, 사대는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방법으로 부모를 모시고 임금을 섬기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맹자는 사소는 인자(仁者)여야 가능하고 사대는 지자(智者)여야 가능하다고 보았다. 예로부터 나라가 작고 약하면 강대국을 섬기는 것이 당연한 이치였다. 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이병철은 국내적으로는 중소기업과 협력함으로써 사소의 입장을, 국외적으로는 약소국의 입장에서 선진화된 일본과 미국의 동향을 존중하고 그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면서 세계를 보는 안목을 키우고 미래를 보았으며, 세계의 흐름을 살펴 삼성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병철은 삼성의 성장을 위한 선택한 국가는 일본이었다. 그는 1959년부터 매년 동경에서 한 해의 계획을 세우며 세계 진출의 꿈을 키웠다. 이것이 그의 '동경구상'이다. 30년간 이어진 동경구상은 반도체, 유전공학, 항공 등 삼성의 최첨단 사업을 실현시켰다. 그는 매년 6개월 정도 일본에 체류하면서 일본의 기술, 기업, 국민성, 상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축적하고 아이디어를 창출해갔다. 동경 구상 중 삼성의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반도체였다. 많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반도체가 산업의 쌀이 될 것을 확신하면서 추진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정보력 덕분이었다. 그의 예상처럼 오늘날 반도체는 한국의 경제력과 삼성을 상징하는 핵심 사업이 되었다. 동경구상은 이병철의 도전정신과 미지를 꿰뚫는 눈과 함께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삼성의 힘을 창출한 바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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