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세계의 인재를 구하다
홍하상 지음 | 북폴리오
PART 1 이건희의 천재경영 선언천재경영론2003년 6월, 이건희 회장은 이른바 신경영 선언 10주년을 기념하여, 천재경영 -삼성이 초일류로 거듭나기 위해서 천재를 모셔오든지 아니면 길러내든지 하여, 그들로 하여금 세계 초일류 제품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것과, 디자인에서도 세계 초일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것- 을 선언했다. 그는 21세기는 두뇌전쟁의 시대이므로, 모든 지식과 정보가 1등에게만 모이게 되어, 어느 분야에서든 1등만이 살아남고, 나머지 기업이나 국가는 1등 국가와 1등 기업의 하청 공장으로 전락하여 근근이 먹고 살게 되며, 앞으로는 천재급 인재 한 사람이 새로운 발명을 통해 수백, 수천 명의 일을 대신 해줄 것이라 확신하면서, 그 대표적인 예로 미국의 빌 게이츠를 꼽았다. 결국 이건희 회장의 천재경영론은, 일본이나 미국보다 땅도 좁고 시장도 작으며 자본도 적은 우리나라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오직 '천재 키우기'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핵심인재론이건희 회장의 선친인 이병철 회장은 '인재제일'이라는 단어를 사훈으로 정할 정도로 인재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으나, 인재를 모두 국내에서 뽑아 가르쳤다. 반면에 이건희 회장은 인재가 있다면, 국내, 국외를 가리지 않고 초빙해 오고 있다. 이런 삼성가의 '인재제일' 철학은 그의 아들인 이재용 상무에게도 그대로 전수되고 있다. 참고로 이건희 회장은 1987년부터 인재의 중요성을 CEO들에게 역설해왔으며, 그 결과 삼성전자는 인재 스카우트 전담팀인 IRO(International Recruit Office) 등을 조직하고, 핵심인재 확보를 위해 전 세계를 날아다니고 있다. 아울러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기업 내에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기에 삼성전자는 콜센터라는 기구를 두고, 외국에서 오래 생활한 한국인이나 외국인 출신 고급 인력들이 국내에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핵심인재 확보 전쟁삼성전자 인사팀은 핵심직원들을 S(Super)급과 H(High Potential)급으로 분류, 관리하고 있는데, S급 인원은 400여 명에 이르며, 그들의 연봉은 같은 직급 내 임직원보다 세 배가 많다. 그리고 삼성전자의 해외 채용팀은 미국, 유럽 등지를 돌며 고급 인력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대상자들을 물색하고 있는데, 삼성이 찾으려고 하는 우수인력은 해외의 우수한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국 유학생들과 해외의 상위급 대학에서 강의를 하거나 연구를 하고 있는 우수한 인력이 그 대상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인재 찾기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여, 일본, 호주, 러시아, 인도, 동유럽 등으로 그 대상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T자형 인재를 찾아라I자형 인재는 한 가지 분야에만 정통하고 다른 분야는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반면에, T자형 인재는 자기 분야에 정통한 것은 물론이고 다른 분야까지 폭넓게 알고 있는 종합적인 사고능력을 갖춘 인재를 말하는데, 이건희 회장은 T자형 인재를 좋아한다. 삼성전자의 황창규 사장은, 'T자형 인재란 전문 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희생/봉사 정신을 겸비한 사람이며, 뛰어난 기술과 실력을 바탕으로 조직과 조화를 이루는 팀플레이를 소화해냄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인재'라고 정의하고 있다.
천재 스카우트의 조건삼성이 생각하는 핵심인재란, 21세기 새로운 수종 사업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만들고, 그 아이템으로 수요를 창출하며, 산업 전체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이자, 더불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다. 이런 인재의 범위는 학교에서 1등만 해온 모범생보다는, 시대의 기존질서나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을 뛰어넘고자 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델 컴퓨터의 델 같은 사람이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삼성 경영을 배우자최근 삼성의 경영을 배우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는데, 이로써 이제 삼성전자는 한국의 기업을 넘어 글로벌기업의 초일류기업으로 인정받는 셈이라 할 수 있다. 비단 기업뿐만이 아니라 정부도 삼성의 경영을 배우고 있다. 예를 들면 올해 1월 기획예산처의 간부 70여 명은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교육받았는데, 삼성의 사업부 제도를 배우려는 것이었다. 참고로 삼성의 경영방식은 미국식 첨단경영과 일본의 전통적인 경영방식을 융합 -실적이나 성과 면에서는 GE 방식이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와 철저한 관리경영은 도요타 스타일- 한 것에 이건희 회장만의 독특한 경영 스타일이 합쳐진 것이라 할 수 있다.
PART 2 삼성의 천재, 미래의 천재삼성 MBA 제도삼성그룹은 직원들 중에서 차세대 핵심인력을 발굴, 육성하기 위하여, 삼성 MBA 제도 -과장, 차장급 등 중간간부 중에서 지원자를 대상으로 선발하여, 회사 차원에서 MBA를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음- 를 도입하고 있으며, MBA를 취득한 사람에 대해서는 그룹 차원에서 차세대 리더 혹은 CEO로 키워 나가고 있다. 삼성은 MBA 제도 외에도 지역 전문가 과정이나 21세기 리더 과정, 21세기 CEO 과정 등 다양한 핵심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지역 전문가 육성 과정은 문화적인 차이를 뛰어넘어, 완전히 현지화된 -현지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삼성인을 양성하는 제도인데, 해당국가의 파견자로 선발된 사원은 모든 업무로부터 해방되어, 아무런 조건 없이 6개월 내지 1년간 자신이 선택한 나라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현지인과 생활하게 되며, 또 본인이 선택한 어학연수와 체험연수를 통해 현지 국가의 사회,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 대한 여러 가지 경험을 쌓도록 배려하고 있다. 한편 최근 사이버 교육 프로그램 -인터넷 비즈니스 성공전략, 글로벌 경영, 비즈니스 매너, 알기 쉬운 시사경제, 퍼포먼스 영어 등- 도 약 40여 가지나 실시되고 있다.
삼성인력개발원삼성그룹의 사원이나 간부를 교육시키는 곳은 삼성인력개발원이다. 신입사원은 누구나 삼성에 입사하면 최소한 6개월 정도의 교육을 이 곳에서 받게 된다. 이른바 SVP(Samsung Shared Value Program) 과정으로, 기본적으로 25박 26일의 합숙과정을 거친다. 이 기간 동안 삼성인으로서의 기본자질을 배우고 느끼며, 삼성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머릿속에 넣게 된다. 교육 내용 중에는 '한계능력 배양훈련'과 '판매능력 개발훈련'이라는 것도 있는데, 한계능력 배양훈련이란 20여 명을 한 팀으로 구성하여 20km를 행군하는 것으로 조직의 단합이 훈련 목적이고, '판매능력 개발훈련'은 판매의 중요성과 사회생활의 적응력 배양을 위한 훈련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삼성맨들은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탄생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근무하고 있는 동안에도 교육은 계속되는데, 신입사원 입문 교육이 SVP라면, 고위경영자 양성 및 임원 양성 프로그램은 SLP(Samsung Business Leader Program)이다. SLP는 삼성 내의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여 삼성의 미래 지도자로 키우는 과정인데, 이 과정에서 삼성의 중간간부들은 새로운 우수인재로 거듭나게 되며, 그들 중에 일부는 삼성 MBA 제도를 통해 외국의 명문 비즈니스 스쿨이나 국내의 경영대학원에서 2년간 경영, 기술, 국제화 등의 교육을 받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은 단순한 삼성맨에서, 문제를 복합적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지식 역량을 갖춘 삼성맨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삼성의 중간 간부들 중에서 다시 걸러진 인재들은, SGP(Samsung Global Expert Program)라는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SGP란 글로벌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말하는데, 지역 전문가를 양성하거나, 해외에 파견될 주재원을 양성하거나, 해외의 법인장 등을 양성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핵심은 외국어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삼성은 이처럼 교육에 철저한 회사인데 바로 이것이 오늘날 삼성을 발전시킨 원동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반도체 기술, 그들 손에 달려 있다삼성전자를 메모리 반도체 1위로 이끈 황창규 사장은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대학과 기업에서 활동하다가 삼성에 합류했다. 그런데 그가 해외 명문대 박사로서 학계로 진출하지 않고 기업으로 진로를 택한 이유는 반도체에서 한국을 일본보다 우월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결국 그는 책임의식과 오기로 개발에 매진하여 세계 최초로 256MD램을 개발하여, 일본을 본격적으로 추월하게 된다. 황 사장은, 주인공이 학창시절 은사를 만나 혁신에 대해 터득하고 경영에 접목해 나간다는 경제소설 『더 골(The Goal)』을 특히 좋아하며, 개인적으로는 역사소설, 위인전 등 역사 속 인물의 모습에서 경영의 지혜를 얻고 있다고 한다. 또 그는 과학고·공과대를 연계한 범국가적 이공계 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해서 우수인력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삼성전자 기술총괄 임형규 사장은 삼성전자가 키워낸 내부 육성 박사 경영인인데, 그가 기업에 투신한 것은 새로운 일에 호기심이 많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하는 성향을 가진 기업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라 한다. 그가 삼성에서의 생활을 통해 가장 보람이 있었던 것은, 자신이 전공한 반도체 기술로 반도체 사업의 세계 최고를 달성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한 일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애정,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존경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너무 인간적인 조화를 우선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왜냐하면 일시적으로는 친하게 지내고 생활하는 게 편하긴 하겠지만, 결국은 조직에서 일의 성과가 나오고 성장이 이루어져야만 조직에 속한 개인들도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임형규 사장은,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가 쓴 『The Next Society』를 IT 혁명의 유사성, 향후 예견되는 IT 혁명의 발전 방향에 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을 보여주고 있어 권하고 싶은 책이라고 한다.
삼성 펠로우 제도'삼성 펠로우'제도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삼성을 대표할 수 있는 인재를 선정해 대내외적으로 알리는 제도로서, 2002년부터 시작해 1년에 2명씩 현재까지 모두 6명 -MPEG 핵심기술 개발의 주역 서양석 전무, 강유전체(强誘電體)를 응용한 차세대 반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기술 보유자 및 국제적 리더로 통하는 유인경 연구위원, 특허왕으로 통하는 김종민 상무, 반도체 연구에 빠진 김기남 연구위원, '삼성 기술전 2004' 개막식 행사에서 '2004 삼성 펠로우'로 임명된 서강덕 연구위원과 김창현 연구위원- 을 배출했다. 펠로우에 뽑히면 자신의 이름이 붙은 연구실을 갖게 되고, 독자적인 연구 프로젝트를 맡을 팀을 구성해서, 연구 및 대외활동에도 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삼성은 펠로우 제도를 통해 세계 최고 기술 개발에 도전해 원천특허를 획득하고, 핵심기술 분야에서 국제기술표준에 대한 삼성의 선도력을 강화하는 등, 세계적 수준의 기술 경쟁력을 더욱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삼성의 여성 파워이건희 회장이 지난 1993년 신경영 당시부터 '성차별 철폐'를 강력히 지시한 이후, 삼성은 줄곧 여성인력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실천해오고 있는데, 참고로 이 회장은 여성은 배려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필요하며, 장래를 볼 때 여성인력을 안 쓰면 망하게 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삼성의 여성 인력 중용 경영은 지난 10년간 인력 구조에도 큰 변화를 가져와, 1993년 3%에 불과했던 대졸 이상 여성 직원의 비율이, 2004년 그룹 전체 대졸 이상 직원의 11%인 6,900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삼성인사팀 관계자는 이러한 결과가 있기까지는 기혼여성을 위한 사내 탁아소 및 모성보호실 확대, 여성 간부 리더십 교육, 육아휴직 활용지원, 여성 전문 컨설턴트 제도 등 여성들의 근무 여건 지원을 강화한 것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시스템을 꾸준히 도입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여성들이 모든 분야에서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여성 인력 중용책을 펴나갈 방침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인 여성 인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삼성 여성박사 출신의 대표주자인 윤심(삼성SDS 웹서비스 추진사업단장)은 중앙대 전산학과를 거쳐 LG 소프트웨어에서 5년 동안 근무한 후, 사표를 내고 공부를 하기 위해 1990년 프랑스로 떠났고, 프랑스 제6대학에서 전산학 석사·박사 과정을 마치던 해인 1996년 삼성 SDS에 채용되었다. 좋아하는 키워드가 '이노베이션(Innovation)'이라는 그녀는 회사의 숨통을 틔워주고 끊임없이 샘물을 찾아내는 일을 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설득의 달인이라고 부르는데, 그녀가 말하는 설득의 첫 단추는 먼저 상대방의 입장에 서는 것이라고 한다. 그녀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되었을 때 상대를 이해할 수 있고, 이해를 얻어낼 수 있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경험상 설득은 연애하는 것과 비슷해요. 부부 사이에서 '그건 아냐'하고 나오면 더욱 반발이 심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단 상사는 나보다 옳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공감할 수 없더라도 일단 수긍하고 나중에 논리를 만들어 다시 설득해야 합니다. 이때도 상사가 기분이 나쁘지 않도록 마치 상사가 직접 결정하는 것처럼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하지만 이와 다르게 부하직원을 설득할 때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즉 부하직원이 스스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다만 이야기는 들어주되 본인이 확고한 신념을 가진 부분은 밀어 붙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삼성 내 대표적인 여성인력으로 윤심 외에 이탈리아를 주름잡은 디자이너인 이정민 상무보, 여성성을 내세운 카피라이터인 최인아 상무 등을 들 수 있다.
다른 계열의 수재삼성화재는 일본 도쿄해상에서 근무하던 가와시타 도시키를 해외업무 담당 상무로 영입했는데, 그는 삼성화재에서 S급 임원대우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그가 담당하는 것은 이머징(Emerging) 마케팅 분야 -이머징 마켓이란 떠오르는 시장을 말하는데, 기존의 미국이나 일본 등의 시장이 정체되어 있는 것에 반해 신흥공업국들은 새로운 산업개발을 위하여 사회 간접자본 등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등 자본수요가 많기 때문에 이 곳을 떠오르는 시장이라 칭함- 인데, 삼성생명이나 삼성화재 등 금융권의 경우, 이머징 마케팅이 큰 관심 분야로 떠오르고 있어서 그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가와시타 도시키 상무 외에 제일기획의 마이클 문과 스티브 쇼룸 등도 삼성에 근무하고 있는 수재들이라 할 수 있겠다.
삼성을 떠난 천재미국 하버드 대학 경영대학원 MBA 출신인 김병국(미국명 에릭 김)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글로벌 마케팅 실장으로 스카우트되어온 S급 인재였는데, 그는 2003년 블록버스터 영화 <매트릭스 2>에 애니콜을 등장시켜 전 세계적인 프로모션에 애니콜을 성공적으로 선보이기도 했고, 그의 재임 기간 중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52억 달러에서 126억 달러로 무려 2배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 전 부사장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