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드연구소의 기업경영 리포트
폴 라이트 지음 | 비즈니스북스
[커지는 불확실성]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취약성 극복 방안랜드연구소는 불확실성과 그에 수반되는 취약성에 관심을 가져 왔는데, 현재 조직들이 직면하고 있는 취약성은 무지, 경직성, 무관심, 비일관성 때문에 발생한다. 그리고 기업들은 앞의 네 가지 경우 모두에 취약한 것은 아니고, 또 현재를 헤쳐 나가느라 너무 분주한 나머지 바로 내일이 지나면 닥칠 충격과 기회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지는 조직들이 장기적인 위협과 기회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쏟지 않을 때 발생하므로, 무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위협과 기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 경직성은 취약성을 줄이거나 신규 시장을 이용하기 위해 재빨리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쌓지 않을 때 발생하므로, 경직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재빨리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무관심은 새로운 제품 개발에 필요한 R&D에 투자하지 않을 때 발생하므로, 무관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비일관성은 조직이 합심해서 원하는 미래를 향해 일관되게 나아가지 않을 때 발생하므로, 비일관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직 전체에 일관된 메시지가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지의 경우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기업의 무지는 다양한 형태 -어떤 기업들은 그들 자신이나 정치적 역경과 맞서 싸우는 데 집중하다가 미래를 완전히 잊어버리고, 또 어떤 기업들은 그들의 주위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미래에만 집중하거나, 또 어떤 기업들은 미래에 대한 수천 가지 신호들을 감지하지만 그것들을 하나로 묶는 데 실패한다- 를 띠고 있다. 그러나 대안적 미래(alternative futures)를 상상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은데, 그중 그럴듯한 현실적 시나리오를 구상해 보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볼보는 SUV 시장에 진입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이러한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는데,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당시 볼보는 2003년 <모터 트렌드(Motor Trend)>지에 의해 '올해의 SUV'에 선정된 XC90을 비롯해서 새로운 SUV 차종을 몇 가지 선보였지만, 이러한 신차를 출시하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했다. 왜냐하면 마케팅, 재무, 생산, 엔지니어링, 그리고 디자인 그룹이 SUV 시장 진출 결정에 따라 나타날 미래의 결과에 대해서 각자 다른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충 설명하면, 부서별 -예를 들면 마케팅 부서는 가격과 관련된 문제, 재무 부서는 순수익에 관심을 가짐- 로 자기 입맛에 맞는 데이터를 골라서, 그들이 생각하는 미래에 대한 감도 분석(sensitivity analysis)을 실시한 다음에, 그로 인해 얻은 몇 가지 결과를 동료들에게 전달했는데, 동료들 역시 자기가 내린 계산의 연장선상에서 그러한 결과들을 자기 입맛에 따라 해석하곤 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덜 개혁적인 생산 라인에는 제대로 적용될 수 있었지만, 모든 신규 차량에 일괄적으로 적용했을 때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각 부서별로 작성한 분석 스프레드시트에 다른 부서와의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가정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볼보는 컴퓨터를 이용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활용해, 미래의 비전에 대한 부서별 차이점을 융합시킴으로써 이러한 갈등을 해결했다. 볼보는 미래의 전략을 고려하면서 당초의 생산 계획을 수정했다. 당초의 계획의 경우 SUV에 대해 초기에 관심을 갖도록 한 낙관적인 가정이 실현되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었지만, 분석 결과를 반영하여, 모든 일이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경우의 위험을 확실하게 피하는 대신,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올렸을 때 얻게 되는 잠재 이익의 일부를 포기하는 새로운 계획을 채택하여, 결국 볼보의 SUV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고급 자동차 메이커로서의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시킬 수 있었다.
새로운 불확실성의 등장랜드연구소의 연구원인 프랭크 캠(Frank Camm)은 미국의 군사계획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1986년 무렵까지 우리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깨닫고 있었다. 그런데 냉전이 종식된 지금 이러한 대비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미군만 유일하게 불확실한 미래에 직면해 있는 것은 아니며, 어떤 업계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성격도 변하고 있는데, 이러한 불확실성에는 통계 및 세계정세의 불확실성 등이 있고, 이러한 불확실성의 근원으로는 생명공학의 혁명, 소재와 제조업의 혁명, 정보의 혁명, 국제 상거래의 혁명, 전략의 혁명 등을 들 수 있다. 참고로 랜드연구소가 미래에 대해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은, 미래가 과거와 다를 것이라는 것뿐이다. 따라서 미래를 위해 어떻게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이 살아남는 길앞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혁명 - 생명공학의 혁명, 소재와 제조업의 혁명, 정보의 혁명, 국제 상거래의 혁명, 전략의 혁명 - 들이 합쳐져 미래학자들이 말하는 '특이점(singularity: 천체 물리학에서 쓰이는 용어로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블랙홀의 중심을 말함)'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생겨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생명공학, 기술, 세계화, 정보의 혁명이 합쳐져서 여러 예상하지 못한 위험성이 커지는 가운데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는 것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아울러 변화의 속도와 다양성을 바탕으로 따져 보았을 때,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 그들이 불확실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런 이유로 전략 기획과 벤치마킹, 그리고 사명과 비전 선언문(vision statement)과 같은 '이미 입증된' 방향 설정 도구들이 2002년 베인 앤 컴퍼니(Bain & Company)의 연간 중요 경영 관리 도구 조사에서 상위에 올라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적절한 경로를 정했다고 해도, 무지나 경직성, 무관심이나 비일관성 등 어떤 이유 때문이건, 각자가 처한 변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는 기업들이 매우 많다. 그들은 또 다른 기획 과정을 시작하거나, 경쟁자를 벤치마킹하거나, 좀더 나은 비전 선언문을 작성하는 대신에, 다음에 일어날 놀랄 만한 사건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해야 할지 모른다. 따라서 문제는 어떻게 변화보다 앞서 나가느냐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기업들이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조직들은 효과가 있다고 하면 뭐든지 하려고 하며, 꼬리를 무는 유행을 좇는 등, 좋은 일이란 일은 모두 해버리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훌륭한 성과를 찾아서]
변화 속에서 길을 잃다랜드연구소가 몇 년 동안 관찰한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조직이 성과를 높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 중에서, '어느 특성이 고성과 창출에 가장 중요한가?' 하는 것이 바로 여기서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것인데, 이번 장에서는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통계적인 '걸러 내기(winnowing)' 과정을 밟고 있다. 마치 운동화를 발 크기에 맞춰 디자인할 수 있는 것처럼, 조직 역시 일정한 밑그림을 바탕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서도 고성과를 낼 수 있도록 기업을 설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성과의 핵심을 파악하기 위한 걸러 내기나는 126명의 연구원들에게, 랜드연구소에서의 개인적인 이력과 고성과 조직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에 대해 물어본 다음, 성과 정도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조직 중 하나를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 결과 126개의 조직이 언급되었는데, 나는 각 응답자에게 해당 조직의 성과를 '모범적'에서 '극히 나쁨'까지 총 7단계로 점수를 매기도록 요청했다.
다음 나는 각 응답자에게 다음과 같은 조직 성과의 아홉 가지 영역 -①설립 연한, 규모, 부문 등의 기업 통계학적 내용, ②사명, 자금 마련, 평가 방법 등의 전략, ③충격, 성장, 변화 등의 궤도, ④불확실성, 격동, 경쟁 등의 환경, ⑤직원 배치, 권한 위임,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 내부 조직, ⑥스타일, 의사소통, 정치적 기술 등을 포함한 리더십, ⑦계획 수립, 예산책정, 평가 등을 포함한 경영 체계, ⑧ 정보, 기술, 훈련 등을 포함한 재원, ⑨보상제도 등- 과 관련해 총 서른일곱 가지 질문을 던졌는데, 이에 대한 답변은 고성과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사항이 무엇인지를 밝혀주는, 거의 꿈과도 같은 '사실상 완벽한' 특성들의 목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렇지만 문제는 고성과 조직들이 서로 어떻게 닮았느냐가 아니라, 이 조직들이 형편없는 성과를 거두는 기업들과 차이가 있는지, 다르다면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성과가 좋지 않은 조직들은 스스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관한 사항이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실제로 고성과를 예측할 때, 각 특성의 진정한 강점을 테스트하기 위해 설계된 통계적 걸러 내기 과정을 우리는 세 번 거쳤다.
첫 번째 걸러 내기 : 성과와의 상관관계첫 번째 걸러 내기 작업에서는, 특성들이 성과와 관련해 일 대 일 상관관계를 보여 주어야만 아래의 '특성풀(pool)'에 남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수행한 업무의 결과를 평가하고, 직원들에게 스스로 일상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참여적인 리더십을 받아들이고, 효율적인 프로그램 평가 체계를 지닌 조직들은, 다른 조직들에 비해 고성과 조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네 가지 특성 모두가 첫 번째 걸러 내기 작업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한편 사명의 변화를 경험하고, 경쟁적인 그리고 (혹은) 격동을 겪고 있는 환경에서 운영되었으며,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가 있는 조직들은 다른 조직들에 비해 고성과를 낼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았다. 따라서 이 네 가지 특성은 모두 제외되었다.
<첫 번째 걸러내기 : 성과와의 상관관계 특성 도표>
두 번째 걸러 내기 : 성과와의 예언적인 관계첫 번째 작업에서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관문을 통과한 특성은, 두 번째 작업에서 각 항목 내에서 다른 특성들과 비교했을 때 성과와 '예언적인 관계(predictive relationship)'를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기만 하면 풀에 남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리더십 항목에서 참여 수용 및 개방적 의사소통 분위기 조성은 조직의 성과에 있어 통계적으로 중요한 예측 변수로 부상했다. 때문에 이 두 가지 특성은 살아남았다. 반면 정치적인 세계 관리는 의미가 없어져 풀에서 제거되었다.
<두 번째 걸러내기 : 성과와의 예언적인 관계 특성 도표>
세 번째 걸러 내기 : 가장 강력한 예언적 관계세 번째 걸러 내기 작업은 남아 있는 13개 특성을 서로 비교해, 어느 특성이 성과와 가장 큰 예언적인 관련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봄으로써 특성들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마지막 걸러 내기 작업을 한 결과 성과를 예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변수 7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통계적으로 보면 정보에 대한 접근성 제공이 가장 강력한 고성과 예측 변수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 성과에 따른 강력한 개인적인 보상제도 마련, 사명 다듬기, 권한 위임, 개방적 의사소통 분위기 조성, 결과 평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6개 특성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는 요인으로 판단되어 제거되었다.
<세 번째 걸러내기 : 가장 강력한 예언적 관계 특성 도표> 우리는 세 번째 걸러 내기 작업을 통해 가장 강력한 7개의 성과 예측 변수를 얻게 되었다. 또한 이 작업을 통해, 세 번째 걸러 내기 작업에 포함된 13개 특성의 토대가 되는, 통계적으로 중요한 네 가지 요소가 드러났는데, 첫 번째 요소는 조직의 무지를 제거할 수 있는 세 가지 특성 -결과 평가, 프로그램 평가 강화, 고성과를 거두기 위한 분명한 보상제도 마련- 이었고, 두 번째 요소는 조직의 경직성을 풀어 줄 수 있는 세 가지 특성 -일상적인 결정에 대한 권한 위임, 참여적인 리더십의 포용, 개방적 의사소통 분위기 조성- 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 요소는 조직의 무관심에 대항하는 세 가지 특성 -정기적인 고객 조사,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투자, 고성과를 내기 위한 강력한 보상제도 마련- 이었고, 네 번째 요소는 비일관성에 대항하기 위한 세 가지 특성 -부서 간 장벽 허물기, IT 기술 강화, 정보에 대한 접근성 향상- 이었다. 마지막 특성인 사명 다듬기는 네 가지 요소 전부에서 발견되었으며,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취약성을 극복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이러한 요소들은 한마디로 고성과 조직의 핵심 요소 혹은 인프라라 할 수 있는 경계심, 민첩성, 적응성, 얼라인먼트로 정리될 수 있다고 하겠다.
기업의 고성과 달성을 위한 교훈걸러 내기 작업은 고성과를 내는 데 가장 중요한 특성들의 목록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조직 설계에 대한 열 가지 교훈을 알려 주었는데, 이 교훈들은 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은 정직한 자각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하겠다. 참고로 기업의 고성과 달성에 대한 열 가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나쁜 성과가 항상 우발적인 것은 아니다. 둘째, 고성과가 항상 질서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셋째, 고성과가 항상 효율적인 것은 아니다. 넷째, 고성과는 위계질서와는 관련이 없다. 다섯째, 고성과는 카리스마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여섯째, 고성과는 최소한의 생존력을 필요로 한다. 일곱째, 고성과는 최소한의 경쟁을 필요로 한다. 여덟째, 고성과는 정보를 통해 이루어 진다. 아홉째, 고성과는 권한 위임을 통해 달성된다. 열 번째, 고성과는 사명으로 시작해 사명으로 끝난다.
[고성과의 네 가지 핵심요소]
고성과와 견고한 기업의 관계기업을 표현할 때의 견고함은 앞에서 설명한 취약성의 위험을 회피하고 막 생겨나기 시작한 기회를 활용하며 외부의 격동에 맞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조직의 능력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견고한 기업(robust organization)은 놀라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는 것 이상의 조치를 취할 수 있어,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함으로써 훌륭한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고 하겠다. 간단하게 말해 견고한 기업은 놀라움과 침체는 필연적이라는 가정 하에 특정한 미래의 실현에 대한 신호를 주시하고, 위협과 취약성에 맞서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며, 동시에 미래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나간다고 할 수 있겠다. 한편 세계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기업들은 동시에 광범위한 가정에 대한 계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