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중국
박한진 지음 | 해냄
1장 10년 후 중국 : 무엇이 어떻게 변화하는가
50년, 100년 앞을 내다본다중국의 밑그림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뜬 덩샤오핑(鄧小平) 시대에 시작되었다. 원바오(溫飽), 샤오캉(小康), 따통(大同)으로 구분되는 '3단계 발전론'이 그것이다. '원바오'는 1979~1999년까지 20년 동안 춥고 배고픈 문제를 해결하자는 단계로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 800~1,000달러 달성을 목표로 내건 계획이다. '샤오캉'은 2000~2020년까지 좀더 여유있는 생활을 하자는 단계로서 1인당 GDP 3,000달러 시대의 개막이 목표이다. 그리고 따통은 2020년 이후, 세계 선두권의 현대화된 복지국가 건설에 나서는 단계로, 좀 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완료시점을 설정하지 않았다.
중국은 이처럼 50년, 10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 경영 전략의 기본 틀을 마련해 왔다. 또한 1999년에 1인당 GDP 800달러를 넘어서고, 2003년에는 1,090달러를 기록함으로써 이러한 밑그림이 한낱 정치성 구호가 아니라는 것을 정권 담당자와 국민들이 확인하면서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더구나 정권이 바뀌어도 그러한 밑그림이 그대로 계승되고 시대상황에 맞춰 보완되고 있다. 이러한 일관성은 다른 국가들이 쉽게 흉내내기 어려운 강력한 국가경쟁력이 아닐 수 없다.
녹색 고양이가 달린다최근 중국은 원자바오(溫家寶)총리를 포함한 국가지도자들이 환경과 질적 측면을 고려한 정책기조를 내놓으면서 이른바 '그린 GDP'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중국의 이론가들은 이를 두고 '녹색 고양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한다. 과거 개혁개방의 이론 근거는 흑묘백묘론(黑猫白猫:검은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다)이었다. 흑묘백묘론이 체제를 뛰어넘은 실사구시(實事求是)형 전략이었다면, 녹색고양이론은 환경과 자원을 생각하며 성장을 추구한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개혁개방 정책을 취하면서 실적이 좋은 지방 간부들에게 승진을 인센티브로 내걸고,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는 국채를 발행해 정부투자를 확대하고 공공사업을 대폭 늘리느라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리고 투자 프로젝트에 각종 행정수단이 동원되면서 전형적인 정부간여형 경제시스템이 지속됐다. 또한 공무원들의 비리는 정치문제로 확대되었고 경기과열을 부추겼으며, 중복생산과 자원남용으로 환경과 생태계가 파괴되었다. 더구나 수출부가가치세 환급으로 부족해진 세수는 농촌과 농업의 조세부담으로 늘어나는 부작용도 드러났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중국정부는 우선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개인 재산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래서 공공사업부문에 민자(民資)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잇따라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맹목적인 수출 경쟁을 바로 잡기 위해 수출 부가가치세 환급 제도를 점차 취소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이는 중국에 투자한 우리기업들에게도 불리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도시로 밀려드는 민공황(民工荒)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농업세를 폐지하게 된다. 이러한 정책들이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중국이 이처럼 내실까지 다지고 있다는 것은 급성장 중인 중국의 또 하나의 강력한 국가경쟁력이다.
그레이터 차이나의 등장중국이 아닌 해외에 사는 중국계 민족을 '화교(華僑)' 또는 '화인(華人)'이라고 부른다. 화교는 중국 국적을 유지하고, 화인은 거주국의 국적을 취득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러나 이들의 국적확인도 힘들고, 이중국적 사례도 많아 흔히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계 민족을 화교하고 통칭한다. 화교와 화인을 막론하고 기업 활동에 종사하는 중국계 상인을 '화상(華商)'이라고 하는데, 이들의 엄청난 경제력은 1990년대 이후 세계적인 관심대상으로 부상했다. 화교 자본은 유동자금 규모가 최소 2조 달러를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제 금융가에서는 화교 상권을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은 세계 3위의 경제 세력이라고 평할 정도다.
화상의 국경 없는 사업영역 확장으로 중국과의 연결고리는 더욱 각별해지고 있다. 화상의 중국 진출은 무역보다 투자에서 더욱 활발하여 중국에 투자한 외국인 자본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중국경제성장을 결정적으로 이끈 자본이라 할 수 있다. 동양의 유태인이라고도 불리는 화교들은 화상을 중심으로 네트워크하는 특징을 보인다. 중국정부는 지난 2001년 9월 난징에서 개최된 제6회 세계화상대회에 100억 위앤(12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지원했다. 이는 화교자본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지원이다.
화교의 경제력과 영향력으로 볼 때, 2005년 제8차 세계화상대회의 서울 개최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는 이를 계기로 화교자본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겠지만, 이들과 연계해 중국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가능성을 타진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일례로, 우리기업들이 홍콩을 화교 네트워크와 협력하는 거점으로 삼을 수 있다.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우리 기업들은 중국 본토에 직접 진출하는 것에만 몰두했을 뿐, 홍콩을 활용하는 방안을 외면했다. 앞으로는 중국에 제조, 유통기반을 가진 홍콩의 화교기업들과의 협력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중국기업, 판도가 달라진다중국은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인진라이(引進來 : 들여온다)'라 하고, 자국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하는 것을 '저우추위(走出去 : 밖으로 나간다)'라고 부른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를 지탱하고 성장시킨 요인은 '인진라이'이지만 앞으로 10년을 결정짓는 새로운 트렌드는 바로 '저우추위'다. 중국은 자국에서 생산해 해외에 팔던 'Made in China'의 단계를 뛰어넘어 해외에서 생산해 현지에 파는 'Made by Chana' 단계로 도약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2003년까지 중국의 해외투자 금액은 210억 7,700만 달러나 된다. 이 가운데 28.7%인 60억 5,200달러가 M&A방식으로 진행됐다.
중국의 저우추위가 확대되면 우리기업은 중국의 영향권에 완전히 들어가는 '딥 임팩트(deep impact)'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기업들이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그 빈자리를 중국기업들이 와서 메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의 가전업체들은 국내유통시장 진입에 가속도를 더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대해 방어 전략을 고심하기 보다는 중국 기업과의 협력가능성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국내시장 방어는 물론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기에도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1998년부터 국영기업에 개혁을 단행하고 있다. 국영기업의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면서 국가와 지방 정부의 재정에 큰 짐이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국가의 기간산업을 직접 담당하는 소수의 국영기업과 최소한의 정부투자 및 출연기관(공사와 지방공사)을 제외한 국영기업 시스템은 사실상 해체될 전망이다. 최근 중국에선 공직을 떠나 기업으로 향하는 고위 공무원들이 줄을 잇고 있고, 기업인들이 정부 고위직으로 전격 발탁되는 반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차세대 지도자군의 등장은 중국의 체제와 시스템에 유연성이 나타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중국 내수시장 쟁탈전, 세계 경제가 들끓는다지금 중국에서는 시장을 장악한 외국기업에 대해 견제를 준비하고 있다. 비록 외국인 투자기업이 현재 중국의 대외무역 실적에서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고, 전체 취업 인구의 20%를 흡수하고 있지만,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이 기술은 내놓지 않으면서 중국에서 벌어들인 수입의 상당액을 해외로 빼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 상무부는 '반독점법'을 만들어 시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는 함께 돈을 버는 기업은 친구로 남겠지만 이익만 보려하는 외국기업은 적으로 간주되어 단속대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외국기업들은 이러한 중국정부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업계에서는 독일의 지멘스와 중국의 버드가 제휴를 맺고 있고, 일본의 이토츠 상사와 아사히맥주는 대만 딩신 그룹의 중국 현지법인과 합자해 음료시장의 진출을 선언했다. 또한 닛산자동차가 중국 둥펑(同風)그룹과 합자해 중국에 재진입했다. 일본기업들이 대만 기업과 전략적 제휴에 적극적인 것은 중국 내 판매망과 문화적 동질성에 있어 대만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60% 이상이 독자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우리기업들만의 힘으로 중국의 내수 유통망을 개척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 기업들도 어제의 적을 미래의 아군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동북아 허브로 우뚝 서는 거대 경제권역상하이항이 부산항을 앞설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상하이항은 벌써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상하이항은 해양항구가 아니라 양쯔강 하구에 위치한 내륙 항이다. 수심이 8.5미터 밖에 되지 않아 2천500 TEU급 이상의 선박은 밀물과 썰물에 맞춰 드나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상하이항은 2004년, 3억 7,900만 톤의 선적을 처리해 싱가포르를 제치고 세계2위의 무역항으로 올라섰다. 상하이항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행중인 계획이 양산(洋山)항 프로젝트이다. 이는 8,000TEU급 이상의 차세대 컨테이너선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수심 15미터의 심수항 건설 계획으로서 이곳과 상하이항을 연결하는 연육교도 건설 중이다. 총길이는 서울에서 인천만큼 거리인 31킬로미터이고, 왕복 6차선으로 2005년 10월 정식 개통을 앞두고 있다. 양산항은 부산항 3배에 달하는 규모로서 인근지역에는 물류와 산업, 리조트가 어울린 신개념 해양도시가 들어설 예정이다. 양산항은 물류허브(거점지역)로서 상하이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켜 줄 것이다.
중국정부가 세계6대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 대도시권이 연이어 발달한 도시형태)육성지역으로 여기는 곳이 창장삼각주(長江三角州)이다. 이곳은 상하이를 축으로 한 양쯔강 하구의 각 도시들을 말한다. 이는 실제 정책으로 가시화 되고 있는데 고속철도와 궤도열차 건설계획이 확정되어 있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이들 지역의 물류와 자금, 정보가 유연하게 연결된다. 그리고 창장삼각주 전체를 3시간 생활권으로 묶는 대동맥이 된다. 그러나 창장삼각주는 화려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 전력부족이 가장 극심한 지역이다. 전력난을 해결하는 것이 이곳의 지속적인 발전여부를 결정짓는 관건이다.
중국이 여러 개의 거대 경제권역을 육성하고 있듯이 인천, 부산, 광양 등 경제자유구역을 중심으로 동북아 허브를 지향하는 우리도 이를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IT, BT 등 지식 서비스산업 기반 여건과 금융 분야에서 여전히 상하이에 비해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다. 우리가 동북아 허브를 지향한다면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성장하게 될 중국과의 연결고리가 형성되어야 한다. 흔히 중국은 '달리는 코끼리'라는 비유가 있듯이 상하이와의 규모경쟁은 승산이 크지 않다. 따라서 1~2년 내 한두 개라도 성공 모델을 만들어 상하이보다 먼저 가시적인 성과를 일궈내 외국 기업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늦춘다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0년 상하이엑스포를 계기로 한층 더 발전할 중국에 많은 것을 빼앗길 수 있다.
2장 중국의 현재 : 성장신화에 가려진 중국의 성장통
선부론과 부익부 빈익빈오늘날 중국 경제의 번영을 이끈 결정적인 열쇠는 3단계 발전론과 흑묘백묘론 그리고 선부론(先富論)에서 찾을 수 있다. 모두 덩샤오핑이 생전에 내놓은 개혁개방의 설계도이다. 선부론은 능력 있는 '일부사람과 지역'이 먼저 부자가 되고 그 효과를 다른 사람, 다른 지역으로 확대해 모두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가장 전형적인 불균형 성장이론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모두가 못사는 절대 빈곤의 상황에서 사회주의 경제대국을 건설한다는 것은 의미도 없고 불가능했기 때문에 개혁개방 초기의 혼란을 최소화한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정당하게 돈을 번 부자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강해 선부론이라는 경제정책과 국민정서가 한동안 서로 충돌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선부론의 부작용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일부계층과 일부지역은 잘살게 되었지만, 국가 전체로는 빈부격차와 실업의 압력이 심화되었다. 부의 확산 속도보다 집중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즈음에 이르자, 중국 정부는 계층 및 지역 간의 경제적인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비스산업을 촉진하고 비 국유 부문을 활성화하며 서부 개발계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통치이념 차원의 조치로서 이미 깊어진 경제 불균형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세계의 공장, 그 이면UN의 통계에 의하면 중국의 수출 품목은 세계시장에서 787개 품목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위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내고 있다. 제조업체로서의 저비용 구조가 갖는 경쟁력으로 인해 몰려든 외국인 투자기업의 영향이다. 그러나 중국은 세계의 외압이 커질 것을 우려해 애써 이를 외면하고 있다.
「2004년 9월 16일, 스페인 동남부의 작은 도시 엘체에서는 1천명이 넘는 성난 시위대가 중국산 신발 유통업체로 몰려간 일이 있었다. 그리고 중국에서 실려 온 컨테이너 16개 물량의 신발에 불을 질러 100만 달러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혔다. 스페인은 2003년 한 해 중국에서 620만 켤레의 신발을 수입했는데, 이는 스페인 전체 신발 수입물량의 47%로 금액은 2억 8,600만 달러 상당이었다. 중국의 시장점유로 2003년과 2004년에 수십여 곳의 신발업체가 파산하자 피해를 본 경영주나 근로자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었다. 중국대사관은 스페인 당국에 즉각적인 피해보상과 재발방지를 요구했지만, 이러한 사태는 다른 국가에서도 언제든지 재현될 소지를 안고 있다.」
중국은 2004년 한해에만 세계 각국에서 57건의 수입규제 조치를 당해 이 부문에서 세계 기록을 세웠다. WTO의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반덤핑 또는 세이프가드 조치의 6~7건 중 1건은 중국을 겨냥한 것일 정도로 견제의 수위가 높다. 무역 전쟁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는 더 이상 상품의 가격만을 문제 삼는 게 아니라 보조금, 투자유치, 경제특구, 중서부개발, 환율정책에까지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마찰이 심화되면 한국이 해외시장에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1만개 이상의 우리기업들도 피해를 보게 된다. 중국투자기업들은 'Made in Chana'를 달고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또 다른 문제점은 늘어가는 재고(在庫)이다. 공급과잉으로 수급불균형이 재고누적을 낳고 이는 다시 과당 가격경쟁으로 연결되고 있다. 수년전 컬러 TV에서 시작한 가격경쟁은 우리 기업이 선전하고 있는 휴대전화까지 확산될 조짐이다. 중국이 8~9%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무한한 시장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것을 시장의 소비력과 바로 연결해서는 안 된다. 우리기업들은 품목별로 시장의 수급 동향을 수시로 점검해 생산량을 조절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전략으로 가격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휴일경제의 빛과 그림자중국정부는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자르징지(假日經濟)'라고 하는 휴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