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SK텔레콤이 있다
김영곤, 이병철 지음 | 21세기북스
1. 모바일 리더를 향한 중단 없는 도전
정보통신 산업의 역사를 써내려 가다한 기업에 대한 경영학적인 분석이 이루어지려면 먼저 그 기업에 대한 가치가 평가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현재의 매출액 정도가 아니라 일반적인 성장 지표와 미래 성장 가능성, 타기업과의 괄목할 만한 차별성 등이 인정됨을 말한다. 그래야만 그 기업에 대한 분석이 다른 기업에게 시사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선 1984년 설립 이후 20년간의 SK텔레콤 성장 과정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SK텔레콤이 이룩한 성과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비교·분석해 보고자 한다.
무선통신 시대를 열다 - 산업진입기 : SK텔레콤의 역사는 우리나라 무선통신 서비스 산업의 역사와 일치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 이동전화의 효시는 1960년 체신부(現 정보통신부)에서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제공한 수동교환 방식의 무선공중전화 서비스다. 그리고 1961년 8월 15일에는 공중용 무선공중전화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당시 이동전화는 일반가입전화를 이용해 전화국에 있는 교환원에게 차량전화번호를 알려주면 교환원이 송수신기를 통해 호출 신호를 내보내는 수동단신 방식이었다. 그 후 1973년 5월, 교환원을 거치지 않고 통화하는 기계식 차량전화인 IMTS(Improved Mobile Telephone Service) 이동전화가 개통되었다. 이어 1975년 3월에는 체신용 및 안보용으로 NMRS(New Mobile Radio System)가, 그리고 1976년에는 반전자식 IMTS 방식이 도입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동통신 수요가 늘어나고 새로운 통신기술 발달에 따라 이동통신 산업의 중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1982년 체신부는 국민들의 새로운 통신 서비스 욕구를 충족시키고,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인 이동통신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제5차 사회경제개발 5개년계획'에서 이동통신 서비스를 확대·보급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이 후 체신부는 이동전화와 무선호출 서비스 등 무선통신 서비스 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국통신공사의 이동통신 영업과 서비스 관련 업무를 전담할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결정하였다. 그에 따라 1984년 3월 '한국이동통신서비스 주식회사'가 설립되었다. 이 회사가 현재 SK텔레콤의 모태가 된 우리나라 최초의 무선통신서비스 기업인 셈이다.
한국이동통신서비스는 독자적인 망 구축이나 시설 운영권 없이 단순히 영업 수탁과 시설 장치 대행서비스만을 제공하였다. 회사의 규모는 지금의 벤처기업 정도였고, 유영린 사장 아래 영업부와 기술부 등 2부 4과의 조직에 32명의 구성원이 있었다. 한국이동통신서비스는 1984 5월 전자식인 AMPS 방식의 아날로그 셀룰러 서비스를 서울, 안양, 수원, 성남 등 수도권 지역에 제공하였다. 한국이동통신서비스의 이동전화망은 처음엔 서울과 수도권을 대상으로 구축되었으며, 1990년까지 지방 45개 주요 도시와 도로망 등 전국망으로 확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당시 공중전기통신 사업자가 아니었던 한국이동통신서비스는 독자적인 시설을 보유하지 못했고 운영권도 없었기 때문에 전국망 구축계획의 효과적 추진과 이동전화의 원활한 보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이동통신서비스는 독자적인 시설 보유와 운영권 확보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였다. 이후, 1988년 4월 30일에는 '공중전기통신 사업자'로 지정됨으로써 독자생존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통신사업자 지정과 함께, 한국이동통신서비스는 기업명을 '한국이동통신 주식회사'(이하 한국이동통신)로 바꾸고 본격적인 기업체계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비로소 이동통신 서비스에 필요한 독자적인 망 구축 및 운영권 등 전 사업 영역을 담당하는 명실상부한 이동통신 종합서비스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88년 김려석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동전화 서비스와 무선호출 서비스 사업을 별도 사업부로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공채를 실시하여 대규모 인력 확충과 보강에 나섰다. 또한 시설 확충과 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대규모 증자 계획을 세워,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기업공개와 성장을 추진하였다. 이에 따라 1989년에 우리나라 정부재투자기관으로는 최초로 기업공개를 단행하였으며, 같은 해 11월에 한국증권거래소의 상장요건 심사를 거쳐 정식으로 상장되었다.
경쟁체제에 돌입하다 - 기반구축기 :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보통신부(舊 체신부)는 무선통신 서비스의 획기적 발전을 위해 '제2차 통신사업자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커다란 정책적 결정이 담겨 있었다. 하나는 이동통신 서비스 고도화와 기술 자립을 위해 이동전화 시스템의 디지털화를 결정한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보통신부는 다양한 디지털 기술 대안 중에서 퀄컴의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세계최초의 상용화를 시도하였다. 다른 하나는 이동전화 서비스 시장에 복수 신규 사업자를 선정함으로써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으로서, 정부는 기업 간 경쟁을 통해 기업들의 통신 서비스 능력을 제고시키고 고객 서비스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였다.
이러한 정책적 결정에 따라 1994년 1월 선경그룹은 한국이동통신 민영화를 위한 공개 입찰에 참여하여 그해 6월 최종적으로 경영권을 획득하였다. 같은 해 2월에는 코오롱그룹이 합작한 신세기통신이 제2이동통신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선경그룹의 경영 참여로 민영화된 한국이동통신은 우선 1996년부터 시작될 신세기통신과의 이동전화 서비스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영업체제와 경영체제를 재정비하고, 국책 과제로 선정된 CDMA 기술개발 및 상용화와 전국망 구축을 효과적으로 추진해야만 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기존 국영기업 체질과 문화를 일소하여 경쟁 마인드와 시스템을 갖춘 민영기업으로의 전환을 서둘렀다. 이후 한국이동통신은 마케팅 역량 확보와 기반 구축을 위해 고객 서비스 대응체제와 유통망을 정비하였다. 과학적 시장조사 활동을 도입하고 적극적으로 '소리샘 서비스' 등의 이동전화 부가서비스를 개발하였다. 그리고 고품질의 효율적 망 구축과 운영을 위해 대규모로 시설을 확충하고 CDMA 기술개발과 상용화를 통한 디지털망 구축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1995년 2월 '이동전화 고객 100만 명 시대'를 연 이후, 1년 만인 1996년 3월에 2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함으로써 우리나라 이동전화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더 큰 도약을 향하여 - 도약발전기 : 1997년 3월, 한국이동통신은 선경그룹과의 시너지 창출과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기업 이미지(CI : Corporate Identity)' 변경을 시도하였다. 그 결과 현재의 'SK텔레콤'이 탄생하였다. 또 1997년 8월에 인터넷 기반의 PC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넷츠고Netsgo를 선보여 데이터 통신사업에 진입하였고, 1998년 7월에 SK텔링크라는 자회사를 설립하여 회선 임대를 통한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12월에는 제조 자회사인 SK텔레텍을 통해 이동전화단말기 'SKY'를 출시하여 단말기 제조업에 진출하였다. 그러나 1999년도에 들어서면서, 다른 이동전화 사업자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1994년 SK그룹의 경영 참여 이후 가장 어려운 시장 환경을 맞이하였다. 이에 따라 시장 상황에 탄력적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1999년 초에 다시 한 번 조직을 개편하여 기존의 기능식 조직 체계를 의사사업부제 형태로 바꾸었다. 무선통신 사업과 관련한 마케팅 부문과 네트워크 부문을 무선통신 사업부문으로 통합하였으며, 1998년 이후 본격화되고 있는 다각화 사업의 본격적 추진을 위해 신규 사업부문을 신설하였다.
이러한 조직 기반 재정비를 바탕으로 마케팅과 통화품질 측면에서 획기적인 전략 방안들을 만들어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그 동안의 시장방어적인 전략방향을 수정하여 공세적인 시장 확보 전략을 추진하였다. 신세대를 공략한 전략적 마케팅을 펼친 결과, 치열해지는 경쟁상황에서 시장점유율 감소 추세를 반전시켜 증가 추세로 되돌려 놓았고, 시장에서의 전략적 리더십을 재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한편 네트워크와 기술 측면에서도 1999년도 이후 획기적 발전을 하게 되었다. 인공지능형 초소형 중계기를 개발하여 지하철, 건물 지하실 등 지하공간과 통화 음영지역에 집중 설치하여 통화품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으며, CDMA IS-95B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제공함으로써 광대역화를 구현하였다. 그리고 무선망 설계 최적화 시스템과 고속 모바일 인터넷 장비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여 무선인터넷 서비스 발전을 촉진시켰다.
이러한 사업성과를 바탕으로 1999년 12월에 신세기통신의 양대 주주인 포스코, 코오롱그룹과 인수합병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SK텔레콤은 도약을 위한 결정적 기회를 마련하였다. SK텔레콤은 21세기에는 이동통신 서비스가 디지털화를 통해 금융, 유통, 방송 등 다른 산업과 융합되면서 '미래 서비스 산업의 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러한 과정 속에서 경쟁을 선도하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갈수록 복잡해지는 정책 및 주요 관계자와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6R 전략(6가지 relationship 전략, 즉 government, public, customer, employee, investor, biz partner와의 관계를 긍정적으로 유지하여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을 말한다)'을 추진하는 등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미래 경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모든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유효한 장기 전략으로 환경변화를 주도하다전략경영이란 사업환경 변화에 대응해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략적 사고를 사업 구성, 마케팅, 생산, 경영관리 등 다양한 기업활동에 적용함으로써 경쟁우위를 창출하고 유지해가는 일련의 과정으로 정의할 수 있다(Hamel & Prahalad, 1998). 따라서 한 기업의 전략경영 활동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략적 사고가 무엇이고, 그러한 전략적 사고를 바탕으로 어떠한 방법론적 접근이 가능한지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전략경영 연구에서의 기본적인 사고 관점과 접근방법을 일반적으로 '전략경영 패러다임'이라고 한다(장세진, 1999). 전략경영 이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패러다임이 제시되어 왔는데, 그 중 '환경-전략-성과(ESP : Environment-Strategy-Performance) 패러다임'은 1960년대 이후 현재까지 전략경영 연구에서 가장 본원적인 분석 틀로 인식되고 있다. 환경-전략-성과 패러다임에 따르면 한 기업의 뛰어난 성과와 성장은 주어진 환경변화에 대한 효율적, 효과적 대응결과로 이해된다. 기존 연구들과의 비교와 연계를 위해 저자들 역시 SK텔레콤의 성장과 전략 분석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분석 틀로 환경-전략-성과 패러다임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이 패러다임이 가지는 약점인 환경분석의 구체성 결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전략경영 연구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산업 분석 패러다임'과 '자원-역량 패러다임'을 보완적으로 적용하였다.
환경 변화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위한 장기 비전 설정 : 지난 10년 동안의 급격한 환경변화 속에서 SK텔레콤은 마케팅, 네트워크, 기술개발 활동 등을 통해 주어진 상황에 맞춰 적절한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리고 장기적 관점에서는 조직의 성장목표와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고 관련 핵심역량을 창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함으로써 성장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SK텔레콤의 장기 성장전략 방향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세계 수준의 경쟁력 : 이동전화 사업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과제로 인식한다. 따라서 다양한 마케팅, 네트워크, 기술개발 활동을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세계 선도 수준으로 높이기 위하여 노력한다.
·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 개발 : 신규 사업영역을 추가로 개발함으로써 지속적 성장기반을 창출하며, 이를 위해 차세대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다각도로 추구한다.
· 핵심역량 개발·유지 : 조직혁신과 학습활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핵심역량을 개발하고 유지한다. 특히 비즈니스 컨버전스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경쟁에 필요한 다양한 자원과 역량을 확보하며, 성장목표와 주변관계자들과의 이해를 조화시키기 위한 新가치경영New value Management체계를 구현하는데 모든 조직역량을 집중한다.
· 전략적 제휴 강화 :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를 새로운 경쟁방식으로 채택하여 빠르게 변하는 사업환경 속에서 지속적 협력기반을 구축하고 여기에 필요한 핵심역량을 신속하게 확보한다. 21세기 진입과 함께 신세기통신을 인수하였고, 라이코스, 팍스넷, 싸이월드 등의 인수를 통해 비즈니스 컨버전스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하나로텔레콤과의 유무선 복합협력, 도시바 등 해외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한 위성 디지털 방송 진출 등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SK텔레콤은 모든 사업 활동과 조직 및 구성원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와 가치체계를 기업 비전으로 구체화하여 공유함으로써 조직 전체가 일관된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해 왔다. 그 결과 1995년 2월 11일에는 'Move 21'이라는 비전을 정립하였으며, 2001년에는 신세기통신과의 합병을 계기로 그 동안의 환경변화를 감안하여 'Vision 2010'이라는 새로운 비전을 설정하였다.
- Move 21,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다 -'Move 21'은 SK텔레콤 최초의 기업 비전으로, 1994년 민영화 이후 조직과 구성원에게 공통의 사업목표와 성장 방향성을 제시해주었다. Move 21에 따라 SK텔레콤은 2005년까지 통신사업 매출액 15조 원의 세계20위 종합정보통신사업자로 성장하기 위해 중심 사업인 이동통신서비스 사업 외에 단말기 제조, 국제전화, 정보 및 멀티미디어 통신, 콘텐츠, 차세대 방송서비스 사업에 신규 진입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 왔다. Move 21에서는 다음 네 가지 성장 방향을 제시하였다.
· Mobile & Multimedia(무선통신과 멀티미디어) : 사업구성의 중심축을 이동통신에서 멀티미디어로 확장하여 이원화한다.
· Operation without Defects(무결점 운용·경영) : 정보통신시스템의 완벽한 운용을 통해 최고의 통신 품질과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며, 이를 경영시스템 전반으로 확대하여 무결점 경영으로 발전시킨다.
· Value Creation for the Customers(고객가치 창조) : 고객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해 나감으로써 기업의 목표를 달성한다.
· Employee Growth and Satisfaction(구성원 성장·만족) : 조직의 중심축인 구성원의 성장과 만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낸다.
또한 총체적 고객만족체제TCS: Total Customer Satisfaction 구축을 통해 유통망과 통화품질 체계를 개선하는 등 마케팅과 네트워크 기본 역량을 제고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1998년 이후에는 텔레텍, 텔링크, 넷츠고 등 신규 자회사를 설립하여 사업 다각화를 위한 조직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또한 구성원의 역량 향상을 위하여 교육훈련 활동을 강화하고, MF(Management Forum)과 JMF(Junior Manag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