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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넘어섰다

한익수 지음 | 고즈윈
시들어가는 사과나무

2000년 11월 8일, 대우차동차는 최종 부도가 나,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수 차례에 걸쳐 노사경영혁신위원회의 회의가 이어졌지만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최종부도가 난 후 채권단은 자금 지원을 재개하는 조건으로 구조조정 - 3,500명 감원과 9,000억 원 규모의 사업비 절감 - 을 요구했다. 노사는 2000년 12월 29일부터 11차에 걸쳐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협상은 결렬되어 2001년 2월 12일에 부평 승용1공장이, 15일에는 2공장까지 운영이 중단되었다. 마지막인 12차 경영혁신위원회 회의에서도 협상이 결렬되어 결국 1,750명에게 정리해고 통지서가 발송되고,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결국 이 부평 사태는 경찰 투입으로 결말짓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과 상처들을 주고 말았다.



3월 들어 부평 승용1·2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였으나, 정상적인 근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2001년 예상 판매 대수가 1999년 대비 거의 절반 수준인 50만 대 이하로 예측되자, 부평공장 폐쇄 주장이 힘을 갖기 시작했고 결국 1,750명의 인원을 해고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지만, 그랬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악순환의 고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해져, 직원들은 해직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회사를 부활시키겠다는 각오도,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결국 우려하던 상황마저 현실로 나타나고 말았다. 대우자동차를 GM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부평공장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되고, 부평공장은 대우인천자동차주식회사라는 별도 법인으로 새 출발해야 했다. GM과의 협상과정에서 부평공장이 4가지 인수조건(품질, 생산성, 생산량, 노사평화)을 충족시킬 경우, 6년 안에 GM대우와 통합하는 조건으로 생산을 계속하기로 하였는데, 지금 이대로라면 결코 인수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뻔했다.



한익수 본부장은 '이대로 쓰러질 순 없다. 해직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래선 안 된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해답은 역시 '변화'였다. 이 총체적인 난관을 뚫고 다시 살아 움직이려면 변화해야 한다. 하지만 변화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은 일단 변화에 대해 저항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변화의 방법이다. 변화의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변화의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인간의 속성은 변화에 저항적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람이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하면 성공할 수 없다. 그 사람 스스로 변화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바꾸어 주어야 한다.



핵심은 사람이다. 사람이 바뀌어야 결국 진정한 변화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회사의 핵심인 생산직원들이 의욕을 잃어버렸다. 그렇다면 환경개선운동에서? 1992년부터 실시해서 효과를 검증 받은 환경개선운동이 바람 앞의 촛불 같은 회사를 다시 살릴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그는 생각했다. 환경이 변하면 사람도 변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다시 환경개선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한 본부장은 눈을 감았다. 1991년도의 일들이 복원된 영화 필름처럼 돌아갔다.



한 본부장이 현장 부서인 차체2부 부장직으로 부임한 지 겨우 일주일 되던 날, 현장에서 생산라인이 멈췄다는 연락이 왔다. 장비 고장이나 결품 혹은 품질 문제가 아니고, 노조 대의원이 라인을 세웠다는 것이었다. 잠시 후 대의원이 사무실에 올라와 "CO2가스 용접을 하는 부스에서 가스가 제대로 빠지지 않아 도저히 작업을 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 내려가 보니 부스 안은 가스가 가득 차 있을 뿐 아니라, 여기저기가 먼지 투성이라서 호흡하기조차 힘들었다. 그는 직원 및 대의원들과 대화를 통해 빠른 시간 내에 작업장 환기장치를 개선하기로 약속하고, 한 시간 후 라인을 재가동했다.

일단 라인이 움직이게 된 후, 한 부장은 그날 오후 내내 현장을 돌아보았다. 작업장의 환기장치 문제뿐만 아니라 공장 바닥에 쌓여 있는 먼지가 대형 선풍기에 날려 공장 내부의 오염원이 되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날 한 부장은 한 가지 결심을 했다. 그것은 '청소를 하자'는 것이었다. 작업장을 고치고 설비를 개선하는 데는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지만, 먼지를 없애는 것은 당장이라도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일단 작업이 없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현장감독자인 윤 공장과 한 공장, 사무실 송 과장의 도움을 받아, 직접 작업장 청소부터 시작했다. 청소를 시작하자 현장직원들은 모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별 소리가 다 들렸지만 한 부장은 청소를 하겠다는 결심을 바꾸지 않았다.

흙을 긁어내어 빗자루로 쓸고 물청소하기를 3일, 드디어 두꺼운 먼지 층에 쌓여 있던 콘크리트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닥이 완전히 드러나자 일요일을 이용하여 바닥에 페인트를 칠했다. 하찮은 청소로 며칠 만에 작업장은 전과 다른 깨끗한 환경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한 부장의 청소 행사에 대한 불만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한 부장은 마침내 자신이 왜 청소를 하는지 알려 주어야 할 교육의 시기가 왔다고 생각하고,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자신이 청소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제가 생산기술부장으로 있을 때 우리 공장의 설비를 대부분 설치했는데, 막상 현장부서 책임을 맡고 보니 잘못한 점이 너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점진적으로 설비도 개선하겠지만, 우선 여러분들이 먼지를 안 마시는 깨끗한 공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넓은 공장을 저 혼자서 쉬는 시간만을 이용하여 청소를 한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여러분이 빠른 시일 내에 깨끗한 공장을 만들기를 원한다면, 먼지를 마시고 싶지 않다면, 저를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불만에 가득 찬 모습으로 모여 있던 직원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인원은 날이 갈수록 점점 늘어났고, 나중에는 전 부서원들이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각자가 담당하는 구역이 생겼다. 그런데 이상하게 매일 청소를 하는데도, 도색한 공장 바닥은 다시 흙먼지로 덮였다. 원인은 공장 밖이었다. 외부로부터 자재를 운반하는 지게차나 드나드는 사람에 의해서 내부까지 다시 더럽혀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한 부장은 공장 외곽 청소를 시작하였다. 곧 관리감독자들 중심으로 청소하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공장 입구뿐만 아니라 공장 외곽 지역까지 분담해서 청소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환경품질책임제의 기초가 되었다.



매일같이 바깥 청소를 하다 보니 오염원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끝까지 남아 있는 오염물질은 흙먼지였다. 그래서 흙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추적해 보았고, 대부분의 흙이 화단으로부터 흘러내려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부장은 직원들과 힘을 합쳐 공장 주변의 화단 경계석 안쪽에 벽돌 또는 나무판자로 흙 흐름 방지 장치를, 자기가 맡은 구역별로, 근무시간 외에 스스로 하도록 하였다. 그렇게 오염원을 제거한 다음, 공장 내부를 다시 한번 도색했다. 그 후로는 깨끗한 환경 유지가 가능했고 먼지가 적었기 때문에 매일 청소에 소요되는 시간이 줄었다. 한 부장을 비롯한 세 사람이 시작한 '먼지 안 마시고 일하는 공장 만들기'에 결국 많은 직원들이 동참하게 되어, 공장 내부는 작업자들이, 공장 외부는 주로 관리감독자들이 지역을 나누어 매일 아침 청소하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환경개선운동을 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한 부장의 기억에 가장 크게 남아 있는 것은 바로 탈의실 개선운동이다. 1992년만 하더라도 탈의실은 아주 무질서하고 지저분했다. 고민하고 생각하던 한 부장은 자신을 포함해 사무직 과장, 현장 공장, 이렇게 3명으로 구성된 개선팀을 만들어, 보기 흉한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어 그것을 탈의실 입구에 붙여 놓았다. 스스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도록 시각적인 자극을 준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실질적으로 개선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나갔다. 결과는 놀라울 정도였다. 탈의실은 깔끔한 여성이 꾸미고 관리하는 방처럼 변화했다.



한 부장은 환경개선운동을 비롯한 어떤 변화 운동이든 핵심 포인트는 바로 솔선수범과 자발성에 있다고 믿었다.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눈으로 보게 하고 얘기해 준 다음, 실천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 환경이 깨끗해지고 직원들의 마음도 달라지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운동을 하기 전 생산 능력이 월 6천 대였는데, 운동 후 월 1만 대로 향상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조업에서 필요한 5가지 지표에서 모두 향상된 결과가 나타났다. 사람이 변하면 품질이 좋아지고, 사람은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증명한 셈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을까. 밖에서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한 본부장은 고개를 힘있게 곧추세웠다. 그리고 다짐했다. '지금은 지나간 과거도, 다가올 미래도 신경쓸 때가 아니다. 현재,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그 최선으로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자. 그것이 미래를 가질 수 있는 길이다. 나는 그 열쇠가 환경품질책임제에 있다고 확신한다!'



한 본부장은 사무실 간부들과 현장 부서장을 불러 모아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해요. 우리 공장이 다시 살아나려면 품질로 승부를 걸어야 하고, 품질이 향상되려면 우리 직원들이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 내는 인력이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환경부터 바꾸어야 합니다. 청소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그리고 십 몇 년 전의 마음으로 돌아가 빗자루를 다시 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반 정도는 어둡지만 결의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반 정도는 부정적인 기색을 보였다.



한 본부장은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수월할 것이라 생각하지도 않았고, 동시에 어려운 중에도 해내야 한다고 마음을 정했기에 밀고 나가기로 했다. 그리고 부서, 공장, 직장 단위까지 '환경품질책임관리구역도'를 작성하고 아침 청소 행사에 간부들이 솔선수범하여 참여하도록 했다. 그와 동시에 직원들을 대상으로 환경품질책임제의 효과를 교육하도록 했다. 하지만 현장 직원들은 그것의 가치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반응은 냉담했다. 직원들이 공감하지 못하면 실천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같은 배를 타고 있는 그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라는 화두가 한 본부장의 머리에 내내 맴돌고 있었다. 때 마침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는데, 사과 과수원을 하는 한 친구의 말이 그에게 영감을 주었다. 친구는 올해의 수확 실패를 예측하며, 그 원인을 토양의 부실에 있다고 보았다. 친구의 설명을 듣는 순간, 한 본부장은 그 이론을 현재 추진 중인 '환경품질 경영혁신'과 연결시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환경품질책임제를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참여를 유도해 낼 수 있는데, '사과나무 이야기'는 환경품질책임제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좋은 이론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사과를 얻으려면 첫째, 좋은 토양에 사과나무를 심어야 한다. 둘째, 사과나무의 줄기가 튼튼해야 한다. 셋째, 가지가 튼튼해야 품질 좋은 열매를 맺게 된다. 넷째, 태양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과나무의 원리를 제조업에 적용하면, 토양은 환경품질에 해당하고, 줄기는 의식품질에 해당한다. 나무의 광합성은 생산 활동에 해당하고, 그 결과 열매라는 제품이 나오며, 그것의 품질이 곧 제조업의 가치가 된다. 그리고 태양은 경영품질로 볼 수 있다. 결국, 깨끗한 환경과 깨끗한 마음을 가진 종업원들이 깨끗하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한 본부장은 부평공장이 세계 최고의 자동차 전문회사라는 비전을 지향할 수 있도록 사과나무에서 경영철학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환경이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말과 행동이 바뀌고, 그렇게 되면 운명이 바뀐다. 즉 환경의 변화가 모든 변화의 근간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한 본부장은 환경관리구역을 명확하게 하기 위하여, 조직단위로 '환경품질관리구역도'를 작성하도록 하였다. 결국 본부 내 전 지역의 관리 범위를 개인 단위까지 명확하게 만든 셈이다. 그리고 리더의 솔선수범을 바탕으로 자기 책임관리 구역의 환경을 스스로 깨끗이 관리하도록 했다. 다음 경쟁사의 벤치마킹 자료를 토대로 제조업에서 필요한 5개 분야(안전, 사람, 품질, 신속대응, 비용절감)의 전략과 전략 목표를 구체화하고, 이 전략 목표를 각 조직 단위까지 할당하여 주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시책을 수립하도록 했다.



다음날부터 한 본부장은 더 바빠졌다. 더 많은 직원들을 교육하고 솔선수범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청소를 비롯한 환경품질책임제에 동참하는 직원들이 늘어났고, 지저분하고 어지럽고 비효율적이던 공장 환경이 눈에 띄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한 본부장이 멈추지 않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늘 연구하는 자세로 혁신운동을 다듬는 것이었다. 실시하고자 하는 혁신운동이 실제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게 하려면 끊임없는 재검토와 현실에 맞는 수정과 보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교육이다. 한 본부장은 부서장을 중심으로 교육을 하고 그것이 전 직원들에게 전파되도록 했으며, 가끔은 직접 직원들에게 교육을 하기도 했다.

한 본부장은 재미있게 교육을 한다고 소문이 났는데 그 비결은 메모 습관에 있었다. 또 그는 교육의 중요성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조직을 맡으면 항상 제일 먼저 교육장을 만들었다. 아울러 필요할 때마다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5분 이내 거리에 살았다. 교육을 따로 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라인이 설 때마다 그 공백을 이용해서 교육을 해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언제라도 달려가서 교육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교육 과정을 통해 직원들과의 관계가 밀접해지고 신뢰가 쌓여갔다.

그런데 회사 일에 매달리다 보니, 가정에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토요일, 한 본부장은 가족들과 오랜만에 외식을 하며 그동안의 소홀함에 대해 솔직하게 사과하고 앞으로는 달라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날 한 본부장은 화이트보드를 샀다. 집에서도 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매주 토요일이면 큰 이변이 없는 한, 가족이 모여 앉아 교육도 하고, 좋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가능한 한 외식을 했다. 효과는 놀라웠다. 아내와 아이들은 훨씬 밝고 건강한 모습으로 생활했고, 각자 자신의 역할을 더욱 잘 해내게 되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에서의 변화운동, 개선운동도 가족과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직원 부인 초청 교육을 생각하게 되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라

부평공장에도 봄은 왔다. 본부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솔선수범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이 청소에 참여하게 되었고, 청소를 함으로써 변화된 환경이 마음에 변화를 가져오고, 청소하는 과정에서의 깨달음이 곧 인성품질로 연결되는 변화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미약하나마 조금씩 희망으로 가는 길에 또다시 건너야 할 사막을 만났다. 2002년 3월, 승용1공장에서는 그동안 생산하던 라노스의 후속으로 칼로스의 양산을 시작했는데, 아직 초일류 일등품을 생산하는 것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칼로스가 출시되고 난 후, 두 달 넘게 한 본부장은 그 화두를 끌어안고 살았다.

초여름 어느 날 저녁, 머릿속에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공장 안을 돌고 있는데, 완성차 검사라인에서 근무하는 허 직장 팀의 사무실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간 한 본부장의 시선을 잡아끈 것은 한쪽 벽면이 꽉 차도록 걸려 있는 플래카드였다. 그곳엔 기러기가 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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