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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켄 사람들

마츠우라 모토오 지음 | 거름
경계는 없다



쓸데없는 규칙은 필요 없다




주식회사 주켄 공업. 이것이 내가 경영하는 회사의 이름이다. 여기에서 '주켄'은 '플라스틱을 연구한다'는 뜻으로 명명한 것이다. 우리 회사는 '쇠붙이로 가공할 수 있는 세계 최소의 부품을 만든다'라는 신념으로 20여 년간 플라스틱 극세정밀부품을 개발한 결과,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은 약 30억 엔 정도다. 금형과 사출 성형기도 모두 우리 회사에서 직접 개발했다. 나는 이 분야에서는 어느 회사에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거래처는 소니, 덴소(일본의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회사), 스위치 등 하이테크 대기업들이다. 여기에서 사용하는 우리 회사의 제품은 최첨단 제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앞으로도 개발 아이디어는 무궁무진하다. 100만 분의 1그램의 톱니바퀴 개발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지금은 3차원 입체 전자회로를 개발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마이크로 머신이나 의료기 분야에도 진출하려고 한다. 사원은 시간제 근무자 20명을 포함해 총 90명이다. 해외에는 11개의 합작기업, 13개의 공장이 있는데, 한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그리고 홍콩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헤아리면 아마 500명쯤 될 것 같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의 공장은 방문한 적이 있지만 다른 공장은 가 본 적도 없고,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도 잘 모른다. 우리 회사와 현지 기업 사이에는 어떤 약정서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두 구두 계약으로 일을 진행한다. 관련 기업과 거래량은 연간 수억 엔에 달하지만, 계약서는 전혀 작성하지 않는다. 모두 전화나 메일 등 간편한 방법으로 처리한다.

기업 활동에서 능률은 생산성을 뜻한다. 이것은 기업의 생명을 좌우한다. 능률이 좋을수록 결과도 좋고, 생산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실적도 좋다. 필요 없는 규칙은 생산성을 방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규칙을 만들지 않는 것을 특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창업 이래 출근부도 만든 적이 없다. 따라서 경리 담당자는 출근부를 보고 까다롭게 월급을 계산할 필요가 없다. 따분하고 과거 지향적인 일은 가능하면 줄이고 앞으로 할 일에 전념해야 한다. 이것이 생산성을 올리는 기본이다. 출근부를 예로 들어보자. 사원은 모두 일을 하기 위해서 출근한다. 병 때문에 집에서 쉴 때도 머릿속에는 일 생각으로 가득하다. 그런 사람이 출근했다는 것 자체가 출근부다. 기록하는 출근부는 가치가 없다.

입사는 선착순입니다!



1960년을 지나면서 일본은 고도 경제성장 시대로 돌입했다. 그러나 1973년 가을에 터진 석유파동은 석유자원이 없는 일본에게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그러나 석유파동은 다행히도 비교적 빨리 수습되었고, 일본은 다시 고도 경제성장을 이어갔다. 우리 회사 역시 실적이 올라갔고, 생산은 늘었으며, 인원도 새로 충원했다. 그러나 우리 같은 영세기업에 취직하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 입사를 지원하러 오면 모두 나서서 입사를 권유했다. 이것이 시초가 되어 지금도 주켄 공업에서 채용은 선착순이다.

대기업의 경영자는 흔히 "요즘 젊은이들은 개성이 없어.", "지시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지시 대기형 인간들뿐이야."하고 투덜댄다. 그러나 대기업의 입사지원자들은 1차, 2차 입사시험을 치르고 면접까지 본다. 결국은 경영자의 마음에 드는 지원자만 선발하는 것이다. 그러니 개성이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결국 지시하지 않은 일을 하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 예의 바르고 회사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이 좋은 성적을 받고 채용된다.

거기에 비해 우리 회사는 개성 있는 인간들의 집합소다. 지원하러 오는 사람들은 머리를 빡빡 깎고, 눈썹을 이상하게 자르고, 통이 넓은 바지를 잘 입는다. 그들은 폭주족들이 몰고 다니는 오토바이를 타고 오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뭐 하러 왔는데?" "취직하러요." "그래, 잘 왔어. 언제부터 출근할 건가?" "예? 취직된 거예요?" "그래, 언제부터 올 수 있어?" 대충 이런 식으로 입사가 결정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지원자들 중에는 실제로 불량배나 폭주족 출신들도 다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도 채용은 선착순이다. 계속되는 불황과 경영 합리화로 예전처럼 많은 인원을 뽑지는 않지만 아직도 이 원칙은 지키고 있다. 기업 경영은 하나의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 회사가 부모라면 사원들은 자식이다. 아무리 말썽을 부리는 자식이라도 부모에게는 둘도 없는 보물이다. 사원을 뽑는답시고 10분, 20분 정도 면접한 후에 합격, 불합격을 결정하는 일은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이유는 이렇다. 지금까지보다는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원자들이 수많은 회사 중에서 우리 회사를 선택한 것이 고맙기 때문이다.

정년은 쓰러질 때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완전히 다르다. 형태만 다른 것이 아니라 내용도 다르다. 요즘은 중소기업도 근대화라고 해서 대기업 흉내를 내면서 정년제 등의 제도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60세를 자축하는 환갑 생일이 바로 실직하는 날이다. 너무 바보 같은 이야기다. 이런 모습을 본 30대, 40대가 회사에 강한 애착과 소속감을 느끼겠는가? 요즘에 60∼65세라고 하면 정신 연령이나 신체 연령이 아직 젊다. 게다가 일의 노하우가 온몸에 배어 있다. 엔지니어라면 기술이 절정에 달할 때고, 예술가라면 더 큰일을 할 나이다. 말하자면 인생 경험의 정점에 선 나이인 것이다. 60세의 생일에 퇴직해야 한다는 제도는 문제가 많다. 이들은 스승이다. 나에게는 절대로 놓치기 싫은 사람들이다.

퇴사, 재입사는 마음대로



사원이 퇴사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여성들은 결혼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 고졸사원은 18세, 전문대 졸업생은 20세, 대학 졸업생은 22세에 입사해서 대부분 30세 전후에 결혼하고 출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결혼보다는 일을 중시하는 여성도 늘고 있다. 그런데 여사원이 결혼하고 출산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더라도 10년 정도 지나면 아이들도 성장하고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긴다. 그럴 때 다시 취직하는 여사원이 있다. 우리 회사는 이들을 '재입사 사원'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업무상 충분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거래처도 거의 다 안다. 즉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아도 재입사한 그날부터 일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예전의 부하직원이 현재 회사의 간부가 되었더라도 이들은 변함없이 과거와 같은 관계를 유지한다. 직급과는 상관없다. 사원으로 들어온 재입사 사원이 현재는 과장이 된 예전 부하직원에게 "이봐, OO씨. 잘 좀 해!"하면, 과장은 "예, 알았어요. 맡겨 두세요!" 하고 말한다. 또한 이들은 사무실 분위기를 온화하고 부드럽게 만드는 데도 뛰어나다. 재입사 사원은 우리 회사의 보물이다. 남자 사원이 퇴사하는 이유는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일 때도 있고 인생을 조급하게 생각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럴 때 나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돌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 망설이지 말고 돌아오세요. 옮긴 곳에서 성공한다면 그때도 연락 주십시오." 이 말은 진심이다.

나에게도 직접 말할 수 있게 하라



어느 회사에나 중역회의가 있고 거기에서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진다. 중역회의는 최고 회의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회사에는 중역회의가 없다. 15년 전에 중역회의가 있기는 했지만 한 달에 한 번, 그것도 6∼8명이 참가하는 회의였다. 그래도 명색이 중역회의였기 때문에 이따금 투자에 관한 결정사항, 사무 합리화 등을 결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뭐라고 해도 한가로운 회의였다.

어느 날, 대만 출신의 '석'이라는 여사원이 자신의 의견을 중역회의에서 말하고 싶다고 했다. 나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즉시 허락했다. 그녀는 중역회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여성에게도 기술을 가르쳐 주십시오. 기술직을 맡겨 주십시오. 남자만이 현장의 기술을 배울 기회를 갖는다는 것은 불공평합니다." 나는 여사원들에게서 그런 희망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그 여사원은 일본에 유학을 와서 중경대학 경영학부를 졸업한 훌륭한 인재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이제 중역회의는 그만두자. 대신 지금보다 많은 사원들이 참석하는 경영회의로 바꾸자."라고 제안했다. 그래서 지금은 사원 대부분이 참석하는 경영회의를 개최한다. 회의는 한 달에 한 번, 토요일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오후 3시에 끝난다. 토요일이기 때문에 참가는 자유다. 그 중에는 11시쯤 나타나서 도시락만 먹고 오후 1시가 되면 이런저런 핑계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그로부터 몇 년 뒤, 니시지마 나오코라는 여사원이 이런 말을 했다. "저는 금형 공장에서 금형을 만들고 싶어요. 가능하면 CAD/CAM부터 시작해서 설계, 제작 프로그램과 금형 기술 전반을 배우고 싶습니다. 물론 현장에서 공작기계도 조작해 보고 싶고요." 그녀는 대학을 갓 졸업한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었다. 석 씨가 기술자가 되고 싶어하는 여성이 있다는 것을 미리 귀띔해 주었기 때문에 나는 즉시 이렇게 대답했다. "OK, 바로 자리를 이동합시다." 그녀의 얼굴은 빛났다. 설마 바로 OK가 날 줄은 생각하지 못한 듯했다. 그녀는 이제 3차원 CAD/CAM을 자유롭게 조작하고, 초고속 머시닝 센터, 정밀 방전, 와이어 커트 방전 가공기, 그리고 각종 연마기 등 운전 못 하는 것이 없는 기술자가 되었다. 아마 그녀는 일본에서 정밀 금형을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 여성 기술자일 것이다.

네 맘대로 해봐



젊은이들에게 기회와 동기를 부여하라




시장경제라는 경제 시스템은 기업이 자유롭고 건강한 경쟁을 하도록 보장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대기업과 중소 영세기업은 모두 시장이라는 심판 앞에서 자신의 장기를 내세워 경쟁한다. 우리 회사가 가장 힘을 쏟는 분야는 기술 개발이다. 이 분야는 기업의 크기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뛰어들 수 있다. 그리고 참가하면 모두 재미있어 하고 흥분한다. 나는 1937년에 태어났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우리 세대와는 어릴 때부터 자란 환경이 다르다. 좋은 환경에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서인지 감성이 풍부하다. 기저귀를 차고 있던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모든 면에서 우리보다 질이 높다. 우리와는 뇌세포의 숫자도 다르다. 3∼4배의 능력과 예민한 감성을 갖추고 있고, 체력이나 체격도 국제 수준이다. 젊은이의 잠재 능력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다. 이 잠재 능력은 그냥 철이 들면 눈앞에 확 펼쳐진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지구상의 모든 것이 그들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은지를 바로 결정하지 못한다. 그때가 바로 우리 노인들이 나설 차례이다. 그리고 우리의 역할은 젊은이들에게 기회와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철이 드는 시기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일단 철이 들기만 하면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것이 요즘 젊은이들이다.

이상한 개발 원칙



"어머, 벌써 점심 시간이네.", "오늘은 뭘 먹으러 갈까?" 사원들은 점심 먹으러 갈 때 자동차로 이동하거나 무리를 지어서 졸졸 걸어서 간다. 때로는 사원들뿐만 아니라 거래처 사람이나 시간제 근무를 하는 사람들도 같이 간다. 사원들 중에는 한국인이나 중국인 등 외국인들도 있다. 물론 내가 늘 앞장선다. 점심 식사는 많은 사람이 같이 이야기하면서 하는 것이 좋다. 우리는 근처의 우동집, 라면집 등으로 간다.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화제가 떠오른다. 이 화제는 회사에 관한 이야기, 취미, 기술 정보 등 그때그때 분위기에 다르다. "자, 작은 톱니바퀴라면 결국은 마이크로 부품인데, 구체적으로 크기가 어느 정도 될까? 1000분의 1그램, 아니면 1만 분의 1그램?", "잠깐만, 그런데 그걸 어떻게 만들지?", "공작 기계는? 성형기는?", "그것보다 그렇게 작은 부품을 어디에 사용할까요?", "그런 건 상관없어. 문제는 만들 수 있느냐 없느냐지.", "그러면, 자, 보자!" 메모지가 간단한 설계도면으로 바뀐다. 논의는 달아오르고 사람들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주변 손님들은 오래 전에 돌아가 버렸다. 우리는 보통 이런 식으로 신기술 개발을 시작한다. 이상한 원칙이기는 하지만 우리의 개발에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

① 계획서는 쓰지 않는다. 계획서를 작성하면, 특히 일정을 만들면 그것을 지키는 게 목적이 되어 버린다. 무엇보다 목적은 신기술 개발이다.② 개발 책임자는 없다. 원래부터 전문적인 부서나 그룹을 조직하지 않는다. 그래서 개발은 여가를 활용한다. 우리 회사에서는 이것을 '여가를 이용한 개발'이라고 한다.③ 개발 방향성도 없다. 즉 잠수함을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그 결과물이 비행기여도 좋다.④ 예산은 무제한이며, 개발이 끝날 때까지 지원한다. 일반적으로 예산이 없으면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회사에 그런 제도는 없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100만 분의 1그램짜리 톱니바퀴 개발도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자유롭게 참가하는 것, 이것이 도전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다. 이렇게 개발해 낸 것이 세계 최초이자 최소인 톱니바퀴였다. 젊은이를 유혹하고 흥분시키는 동기는 이런 것들이다. 점심 식사는 매일 한다. 그래서 신기술 개발회의는 매일 열린다. 그리고 시작은 점심 시간이지만 끝나는 시간은 없다.

어때요? 완벽하죠?



톱니바퀴란 톱니의 기어와 기어가 맞물려서 돌아가는 기계의 기본 요소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충분히 심도 있게 연구해야 할 부품이기도 하다. 톱니바퀴는 톱니의 기어들이 서로 맞물리며 곡선을 그려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나선의 곡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선의 곡선이 정확하지 않으면 톱니의 기어는 금방 마모된다. 정확한 나선 곡선을 톱니가 맞물릴 때 부드러운 마찰을 일으킨다. 그러나 부정확한 곡선에서는 회전 시에 저항이 커지고 기어의 표면이 깎여서 쉽게 마모되는 것이다. 직경 0.14밀리미터, 모듈(module : 톱니바퀴의 크기를 나타내는 값) 0.02밀리미터는 크기는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작은 것이다. 육안으로는 그 형태조차 볼 수 없을 정도다. 이것을 만들려면 전문적인 플러스 전이나 치형 수정 등의 작업들을 계속해야 한다. 모든 준비 작업을 마치고 실제 작업에 들어가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많다.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해 고민하던 어느 날, 나는 엔지니어와 마주쳤다. 톱니바퀴 개발은 잘 되어 가느냐는 내 물음에 그는 "그럭저럭요."하며 고개를 돌렸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그도 기술적인 문제에 부딪혀 해결 방안을 찾으려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표정만은 평상시와 다르지 않았다. 마침내 약속된 날이 되었다. "어떻습니까? 완벽하죠? 세계 최초입니다."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나중에 들었는데, 그는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일 새벽 4시에 집을 나와서 아무도 모르게 기계와 씨름했다고 한다. 견본 전시장에서 세계 최초에 최경량을 자랑하는 100만 분의 1그램, 직경 0.14밀리미터의 톱니바퀴를 보고 있는 그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넘쳤다. "자, 어때? 흉내낼 수 있겠어?" 전 세계에서 모인 고객들을 상대로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15년 전, 짧은 머리에 개조한 오토바이를 타고 피어싱까지 하고 나타났던 이들이 견본 전시장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영어로 제품을 설명하고 있었다. 나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들은 결코 내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네 맘대로 해봐



자본주의에서 제조업의 원형은 영국의 산업혁명과 미국의 대량생산 시스템이라고 한다. 특히 미국의 포드 식 생산 시스템, 즉 컨베이어 벨트의 등장으로 생산 현장에서는 라인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작은 공장에서도 생산이 라인화되어 있으면 근대산업, 그렇지 않으면 구식이라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처음부터 생산 라인화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유는 명백했다. 우선 라인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업무를 분할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 작업의 전체적인 이해가 어려워져 작업 자체가 고리타분해지고 만다. 또 완성품이 나오지 않으므로 일을 해도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다. 게다가 사원 개개인이 종합적인 기술을 습득할 수가 없고, 장래에 독자적으로 독립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임을 가지고 완성품을 제작하는 시스템을 택했다. 최근에 들어 이런 시스템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는데, 일본에서 이 시스템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것은 바로 도제제도(徒弟制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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