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이 있는 경영
이동현 지음 | 바다출판사
작은 깨달음 큰 경영어머니는 늘 말씀하신다. 삼시 세끼 꼬박꼬박 밥 잘 먹는 게 최고의 보약이라고. 오랫동안 나는 이 말을 업수이 여겨왔다. 그러나 중년을 둔 목전에 둔 이제야 비로소 이 말의 무게를 깨닫게 된다. 어머니의 잔소리는 어머니의 어머니의, 그 어머니의 어머니로부터 구전되어 나에게까지 전해진 삶의 지혜다. 파랑새의 동화처럼 가까이 있는 것의 가치는 쉽게 깨닫지 못하는 법이다.
스티븐 코비가 말하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은 정직, 성실, 이해 같은 것들이다. 삼시 세끼 밥처럼 너무도 당연한 덕목들이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공짜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떠한가? 기업의 경영에는 어떤 깨달음이 있을까? 화려한 광고 문구를 앞세운 영양제 같은 경영 기법 말고, 늘 소박하고 든든하게 식탁을 지켜주는 밥과 같은 경영 원리는 무엇인가? 여기서는 이런 화두에 평생을 매달렸던 다섯 명의 구루(guru : 대가)를 통해 깨달음의 경영을 돌아보고자 한다.
시대가 수상하면 역사와 고전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이 책에서는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5명의 경영 구루들을 모셨다. 피터 드러커, 마이클 포터, 게리 하멜, 톰 피터스, 잭 웰치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경영계의 톱스타들이다. 이들은 고른 것은 단지 그들의 브랜드 네임 때문만은 아니다. 다섯 명의 구루들의 핵심 주장인 경영, 경쟁, 핵심 역량, 우수성, 리더십이라는 다섯 가지 화두가 변혁기를 맞은 한국 경영계에 깨달음의 지혜를 주기 때문이다. 또한 이 다섯 가지 화두가 경영을 중심으로 각기 상호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1. 경영(management)이란 무엇인가? - 피터 드러커기업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누군가 왜 사냐고 물었을 때 사는 목적이 없다면 대답이 궁할 수밖에 없다. 경영도 마찬가지다. 이는 기업에 몸담는 사람들에게 소명과 같은 정당성을 발견하게 하고, 나아가 한 기업의 향배를 결정하는 중요한 경영 철학과 관련된 질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업을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고 성급하게 생각해버린다. 이는 틀린 대답일 뿐만 아니라 기업 조직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고 드러커는 말한다. 드러커가 말하는 기업의 목적은 오직 하나, 시장을 창조하는 것이다. 즉, 새로운 가치를 가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음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데 기업의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기업이 무엇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경영학자도, 기업의 오너도 아니고 바로 고객이다. 기업이 창조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치를 의향이 있는 고객만이 기업을 존재하게 만든다. "경영자는 바뀌어도 기업은 영원해야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은 고객밖에 없다.
그렇다면 고객은 기업으로부터 무엇을 구입하는 걸까? 그것은 제품과 서비스가 제공하는 효용(utility) 혹은 가치(value)다. 여기서 이 둘은 다시 '고객이 원하는 것'과 '고객에게 필요한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 여기에서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기업이 해야 하는 기본적이면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활동이 정리된다. 첫째, 마케팅은 고객이 원하는 가치를 발견하는 활동이다. 드러커가 말하는 마케팅은 판매와 다르다. 마케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고객을 충분히 알고 이해함으로써 제품과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하여 그것들이 스스로 팔리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마케팅과 판매는 오히려 반대되는 개념이다. 둘째, 혁신은 고객이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활동이다. 혁신에는 '더 밝은 백열등' 혹은 '더 오래가는 백열등'이 아니라 '형광등'을 제안하는 것이다. 혁신은 고객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일지라도 새로운 용도를 찾아내는 것도 포함된다. 에스키모에게 식품 냉동 방지용으로 냉장고를 판매하는 데 성공한 세일즈맨도 똑같이 혁신가인 것이다.
앞서 말한 기업의 목적을 구체화하려면 기업마다 자기 사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기업의 목적과 사명의 출발점을 오직 고객에게서 찾았듯, 사업의 정의 역시 고객에게서 찾아야 한다. 즉, 고객에 의해 사업의 내용이 규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사업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제기되어야 할 질문이다. 사업을 정의하기 위해 드러커가 제시한 또 다른 질문은 "우리의 고객은 무엇을 구입하는가?"라는 것이다. 이에 대한 올바른 답이 위기에 처한 기업을 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경영자들은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사업 초창기나 회사가 곤경에 빠졌을 때도 이 질문을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오늘날처럼 사업에 대한 정의가 50년은 고사하고 30년, 10년 정도로 그 대답이 유효한 경우,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것은 앞으로 어떤 신규 사업을 벌일 때도 마찬가지다. 물론 고민의 중심은 '수익'이 아니라 '고객'이어야 한다.
사실 1950년대 이래로 지금처럼 다양한 경영 혁신 기법들이 대거 등장한 적은 없었다. 다운사이징, 아웃소싱, 전사적 품질경영, 경제적 부가가치 분석 등등. 드러커는 이런 기법들을 '어떻게 하느냐(how to)'에 관한 도구들이라고 분류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혁신 기법에도 불구하고 왜 어제까지 초일류 기업이었던 회사가 갑자기 정체와 부진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일까? 무엇이 잘못일까? 잘못된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일하는 방법이 틀린 것도 아니고, 구성원들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도 아니다. 이 모순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드러커는 그 이유를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데 기초가 되었던 기본 가정들이 더 이상 현실에 부합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업은 시장과 제품, 고객에 대해 '이러이러할 것이다.'라고 가정하고 그에 맞춰 전략을 짜고 상품을 개발하는데, 이를 드러커는 '사업의 전제'라고 불렀다. 여기에는 환경에 대한 가정, 사명에 대한 가정, 핵심 역량에 대한 가정이 포함된다. 드러커는 20세기 후반 미국 경제를 주름잡던 IBM이 급격히 쇠락했던 이유를 바로 이 사업의 전제가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업의 전제는 시대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경영자들은 이렇듯 시대가 바뀌면 쓸모없게 되는 사업의 전제에 종종 집착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두 가지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첫째는 체계적이고 의도적인 "폐기"다. 드러커는 모든 기업이 3년마다 자사의 모든 제품, 서비스, 정책 그리고 유통망에 대해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우리가 만약 이것을 채택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이것을 채택해야 하는가?" 둘째는 기업 외부를 관찰하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고객이 아닌 '비고객'을 향해 안테나를 뻗고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다. 통상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알려주는 최초의 징후는 고객보다 훨씬 많은 비고객에게서 나온다.
이러한 기업과 경영을 바라보는 깊은 시각은 경영자의 구체적인 의사 결정을 통해서 현실화된다. 따라서 드러커는 경영자가 많은 의사 결정을 하지 말고 중요한 것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흔히 '사장이 부장 일하고, 부장이 대리 일하고, 대리는 사원 일하면 그 회사는 망한다.'고들 한다. 또한 '무지하고 게으른 사장이 가장 나쁘지만 무지하고 부지런한 사장은 더 나쁠 수도 있다. 가장 나은 것은 똑똑하고 게으른 사장이다.'라는 우스개도 있다. 이 말은 드러커가 제시한 경영자의 핵심 역할과 맥이 닿아 있다. 그것은 바로 '목표에 의한 경영(MBO : Management By Object)'이다. 간단히 말해, 경영자는 아랫사람들과 목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고,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일은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제가 따른다. 바로 올바른 목표를 현장에서 실현해줄 수 있는 구성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흔히 하는 말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드러커는 일찍부터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경영자들은 사람을 선발하고 관리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 이에 드러커는 효과적인 인사관리를 위한 기본 원칙을 제시하였다. 첫째, 우선 직무의 내용에 대해 철저하게 생각해야 한다. 둘째, 잠재력이 있는 여러 명의 후보자들을 검토해야 한다. 셋째, 후보자들의 강점을 파악해야 한다. 넷째, 후보자와 함께 일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섯째, 새로 임명된 사람이 직무의 내용을 이해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2. 경쟁(competition)이란 무엇인가? - 마이클 포터시장이 넓었고 경쟁자도 많지 않아서 '모방(me-too)' 전략만으로 배부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급속도로 산업이 팽창되고 무역 국경이 허물어지면서 도처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1970년대 이후로 값싸고 질 좋은 일본 상품에 고전하던 미국 기업이 1980년대 전례 없는 경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 등장한 인물이 바로 포터였다. 포터가 경영자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바로 경쟁이다. 먼저 경쟁에 대해 제대로 이해해야만 기업이 제대로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포터는 하버드 대학에서 발전시킨 산업조직론을 응용해서 산업 간 수익성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체계적인 모델을 개발했다. 산업조직론은 기업의 성과가 산업구조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 예컨대, 경쟁자가 없는 독점 산업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이 높고, 경쟁자가 많은 경쟁 산업의 경우는 기업의 수익성이 낮다.
그렇다면 어떤 요인들이 경쟁을 결정하는 것일까? 포터는 산업 내 경쟁 강도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산업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경쟁 요인으로 5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기존 경쟁자다.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생산 혹은 제공하는 기업이다. 결국 경쟁자는 유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나의 매출과 이익을 뺏어가는 모든 대상들이다. 이 외에 나머지 4가지 요인을 더 찾아보면, 둘째는 대체품이다. 대체품이나 대체 서비스는 기존 제품이나 서비스 대신 제공되는 전혀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현재 건설 중인 고속 철도는 국내선 항공 서비스의 대체품이다. 또한, 셋째는 구매자와 공급자이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를 보자. 그들의 제품을 구입해주던 회사에서 경제 침체를 이유로 구입 가격을 인하하자는 제안이 들어오면, 구매자의 요구대로 가격을 인하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구매자도 명백히 경쟁 요인이 된다. 공급자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가격을 갑자기 올리게 되면 회사의 수익성이 악화된다. 넷째는 잠재적 경쟁자(혹은 신규 진입자)이다. 포터는 이 5가지 경쟁 요인을 분석하는 틀을 '산업구조 분석틀'이라고 명명했다. 포터는 이러한 5가지 경쟁 요인을 분석하면 특정 산업의 경쟁 강도를 분석할 수 있고 특정 산업의 경쟁 강도를 파악하면 그 산업의 잠재적 수익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결국 포터가 제안한 산업구조 분석은 좁은 의미의 경쟁 혹은 산업에서 탈피해 더 넓은 관점으로 관련 산업은 물론 대체 산업까지도 고래해 경쟁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경쟁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됐다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포터는 올바른 경쟁 전략을 수립하려면 다음 두 가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첫째,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성을 좌우하는 산업 자체의 매력도는 얼마나 큰가? 그리고 그것을 결정짓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둘째, "한 산업 내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의 상대적인 경쟁 지위를 결정하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이를 통해 경쟁자와 비교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경쟁 포지션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경쟁 전략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포터는 기업이 수립할 수 있는 수많은 전략 유형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본원적 전략으로 원가 우위 전략, 차별화 전략, 집중화 전략을 제시하였다. 원가 우위 전략은 한마디로 경쟁자보다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원가상의 우위를 확보한 기업은 산업 내 5가지 경쟁 요인들이 치열하다고 하더라도 평균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그러나 원가 우위의 기업이라도 차별화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원가를 낮추는 것에만 급급해 품질이 고객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판매에 문제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차별화 전략은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차별화함으로써 경쟁자와 비교해 구매자에게 독특하다고 인식될 수 있는 그 무엇을 창조하는 것으로 서비스, 디자인, 이미지, 기술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차별화를 추구하는 기업 역시 원가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인식되면 고객들이 제품 구매를 꺼리기 때문이다. 집중화 전략은 특정 시장, 즉 특정 구매자 집단이나 특정 지역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이다. 기업이 전체 시장을 대상으로 경쟁을 벌이느냐 혹은 세분시장을 대상으로 경쟁을 벌이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므로 경쟁 영역을 선택하는 문제도 매우 중요한 전략적 의사 결정 과제다. 집중화 전략은 원가 집중화 전략과 차별적 집중화 전략으로 대별될 수 있다. 각각 목표세분 산업에서 전자는 원가를, 후자는 차별화를 추구한다.
포터의 주장은 상당히 이론적이고 개념적이지만 핵심 주장은 간단하다. 경쟁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우리 기업은 왜 경쟁자와 달라야 하는가"를 깨달으라는 것이다. 경쟁은 곧 남과 달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한 환경인 것이다. 포터는 산업구조 분석틀을 기반으로 자신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를 전략의 핵심 과제로 주장한다. 즉, 한 기업이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남들과는 다른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이 비용을 절감하고 불량률을 줄이는 등 효율성 개선에 노력해왔지만 결국 모든 기업이 똑같은 방식으로 경쟁함으로써 비교 우위를 가질 수 없게 됐다.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새로운 목표점을 창조하는 것만이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라고 포터는 조언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 경영자 상당수는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품질 관리, 벤치마킹, 아웃소싱, 전략적 제휴 등을 전략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들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경영 프로세스 등을 경쟁자보다 신속하게 개선하는 운영의 효율성 제고에 불과하지 결코 자신의 포지셔닝을 결정하는 전략은 아니다. 전략은 경쟁자와 차별화된 나만의 독특한 경영 활동을 통해 원가나 차별화 우위를 창조하는 것이다.
3. 핵심 역량(core competence)이란 무엇인가? - 게리 하멜"귀사가 다른 경쟁 기업에 비해 뛰어난 능력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마케팅이 좀 낫다.', '기술이 앞선다.'는 식의 막연한 대답이 고작인 경우, 뭐 하나 똑 부러지게 잘하는 것이 없다는 반증이다. 이런 기업이라면 열심히 일하면서 이것 저것 투자해보지만 경쟁에서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멜이 분석했던 1980년대 서구 기업들이 그러했다. 일본보다 기술 개발에 더 많이 투자하였지만 일본 기업의 시장 잠식을 막을 수 없었다. 일본 기업은 욱일승천의 기세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이 수수께끼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서구 기업들이 모든 것을 잘하려 한 반면, 일본 기업들은 자신들이 잘할 수 있는 어느 한 가지에 집중했다는 데 있다.
경쟁 기업과 견주어 똑 부러지게 앞서 있는 능력을 하멜은 핵심 역량이라고 말한다. 이는 제품의 배후에 존재하는 중추적 능력이며, 경쟁 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월한 기업 능력의 집합을 뜻한다. 한마디로 경쟁 기업이 모방하기 힘든 그 기업 특유의 자원이나 능력이다. 하멜은 기업 간 경쟁 우위는 바로 핵심 역량의 강화로 파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경쟁의 판도는 나무의 과실에 해당되는 최종 제품의 우열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도 않는 뿌리와 같은 핵심 역량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하멜은 자기 핵심 역량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역량을 확보하고 있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기회가 주어져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고 보았다. 반면, 핵심 역량을 확보하고만 있다면 시장에서의 위협 요인조차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핵심 역량에 대한 판단은 기업의 목표나 전략보다 앞서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목표, 훌륭한 전략이 수립되어도 이를 효과적으로 실천하는 핵심 역량이 없으면 그것들은 한낮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