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딕
디 혹 지음 | 청년정신
1. 올드 몽키 마인드지금은 1993년, 내가 흙을 밟고 사는 삶을 위해 비즈니스 세계와 관계를 끊은 지 9년이 되었다. 내가 그 세계와 갑작스럽게 완전히 결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믿어지지 않는다. 산업주의가 남겼던 낡은 유산과 명령과 통제로 이루어진 회사들에서 격렬한 갈등을 겪으며 보낸 16년. 새로운 조직 개념을 꿈꾸고 그 꿈을 실험하는 데 보냈던 35년. 그리고 그 꿈 중 하나를 실현시키기 위해 불가능에 도전했던 2년. 그 모든 세월 중에 내 꿈을 성숙시키기 위해 14년을 혹사한 다음 가장 화려한 성공의 정점에서 비자(VISA)에 등을 돌리고 물러난 일은 분명 내 평생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1984년, 나는 "내 인생을 새로운 가능성에 열어 두어야 한다"는 한 마디 말을 남기고 비자를 떠났다.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은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올드 몽키 마인드 - 내 기억이 미치는 한 아주 오래 전부터 나를 괴롭히던 나의 이성 - 와 내가 비자를 떠나 새로운 삶의 가능성에 뛰어든 9년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세월이었다. 그것은 내가 정말로 깊이 사랑하는 것들인 가족, 손자들, 자연, 책, 고독, 은밀한 생활, 무한한 상상력에 빠지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그때 나는 흙을 밟고 사는 삶이 이루어 줄 가능성만을 믿으려 했다.
그런데 오늘 새벽이 밝았을 때, 삶을 이루는 다른 실들이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양을 짜려고 할 줄 어떻게 알았겠는가? 올드 몽키 마인드는 생각의 잡목 숲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모든 곳에서 불가분성과 통일성이 이루어지고 있다. 바람, 새, 햇빛, 땅, 인간 이 모든 것이 서로의 존재를 밝혀주면서 서로를 연결하고 있다. 모든 것은 경쟁하는 동시에 협동하고,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인 동시에 개별적이며, 부분들로 이루어진 하나인 동시에 전체의 부분들이고, 그 어느 누구도 지배하지 않으면서도 질서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왜 인간은 기구와 제도를 만들었는가? 왜 사람을 예측 가능한 톱니바퀴와 바퀴처럼 만들려고 애쓰는가? 완벽한 명령과 통제를 할 수 있는 능력자가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트럭과 연장을 헛간에 갖다 놓은 다음, 나는 서재에서 책 한 권을 뽑아들고 서문을 훑어보았다. 『복잡성(Complexity)』. 이 책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과학자들과 학자들이 새로운 과학은 복합적이고 자기 조직적이며 적응력이 있는 시스템 연구에서 나오리라는 공동 인식 아래 작은 연구소를 만들게 된 이야기다. 그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과학의 특성은 '복잡성'이란 단어로 정리된다. 지난 200년 동안 정밀하고 선형적 인과 법칙에 따른 기계론으로 우주를 설명하려고 했던 과학의 시도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수성, 분리성, 개별성의 추구는 인간의 이해 능력을 막다른 골목으로 이끌었으며, 이제는 정신과 육체를 통일체로 보는 접근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복잡한 연결성은 자생적인 질서를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모든 복잡한 적응 시스템은 카오스의 언저리에 있으며 거기서 우리가 질서라고 부르는 인지 양식들을 만드는 자기 조직화가 이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나를 매료시켰다. 조직은 자연을 따라야 한다는 사회조직 개념에 대한 것이었다. 이 책은 나에게 미래의 모습을 알려주는 보석 같은 작품이었다.
40년 동안 나는 자신에게 묻는 세 가지 질문이 있었다.
· 왜 조직은 정치적이든, 상업적이든, 사회적이든 상관없이 관리능력을 잃어가고 있는가?· 왜 개인은 자신이 참여하는 조직들과 갈등을 빚고 소외되어 가는가?· 왜 사회와 생물권은 혼란스러워지는가?
조직은 애초의 설립 목적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마구잡이로 자원을 집어삼키고, 인간 정신을 천박하게 만들고, 환경을 파괴시키고 있다. 이처럼 기구들이 무너지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던 사회관계의 질서 세우기에 근본적인 오류가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새벽의 고요 속에서 책을 거의 읽어갔을 때, 아주 길게 이어 붙여진 형용사들이 내 마음을 당황하게 만든다. '자가촉매작용의, 비선형성의, 유기체를 닮은, 복잡한, 적응하는, 정신과 육체가 일체를 이루는' 그러니까 과학자들은 새로운 과학을 이런 형용사들의 합으로 설명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전부를 내포하는 꼭 알맞은 단어가 없을까? 이런 시스템들이 카오스(혼돈)와 오더(질서)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각 단어의 첫 음절들을 뽑아 연결시켜 보면 어떨까. 나는 chaos에서 cha, order에서 ord를 골라 chaord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단어의 정의를 적기 시작했다. 자연을 향한 평생의 애정,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이상한 방식으로 준비했던 16년의 세월, 책에서 배웠던 생각들, 그리고 기구의 본성에 대한 나의 믿음을 하나의 단어 속에 모두 집어넣고 싶었다.
2. 이상한 은퇴1965년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다. 대학을 다니는 아내, 어린 세 아이, 저당 잡힌 집, 실직, 그리고 은행에는 쥐꼬리만큼의 돈만 남아있는 어려운 상황 속에 있었다. 나는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더 이상 회사에 매달려 발버둥치지 않겠다는 결심이었다. 한 마디로 '현직에서 은퇴'하는 것이었다. 대신 나는 현대 조직에서 가장 진부한 부문에 내 뜻을 세워 갈 것이며, 신용을 다루는 일이면 된다는 원칙을 세워 이런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내쇼날 은행의 연락은 예기치 못한 것이었다. 사회에 나온 지 16년 만에 처음으로 직책도 권한도 없는 이상한 방식으로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어떤 보장도 없다. 서른 여섯의 나이에 직업훈련을 받는 셈이다. 하지만 나는 직업 선택에 있어서 평생 처음으로 논리와 이유를 쓰레기통에 던졌으며, 직관적인 느낌과 믿음으로 결정을 내렸다. 나는 신용 부서, 지사, 부동산 부서, 융자 부서 등 여기저기로 옮겨다녀야 했다. 이 시기에 나는 '이끌다, 따르다, 관리하다'라는 조직에 대한 단어를 탐구하고, 다양한 조직에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사람들과 형식이 없는 토론을 자주 가졌다. 이 토론은 대개 매니저와 매니지먼트라는 주제로 모아졌다.
매니저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책임감은 자기매니지먼트(self-management)이다. 자신의 머리, 인품, 윤리관, 지식, 지혜, 기질, 말 그리고 행동을 매니지먼트하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시간의 절반과 최선의 능력을 바쳐야 할 부분이 자기경영관리이다. 그리고 윤리적, 도덕적 그리고 정신적 요소들을 채워야 한다. 매니저의 두 번째 책임감은 우리 보다 많은 권한을 가진 사람들, 상사, 감독관, 이사, 규정자 등등을 매니지먼트 하는 것이다. 매니저의 세 번째 책임은 동등자를 관리하는 것이다. 협조자, 경쟁자, 공급자, 고객, 원한다면 전체 환경을 여기에 포함시켜도 좋다. 네 번째 책임은 우리가 지시할 권한을 가지게 하는 사람들을 매니지먼트하는 것이다. 하지만 자기 자신과 상위자와 동등자를 매니지먼트하는 데 시간을 들였는데, 부속된 부하들을 매니지먼트할 시간이 있겠는가? 매니지먼트는 자신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수입, 힘, 직책은 매니지먼트와 전혀 상관이 없다.
그 다음엔 항상 노골적인 질문이 따라온다. 당신은 상위자들, 상사, 조정자, 부하, 동료, 고객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대답 또한 노골적이다. 관리할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가? 그들에게 동기를 심어줄 수 있는가? 궁극적으로, 당신은 그들을 이끌어갈 수 있는가? 물론 스스로를 올바르게 이끌어온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 행동과 지능과 노력이 부족한 사람은 첫 번째 책임을 하지 못하게 된다. 상위자들로부터 신뢰, 동의, 지원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두 번째 책임을 놓친 것이다. 동등자들에게 무시당하고, 경쟁자들에게 눌리고, 인정사정 모르는 규정자들에게 조롱을 당한다면, 세 번째 책임에 실패한 것이다. 우리가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개념을 이해시키고, 인정하고, 실행하도록 유도하지 못한다면, 네 번째 책임에 실패한 것이다. 모든 실패는 먼
저 자신에서 시작되었음을 보라.
공동체의 의미, 미래에 대한 비전, 사람들이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주요 원칙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그것을 분명하게 표명하는 것, 그런 다음 덫에 걸려 있어 빠져 나오려 애쓰고 있는 사람들의 비범한 능력들을 독려하고 찾아낼 수 있게 하는 것이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가장 경비가 적게 들며, 가장 쓰여지지 않고, 그리고 지속적으로 남용된 자원은 의심할 것 없이 인간의 머리와 재능이다. 이 자원이 이렇게 오용된 것은 조직에 대한 기계적, 산업주의적, 지배적 개념과 그것들이 펼쳐놓은 경영관습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람은 '인적 자원'이 아니다. 우리는 인간 존재이며, 진화하고 있는 우주의 전체성을 포함하고 있으며, 우리가 한계를 짓기 전까지는 무한한 존재이다. 우리는 이끄는 것과 따르는 것에 대한 개념을 새로운 시각으로 실험해야 한다. 경영과 노동 개념도 새로운 믿음으로 실험해야 한다.
오래 전, 에머슨의 글을 읽다가 심장에 비수가 꽂히는 느낌을 받았었다. "당신이 어디를 가든지, 당신의 거인을 데려가라." 에머슨은 현실에서 도망쳐 낙원 - 새로운 장소, 삶의 새로운 지위, 새로운 소유물 - 을 찾아내려는 욕망이 헛수고임을 말했던 것이다. 나의 거인 - 시골 촌놈, 방 두 개가 전부인 가난한 집, 막노동,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없는 학력, 특이함 - 역시 언제나 나를 찾아왔다. 모든 것이 낮은 등급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기구는 똑같다. 산업주의에서 태어난 조직은 현실적으로 겪고 있는 사회 문제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제 우리의 의식은 산업주의의 잘못된 조직 개념을 바로 보고, 새로운 양식과 가능성을 가진 대안 기구들을 찾아내는 개척자가 되어야 할 때이다.
마침내, 맥스웰 칼슨 은행장이 상의를 하자는 전갈을 보냈다. "아메리카 은행에서 신용카드 사업을 하고 있고, 또 시애틀 퍼스트 내셔날 은행이 카드 사업에 들어간 것도 알고 있겠지. 우리 은행 간부들은 신용카드를 좋게 생각하지 않지만, 아메리카 은행이 뱅크 아메리카드 프랜차이즈를 결정했고 우리 은행도 면허권을 받았으니 앞으로 90일 후에는 카드 사업에 뛰어들 생각이네.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 봅 커밍스를 잘 보조해 주게." 그러나 이건 내가 은행에 오게 된 이유도 아니고 또한 90일은 그런 모험을 감행하기엔 턱없이 짧은 기간이었다. 봅 커밍스는 전형적인 은행지점장이었다. 신용카드가 엄청나게 불안정한 소비자 대출산업이라는 걸 알고 있었던 나로선, 보수 성향이 강한 은행인을 상사로 모셔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몸이 떨렸다. 결국 우리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한번 해보기로 했다.
커밍스와 나는 아메리카 은행 라이센싱 코퍼레이션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있었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를 교육시킨다는 사람들이 모두 마케팅 부서 출신이며, 아메리카 은행 카드사업부 실무담당자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었다. 더 나쁜 건, 그 은행의 카드 센터에는 면허협정에 제시된 규정을 따를 만한 능력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셔날 은행은 이미 뱅크 아메리카드 프로그램을 착수한다는 공식 발표를 했었다. 이 결정을 뒤집을 방법은 없었다. 이젠 우리의 경험과 다른 은행들의 경우를 토대로 새로운 카드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시애틀로 돌아온 우리는 아메리카 은행에서 교육받은 내용들을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렸다. 임프린터 공급자, 카드 스톡, 카드 엠보서, 판매시점 판단. 할 일은 태산처럼 많았다. 가장 급한 일은 작업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은행 대강당을 말 그대로 징발했다. 신용 분석가, 머천트 세일 대표자, 콜렉터 등 사람을 구하는 신문광고를 냈다. 은행 대강당은 면접, 물품 주문전화, 광고 기획회의 등으로 사람들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 그야말로 쑤셔놓은 벌집 같았다. 그것은 통제불능의 카오스였다. 하지만 아주 조금씩 질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출범까지 일 주일에 8퍼센트씩 일을 진척시켜야만 했다. 커밍스와 혹, 우리는 같은 십자가에 함께 매달려 피를 흘리는 형제가 되어가고 있었다.
카드 프로그램 출범까지 주어진 90일이 하루하루 지나가는 날에도 올드 몽키와 나는 조직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단 한 번도 놓은 적이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신용카드는 대출이 아닌 다른 일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그것은 은행이나, 상품이나 신용, 가맹점이 아니었다. 데이터도 정보도 컴퓨터도 아니다. 그것은 연결이었다.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상호 연결성이 이루어낼 어마어마한 변화가 그것이다. 관계성과 성장에 대한 것, 뗄 수 없는 상호관련성 같다고 하면 맞을까? 우리는 지금 은행이 과거에 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1966년이 기울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산적해 있었다.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밤을 새워 고생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우리의 임기응변을 새로운 기술소유권으로 신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란 이렇게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인간의 영리함으로? 열정으로? 카오스 속에서 즉흥적인 질서가 나온다? 그럴 듯한 생각이었다. 출시까진 며칠 밖에 남지 않았고, 직원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끝까지 참여했다. 사흘 밤이 지났을 때 십만 장이 넘는 카드는 차질없이 배송을 마쳤다. 마침내, 카드 프로그램은 착수되었다. 출범을 한 지 첫해가 지나고, 나는 상당한 봉급 인상과 함께 신용카드 부서의 책임자 자리를 맡게 되었다.
3. 더 이상 잃을 것은 없다카드발행 은행들은 해당 지역위원회에 대표를 임명할 권리를 가질 것이다. 지역 집행위원회는 기능위원회의 의장과 다른 상임위원회에서 선출된 사람들로 구성될 것이다. 지역위원회의 의장들은 전국위원회를 구성한다. 이 개념을 문서화된 제안으로 정리했다. 면허인 위원회가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열렸다. 이 제안은 통과되었다. 자기조직화로 지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를 묶는 과정에서 나는 북서태평양 지역 행정위원회와 전국 행정위원회 의장직을 제의받았다. 나는 이미 내셔날 은행 카드운영팀 책임자로 힘들게 일하고 있었지만, 생색도 나지 않고 급료도 없는 이 일이 좋았다. 하지만 문제점이 드러났다. 손실액은 수억 달러였으며 게다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조직의 새로운 개념과 그것을 시도하기 위한 발판이 필요했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이렇게 썼다. "처음부터 올바르게 진단되지 않는다면, 병은 치료하기 어렵다.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기구나 조직도 마찬가지다. 어떤 조직이 변화하는 사회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그 기능을 최상으로 서비스 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고 계속 발전해야 한다. 생물학적 유기체와 건강한 조직은 혼돈과 질서를 이루며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지구가 그렇고, 우주도 그렇다. 모든 것은 카오딕이다. 변화하는 사회환경을 거부한 조직들은 경제적으로 파괴된다. 생물학적이건 사회적이건, 혹은 유기체건 조직이건 간에 모든 것은 짜맞추어진 기계가 아니다. 살아있고 변화하는 과정이다. 올드 몽키와 나는, 조직에 대한 끝없는 탐색에 빠져들었다. 사물을 바라보는 네 가지 방법 - 과거, 현재, 가능한 모습, 그리고 마땅히 되어야 할 모습 - 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문제의 발단은 기구를 실체로 받아들이는 왜곡된 습관에서 시작된다.
당신이 다니는 회사를 생각해 보라. 그것의 이름, 고용인들, 또는 사무실 등과 같은 것이 아니라 회사 그 자체를 생각하라. 모든 기구는 사람이 공동의 목적 - 공동체라고 불리었던, 아주 오래되고 아주 강력한 아이디어의 개념적 구현물 - 을 추구하기 위해 끌어들인 정신적인 구조물일 뿐이다. 건강한 조직은 그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비전과 가치를 찾게 하는 관계성과, 다같이 그것들을 추구하는 자유라는 정신적 개념이다. 조직의 성공은 돈이나, 경영관례보다 구성원들이 나눈 목적, 모두가 인정하는 법칙들, 그리고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믿음의 힘에 훨씬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올드 몽키와 중년에 들어선 나는 이상한 모험을 시작했다. 은행, 돈, 신용카드의 가장 근본적인 기능은 무엇인가? 그 본질적 본성은 무엇인가? 이 질문을 풀기 위해선 세계의 과거 모습과 현재와 가능한 미래와, 꼭 이루어야 할 모습을 생각해야만 했다. 절망적이었다. 하지만 천천히 몇 가지 확신이 생기기 시작했다. 돈은 찍혀진 숫자의 데이터를 보장하는 한 나라의 통화의 상징이다. 그리고 은행은 보장된 이 데이터의 보관, 대부, 그리고 교환하는 기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는 그 데이터가 무엇이 될지 알아내야 했다. 이 작업은 울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많은 것들과 연결시켜 보아야 한다. 우리가 속해 있는 이 산업의 본질은 신용인가? 고객이 상인에게 은색 플라스틱을 내놓을 때 일어나는 거래는 무엇인가? 카드의 기능은 구매자를 구입자에게 증명하고, 보장하는 것이며, 가치 데이터의 발생과 이동이었다. 이것은 그 당시 새롭게 드러나는 의식 변화였다. 우리는 신용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카드는 통화가치의 교환을 위한 상징을 안고 있는 발명품일 뿐이며, 시대와 상황의 돌발성이 빚어낸 우연이었다. 우리가 하는 진짜 일은 통화가치를 교환하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은행이 한 군데도 없었다. 내가 만들어 낸 생각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은행들의 자원을 전부 계산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한 기구와 개인들이 집합한 총체를 연결시킬 수 있는 초월적인 조직이 탄생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