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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히딩크 게임의 지배

이동현 지음 | 바다출판사
1. 어제는 잊고 새 틀을 짜라



"한국은 토털 사커라는 현대 축구의 흐름을 따라야 한다. 현대 축구, 이른바 선진 축구는 수비수와 공격수의 구분이 없다. 공격수도 수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과거에는 공격수 가 한 골을 넣고 나면 자기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해서 나머지 시간 동안에는 팀을 위해 뛰지 않았다. 공격수가 공격만 하는 것은 팀 전체에 마이너스가 되는 일이다." - 2002년 4월 11일 MBC 다큐멘터리 <히딩크에게 배우는 한국개혁> 인터뷰에서

토털 사커 시스템의 결정체인 선진 축구 포메이션은 4-4-2다. 히딩크는 기존 한국팀이 고집했던 대인방어를 근간으로 하는 3-5-2 전형을 지역방어 위주의 4-4-2 전형으로 바꾸어 나갔다. 여기서 4-4-2로의 시스템 변화는 히딩크가 선진 축구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히딩크가 선진 전형을 무조건 고집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부임 초기부터 도입한 4-4-2 전형을 2001년 홍콩 대회와 2월 두바이 4개국 대회에서 실험했다. 그러나 한국팀은 4-4-2 시스템을 썼던 모로코전(1:1 무)이나 덴마크 전(0:2 패)보다 3-5-2를 활용한 아랍에미리트전(4:1 승)에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선수들이 4-4-2 시스템이란 신기술에 쉽게 적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히딩크는 한국 축구의 실정에 맞도록 전형을 적절하게 바꾸는 유연성을 발휘했다. 월드컵을 앞둔 평가전부터는 3-5-2에서 4-3-3, 4-4-2 등 다양한 전형 변화가 이뤄졌다. 빗장 수비로 유명한 이탈리아만 구사하는 3-4-1-2란 전형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 수비 유형으로 포르투갈과 같은 강팀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여기서 히딩크가 돋보이는 점은 선진 시스템을 그대로 고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유럽 리그에서 그가 즐겼던 것은 4-4-2 전형을 바탕으로 한 공격 축구였다. 하지만 히딩크는 선진 축구 기술을 한국팀의 장점과 접목시켜 새롭게 활용하는 벤치마킹 전략을 구사했다. 한국 축구의 실정에 맞게 연습과 실전을 통해 적절히 수정해서 한국팀만의 스타일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상대에 따라 경기 진행에 맞춰 자유자재로 형태를 달리하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새로운 '한국식 축구'의 색깔이 만들어졌다.

먼저 창조적으로 모방하라



경영혁신 기법 중에 벤치마킹(benchmarking)이라는 것이 있다. 남보다 우수한 경영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회사의 우수한 실무를 찾아내서 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예컨대 GE는 모토롤라에서 식스 시그마(Six Sigma)라는 품질 관리 비법을, 휴렛패커드(HP)로부터 신제품 개발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성과를 높이는 신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도요타(toyota)에서는 효율적인 생산방식인 린 생산방식을 벤치마킹해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유명하다.

벤치마킹은 단순한 모방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수한 성과를 내는 기업의 성공 요인을 잘 파악해서 자신의 회사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 기법도 기업 실정에 맞게 수정, 접목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한국팀이 4-4-2 전형을 그대로 도입했다고 해서 갑자기 일류 팀이 되지 않는 것과 같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지금도 이런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여기서 벗어나는 길은 기계적인 모방이 아니라 창조적인 모방이다. 히딩크가 4-4-2 전형을 한국팀의 실정과 상대팀의 상황에 맞게 적절히 변형시켜 성공한 것을 떠올려 보자.

모방에는 혁신의 정신이 담겨 있어야 성공한다. 일본에서 기술 이전으로 가전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다 지금은 독자적인 개발로 전자렌지, 디지털 TV 등에서 일본과 어깨를 겨루게 된 우리 가전업계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펩시는 레몬 라임 시장에서 단순 모방을 시도하다가 큰 낭패를 보았다. 펩시는 이미 코카콜라의 스프라이트와 닥테 페퍼와 세븐업의 세븐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이들과 맞설 경쟁 상품으로 시에라 미스트를 출시했다. 그러나 이 제품은 '더 깨끗하고, 더 상큼하고, 더 새로운 레몬 라임'이라는 광고에서 알 수 있듯이 경쟁사와 차별화되지 않은 단순 모방 제품이었다. 결과는 당연히 실패였다. 고객들의 머릿속에 스프라이트와 세븐업은 남아 있어도 시에라 미스트가 정착할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2. 중요한 것에 집중하라



"한국 축구 선수들은 빠른 스피드를 지닌 데다 오른발 왼발을 고루 잘 쓴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의 개인기가 아무리 좋아져도 유럽이나 남미 선수들 정도로 향상될 수는 없다. 그 러려면 유소년 축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물론 전 세계 어디를 봐도 한국 선수들처럼 투지 넘치는 선수들은 없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지는 정말 높이 산다." - 2001년 12월 4일 『한국 대표팀 현황 분석 자료』를 발표하며

히딩크가 말하는 '토털 사커'를 완벽하게 구현하려면 개인기가 받쳐줘야 한다. 하지만 개인기만이 전부는 아니다. 사실상 토털 사커의 핵심은 개인기가 아니라 팀워크다. 게다가 한국 선수들은 스피드가 좋다. 지구력과 순간 파워는 과학적 트레이닝을 통해 단시간 내에 향상시킬 수 있다. 강한 체력과 스피드에 역량을 집중해 본다면 해볼 만한 것이다. 토털 사커의 핵심인 압박은 블록 전술, 즉 수비수-미드필더-공격수 사이를 틈이 생기지 않도록 촘촘하게 유지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드필드에서 압박에만 너무 몰두해 백병전에다 신경을 쓰다 보면 거의 모든 선수가 공에 쏠려 동네 축구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면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뒤쪽에 빈 공간이 생기게 된다.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압박을 하면서도 일정한 폭을 유지해야 한다. 플랫 포백, 즉 4명의 수비수가 유기적으로 물막이 댐처럼 한 몸같이 움직여야 하고, 4명의 미드필더들도 일차 물막이 댐 역할을 한 몸처럼 해줘야 한다. 공격시 블록 전술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서는 골키퍼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리고 압박에 실패했을 때 상대의 롱 패스에 의한 역습이 시작된다. 지난 4월 27일 한국 대 중국의 평가전에서 중국이 보여준 롱 패스 작전이 바로 그것이다. 단순한 전술이지만 상대의 패스가 정확하고 공격수의 스피드가 빠르다면 눈뜨고 당할 수 있다.

흔히 히딩크가 강한 체력을 강조하며 체력 강화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을 두고 축구의 기본을 충실히 다졌다고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더 큰 전략적 판단이 숨어 있다. 압박 축구를 완성시키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 조건이었던 것이다. 체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충분히 압박할 수 없고, 최전방 공격라인과 최종 수비라인의 간격이 넓어지면서 상대에게 쉽게 역습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토털 압박축구를 위해서는 체력과 스피드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필요하다. 왜 생각이 필요한가? 첫째, 월드컵 본선에 오르는 팀 정도면 전술이 수시로 바뀐다. 따라서 선수들은 상대의 전술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기민하게 '생각'해야 한다. 둘째, 생각이 늦으면 공이 늦어진다. 골과 노골을 결정하는 것은 불과 10초다. 먼저 판단하고 빠르게 움직여야 이길 수 있다. 셋째, 공을 잡기 전에도 생각이 빨라야 공간을 확보해 찬스를 만들 수 있다. 우리 축구와 선진 축구의 근본적 차이는 바로 '생각의 속도' 차이다. 선진 축구는 공을 잡을 때나 잡기 전이나 항상 생각하며 쇼트 패스와 드리블 같은 터치로 쉽게 쉽게 경기를 이기는 스타일이지만 예전 한국팀은 몸만 많이 뛰는 체력 위주의 경기를 해왔다. 언뜻 보면 굉장히 빠르지만 공은 느리고 패스가 쉽게 끊긴다.

히딩크가 생각하는 축구, 창조적 게임을 강조한 것은 이런 현실 파악의 소산이었다. 그래서 그는 부임 초기부터 항상 "몸만 뛰지 말고 머리도 함께 뛰라."며 선수들을 다그쳤다. 또 늘 "감독이 하라는 대로만 하지 말고 자기 생각과 다르다면 감독에게 언제든 따질 것은 따져라."며 생각하는 훈련을 시켰다.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패스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자신이 직접 머릿속에 그려가면서 플레이할 수 있어야 비로소 개인기 부족을 커버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가능해진다. 1인 3∼4역을 해낼 수 있는 전천후 멀티 플레이어는 토털 사커라는 현대 축구의 패러다임에서 선수 선발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히딩크는 이영표, 최태욱, 이천수, 김남일, 박지성 등 대부분의 선수들을 이런 전천후 만능 플레이어로 조련시켰다. 히딩크가 토털 사커의 핵심 역량으로 집중한 체력과 스피드 강화, 생각하는 플레이는 어느 순간 한국팀을 몰라보게 달라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팀의 압박축구는 2002년 6월 4일 폴란드와의 월드컵 예선전 첫 경기부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강점은 키우고 약점은 누르고



핵심 역량 선택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핵심 역량이 아닌 이른바 비(非)핵심 역량에 대한 조치를 제대로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축구에서도 한 팀이 모든 방면에서 다 잘 할 수는 없듯 경영에서도 한 기업이 모든 일을 잘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가장 강점으로 키울 수 있는 부분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품 개발과 마케팅의 강점을 살리고 생산 부분은 과감히 아웃소싱한 나이키와 반도체 산업 중 DRAM에만 집중한 삼성전자의 성공이 대표적이다.

나이키는 자체 생산 공정이 없다. 나이키의 창업자인 필 나이트가 제품생산은 나이키의 핵심 역량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아웃소싱한 결과다. 결국 나이키 제품은 각국의 협력회사에서 OEM(주문자 상표) 방식으로 생산, 공급받고 있다. 대신 나이키는 과학적인 상품 개발과 디자인, 광고 및 판촉 활동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마케팅의 경우 여러 마케팅 기법 중에서도 나이키는 전통적으로 최고의 인기스타 한 명을 택해 화려한 '스타 마케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나이키는 1996년 우즈와 5년간 4,000만 달러라는 천문학적 액수로 계약했으며, 지난 해에는 1억 달러에 재계약을 하기도 했다. 그 결과 골프볼의 경우 우즈가 나이키 제품을 쓰면서 세계 시장점유율이 무려 4배나 높아졌다. 현재 나이키는 골프 어패럴 시장에서 1위, 골프신발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산업을 시작할 당시 DRAM을 주력 제품으로 선택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후발주자였던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모든 분야에서 기술을 개발하여 선발 기업을 따라잡기는 어려웠으므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집중할 수 있는 제한된 사업 영역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 과제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반도체의 여러 분야 중에서도 DRAM, DRAM 생산 전체 공정에서도 웨이퍼 가공에 집중하게 되었고, 제조장비나 소재는 외국에 의존하였다. 이는 기술적으로 황무지에서 시작하는 후발 기업이 극단적으로 제한된 사업 영역에 집중해서 그 영역에서 기술적으로 단기간에 선발 기업을 따라잡는 방법이다.

히딩크는 토털 압박축구가 갖추어야 할 핵심 성공요인들을 잘 파악했다. 따라서 그는 개인기나 축구 기술처럼 장기적으로 육성시켜야 할 부분, 즉 단기간에 강화시킬 수 없는 역량은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패싱, 포지션 훈련, 전술, 세트 플레이, 체력 강화 등 500일 동안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역량에 집중했다. 축구든 사업이든 마찬가지다. 강한 경쟁자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철저히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활용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3. 강력한 혁신팀을 꾸려라



"축구협회나 프로축구 구단에서 나에게 많은 충고를 한다. 대개는 선수들의 장단점에 관 한 것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축구에 대해선 내 방식이 있고, 이를 원칙으로 계속 추 진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모든 일을 코칭 스태 프와 협의하면서 결정한다." - 2001년 10월 31일, 부임 10개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히딩크는 2000년 12월 그를 한국 국가대표 감독으로 영입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찾아간 가삼현 축구협회 국제부장에게 이렇게 물었다. "만약 내가 선수들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지금 당장 모두 나무에 올라가라고 하면 선수들이 아무런 불평 없이 나무 위에 올라갈 수 있겠는가."하고 물었다. 이에 가삼현 부장이 "아마 그럴 것이다."라고 대답하자 히딩크는 "좋은 전통"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 2000년 12월 18일 대한축구협회와 계약할 때 히딩크는 대표팀 운영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감독직을 수락했다. 먼저 그는 계약조건에 선수 선발, 작전, 훈련 등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축구 감독의 권한에 대해 축구협회가 간섭하지 말 것을 명기했다. 그리고 자신이 요구하는 지원에 대해 모든 것을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 달라고 했다.

히딩크는 계약서를 바탕으로 협회나 외부의 입김에 좌우되지 않고 자신의 축구 철학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장기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당연해 보이는 일 같지만 그간 대표팀 운영에는 감독 이외에 '사공'이 많았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을 맡았던 차범근 감독은 지난 봄 "98프랑스 월드컵을 앞두고 당시 축구협회는 선수 선발 때 매스컴을 비롯한 주위의 견해를 잘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감독의 고유 권한인 선수 선발 과정에서도 공식적인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축구협회로부터 대표팀 구성과 운영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자마자 그는 그와 함께 오랫동안 유럽 무대에서 활동해온 전문 스태프를 데려왔다. 명장이라 불리는 유수 클럽팀의 감독처럼 히딩크에게도 이른바 '히딩크 사단'이 있다. 우선 핌 베어벡 수석 코치가 있다. 그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 로테르담 감독과 일본 J리그 NTT 오미야 감독을 역임한 실력파다. 중국 상하이의 선화FC와 홍콩축구협회 기술고문도 맡아 아시아 축구에도 정통하다. 선진 축구 이론에 해박한 그는 한국 수비진의 조직력을 다지는 데 일등공신이었다고 할 수 있다. 얀 룰푸스 테크니컬 코디네이터도 있다. 그는 대표팀의 기술 분석과 대 언론관계 업무를 담당한다. 선수들 개개인의 기술을 분석해 자료로 만드는 업무를 주로 한다.

아프신 고트비 비디오 분석관은 대표팀 경기와 상대 경기를 담은 비디오를 컴퓨터로 분석해 히딩크 감독이 작전을 수립하는 데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대표팀이 미드필더 4명을 일자로 세우다 중앙 미드필더 2명을 앞뒤로 배치해 마름모꼴이 되게 한 것도 고트비 분석관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중앙 미드필더 1명이 뒤로 처지면서 긴 패스 한 번에 수비가 뚫리던 고질적인 약점이 해소됐다.

레이몬드 베르하이옌 피지컬 트레이너는 선수들에게 '저승사자'로 통한다. 그가 꾸민 다양한 메뉴의 체력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선수들의 체력은 단시간 내 유럽 선수에 맞먹는 수준으로 올려놓은 일등공신이다. 이 밖에도 히딩크의 스태프는 15명이 넘는다. 코치진만 해도 핌 베어벡 수석코치와 박항서·정해성·김현태 코치 그리고 '연수' 중인 최진한 청소년대표팀 코치까지 더하면 5명이나 된다. 과거 대표팀의 코칭 스태프는 10명이 채 안 됐다. 그러나 히딩크는 두 배 이상의 많은 스태프들을 고용해 이들의 일을 철저히 분업화했다. 사실 전술분석관, 비디오 분석가, 피지컬 트레이닝 등 세밀하게 분류된 코칭 스태프가 한국팀에 가담한 것은 대표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세밀한 부분까지 체크하려면 전문화된 스태프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국 축구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담당할 히딩크 감독과 그가 구성한 코칭 스태프는 강력한 지도부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인 전문성 확보 차원에서 보면 매우 성공적인 일이었다. 이러한 지도부의 정점에는 전문성으로 뭉쳐진 팀을 조율하여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핸들을 쥐고 있는 히딩크 감독이 있었다.

기업 개혁이라고 하면 흔히 GE의 잭 웰치,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코카 같은 카리스마적 최고경영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아무리 황제처럼 강력한 권한을 가진 경영자라도 혼자서 개혁을 추진할 수는 없다. 올바른 비전을 만들어 내고, 수십 개의 혁신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새로운 제도를 기업에 정착시키는 다양한 일들을 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리더십을 겸비한 간부들로 지도부를 구성하고 그들에게 많은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변화의 시작은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에 달려 있지만 지속적인 변화 추진 여부는 강력한 지도부의 능력에 달려 있다. 강력한 지도부는 CEO의 강력한 의지 및 변화관리자의 치밀하고 강력한 추진과 더불어 혁신운동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일본 제조업의 최대 실패 사례로 꼽히던 닛산자동차를 화려하게 부활시킨 카를로스 곤 사장의 성공은 바로 혁신 지도부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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