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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뉴씽

마이클 루이스 지음 | 굿모닝미디어
1. 넷스케이프를 설립하게 한 보트



매섭게 추운 12월의 아침 하이페리온은 프로그래머들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계류지를 떠났다. 프로그래머들은 짐 클라크가 새 요트인 하이페리온을 바다에 떠다니는 거대한 컴퓨터로 만들기 위해 실리콘 밸리로부터 공수해온 세 명의 기술자들이었다. 하이페리온에는 레이더, 수중 음파 탐지기, 라디오, GPS 등의 기기가 있으려니 생각되는 곳에 네 대의 컴퓨터 디스플레이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었다.

정말 불행한 일이었다. 바로 몇 시간 전에 기상예보관이 포스4 항해조건이라고 예보했었다. 포스4 항해조건이란 20노트 정도의 상쾌한 바람과 2미터 정도의 파도를 의미한다. 그러나 보트 계기침은 풍속을 50노트로 기록하고 있었으며, 컴퓨터는 이 이상의 풍속은 기록할 수 없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결국 하이페리온은 엔진 속도를 줄이고 돛을 펼쳤다. 돛을 펼치라는 명령버튼이 눌러지자 컴퓨터가 처음으로 일을 시작했다. 돛을 펼치고 엔진을 끄고 나니 보트는 이제 더 거칠고 원시적인 힘에 휘둘렸다.

짐 클라크는 보트 전체를 컴퓨터로 조종하고 싶었다. 특히 보트에 인터넷을 연결해 실리콘 밸리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그 보트를 샌프란시스코 만을 가로질러 항해시킬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것은 제대로 끝나지 못할 운명이었던, 위대하면서도 어려운 실험이었으며 결국 제대로 끝나지 않았다. 마침내 하이페리온의 500평방미터에 달하는 큰 돛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 점점 찌푸려지는 얼굴



짐 클라크는 넷스케이프의 주식 1,600만 주를 가지고 있었다. 넷스케이프 주식이 1주당 25달러에 거래되고 있었으니까 그의 재산은 4억 달러가 된다. 그 숫자는 2년 전보다는 6억 5천만 달러가 작은 금액이고, 9개월 후와 비교할 때 30억 달러가 적은 금액일 수도 있다. 클라크가 생각하기에 권력이 엔지니어에게 이동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엔지니어들이 부를 창조했다. 1990년대에 실리콘 밸리는 환상적인 규모의 새로운 부를 창조했다. 벤처 투자가인 존 도어는 실리콘 밸리를 "지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합법적인 부의 창조"라고 묘사하기를 좋아했다.

이제 막 실리콘 밸리는 1막을 끝내고 2막으로 넘어갔다. 1막은 엔지니어들이 싸고, 빠르고, 더 좋은 기계를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들은 기계를 하도 빠르고 싸게 만드는 바람에 그들이 만든 기계는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발명품이 아닌 일상품이 되어 버렸다. 결국에는 다른 사람들이 더 싸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냈다. 실리콘 밸리의 2막은 결코 예측가능하지 않다. 1990년대 초 어느 순간, 엔지니어들은 이제는 더 이상 부자가 되기 위해 새로운 컴퓨터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그저 컴퓨터가 할 뉴뉴씽(the new new thing)을 만들어내기만 하면 되었다. 그 개념은 놀랄 만한 것이었다. 그 개념이 바로 '요리법'이다. 빌딩 가득 기술 괴짜들이 들어차서 경제를 뒤집어버릴 요리법을 찾는 것을 실리콘 밸리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다. 이러한 일의 역할 모델이 짐 클라크였다.

3. 상자 속의 과거



움직임과 변화 없이 살 수 없는 클라크의 성격이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그의 세계에서는 움직임과 변화가 돈을 낳고, 그 돈이 더욱 커다란 움직임과 변화를 낳는 패턴이 계속된다. '변화'는 부의 다른 표현이고 '부'는 돈의 또 다른 표현이며, 돈은 그가 추구하는 것이었다. 그는 변화로부터 파생되는 돈보다는 변화 자체를 훨씬 더 필요로 한다.

여러 사람들은 이러한 끊임없는 움직임과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조바심'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클라크에게 조바심은 상업적으로 선(善)이다. "만약 모든 사람이 참을성이 있다면, 이 세상에 새로운 기업이라고는 없을 거야."라고 그는 말한다. 참을성이 없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끊임없이 격동하는 것으로 만든다. 그 격동적인 삶에서는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상황이 종국에는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클라크는 오로지 사건의 발생 시점에만 그 사건에 열중하며, 사건이 끝나면 그 사건에 대한 관심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클라크에게는 과거가 없었다. 미래만 있을 뿐이었다.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몰두할 때만 그가 진정으로 살아 있는 시간이었다. 그럴 때는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화했다. 그의 아이디어 창출과정은 보통 사업가들의 상투적인 프로세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미래를 볼 수 없었다. 그게 바로 그가 미래를 모색해야만 하는 이유였다.

4. 조직 파괴자



1956년에 포춘 지 작가인 윌리엄 화이트는 『조직인 The Organization Man』이라고 하는 고전적인 연구서를 출판했다. 그 책은 미국 사업가들의 기이한 동질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미국 사업가는 깨끗한 교외의 넓은 집으로부터 티끌 하나 없는 회색 양복을 입고 통근했다. 앞마당의 잔디와 머리를 동료들과 암묵적으로 동의한 길이로 정확하게 유지했다. 고급 문화나 엘리트주의의 냄새가 나지 않는 다른 어떤 것도 피했으며 IBM이나 AT&T와 같은 거대한 회색기업에서 일했다.

언제부터인지는 잘 모르지만 조직인은 미국인의 삶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 원인을 분명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그 중 하나는 급속한 기술변화였다. 급속한 기술변화야말로 벼락출세한 괴짜들이 거대한 회색기업에 대항해서 사용할 수 있었던 무기였다.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짐 클라크와 같은, 좀더 일반적으로 말하면 무정부주의자 경향을 가진 엔지니어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회색기업들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서 욕을 하던 사람들이다. 실리콘 밸리는 돈과 권력을 손아귀에 움켜쥐는데 관심 있는 괴짜들을 부화시키는 곳이었다. 이 사람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사업가가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조직인의 기준에서 보면 사회화가 덜 된 사람들이었다.

클라크의 권력과 돈에 대한 돈키호테 같은 행동은 실리콘 그래픽스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몇 명의 스탠포드 졸업생들과 함께 설립한 이 회사는 클라크가 디자인한 칩과 지오메트리 엔진으로 컴퓨터 스크린에 실물 같은 시뮬레이션을 창조할 수 있었다. 오래지 않아 짐 클라크의 새로운 회사는 기술자들에게 만유인력과 같은 흡인력을 행사했다. 그는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재능 있는 엔지니어들을 끌어들였고, 그들이 번갈아가며 가장 재능 있는 컴퓨터를 개발해냈다. 그러나 클라크는 자신과 엔지니어들이 성과에 비해서 대가를 받지 못한다고 불평했다. 자본가와 전문 경영자들이 실리콘 그래픽스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었고 클라크와 엔지니어들은 주식을 조금밖에 보유하지 못했다. 당연히 의사결정 과정을 멀리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5. 짐 클라크가 만들어지기까지



클라크가 '무엇을 할까?'를 구상하던 기간 내내 해답은 바로 그의 앞에 있었다. 그것은 인터넷이었다. 클라크는 인터넷을 보았을 때 1985년 PC를 보았을 때와 같은 감정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느리고 둔한 기술이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죠. 나는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고 있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클라크는 인터넷 브라우저인 모자이크의 코드를 설계했던 사람들을 고용했고 젊은 엔지니어팀을 조직했다. 그는 회사명을 모자이크 커뮤니케이션즈로 명명했다가 넷스케이프로 개칭했다. 모든 창안(전자 상거래, 전자우편)과 그가 애착을 가졌던 텔레컴퓨터를 위해 꿈꿨던 기술의 일부는 인터넷에 접목되었다. 클라크는 넷스케이프 설립 후 6개월만에 기업공개를 신중히 검토했다. 회사의 영업수익은 거의 없었고 이익을 한푼도 내지 못했으며, 많은 신입사원을 거느리고 있었지만 결국 설립 18개월만에 일반 대중에게 주식을 팔았다. 거래 첫날 주가는 주당 12달러에서 48달러로 뛰었다. 3개월 뒤에는 140달러까지 올랐다. 그것은 미국 주식시장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주식공모 가운데 하나였고 가장 기록적인 것이었다.

6. 활대와 돛대



클라크는 언젠가는 인터넷 브라우저 사업이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해 삼켜질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 독점은 인터넷 경쟁에 있어서 두 가지 큰 장점을 제공했다. 첫 번째는 윈도우로 수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막강한 자금력으로 어떠한 경쟁자도 누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는 PC 사용자에게 무엇인가를 팔려고 하는 모든 회사들에 대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넷스케이프도 이미 마이크로소프트의 지배하에 있었다. 짐 클라크는 빌 게이츠에게 잃을지도 모를 10억 달러를 만회할 다른 방법을 강구하게 되었다. 그것은 넷스케이프 이후 클라크의 새로운 시발점이었다.

1996년 미국인들은 연간 1조 5천억 달러를 의료보험에 지출했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은 낭비였다. 대부분의 낭비는 서류작업을 축소하면 피할 수 있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서류작업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쉽게 해주지 않기 위해 마련된 것들이라 그것을 없애면 고객들도 더욱 반가워할 것이었다. 인터넷은 그러한 일을 위해 만들어진 도구였다. 인터넷은 의료진찰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같은 공간에 존재하게 해준다. 환자가 한번도 만나보지 못한 의사의 진료실에 들어가 패스워드를 하나 던져주면, 몇 초 후 의사는 그 환자의 의료기록과 보험범위를 보고 있을 것이다. 환자가 떠난 몇 분 후 의사는 인터넷을 통해 보험회사에 요금을 청구하고 보험업자는 그 요금 또한 인터넷을 통해 지불할 것이다. 환자가 약이 필요하면 그것 역시 화면을 통해 주문할 수 있을 것이다. 용지, 서류, 말다툼 모두 필요 없다.

클라크는 종이를 갖고 자리에 앉아 지불인과 의사, 고객과 공급자의 그림을 종이 위에 그렸다. 깔끔한 다이아몬드 모양이 나타났다. 클라크는 잠시 중앙 지점에 있는 공간에 대해 생각하고 그가 만들 어떤 기업이 위치해야 할 그 자리에 '헬스스케이프'라고 써넣었다.

7. 벤처 투자가의 눈에 모래를 뿌리다



클라크는 마법의 다이아몬드를 고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벤처 투자가들을 만나러 샌드힐 로드로 갔다. 샌드힐 로드는 벤처 투자가들이 모이를 기다리는 새처럼 뭉쳐 사는 그런 곳이다. 그는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벤처 투자가가 있을까를 고민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과연 누가 될까를 고민했다. 넷스케이프 때 이미 벤처 투자가들은 좋은 교훈을 얻었다.

이제 클라크에게는 새로운 개념인 '마법의 다이아몬드'가 생겼다. 또 다시 그는 그 구상을 가지고 이리저리 뛰었다. 클라크는 '미국 의료관리 제도를 고칠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의 마법 다이아몬드를 꺼냈다. 당연한 말이지만 클라크는 미국 의료관리 제도를 잘 알지 못했다. 미국의 의료관리 제도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것을 고치겠다는 어마어마한 말을 꺼내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클라크의 벤처 사업은 정말로 무모한 사업이었다. 모든 일이 전혀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진행되었다. 클라크는 사업계획, 사업모델, 경영구조 등과 같은 것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으로 10억 달러를 벌기 위해 단 한 가지 낭비해서는 안 되는 것은 바로 시간이다. 그가 일단 뉴뉴씽을 찾아낸 이상, 나머지 남은 일은 그것을 현실화할 열정적인 기술자들을 모으는 것이었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 투자가들은 일과 인생에 대한 클라크의 철학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흥미로워했다. 그리고 클라크가 하는 대로 내버려두었다. 클라크는 이제 새로운 힘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소중한 개념들을 들고 이리저리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벤처 투자가들의 뜻과 엇갈려도 그는 계속 추진했다. 미국의 의료산업을 한데 묶을 프로그램을 구상하기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인터넷의 치열한 경쟁원리는 이것이 빨리 만들어져야 함을 의미했다. 이러한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수한 기술자들이 필요했다.

8. 1995년 8월 9일의 위대한 두뇌 혁명



클라크의 최신 아이디어를 보고 많은 인재와 자금이 들어오게 되면서 사람들은 곧, "건강관리산업 시장이 앞으로 제일 전망이 좋을 것 같은데, 이미 클라크가 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때 클라크는 기자들 몇 명에게 자신이 세계 최고의 시장 중심에 참여하는 사실을 밝혀야 함을 알아차렸다. 그것으로 그는 자기의 역할을 다한 셈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한가운데에 자신을 세워둔 다이아몬드 그림을 그린 후 그의 역할은 끝난 것이다. 헬시온을 대기업으로 성장시키는데 필요한 구체적인 일은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훨씬 능률적이었다.

클라크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고 그의 사업과 인생도 그것에 맞추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첫 번째 변화는 미국 증권시장에서 생긴 기적이었다. 넷스케이프의 상장과 하이페리온의 출항 등이 다우존스지수를 5천 포인트 이상 상승시켰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 주식을 주로 거래하는 나스닥 시장이 4배로 뛰었다는 것이었다. 미국 투자가들은 미래에 투자하겠다는 뜻이었다. 즉, 짐 클라크와 같은 사람에게 돈을 던져주겠다는 뜻이었다.

두 번째 변화는 소프트웨어 사업의 성격이었다. 넷스케이프와 그 후에 설립된 회사들은 근본적으로 실리콘 그래픽스와는 달랐다. 경제적으로 가장 큰 차이는 새로 설립된 회사들은 시작하는데 자본이 거의 필요 없다는 것이었다. 단지 필요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 일을 잘할 수 있는 엔지니어들 몇 명과 아이디어를 실천하겠다는 강한 의지뿐이었다. 몇 백만 달러의 돈을 조달할 필요도 없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천할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고, 대중에게 회사를 팔기만 하면 되었다.

9. 미래의 집?



1998년 말이 되자 하이페리온이 북해에서 입었던 손상은 모두 복구되었고 사람들이 다시 대서양 횡단을 위해 모여들었다. 하이페리온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과 프로그램에 의해 움직이게 될 사람이었다.

클라크는 이 새로운 기업을 시스케이프(Seascape)라고 불렀다. 첫 항해 이후, 시스케이프 프로그래머들은 컴퓨터로 범선을 조작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짜느라 2년 동안이나 끙끙댔다. 그것은 그들이 클라크를 믿기 때문이기도 했다. 클라크라면 돈이 안 되는 일인 줄 알면서 컴퓨터로 요트를 조종하겠다는 이상한 짓을 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드디어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하이페리온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가 일반 가정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는 클라크의 아이디어를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컴퓨터에 의해 섬세하게 제어된다면 미래의 집은 단지 바람막이 이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하이페리온은 신기술을 시험하기 위한 실험실이 되는 셈이었다.

클라크는 선장을 포함해 6명의 선원을 일종의 실험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 컴퓨터화된 가정생활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실험이었다. 만약 하와이에 큰 별장을 가진 사람이 이 프로그램을 구입한다면 그는 인터넷을 통해 별장 청소가 깨끗하게 되어 있는지, 풀장의 물은 적당한 온도에 맞추어져 있으며 청소부가 애인을 끌어들여 섹스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자기 방안에서 체크할 수 있을 것이다.

10. 신의 모드(Mode)



하이페리온의 선장인 앨런 프라이어는 선원 중의 선원이었다. 물론 컴퓨터로 움직이는 47미터짜리 요트에 선원이란 것이 필요하다면 말이다. 그런데 앨런은 좀처럼 컴퓨터에 적응하지 못했다. 범선을 그려보면 그의 마음 속에는 아직도 돛이 달린 조각배와 가죽 같은 피부를 가지고 있고 위생관념 따위는 전혀 없는 여덟 명의 털복숭이들이 떠올랐다. 그의 그런 머릿속에 컴퓨터 따위는 도저히 그려 넣을 수 없었다.

앨런이 프로그래머들이 일하고 있는 테이블로 왔을 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방에서 소동을 일으킨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려고 모여 있었다. 그러나 테이블이 천장으로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컴퓨터에 의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 이외에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특히 클라크의 새 보트에 탑승한 프로그래머들에게 있어서 이런 종류의 혼돈은 일상적인 것이었다. 컴퓨터에게 무언가 일을 시켰을 때, 컴퓨터가 지시된 일을 정확히 하지 않는 것은 예외적인 일이 아니었다. 그런 경우 프로그래머는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며칠 동안만 고생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실 앨런은 프로그래머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는 선장이었기에 이 배의 조종에 대한 권한을 갖고 싶어했고, 만일 승객들이 뭔가를 잘못 조작해서 배가 산꼭대기로 가면 그것을 막을 방법이 있는지가 궁금했는데, 그런 의문은 매우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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