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와 원 팀으로 일하는 법
키이스 페라지 지음 | 마일스톤
요즘 세대와 원 팀으로 일하는 법
키이스 페라지 지음
마일스톤 / 2022년 12월 / 296쪽 / 18,000원
당신의 팀은 누구까지인가?샌디는 지쳐 보였고, 화도 난 듯했다. 그녀가 말했다. “이 회사에 들어온 건 크나큰 실수였어요. 여기 사내 정치는 정말이지 말도 안 돼요. 드라마 왕좌의 게임 같은데 기사도 정신은 없어요.” 샌디는 시카고에 있는 국립은행의 인사 책임자다. 그녀는 지금 해결 권한이 없는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 그녀가 이끄는 인센티브 프로젝트가 문제였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인사부에서 모든 부서의 인센티브 지급을 총괄하여 전체적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샌디와 그녀의 상사는 영업부에서 독자적으로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추진하려는 낌새를 알아차렸다.
샌디의 상사는 다른 부서들도 영업부처럼 독자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만들까 봐 전전긍긍했고, 부서마다 제각각 프로그램을 추진하면 인사부의 총괄 프로그램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샌디의 상사는 영업부 책임자와 이 문제를 논의하기를 거부했다. 심지어 문제를 샌디에게 떠넘겼다. 그러면서 샌디에게 영업부 판매팀의 책임자이자 부서의 2인자인 제인을 설득해 독자적인 프로그램의 진행을 막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샌디에게는 명령 권한이 없었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었다.
매트릭스(Matrix) 안에서 길을 잃다1990년대 SAP와 오라클 같은 대형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등장으로 기업들은 비용 절감은 물론 직원들을 관리하기가 수월해졌는데, 재무, 인사, 조달, 공급망을 담당하는 부서뿐만 아니라, 법률팀과 마케팅팀에서 이용하는 여러 절차들도 자동화됐다. 고위 간부와 컨설턴트들은 중앙집권화되는 이런 ‘매트릭스’ 구조의 장점을 내세웠다. 전 세계적으로 일관된 품질을 제공하면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불필요한 반복을 없애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 과정에서 통제권과 소유권, 권위를 둘러싼 문제로 많은 갈등이 빚어졌다.
매트릭스가 도입되었을 때 조직 내에서는 수직적인 사일로(silo) 간의 협업에 대한 기대가 컸다. 결과는 어땠을까? 아쉽게도 기대한 만큼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통적인 사일로 안에서 일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수직적인 사일로를 그저 나란히 세워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샌디의 경우처럼 영역과 통제권과 소유권, 권위를 둘러싼 전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전통적인 업무 규칙을 따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이 일을 하려면 나에게 권한이 있어야 해.” “이건 내 일이 아니야.” “그는 나에게 직접 보고하는 사람이 아니야.” “나에게는 이 일을 처리할 권한이 없어.”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생각은 오늘날의 새로운 업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민첩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신생 기업들이 산업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었던 이유다. 매트릭스 구조를 갖추고 확고하게 자리 잡은 산업의 거물들이 버티고 있는 환경에서도 말이다. 어쩌면 새로운 업무 환경의 가장 큰 특징은 ‘철저한 상호 의존성’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고위 간부들이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만, 일 자체는 철저하게 상호 의존적인 관계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고, 이 네트워크는 필요에 따라 알아서 뻗어나간다. 그 어떤 책임자도 끊임없이 찾아오는 도전에 대처할 수 있는 권위와 돈, 자원을 갖고 있지 않다. 내 고객 중 한 명의 말을 인용하자면 “우리는 너무 위대한 일을 해야 해서 혼자서는 도저히 해내지 못한다.” 그런데 새로운 업무 환경에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 한 가지 더 생겼다. 바로 인적 네트워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호 의존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만큼 일의 효율은 사람들을 이끌고, 그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고, 인적 ‘네트워크’를 이롭게 하는 능력에 의해 결정된다. 이는 ‘여러 네트워크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떠올리면 된다.
이제 당신의 상황을 살펴보자. 당신이 책임자라면 일을 처리하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는가? 만일 팀원이라면 당신의 책임자는 효율적인 업무 처리에 필요한 모든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는가? 당신에게 그런 권한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당신은 지금 조직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당신에게 직접 보고하는 사람들이나 정식 팀원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이미 의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이 지위를 막론하고 “누가 책임자인가요?” “누구한테 권한이 있죠?”와 같은 케케묵은 질문에 여전히 집착한다.
일 처리를 위해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얻는 데 시간을 들이는 것은 낭비다. 차라리 그 시간에 인맥을 쌓고, 직접적인 통제 범위 밖에 있는 사람들과 동반 향상(co-elevation)할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은 성과를 거두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상호 의존이 중시되는 시대에 임무를 완수하고 조직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해서는 통제 범위 밖에 있는 사람들과 더 많이 그리고 더 깊이 협업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자기 스스로를 리더이자 혁신가로 생각해야 한다.
첫 번째 규칙 - 실천 방법사람들을 이끌 때는 이유를 막론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람은 ‘전부’ 고려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사람을 팀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면 된다. 이는 당신이 통제하는 자원에 달린 한계를 넘어서서 당신이 원하는 영향과 결과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이제부터 동반 향상을 시작하는 법에 관한 팁과 실천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초기의 성공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방법, 팀을 조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방법1 - 가장 쉬운 일부터 시작하라: 권위와 상관없이 사람들을 이끄는 일을 샌디처럼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는 당신에게 동반 향상이라는 긍정적인 경험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제안하고 싶다. 당신과 팀원들의 관심을 받을 만큼 비전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아직 비전이 완성되지 않았더라도 상관없다. 동반 향상하는 관계가 필요해지기 전에 미리 인맥을 쌓아놓을 수 있으면 더 좋다. 그래야 나중에 그 사람과 함께 까다롭고 야심 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가 수월하다. 이제 당신에게 추진력을 더해줄 잠재적인 파트너와 새로운 팀원들에게로 관심의 초점을 옮길 차례다.
방법2 - 가장 급한 문제부터 해결하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도 발생할 것이다. 예를 들면 모두가 궁지에 빠졌다고 느끼는 위기 상황에서 팀을 꾸려야 할 수 있다. 제인과 샌디의 경우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한 장단점을 따져볼 시간이 별로 없었다. 그냥 곧바로 함께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요즘 직장에서 어떤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가? 당신의 머릿속에 꽉 들어차 있는 생각은 무엇인가? 동반 향상에 관한 대화를 잠재적인 해결책으로 어느 대목에 집어넣을 수 있을까? 제인과 샌디가 그랬듯 당신 역시 급한 상황 덕분에 생산적인 동반 향상에 필요한 인맥을 쌓기가 상대적으로 쉬워질 수 있다.
방법3 - 존경하고 배울 점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라: 당신은 매일같이 놀라운 사람들과 마주칠 것인데, 그 사람들은 당신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당신이 목표를 더 효율적으로 달성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프로젝트 회의에서 당신이 보고할 차례가 왔을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지 마라. 대신 누가 가장 통찰력 있고 자신의 소신을 드러내는지 유심히 살펴라.
방법4 - 당신이 도울 수 있는 사람을 찾아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지도나 격려를 받으면 향상된 성과를 내놓는다. 만일 당신이 특정한 임무나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리고 누군가의 능력 부족으로 일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면, 지도자의 입장에서 그 사람을 코치해보는 것은 어떨까? 해당 프로젝트나 임무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길 바란다면, 당신이 먼저 그 사람의 경력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방법5 - 피하고 싶은 사람을 대면하거나 문제를 직시하라: 하기 싫어서 미루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라. 누구에게나 그런 불편한 일은 있다. 어쩌면 문제는 특정인에게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 가운데 당신의 신경을 거스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불편한 사람이 떠오른다면 이번에 그 사람과의 관계를 개선해보라.
방법6 - 팀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팀의 규모를 키워라: 이런 식으로 팀을 구축하는 데 익숙해지면 동반 향상 시스템을 더 체계적으로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나는 딜로이트 컨설팅에서 임원으로 일하면서 ‘RAP(인맥 관리 실천 계획)’이라는 쉽고 빠른 인맥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여러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동반 향상하기 시작했다면 프로젝트나 팀을 위한 RAP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프로젝트나 임무별로 맨 처음 작성한 RAP 명단에는 보통 5~10명 정도의 이름이 들어가며, 여러 RAP 목록의 우선순위를 간단하게 A-B-C로 정해보자.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프로젝트는 항상 있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당신이 ‘동반 향상 연속체’라고 부르는 기준에 따라서 명단에 있는 사람과 당신의 관계를 하나씩 평가해보자. 참고로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이 연속체 위에 있는 5가지 상태(공존 상태, 협력 상태, 저항 상태, 원망 상태, 동반 상태) 중 한 가지에 해당하는데, ‘동반 향상 상태’야말로 큰 변화를 끌어내는 최고의 상태며, 모든 인간관계가 이 상태를 향해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방법7 - 인맥 관리 실천 계획을 실전에서 활용해보라: RAP은 당신이 일의 초점을 어디에 맞춰야 하는지 알려준다. RAP이 있으면 어디에 가장 특별하고 긴급한 관심을 쏟아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RAP을 여러 개 마련하는 것은 당신이 집중하고 싶은 동반 향상 관계, 그리고 가장 많은 관심을 필요로 하는 공동의 목표를 최우선으로 챙기는 손쉬운 방법이다.
모든 일은 당신의 책임이다LA에 있는 한 병원의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 의사 지나는 이제는 병원 정책과 전반적인 환자 치료에 더 깊이 관여하고 싶었다. 그녀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병원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고민하고 싶어요. 그것이 제가 정말로 열정을 느끼는 분야거든요. 의료진이 환자를 대하는 방법에 큰 변화를 주고 싶습니다.” 하지만 지나의 상사는 그녀가 그 병원에서 일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경영진으로 승진하려면 최소 5년은 더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나의 친구이자 고객의 지인인 지나에게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승진을 5년이 아니라 3년 만에 해봅시다. 일단 임무를 3단계로 나눠보죠. 응급실이 환자 치료를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게 도우면서 병원 전체가 동참할 수 있게 만들고 싶은 거죠? 그러려면 일에 대해 충분히 인정을 받아야 해요. 그래야 지나 씨가 원하는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를 개편하는 일에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제대로 이해했습니까?” 내 말에 지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뇨, 여기저기 물어봤는데 다들 5년 이상 걸린다고 했어요. 이 업계에서 경영진으로 더 빨리 승진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나는 이런 반대 의견을 거의 매일 듣는다. “그런 아이디어는 저희 업계에서는 통하지 않아요.” “저희가 어떻게 일하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완고하고 위계질서가 뚜렷한 조직일수록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 병원이 좋은 예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병원은 특히 더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동반 향상(co-elevation)이 중요하다. 동반 향상하는 리더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면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권한이나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에서 당신이 리더가 되는 방법은 사람들을 이끌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리더의 임무가 주어지기 전에 먼저 나서서 그 일을 맡아라.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모든 것이 나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동반 향상을 시작할 수 있다.
함께 성장할 기회를 제공하라내가 세운 기술 업체 ‘포켓코치’의 현금이 바닥나고 있었다. 나는 포켓코치를 접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어려운 건 사실이었다. 이미 수백만 달러를 투자했지만, 임무를 완수할 수만 있다면 더 많은 비용을 쏟아 부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는 무리였다. 이미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돈을 빌린 상태였다. 이제는 새로운 투자자를 알아봐야 했다. 그때 경영대학원에 함께 다녔던 친구가 켄을 연결해줬다. 켄은 유명한 엔젤 투자자였다. 그는 LA 기술업계에서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었고, 나는 그에 관해 좋은 말을 많이 들었다. 똑똑하고, 판단력이 뛰어나고, LA의 상징과 같은 바를 소유하고 있다는 정보였다. 또 대단히 열정적인 투자자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이후 한 카페에서 켄과 브런치 약속을 잡았다. 나는 뒷주머니에 회사 홍보 자료를 넣고 약속 장소로 갔다. 대화의 시작은 당연히 포켓코치였다. 나는 켄이 내가 회사를 설립한 동기를 알아주길 바랐다. 그래서 펜실베이니아 서부의 철강 도시에서 자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꺼냈다. 내 가족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아버지의 해고로 어렵게 살던 시절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나의 목적은 포켓코치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바꾸고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다.
한 시간쯤 흘렀을까. 나는 순간적으로 말을 멈추었다. 내 얘기를 하느라 정작 켄에 관해서는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런 일방적인 대화가 신생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마련한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투자자가 나를 평가하러 온 것이지 내가 투자자를 평가하는 자리는 아니지 않은가. 나는 자연스럽게 방향을 틀어 물었다. “켄 씨에 관해서 말씀해주세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제가 켄 씨를 어떻게 도와드릴 수 있을까요?”
나는 켄이 투자한 기업 중 한 곳이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소개해주길 바라는 〈포춘〉 500 최고경영자는 없는지 물었다. 하지만 켄은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켄의 포트폴리오에 들어 있는 회사 가운데 내가 다른 회사들과 쌓은 인맥을 유용하게 쓸 만한 곳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이번에도 내 부탁을 정중하게 거절했다. 대부분의 회사가 아직 세상의 빛을 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그 순간 켄이 지금 비즈니스가 아닌 다른 부분에 더 신경 쓰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켄이 나와의 비즈니스에 관심이 없다면 어쩌면 그를 다른 방법으로 도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 켄에게 물었다. “내년에 켄 씨나 가족분들께 어떤 계획이 있으시죠? 올해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싶으세요?” 켄은 내 질문에 오랫동안 침묵했다. 솔직하게 속마음을 드러내도 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드디어 입을 열었다. 싱글이 되었다는 고백이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새로 적응해야 할 일이 꽤 많더라고요.” 켄은 그 후 20분에 걸쳐 자신의 별거 과정에 관해 털어놓았다.
여러 달에 걸쳐 절차가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과의 관계가 어려워서 마음고생 중이라는 얘기도 했다. 이 모든 이슈들이 그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과 가정사에 관해 먼저 솔직하게 말한 덕택에 켄도 털어놓기 힘든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켄이 고민을 털어놓는 동안 나는 그에게 전문가 상담을 받고 있는지 물었다. 그는 살면서 한 번도 심리치료사를 만나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셔노를 소개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첫 치료비는 내가 내주겠다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