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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리더십 혁명

신동준 지음 | 리더북스



조조 리더십 혁명

신동준 지음

리더북스 / 2017년 9월 / 416쪽 / 18,000원





1장 호랑이처럼 보고 크게 꾀하라 - 호시원략(虎視遠略)



뜻이 커야 그릇도 크다

예나 지금이나 ‘염량세태(炎?世態)’는 좋지 않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채근담』은 염량세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사람은 으레 굶주리면 찰싹 달라붙고, 배부르면 훌쩍 떠나간다. 또한 사람 주변이 따뜻하면 마구 몰려들고, 썰렁해지면 매몰차게 차버린다. 인정의 한결같은 병폐가 이와 같다.”

세인들의 ‘염량세태’에 눈살을 찌푸릴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염량세태’는 이익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인간의 본성인 ‘호리지성 (好利之性)’과 명예를 목숨보다 중시하는 마음인 ‘호명지심(好名之心)’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를 탓해서는 안 된다. ‘염량세태’를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신의 그릇부터 키울 필요가 있다. 국가존망이 걸린 전쟁과 같은 큰 사건이 터졌을 때는 더욱 그렇다. 뜻이 작으면 그릇이 작고, 그릇이 작으면 담는 것도 작게 된다. 나라가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뜻과 꿈이 작은 게 문제다. 『한비자』 ‘유로’에 이를 경계하는 일화가 나온다.옛날 진문공 중이가 공자였을 때 부친 진헌공의 위협을 피해 망명길에 나섰다. 정나라를 지날 때 정문공이 예를 갖춰 대접하지 않았다. 정나라 대부 숙첨이 간했다. “이 사람은 현명한 공자입니다. 군주는 그를 후대하여 덕을 쌓아 둘 만합니다.” 정문공이 듣지 않았다. 숙첨이 다시 간했다. “후대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그를 죽여 후환이 없도록 하느니만 못합니다.” 이 또한 듣지 않았다. 중이가 19년 만에 귀국해 보위에 올랐다. 이후 군사를 일으켜 정나라를 치고 8개 성읍을 취했다.

정문공의 입장에서 볼 때 망명 중에 있는 공자 중이 일행을 대접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작은 재물을 아껴 이를 무시했다가 결국 큰 화를 당하고 말았다. 결코 눈앞의 작은 이익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조조가 젊었을 때 상시들의 눈 밖에 나 낙향을 거듭하면서도 뜻을 굽히기는커녕 더욱 스스로를 강하게 단련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릇을 키우고자 한 것이다. 큰 뜻을 포기하지 않는 게 관건이다.



2장 인민 구제를 깃발로 내세워라 - 제폭구민(除暴救民)



난세에는 사람이 답이다

21세기에 들어와 웨스트포인트 등의 각국 사관학교는 말할 것도 없고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경영대학원마저 『손자병법』을 기본 텍스트로 삼고 있다. 군사전략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경영에 필요한 탁월한 경영전략이 그 안에 가득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현존 『손자병법』은 사실상 삼국시대의 조조가 새롭게 편제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존의 180편에 달하는 난삽한 『손자병법』을 조조가 현존 『손자병법』의 13편으로 새롭게 편제하면서 뛰어난 주석을 달지 않았으면 현재와 같은 명성을 얻기 힘들었을 것이다. 실제로 수천 년의 세월이 지난 21세기 현재까지 조조보다 더 뛰어난 주석을 단 사람은 없다. 일각에서 현존 『손자병법』을 사실상 『조조병법』으로 불러도 별문제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상사적으로 볼 때 『손자병법』의 사실상의 저자에 해당하는 조조는 병가에 속할 뿐만 아니라 전국시대 말기 한비자가 집대성한 법가의 일원이기도 하다. 문화대혁명 당시 조조를 진시황과 더불어 당대 최고의 법가사상가로 평가한 게 그렇다. 강한 법력과 무력을 사상적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법가와 병가는 일란성 쌍둥이와 같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기존의 질서가 일거에 허물어지는 난세에는 ‘법력’과 ‘무력’이 절실히 필요하기에 병가와 법가사상이 하나로 합쳐지는 이유다.

중국의 역사를 개관할 때 조조가 활약한 삼국시대는 춘추전국시대와 더불어 대표적인 난세에 해당한다. 당시 세상은 마치 실타래가 마구 뒤엉킨 것과 같았다. 근원적인 해결은 단칼에 엉킨 실타래를 베어버리는 길밖에 없었다. 엉킨 실타래는 군웅할거를 뜻한다. 백성들에게는 지옥이었다. 조조와 유비 그리고 손권이 제폭구민을 기치로 내걸고 자웅을 겨룬 이유다. 이들의 리더십은 각기 뛰어난 장점이 있었기에 오늘날에도 귀감이 될 만하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조조가 가장 뛰어나다. 기존의 가치와 관행에 얽매이지 않는 창조적인 발상, 능력 위주의 인재 등용과 적재적소 활용, 파격적인 보상과 일벌백계의 신상필벌, 때가 왔을 때 우물쭈물하지 않는 과감한 결단 등이 그렇다. 원나라 말기 나관중은 『삼국연의』를 펴내면서 조조를 ‘난세의 간웅’으로 그려 놓았으나 진수의 정사 『삼국지』와 사마광의 『자치통감』은 오히려 ‘난세의 영웅’으로 칭송해 놓았다. 불행히도 세상에는 『삼국연의』만이 널리 유포되었다. 조조가 오랫동안 난세의 간웅으로 매도된 배경이다.

조조는 중국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까닭에 시대에 따라 그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렸다. 그러나 남송 때에 이르러 의리와 명분을 극도로 중시한 성리학이 등장하면서 조조는 ‘만고의 역적’으로 낙인찍히고 말았다. 이런 흐름은 지난 세기 문화대혁명이 있기 전까지 수천 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를 일거에 뒤엎은 장본인이 ‘신 중화제국’의 건립자 모택동이다. 그는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수천 년 동안 ‘만고의 사표’라는 칭송을 받은 공자를 ‘반동의 괴수’로 매도하면서 조조를 진보의 상징으로 내세웠다. 현실주의에 입각한 법가사상을 통치사상으로 받아들였다는 이유였다.

전국시대 말기 한비자는 법가사상을 집대성하여 법가를 명실상부한 제자백가의 일원으로 만들었다. 『한비자』를 관통하는 여러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성악설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하다는 맹자의 성선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흔히 한비자의 스승인 순자가 최초로 성악설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엄밀히 말하면 순자는 무선무악설에 가깝다. 인간이 성인이 만들어 놓은 예제를 얼마나 잘 연마하고 실천하는지 여부에 따라 선인도 되고 악인도 될 수 있다고 주장한 게 그렇다. 그러나 한비자는 인간 자체가 이욕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보았다. 강도 높은 수련을 행하기만 하면 악인도 능히 선인이 될 수 있다는 스승의 입장과 달리 그는 인간의 악성은 아무리 수련을 행할지라도 결코 변하지 않는다고 확신했다. 그를 ‘성악설’의 진정한 주창자로 보는 이유다.

주목할 것은 ‘성악설’이 모든 인간관계를 이익 내지 이욕과 직결된 이해관계로 바라보는 관점 위에 서 있는 점이다. 인의예지 등의 도덕적 덕목을 인간의 본성으로 간주한 맹자와 달리 한비자는 이익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이른바 호리지성을 인간의 본성으로 파악했다. 동식물 등 여타 생물과 하등 차이가 없다고 본 것이다. 최근의 진화생물학의 실험 결과는 한비자의 이런 생각이 맹자의 성선설보다 타당한 것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비자가 모든 인간관계를 이해관계로 파악한 것은 탁견이다. 난세의 심도가 깊어질수록 모든 인간관계를 이해관계로 파악한 한비자의 견해에 동조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법가사상가인 조조가 난세 중의 난세로 일컬어지는 삼국시대에 활약하면서 인간관계를 이해관계로 파악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순환하듯 세상에 영원한 1등이란 없다. 21세기에 들어와 소니가 자사의 하청업체에서 출발한 삼성에게 추월당하고, 세계 최대의 휴대폰 제조업체인 노키아가 애플의 스마트폰 대공세에 초토화된 게 그 증거다. 한동안 애플은 유일한 대항마인 삼성의 허리를 부러뜨릴 심산으로 전방위적인 특허소송을 벌인 바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구분이 사라진 만큼 애플과 삼성의 격돌은 불가피하다. 이 싸움의 승자가 장차 글로벌시장을 독식할 것이다. 생사를 건 싸움에서 2등은 없다. 장차 하드웨어까지 넘보는 애플을 이기지 못할 경우 한국의 IT산업은 애플이나 구글의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삼성과 애플의 격돌은 세계경제의 중심축을 근 2백 년 만에 서양에서 동양으로 되돌리는 ‘세기적 대결’에 해당한다. 거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기업과 학계, 정부가 합심해 분발하면 우리도 능히 ‘한국판 잡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생전의 잡스가 매우 자유분방하며 창의적인 사고를 지닌 동시에 강력한 카리스마를 배경으로 한 동양 전래의 제왕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점이다. 삼국시대 당시 천하를 호령한 조조의 리더십과 닮았다. 군웅들 가운데 뒤늦게 일어선 조조가 가장 먼저 천하통일의 가능성을 연 것은 ‘제폭구민’을 전면에 내세워 백성들의 지지를 얻은 덕분이다. 스티브 잡스가 ‘기술기업을 넘어선 예술기업’을 기치로 내걸고 ‘스마트시대’를 연 것과 유사하다. 크게 보면 조조와 잡스 모두 ‘개똥밭’ 출신에 해당한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당대 최고의 영웅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조조는 잡스 리더십의 원형에 해당한다. 조조가 삼국시대라는 난세 속에서 인간관계에 대해 남다른 통찰력을 지닌 것도 이런 여러 조건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로 볼 수 있다.



3장 포상과 형벌을 반드시 행하라 - 신상필벌(信賞必罰)



상벌을 독점하라

천하를 손에 넣고자 할 때는 반드시 실권을 쥐고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상벌권(賞罰權)의 장악이다. 『한비자』 전편에 걸쳐 가장 힘주어 역설한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신상필벌이다. 이는 공을 세운 자에게는 반드시 상을 주고, 그렇지 못한 자에게는 반드시 벌을 내리는 리더십의 대원칙을 가리킨다. 부국강병을 역설하는 법가사상과 병가사상은 이 지점에서 만난다. 신상필벌의 대원칙은 나라의 존망이 오가는 전쟁터에서 엄수하지 않을 경우 이내 정권의 몰락과 국가의 패망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원래 전쟁 상황에서는 신상보다 필벌이 훨씬 중요할 수 있다. 제갈량이 패전의 책임을 물어 자신이 총애하는 마속의 목을 베는 이른바 읍참마속(泣斬馬謖)을 단행한 것이 그 실례다. 『한비자』 ‘우저설 우상’에도 이를 뒷받침하는 일화가 나온다.

춘추시대 중엽 진문공이 제환공의 뒤를 이어 제2의 패업을 이루고자 했다. 곧 망명생활 때 고락을 같이했던 대부 호언을 불러 물었다. “과인은 맛있고 살진 고기를 관원들에게 두루 내려주고, 술과 안주용 고기를 민가에 골고루 나눠주었소. 또 점점 줄어드는 단지 안의 술이 맑아질 틈이 없도록 하고, 날고기를 말릴 여유도 없이 소 한 마리를 잡으면 도성 사람들에게 고루 나눠주고 있소. 한 해 동안 길쌈한 옷감은 모두 옷을 만들어 병사들에게 입히고 있소. 이만하면 백성을 군사로 동원할 수 있겠소?” “부족합니다.” “과인은 관청이나 시장의 세금을 가볍게 하고 형벌을 너그럽게 했소. 이만하면 백성을 군사로 동원할 수 있겠소?” “부족합니다.” “과인이 백성들 가운데 상을 당한 자가 있으면 직접 낭중을 시켜 조문토록 하고, 죄가 있는 자는 사면해주고, 빈궁하고 부족한 자를 구제했소. 이만하면 백성을 군사로 동원할 수 있겠소?”

호언이 말했다. “부족합니다. 이는 모두 백성들이 잘살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백성들을 동원하는 것은 백성을 죽이는 것입니다. 백성이 군주를 따르는 것은 잘살 수 있도록 보살펴주기 때문입니다. 지금 군주가 그들을 죽게 만들면 군주를 따르는 까닭을 잃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백성을 군사로 동원할 수 있겠소?” “백성들이 전쟁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하려면 어찌해야 하오?” 호언이 대답했다. “공이 있으면 반드시 상을 주고, 죄가 있으면 반드시 벌하면 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형벌의 한도는 어떻게 정하는 게 좋겠소?” “친한 자와 귀한 자를 가리지 않고, 아끼는 자에게도 가차 없이 집행하면 됩니다.” “옳소.”

곧이어 다음 날 군사훈련을 겸한 사냥이 있을 것임을 선포하면서 집합시간인 정오에 맞춰 오지 못할 경우 군법에 의거해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진문공이 총애하는 전힐이 약속시간을 어겼다. 법리가 처벌을 요구했다. 진문공이 눈물을 흘리며 머뭇거리자 법리가 말했다. “일을 속히 집행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리고 곧 전힐을 베어 본보기로 삼았다. 군법이 가차 없이 집행되는 것을 보인 것이다. 이후 백성들이 모두 두려워하며 말했다. “군주가 전힐을 매우 소중히 여겼는데도 오히려 법을 집행했다. 하물며 우리들이겠는가!” 춘추시대 중엽 진문공이 제환공에 이어 두 번째로 패업을 이룬 배경이다. 진문공이 공신인 전힐을 벤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공과 사가 뒤섞이는 것을 경계코자 한 것이다.



4장 믿지 못하면 아예 쓰지를 마라 - 불신물용(不信勿用)



한번 맡겼으면 믿어라

공융, 최염, 누규, 허유, 양수 등의 죽음과 관련해서 모든 책임을 조조에게 돌리는 견해가 존재하고 있으나 이는 역사적 사실과 어긋난다. 이들 모두 반심의 공공연한 표출과 방자한 언행, 세자 책봉을 둘러싼 권력다툼 개입 등의 이유로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일차적인 원인을 제공한 자들은 조조가 아니라 당사자들이었다. 원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생략한 채 그 결과만을 놓고 조조의 용인을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용인의 달인이었던 조조가 자신의 뜻을 거슬렀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충성을 바친 인물들을 무자비하게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보는 것 자체가 무리다. 『자치통감』 ‘황초 원년’ 조에 나오는 다음 평을 보면 조조가 얼마나 뛰어난 용인술을 구사했는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위왕 조조는 사람을 잘 파악하여 거짓으로 미혹하기가 어려웠다. 특별히 재능 있는 자를 능히 식별하여 발탁할 줄 알았고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재능에 따라 임용하니 그들 모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조조가 구사한 득인과 용인의 계책은 기본적으로 왕도와 패도를 겸용한 왕패병용에 뿌리를 두고 있다. 유재시거(有才是擧, 재주가 하나라도 있다면 잘 활용한다)는 때가 난세인 까닭에 덕행과 재능을 겸비한 인재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패도에 해당한다. 많은 사람이 난세의 인재를 발탁하는 기준으로 이른바 경륜을 든다. ‘경륜’은 커다란 포부를 지닌 채 일을 조직적으로 실행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곧 ‘경영천하’를 달리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경륜은 결코 하루아침에 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반드시 부단한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은 뒤에나 가능하다. 잡초처럼 세월에 부대끼며 몸소 깨닫는 실전경험이 풍부해야만 한다.

난세에는 모든 사람들이 인간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알게 된다. 난세를 살아온 사람들은 인간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보았기 때문에 세상을 이해하는 폭이 그만큼 넓어진 것이다. 난세에 수많은 인재가 쏟아져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난세의 영웅은 인간의 심성을 꿰뚫어 보는 데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인재를 알아보고 과감히 발탁해 사용할 줄 아는 안목과 그릇을 갖춘 사람들이다. 이는 그들이 세상을 볼 줄 아는 뛰어난 참모들을 많이 거느렸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영웅은 대의를 내세운 가운데 인재들을 자신의 참모로 삼아 이들 참모들에게 각자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토록 해 대업을 이룬 사람들이다.

조조는 부친이 오랫동안 생존하기는 했으나 어려서 모친을 잃었다. 부친은 거만의 돈을 주고 태위의 벼슬을 얻은 데서 알 수 잇듯이 탁류의 전형이었다. 조조는 비록 겉으로 내놓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부친의 이런 행태를 크게 못마땅해했다. 그는 교현과 하옹 등으로부터 난세의 영웅이라는 칭송을 들은 후 스스로 부단히 연마했다. 그가 반동탁을 기치로 내걸고 거병한 이래 원소 등과는 차원이 다른 행보를 보인 이유다. 그는 결코 단순히 군웅이 아니었다.

명나라 말기의 풍몽룡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5백여 년간을 배경으로 『동주열국지』를 썼다. 『동주열국지』에 등장하는 군웅들의 면모는 『삼국연의』를 방불한다. 관중과 제환공, 포숙아, 공자, 맹자, 한비자, 여불위와 진시황 등이 그들이다. 이들 중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제환공을 도와 첫 패업을 이룬 제나라의 재상 관중이다. 하루는 제환공이 관중에게 물었다. “패업을 이루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 무엇이오?” 관중이 대답했다. “패업을 달성하는 데 우선 현자를 모르는 게 문제입니다. 다음으로 알면서도 쓰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그다음으로 쓰면서도 중임을 맡기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나아가 중임을 맡기면서 믿지 않는 게 문제입니다. 마지막으로 믿으면서도 소인배가 끼어들도록 허용하는 게 문제입니다. 이리하면 끝내 패업을 이룰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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