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비유
한근태 지음 | 올림
리더의 비유
한근태 지음
올림 / 2018년 1월 / 256쪽 / 13,000원
교육은 물음표로 시작하고 마침표로 끝난다
누구나 교육에 대해서는 나름의 의견을 갖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한번은 어느 지방의 교육청에서 교육장과 교장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게 되었다. 강연에 앞서 미리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신경건축학이란? 한자 ‘斌’의 뜻과 발음은?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곧이어 최근에 스파크가 튄 사건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 질문에도 별다른 답이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잘 먹는 빵 크루아상의 유래를 알고 있는지도 물어보았다. 역시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설명을 시작했다.
신경건축학은 건물의 구조, 조명, 레이아웃 등이 사람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하는 학문이다. ‘斌’은 ‘빛날 빈’이다. 문과 무가 합쳐질 때 빛이 난다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글자다. 크루아상은 오스트리아를 침공한 오스만투르크를 물리치는 데 결정적 정보를 제공한 빵집 주인이 오스만투르크의 상징인 초승달 모양의 빵을 만들었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프랑스로 시집가면서 그 빵이 퍼진 데서 유래했다.
내가 이런 질문을 던진 이유는 간단하다. 교육은 호기심을 갖고 뭔가에 대해 의문점을 품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깨달음이란 어디서 올까? 궁금증, 추측, ‘혹시 이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온다. 교육이란 물음표로 시작해서 마침표로 끝나는 것이다. ‘이게 뭐지? 왜 이렇지?’라며 고민을 하다가 답을 알고 “아하!” 하고 소리치는 것이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자연은 순수를 혐오한다. 그걸 모르고 사람들은 큰 밭 가득 한 작물만 심는다. 곤충들에게는 그런 횡재가 없다. 자연에서는 공략 대상이 띄엄띄엄 떨어져 있어 일일이 찾아다니며 파먹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친절하게 한곳에 다 모아놓으니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요즘 유행하는 조류독감의 원인도 따지고 보면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양계장의 닭들은 계속해서 알을 잘 낳도록 선택되고 사육되어 거의 복제 닭 수준이다. 게다가 닭장이 비좁아 운동은커녕 숨도 제대로 못 쉬게 만들어놓았으니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이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의 말을 재구성한 것인데,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선진 조직의 특성은 무엇일까? 바로 다양성이다. 다양함이 넘치는 곳, 다양함이 인정받는 곳이 선진 조직이다. 그 반대는 폐쇄성이다. “우리가 남이가?”,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를 외치는 조직은 원시 조직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아직 멀었다. 너무 획일화되어 있다. 대기업 임원들은 대부분 중년 남자들이다. 심지어 여자 속옷을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 여성 화장품을 만드는 조직에서조차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어렵다. 아니, 어떻게 남자들끼리 모여 앉아 여성들 속옷과 화장품을 만들 수 있을까?
고스톱에서 최악의 패는 비슷비슷한 것들이 많은 것이다. 풍이 석장에 비가 석장 같은 패다. 이런 패를 갖게 되면 두 가지 선택밖에 없다. 무모하지만 흔들고 치거나, 아니면 죽는 것이다. 이성적인 사람들은 대부분 죽는다. 고도리에서 최고의 패는 ‘공포의 칠각패’다. 다양한 패가 높은 승률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비슷비슷한 나이, 성별,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모여 일한다.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 정치가 발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순수하기 때문이다. 비슷비슷하고 고만고만한 사람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고, 비슷한 사람에게 공천을 주어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원천 봉쇄한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를 바꾸는 최선의 방법은 다양성을 높이는 것이다. 괜찮은 정치인을 대거 수입하면 어떨까? 다양해져야 한다. 순수함은 좋지 않다.
내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변화하지 않는 유일한 것이 있다면 세상 모든 것은 변화한다는 사실뿐이다. 우리는 누구나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한다. 하지만 변화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실패한다. 담배를 끊지 못하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사실 변화는 귀찮고 짜증 나는 일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절박한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 당신에게 절박한 그 무엇이 없는가? 없다면 지금처럼 주~욱 살면 된다. 물론 변화가 없으니 재미도 없고 그날이 그날 같을 것이다. 가장 나쁜 것은 말로만 하는 변화다.
변화를 위해서는 세 가지를 바꿔야 한다. 첫째, 만나는 사람을 바꾸어야 한다. 당신이 자주 만나는 사람을 보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사람은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주변이 다 담배를 피우는데 나 혼자만 담배를 피우지 않기란 쉽지 않다. 책 읽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책 읽는 사람들과 놀면 된다. 춤을 추고 싶으면 춤추는 사람들을 만나면 된다.
둘째, 시간을 다르게 사용하는 것이다. 남들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비슷한 패턴으로 살면서 변화를 꾀할 수는 없다. 남들이 잘 때 일어나 뭔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돈의 사용처를 바꾸어야 한다. 돈을 어디에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좋은 소리를 듣고 싶으면 밥도 사고 선물도 사고 주변에 베풀면 된다.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책을 사서 읽으면 된다. 세상의 비극은 욕망만 있고 몸이 따르지 않을 때 벌어진다. 내가 먼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는 법이다.
변화는 화학반응에 비유할 수 있다. 화학반응 없이 변화는 불가능하다. 화학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반응을 일으키는 개시제,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 열과 압력, 무엇보다 반응 물질을 흔들어주는 교반기(agitator)가 필요하다. 반응 속도를 조절하는 콘덴서도 필요하다.
화학반응은 대부분 격렬하고, 열이 나며, 혼란스럽다. 조용한 화학반응이란 있을 수 없다. 혼란스럽고 시끄럽지만 단순한 혼란은 아니다. 질서를 향한 혼란이다. 그렇기 때문에 혼란이 중요하다. 그 안에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개인과 조직이 이를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화학반응이 일어날 때 찬물을 끼얹는다. 반응을 중지시키고 좋아한다. 그들은 그것을 안정이라고 부른다.
변화는 준비가 필수다. 세상 변화에 맞추어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미래는 늘 여러 징조를 보이면서 다가온다. 변화에 성공하려면 이런 징조들을 사전에 잘 읽고 대처해야 한다. 중국 사람들은 이를 초윤장산이라고 한다. 주춧돌이 젖으면 우산을 펴라는 말이다. 잘나갈 때 비 오는 날에 대비해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건강도 그렇다.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 직업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직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자격증 하나로 평생을 먹고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어림도 없는 소리다.
“우리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우리가 할 일은 변화할 미래를 예상하면서 준비하고 대처하는 것이다. 변화가 두려우면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생각을 집중해야 한다. 만반의 준비를 갖춘다면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데일 카네기의 조언이다.
재미있는 인생은 의미를 묻지 않는다
니체는 인간의 정신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낙타의 정신, 사자의 정신, 아이의 정신이 그것이다. 낙타는 사막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도 쉽게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걸어가는 동물이다. 인내와 순종의 대명사다. 사회 가치와 규범을 절대적 진리로 알면서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낙타의 정신이다. 사자의 정신은 기존의 가치에 의문을 품고 저항한다. 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는 못한다. 기존의 가치와 의미는 무너뜨렸지만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없는 상태다. 니체는 이를 니힐리즘이라 명명했다. 견디기 어려운 상태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나날이 이어진다. 이러한 니힐리즘을 극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회복한 상태가 바로 아이의 정신이다. 아이들은 삶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하루 인생을 놀이처럼 즐길 뿐이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왜 살아야 하는가?’ 같은 질문은 왜 던질까? 재미가 사라졌지만 계속 놀이를 해야 할 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인생이 그렇다. 인생이 재미난 놀이로 여겨지는 사람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는다. 삶이란 그저 놀이를 즐기는 것일 뿐이다.
삶의 의미를 자꾸 묻는 것은 삶이 재미없기 때문이다. 삶이 무거운 짐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의미에 대한 물음은 그런 물음이 제기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재미있게 살아갈 때 해소될 수 있다. 의미에 대한 질문은 어떤 이론적인 답을 통해서도 해결될 수 없다. 그런 물음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로 삶을 변화시킬 때만 해결 가능하다. 박찬국 서울대 교수의 『요인수업』에 나오는 말이다.
동굴의 비유
동굴 안에 죄수, 불(火), 행인이 있다. 죄수는 벽만 보게 되어 있다. 지나가는 행인은 직접 볼 수 없고 그의 그림자만 볼 수 있다. 행인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림자를 행인 자체로 인식한다. 그러다가 죄수 한 사람이 탈출에 성공하여 그동안 자신이 봤던 것이 실제가 아닌 그림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진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동료 죄수들에게 그 사실을 말한다. 그때 동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다들 감탄하면서 “그랬구나,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라며 격하게 공감할까? 그렇지 않다. 엉뚱한 소리를 하는 맛이 간 사람 취급을 할 가능성이 높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대놓고 구박할 것이다. 진실을 알게 된 사람이 오히려 박해를 받게 될 것이다.
그 유명한 플라톤의 ‘동굴의 비유’다. 인간이란 그런 존재다. 인간은 자기만의 관념에 사로잡힌 노예와 같다. 진실이 아닌 걸 진실로 믿으면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 성장할 수 있을까? 성장은 의심에서 출발한다.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림자를 진짜로 착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성장의 첫걸음이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동굴 안의 사람들에게 동굴 밖의 세계를 알려주는 것이 바로 교육이다.
자동차 앞 유리가 백미러보다 큰 까닭은?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는 부쩍 과거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내가 태어날 당시에 살았던 원통 이야기도 자주 한다. 내게는 전혀 기억조차 없는 동네다. 시집을 와서 처음으로 식량 걱정을 했던 이야기, 주변머리 없는 아버지 때문에 고생한 이야기, 내가 교련복을 입고 학교에 갈 때 자랑스러웠던 이야기, 북가자동의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와서 좋았던 일 등등 과거 이야기가 점점 늘어난다. 나는 이를 보면서 ‘어머니가 이제는 많이 늙으셨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 대전의 연구소에서 함께 근무했던 친구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과거로 돌아간다. 자주 다녔던 비어킹이라는 술집과 주인아주머니 이야기, 노트에 외상값을 적어놨는데 소장님이 대신 갚아준 이야기 등등 주된 메뉴는 그 당시의 여직원 이야기다. 신입사원을 타깃으로 했던 도서관의 노처녀 미스 강, 화려한 외모로 우리를 흔들었던 비서실의 미스 신과 텔렉스실의 미스함 등등. 그런 이야기를 하며 낄낄거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내는 그런 우리들을 보며 혀를 찬다. 그 나이에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으냐는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우리끼리 만나면 그 시절로 자동 회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뿐이다.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과거보다 미래를 궁리하는 데 쓴다. 과거지향적인 사람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사람이 좋다. 매일 흘러간 옛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는 미래의 일을 생각하면서 설레는 그런 삶이 좋다. 우리는 늘 과거, 현재, 미래를 살고 있다. 그런데 비중을 어떻게 배분하는 것이 좋을까? 자동차를 보면서 힌트를 얻었다. 자동차는 백미러보다 앞 유리가 훨씬 크다. 뒤를 보는 것보다는 앞을 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그래야 한다. 옛날이 좋았다고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좋지도 않았다. 지금 그렇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미래를 어떻게 살 것이냐 하는 문제다. 운전하고 있을 때에는 주로 앞을 봐야 한다.
개와 눈높이 맞추기
나는 강의를 많이 하지만 중고생을 위한 강의는 하지 않는다. 한두 번 해봤는데 늘 반응이 별로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눈높이를 맞출 자신이 없다. 그 시기를 보낸 지가 워낙 오래라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 반면 직장인을 위한 강의는 잘한다. 특히, 직급이 높고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자신이 있다. 공통점도 많고 눈높이도 쉽게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밑바닥 경험이 없는 2세가 경영을 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원, 대리 경험이 없이 바로 전략기획 상무로 발탁된 2세가 경영을 잘한다면 그 자체로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강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눈높이에 맞추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리더십도 그렇다. 구성원들의 관심사와 언어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다. 관료 출신으로 기울어가던 코리안리재보험을 살려낸 박종원 전 사장은 그런 면에서 탁월한 사람이다. 그가 한 말이다. “리더십은 소통이다. 직원들과 밥 한번 먹었다고 소통한 게 아니다. 정작 직원들은 밥도 안 넘어간다. 대리랑 이야기하면 대리로 내려가야 한다. 길에 버려진 개가 왜 사람을 보고 사납게 짖는 줄 아는가? 사람 눈이 자기보다 위에 있어서 그렇다. 개 눈높이만큼 앉아서 눈을 마주치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려라. 그다음에 쓰다듬어주면 조용해진다.” 눈높이의 중요성을 참으로 호소력 있게 표현했다.
까마귀는 바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까마귀는 바람 부는 날 집을 짓는다.” 아모레퍼시픽에 갔을 때 본 글귀다. 알고 지내는 임원에게 이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회장님이 자주 하시는 말씀이란다. 좀 더 자세히 물어보자 이렇게 설명한다.
“까마귀는 나뭇가지를 물고 와 집을 짓는데, 바람이 없는 날 집을 지으면 바람이 셀 때 무너집니다. 오히려 바람이 센 날 집을 지으면 무너질 일이 없습니다. 요즘 우리 회사가 잘나갑니다. 중국에서의 매출도 엄청나고 주가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회장님은 걱정이 많으십니다. 잘나가다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임원들에게 지금 회사가 잘되는 게 실력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요소 때문인지 물으십니다. 회장님은 후자로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잘나가는 건 실력 때문이 아니고 한류 바람 같은 다른 요소 때문이란 것이지요.”
까마귀집 이야기를 들으면서 옛날 생각이 났다. 예전에 나는 경영진으로부터 위기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초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뼈를 깎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것이다. 하도 많이 들어서 식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잘나갈 때일수록 자기반성 능력이 꼭 필요하다. 지금 잘나간다면 이유가 무엇인지, 내 실력인지 다른 외부적 요인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밀물 때는 죽은 고기도 떠오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물이 빠져나가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물이 가득 차 있을 때는 안을 볼 수가 없다.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 팬티 없이 수영을 했는지 알 수 있는 법이다.
좋은 시멘트와 중국 요리의 공통점
시멘트회사 사장을 하는 내 친구는 품질 좋은 시멘트 만드는 법을 이렇게 설명하여 나를 감탄하게 했다. “좋은 시멘트를 만드는 것은 중국 요리와 같다. 빨리 온도를 높이고 빨리 냉각시켜야 된다. 그게 기술이다.”
느낌이 확 온다. 최근에는 박태현 서울대 교수가 그랬다. 그는 바이오 전문가인데, 자신이 하는 일을 아주 쉽게 잘 설명했다. 이런 식이다.
“골프 용어는 더 이상 골퍼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파, 버디, 이글 정도는 안다. 요즘 생명공학도 그렇다. 생명공학을 모르면 ‘생맹’이다. 유전자 DNA, 염색체의 차이를 아는가? 일단 줄기세포를 알아보자.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탄생 과정을 알아야 한다. 정자와 난자가 결합해 수정란을 만든다. 수정란은 배반포가 되고 이게 태아로 발전한다. 이 배반포가 배아줄기세포다. 배아줄기세포가 각종 세포로 분화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난자 수급의 문제, 배아줄기세포는 생명체라는 윤리 문제가 있다. 2012년 노벨상을 받은 교토대의 야마나카 교수는 역분화줄기세포란 개념을 만든다. iPS cell(induced pluripotent stem, 유도다능성 줄기세포)이다. 이 개념은 스키장과 같다. 수정란은 제일 꼭대기에 있는 스키장이다. 어느 코스든지 탈 수 있다. 다음은 배아줄기세포이고, 그다음은 성체줄기세포이고, 마지막이 분화된 세포다. DNA, 유전자, 염색체의 차이도 명확하다. DNA는 실이다. 유전자를 나타내는 진(gene)은 실 위에 있는 의미 있는 정보를 가진 부분이다. 인간이 가진 23개의 염색체(chromosome)는 실을 감은 실패에 해당한다.” 당신이 하는 일을 비유를 사용하여 쉽게 설명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경지에 오른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