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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중심 리더십

서정문 지음 | 호이테북스



인간 중심 리더십

서정문 지음

호이테북스 / 2016년 12월 / 224쪽 / 13,000원





1장. 왜 리더, 리더십인가



리더의 역량이 조직의 역량이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국가나 조직의 성패는 그 조직 리더의 성패와 일치했다. 로마의 평화와 번영을 이끈 5현제, 당나라의 번영과 당 태종, 조선의 문예 부흥을 이끈 세종대왕 등 그러한 예는 어디서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리더십을 빼놓고 당대의 부흥과 성공을 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처럼 국가를 비롯한 모든 조직의 발전과 성공에는 뛰어난 리더가 존재했다. “리더의 역량이 조직의 역량”이라는 에머슨의 말이나 “한 마리의 양이 이끄는 백 마리의 사자군단보다 한 마리의 사자가 이끄는 백 마리 양의 군단이 낫다.”는 말은 모두 리더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가 바로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과 원균이다. 그들은 같은 병력과 장비로 일본의 수군과 맞서 싸웠으나 결과는 180도 달랐다. 이순신은 23전 23승이라는 불패 신화를 남긴 반면, 원균은 단 한 번의 싸움에서 모든 것을 잃고 조선을 풍전등화의 위기로 몰아넣었다. 이것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물론 전투의 패배 원인을 원균 한 사람에게 돌리는 것은 원균으로서는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전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선조와 당시 조정 대신들의 강요로 충분한 준비도 없이 서둘러 출전해서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총사령관이었던 원균의 책임이 사라지거나 줄어들지는 않는다.

이러한 사례는 현대의 기업이나 스포츠의 세계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업이나 조직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단행하는 일이 바로 지도부의 교체이다. 대표적으로 1978년 미국 자동차 업계 Big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가 파산에 직면했을 때 포드사에서 해고되어 절치부심하던 리 아이아코카를 영입하여 회사를 극적으로 회생시킨 사례가 있다. 또한 1981년 GE의 최연소 회장으로 취임한 후 2001년 퇴임 시까지 가전업체에 머물렀던 제너럴 일렉트릭을 비행기 엔진과 의료기기, 금융과 미디어 등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기업으로 만든 잭 웰치 같은 인물도 있다.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도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감독을 교체한 것만으로도 팀이 완전히 달라진 경우를 볼 수 있다. 감독의 역량에 따라 같은 선수, 같은 여건인데도 전혀 다른 팀이 되기도 하고, 과거 빛을 보지 못하던 선수가 출전 기회를 얻어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그만큼 조직에서 차지하는 리더의 비중은 크다.

한국 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은 한 사람의 뛰어난 리더가 전쟁의 승패는 물론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당시 미군 수뇌부는 인천상륙작전 계획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육군과 해군은 물론이고 미 해병은 초기 단계부터 반대의견을 표했다. 특히 해군 측에서는 인천지역이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하고 상륙작전에 많은 제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는 이유로 심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맥아더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천상륙작전을 주장했다. “북한군의 병참선이 과도하게 늘어져 있어 서울에서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으며, 전투부대는 모두 낙동강 전선에 투입되어 있고, 훈련된 예비 병력이 거의 없다.” 또한 그는 전략적, 정치적, 심리적 이유를 들어 서울을 신속히 탈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인천상륙작전이 반드시 성공한다는 확신을 가지고 반대파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과적으로 맥아더의 뛰어난 전략적 식견과 결단력으로 인천상륙작전은 성공했고, 이는 한국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대가 변하고 조직이 변했다고 한다. 그렇다 해도 리더의 중요성은 결코 축소되지 않고 있다. 훌륭한 리더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구성원들의 능력이 발휘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꿈을 꾸는가에 따라 조직의 크기와 미래가 결정된다. 리더의 성공이 조직의 성공이며, 리더의 실패가 조직의 실패인 것이다.



2장. 리더의 존재 의미와 다섯 가지 역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예술가

사람은 무엇으로 움직일까? 저마다 다양한 동기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돈이나 명예, 권력이 강력한 동기일 수도 있고, 미래의 꿈이나 자아실현과 같이 추상적인 가치도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동기나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사람을 움직이려면 먼저 마음을 얻어야 한다. 지식생태학자이자 지식산부인과 의사를 자처하는 한양대학교 유영만 교수는 『생각지도 못한 생각의 지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머리로 이해해도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으면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은 머리보다 마음을 뒤흔드는 사람입니다. 위대한 사람일수록 팀원의 머리가 아닌 마음을 공략합니다. 리더는 시간이나 일을 관리하지 않고 팀원의 마음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마음을 움직이면 시간과 일은 팀원이 알아서 관리합니다. 나아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두하고 몰입하여 열정을 쏟아붓습니다. 팀원은 자신을 알아주는 리더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집니다.” 이처럼 마음이 움직이면 감동이 오고 감동을 해야 행동할 수 있다. 따라서 리더는 소통과 공감을 통해 신뢰를 얻고, 신뢰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충성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것은 구성원들이 리더의 인품과 역량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가능하다.

다중지능이론을 개발한 하버드 대학교 교육심리학과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리더십을 ‘체인징 마인드’라고 정의했다. 사람의 몸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과 영혼을 움직이는 것이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물질적인 보상을 넘어선 가치와 이상, 꿈과 비전처럼 보다 의미 있는 것에 열광한다.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한 리더십은 명령과 지시, 물리적 강제력을 넘어 영혼을 움직이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

조직의 나아갈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목표가 정해지지 않으면 조직이 갖고 있는 자원과 에너지가 통합되지 않는다. 전쟁의 원칙 중에 ‘목표의 원칙’이 있다. 목표가 뚜렷하고 적절해야 전투력을 집중할 수 있고, 전투력을 집중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투력의 집중은 승리와 직결된다. 나폴레옹이나 이순신 장군이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도 적절한 목표를 선정하고 거기에 에너지를 집중한 결과다. 목표가 지나치게 많거나 모호하면 노력이 낭비되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개인이나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도 뚜렷한 목표와 방향이 없으면 늘 불안하고, 노력해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청소년기에 갈등하고 방황하는 이유도 목표와 방향을 모르기 때문이다.

『손자병법』 「모공편」에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라는 말이 있다. “위아래가 모두 같은 것을 바라면 이긴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윗사람과 아랫사람, 군주와 장수, 군주와 백성이 같은 걸 바라면 승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현대적으로 풀이하면 상하가 목표나 비전을 공유하면 승리한다는 의미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엘리자베스 모스 켄터 교수도 거대하지만 민첩한 기업의 공통점으로 ‘비전 공유’를 들었다. 구성원들이 전체의 목표와 비전을 공유했을 때, 조직은 한 방향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다. 모두가 비전을 공유하면, 어떤 문제에 봉착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스스로 나아갈 방향을 찾을 수도 있고, 팀워크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기업이나 조직은 바다에 떠 있는 배와 같다. 바다가 아무리 넓고 거칠어도 가는 방향만 알고 있다면 문제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무리 어려운 임무라도 목표와 방향을 알면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하다. 국가나 조직의 가장 큰 위기는 어려움이 닥쳤을 때가 아니라 현재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다. 인생의 성패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했다. 조직의 성패도 속도가 아니라, 방향에 있다. 모든 사람이 눈앞의 성과에 집착해 미래를 보지 못할 때 조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리더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감독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동서고금의 진리다. 인사가 만사가 되려면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해야 한다. 적재적소란 적합한 인재를 적합한 자리에 앉히는 것이다. 조직은 사람이며, 가장 중요한 자원도 사람이다. 훌륭한 인재를 뽑아 적합한 자리에 앉히면 그 조직은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도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경영원칙으로 ‘적재적소’를 경영의 요체로 생각했다. 그래서 인사 때마다 수개월을 고민하여 여러 차례 수정했다고 한다. 그는 직원들의 능력을 파악하여 적절한 곳에 배치하고 권한을 주어 소신껏 일하도록 하는 것이 경영자의 가장 중요한 의무라고 생각했다. 또한 직원들이 각자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여 성과를 거두고, 그 일에 보람을 느낄 때 적재적소에 인재가 배치되었다고 보았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 감독이 한국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선수들의 자질과 기량을 철저히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훈련시킨 후 학연이나 지연을 떠나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하여 그들이 가진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했다. 한국 축구팀이 이룩한 4강 신화 기적도 결국 ‘적재적소’에 있었던 것이다.

적재적소는 리더가 합리적이고 공정한 마음으로 조직 전체를 생각할 때 가능하다. 사심이 들어가는 순간 원칙은 무너지고, 한번 무너진 원칙은 다시 세우기가 힘들다. 적재적소는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포기하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좋은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이야말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이며, 거기에 조직의 성패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군림하는 사람이 아니라 헌신과 봉사자

이제 리더의 이미지는 다른 사람을 도와 그들을 성공하게 하여 같이 성공하는 존재가 되었다. 조직 전체를 위해 자신을 헌신과 봉사의 도구로 던질 수 있는 사람만이 참다운 리더인 것이다. 따라서 리더라면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이 먼저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은 결코 참된 리더가 될 수 없다.

『논어』 「옹야편」에는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을 세우고, 자기가 도달하고 싶으면 남을 도달하게 하라.”는 구절이 있다. 리더가 먼저 희생하고 봉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성경에도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종’은 어느 사회에서나 가장 하층에 속한 사람이다. 따라서 ‘종이 된다’는 것은 가장 낮은 곳으로 자신을 보내는 것이 된다. 낮은 자리에서 희생하고 봉사하겠다는 사람만이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었던 넬슨 만델라는 철저하게 낮은 자세로 헌신하고 봉사하는 지도자였다. 그는 소수 백인 정권의 악명 높던 흑백분리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항하여 평생 투쟁을 했으며, 이로 인해 반역죄로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27년간 수감생활을 해야 했다.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오는 날 그는 수많은 군중 앞에 서 자신은 흑인과 백인의 ‘진정한 화해’를 바라고 있으며, 자신은 이를 위해 봉사할 뿐이라며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나는 이 자리에 선지자로 온 것이 아니라, 국민 여러분들의 겸손한 종으로 앞에 섰습니다. 여러분 손에 제 남아 있는 생을 맡기고 싶습니다.” 만델라는 1994년에 대통령이 된 후에도 백인들에 대한 정치 보복을 일절 금지했으며, 관용과 화해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 남아공에 진정한 평화와 화해의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그의 저서 『자유를 향한 긴 여정』은 뉴욕타임스가 뽑은 20세기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만델라는 세계의 가장 존경받는 리더로서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리더가 되면 부와 명예와 여러 가지 권한이 주어진다. 이러한 권한은 자신이 아니라 부하와 조직을 위해 사용하라고 준 것이다. 권한은 책임의 다른 이름이며, 책임은 희생과 봉사의 다른 이름이다. 리더는 부하들에게 희생과 봉사의 마음을 가질 때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의 최종 종착지

리더가 되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권한이 주어진다. 리더에게 높은 지위와 권한을 주는 것은 그에 걸맞은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이러한 권한과 책임이야말로 리더의 속성이다. 이를 바탕으로 리더는 조직의 목표와 방향을 결정하고 조직을 움직인다. 독립운동가인 도산 안창호 선생은 “책임감 있는 이는 역사의 주인이요, 책임감이 없는 이는 역사의 객이다.”라고 말했다. 책임감 있는 사람은 지위와 직책이 어떠하든 주인이고, 책임감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지위가 높아도 진정한 주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책임감이 없으면 잠시 스쳐가는 손님에 불과하다. 주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그 조직의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 리더는 책임이라는 십자가를 진 사람이다. 그 대신에 자신이 맡고 있는 팀이나 조직이 승리하거나 성과를 냈을 때 성취감이라는 선물을 받는다. 성취감은 그동안 자신이 두 어깨에 짊어져야 했던 책임과 희생과 노력의 대가이다. 책임은 리더의 필연적 조건이자 의무이며, 명예다. 책임감이 없는 리더는 자격이 없는 것이다. 리더의 자리는 영광의 자리인 동시에 십자가를 짊어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3장. 사람과 조직을 죽이는 자기 중심 리더십



책임을 회피하면 리더가 아니다

2014년 4월 16일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수요일이었다. 그날 청해진해운 소속의 세월호는 476명의 승객을 태우고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고 있었다. 승객 중에는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 도시생활을 접고 전원생활을 꿈꾸던 가족, 효도관광을 나선 어르신들, 그리고 대부분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모두가 여행의 즐거움에 들떠 있던 오전 9시경에 세월호는 진도 해상 부근에서 갑자기 전복되어 이틀 후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 시간 동안 유가족들과 많은 국민들은 배에 남아 있던 사람들이 차가운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모습을 참담하게 지켜봐야 했다. 이 사고로 탑승 인원 476명 중 296명이 사망하고 9명이 실종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많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으며,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민낯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배를 끝까지 책임져야 할 이준석 선장을 비롯해 항해사, 기관사 등 승무원들이 배와 승객들을 버리고 먼저 탈출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배 안이 더 안전하니 안에서 대기하라’며 승객들을 안심시켜 놓고 자신들은 배에서 빠져나왔다. 국민들은 이들의 몰염치하고 무책임한 행동에 치를 떨었다. 희생자 대부분은 단원고 학생들이었다. 이제 막 인생의 봄을 맞이한 어린 학생들에게 너무도 큰 비극이었다. 4월의 초록처럼 젊고 푸른 꿈을 가진 그들은 그렇게 떠났다. 사랑하는 이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지도 못하고 떠나야 했던 그들의 고통과 절망과 탄식이 귓전에 들리는 것만 같다.

이 사고의 무엇보다 직접적이고 가장 큰 원인으로는 배를 끝까지 사수해야 할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태도를 꼽을 수 있다. 이들에게 승객을 살려야 한다는 기본적인 양심과 책임감만 있었어도 그렇게 큰 희생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배의 구조를 임의로 변경하고, 평형수를 줄여 상습적으로 과적한 청해진해운의 불법적이고 비도덕적인 경영도 근본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은 그다음 문제다. 이들이 배와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하는 순간에도 끝까지 남아 탑승객을 도운 사람은 고 박지영(매점 근무, 구명조끼를 학생에게 양보하고 학생들의 구조를 돕다가 끝내 사망) 씨를 비롯한 비정규직 승무원들이었다. 그들은 배에서 도망친 선장과 승무원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구조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모두 허비하고 강제로 수장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처럼 세월호 참사는 책임감 없는 리더가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오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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