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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인 리더십을 위한 71가지 방법

모리야 히로시 지음 | 라벤더
성공적인 리더십을 위한 71가지 방법

모리야 히로시 지음

라벤더 / 2013년 5월 / 312쪽 / 15,000원





용기는 리더의 첫 번째 조건



‘필부지용(匹夫之勇)’을 부리지 말라

병법서인 《손자》에는, 장수가 지녀야 할 조건으로 ‘용기, 지혜, 신용, 어짊, 엄격함’의 5가지를 들고 있다. 이러한 조건들을 음미하면서, 난세를 헤쳐 나가는 리더의 조건에 관해 생각해 보기로 하자. 우선 ‘용기’에 관해서 알아보자. ‘용기’를 리더의 조건으로 꼽은 것은 너무나 당연하며, 새삼스럽게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용기’의 실상은 갖가지이다. 달리 말하면, ‘용기’에는 리더에게 없어서는 안 될 용기가 있고 유해무익한 용기가 있다. 리더에게 필요한 용기는 과연 어떤 것인가? 그리고 유해무익한 용기란 무엇일까? 맹자는 이것을 ‘필부지용’이라고 했다.

어느 날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과인에겐 나쁜 점이 있소. 과인은 너무 용기를 좋아하오.’라며 용기를 자랑삼아 말했다. 그러자 맹자는 조언했다. “부디 작은 용기를 삼가십시오.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을 손바닥으로 쥐고 ‘나처럼 할 수 있는 사람 있으면 어디 한번 해봐!’ 하고 외치는 것은 필부의 용기에 지나지 않으며, 고작 한 사람을 상대할 만한 용기입니다. 용기를 지니실 바에는, 부디 큰 용기를 갖도록 하십시오.” 이러한 작은 용기, 즉 ‘필부지용’은 리더에게는 유해무익할 뿐이다.

공자도 이런 용기를 ‘포호빙하(暴虎馮河)’, 즉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걸어서 황하를 건너려는 것과 같은 무모한 짓이라며 경멸했다. 어느 날, 용기에 관한 한 공자의 제자들 중에서 으뜸이라는 소리를 듣는 자로가 공자에게 집요하게 물었다. “스승님께서는 큰 나라의 총사령관이 되신다면 어떤 인물을 의지하시겠습니까?” 자로는 은근히 ‘너처럼 용기가 있는 놈일 테지.’라는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고 걸어서 황하를 건너려는 사람은 사양하겠다. 오히려 겁쟁이처럼 보일지언정 주의가 깊고, 주도면밀하게 계획을 세우는 사람 쪽이 훨씬 믿음직스럽지.” 이 말에 용기라면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던 자로도 그만 낯을 붉히고 말았다. 이처럼 ‘포호빙하’와 같은 용기는 리더에게는 유해무익하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병법서 《오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장수의 자격에 관해 논할 때 용기만을 중시한다. 그런데 용기는 장수가 갖춰야 할 여러 조건 가운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용기를 과시하려는 자는 앞뒤를 가리지도 않고 싸움을 벌인다. 이런 싸움은 어떤 일이 있어도 피해야 한다.



지혜는 리더의 두 번째 조건



냉정하게 상황을 읽고, 정확하게 판단하라

범용한 장수일수록, ‘전진! 오로지 전진!’을 외치며 무턱대고 전진 나팔을 불고 싶어 한다. 오늘날에도, 부하를 꾸짖는 것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는 리더가 적지 않다. 물론 때로는 부하를 꾸짖을 필요도 있지만, 그것은 리더가 해야 할 일 가운데 극히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지혜로운 리더라면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여, 부하로 하여금 유리하면 나아가게 하고 불리하면 물러서게 할 줄 알아야 한다.

삼국시대, 오나라의 손권에게 출사한 육손이란 장수도 그런 리더 중의 한 사람이었다. 촉의 유비가 대군을 이끌고 오나라를 침공했을 때, 이를 맞아 싸울 오군의 총사령관에 발탁된 인물이 육손이다. 그때 그의 나이 겨우 40세였다. 그가 거느리는 부장들은 선대 이래의 중신과 숙장들이어서, 젊은 그로서는 그들을 지휘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더없이 냉정하게 지휘봉을 휘둘러, 오군을 대승으로 이끌었다. 유비가 출격했다는 보고가 들어오자, 오군의 여러 장수는 일제히 긴장하며 이구동성으로 출동을 서둘러야 한다고 육손에게 말했다.

그러나 육손은 “기다려라. 기다려야만 한다.”며 장수들을 달랬다. “유비는 전군을 거느리고 공격하려 한다. 그들과 힘으로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옳지 않다. 더욱이 저들은 천연의 요해처에 포진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공격할 수가 없다. 설령 공격할 수 있다 하더라도 완전히 괴멸시킬 수는 없다. 섣불리 공격하다 실패하는 날에는,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맞게 된다. 여기에서 조금도 방심하지 말고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정세가 변화하길 기다리자. 이 일대가 평야라면 저들은 군사를 풀어 난전을 벌여올 수도 있지만, 적은 산에 진을 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산길을 따라 진군하느라 피로해진 저들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먼저 공격할 리가 없다. 우리는 그저 방심하지 말고 저들이 제풀에 지쳐 물러가기를 차분히 기다리자.” 그렇지만 여러 장수들은 육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육손은 겁에 질려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다들 입을 모아 육손을 욕했다.

지구전은 반년 남짓 계속되었다. 원정군인 유비군에 점차 피로의 기색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것을 알아차린 육손은, 서서히 공세를 취할 때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장수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공격을 한다면 적이 포진하고 있는 산의 돌출부를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600리에 걸친 전선에서, 적에게 공격을 당하며 이미 반년이나 흘렀습니다. 그동안 적은 우리의 수많은 요해처를 함락하고 수비를 굳게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금부터 공격하더라도 이길 낌새는 보이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지 않다. 분명 유비의 군대는 천군만마의 강병이다. 저들이 공격할 때는 치밀한 작전을 세운 다음 움직이기 때문에 맞서 싸우더라도 승산이 없다. 그런데 지금은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고, 적은 매우 지쳐 있으며 사기도 형편없다. 게다가 이렇다 할 타개책도 찾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저들을 에워싸 섬멸할 더없이 좋은 기회이다.”

육손은 우선 사전연습으로 유비군의 한 곳을 공격해 보았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공격하던 부대가 패퇴하고 말았다. “역시 우리 생각대로다. 불쌍한 병졸만 죽이고 말았다.” 여러 장수들은 너나없이 불만을 터뜨렸다. 그런데 육손은 “맞아, 바로 그거야. 드디어 적을 깨뜨릴 방법을 알았다!”라고 말하더니 불로 공격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유비의 대군을 격파했다. 이것이 《삼국지》에서 유명한 ‘이릉의 싸움’이다. 육손은 이처럼 정황을 읽는 눈이 부하 장수들과는 완전히 달랐다. 정황을 정확하게 읽을 수 있었기에 올바른 결단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지혜’였다.



어짊은 리더의 세 번째 조건



어짊이야말로 부하의 마음을 분발시킨다

《손자》가 꼽은, 장수된 자가 지녀야 할 세 번째 조건은 ‘어짊’이다. 그렇다면 ‘어짊’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짊’에 관해 가장 많이 언급한 사람이 바로 공자이다. 《논어》에는 ‘인(仁)’의 요체에 관해 간단하게 설명한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하루는 자공이라는 제자가 공자에게 물었다. “백성을 빈궁으로부터 구제하고, 생활을 안정시킬 수 있다면, 그런 것을 무엇이라고 해야 하겠습니까? 인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이미 인이 아니다. 거기에 이르면 ‘성(聖)’이니라. 성천자(聖天子)인 요와 순조차 그런 일을 성취할 수 없어 번민했느니라. 인은 가까이에 있느니라. 자신의 명예를 귀중하게 생각하면, 먼저 다른 사람의 명예를 중히 여기게 된다. 또한 자신이 자유로우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존중하게 된다. 이렇게 자신을 늘 다른 사람의 입장에 두고 생각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인이니라.”

그런데, 어째서 인이 장수된 자의 조건으로 필요한 것일까? 그것은 장수된 자가 부하의 입장을 생각함으로써, 부하로 하여금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상관을 위해서라면…’이라는 기분을 갖게 하여 그들을 분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시대의 장군이자 《오자》의 작자로 알려져 있는 오기한테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일화가 있다. 오기는 위나라의 장수로서 전쟁터에 나가면 늘 말단 병사와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옷을 입었으며, 같은 곳에서 잠을 잤다. 또 병사의 짐을 나눠 메고, 자신의 수레에 병사를 동승시키는 등 병사와 모든 행동을 같이했다. 그 때문에 병사들로부터 인망이 두터웠다. 어느 날, 한 병사가 종기로 고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오기는 주저하지 않고 입으로 직접 고름을 빨아냈다. 그런데 나중에 이 이야기를 전해 들은 그 병사의 어머니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이를 이상히 여긴 한 남자가 물었다. “말단 병사인 당신 자식의 고름을 장군이 직접 빨아주었다는데 어찌하여 우는 거요?” 그러자 병사의 어머니는 말했다. “사실은, 지난해 저 아이의 아비도 종기로 고생을 하고 있던 차에 오기 장군이 입으로 고름을 빨아주었습니다. 그 후 그 사람은 장군의 은혜에 보답하려고 악착같이 싸우다가 결국 목숨을 잃고 말았답니다. 그러니 저 아이의 운명도 결정된 셈이죠. 작년에는 남편을 잃고 올해에는 자식마저 잃게 되었으니 어찌 울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일단 전쟁이 터지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겨야 한다. 생과 사를 가르는 전쟁에서, 사선(死線)을 뚫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병사들의 용전분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이것은 현대 비즈니스 전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온 힘을 다해 구성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엄격함은 리더의 네 번째 조건



울면서 마속을 베다

제갈공명은 매우 엄격한 자세로 국정에 임하고 부하를 대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좋은 예가 울면서 마속을 벤 고사이다. 공명은 첫 번째 북정에 나섰을 때, 평소 눈여겨보았던 마속이란 젊은 참모를 선발군 지휘관에 기용했다. 마속은 군략에 관해서는 대단한 이론가로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였는데, 유감스럽게도 실전 경험이 부족했다. 공명도 그 점을 걱정해 세세한 부분까지 지시를 했을 뿐 아니라, 부장으로 노련한 장수를 붙여주었다. 그런데 마속은 적군과 마주치자, 부장의 진언에 귀를 기울이기는커녕 공명의 지시까지도 무시하다 결국은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너무도 아까운 인재였지만 공명은 마속을 벨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수도인 성도에서 중신 한 사람이 진중으로 공명을 찾아왔다. 공명의 처사가 너무도 가혹하다고 생각한 그는 말했다. “천하가 아직도 어지러운데, 한 번의 실수 때문에 지모가 뛰어난 인재를 죽인 것은 너무 애석한 일이 아닐까요?” 그러자 공명은 이렇게 대답했다. “손무가 천하에 무위를 과시할 수 있었던 것은, 군법을 엄격하게 적용했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천하는 분열되고 풍운이 감돌고 있는 이때, 조금이라도 군법을 느슨히 적용한다면 어떻게 역적을 토벌할 수 있겠는가.” 이 말 속에는 리더로서 공명의 자세가 유감없이 드러나 있다.

공명이 이렇게 가혹한 태도로 대한 것은 마속뿐이 아니었다. 전 국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경우,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두려워하는 것이 보통이리라. 그런데 공명의 경우에는 ‘나라 안의 모든 사람이 그를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했다’는 평을 받았다. “너그러우나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고, 엄격한 가운데서도 사랑 받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소식의 이 말처럼,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공명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첫째, 공명은 가혹하게 법을 적용하면서 조금도 편애하는 일 없이 공평무사한 태도를 관철했다. 둘째, 그는 엄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 즉 자비로움을 베풀었다. 예를 들면, 군법에 의해 단호히 마속의 목을 베었지만, 유족들에게는 전과 다름없는 대우를 보장해주었던 것이다. 공명이 두려운 존재이면서도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었으리라.



신용은 리더의 다섯 번째 조건



신용이 부하를 통솔한다

《손자》가 ‘신(信)’을 장수된 자의 조건에 넣은 것은 ‘신’이 부하에 대한 통솔력에 지대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것, 즉 ‘신’이 있어야만이 부하들을 심복시킬 수 있다. 거짓말을 일삼는 장수를 믿고 따를 부하가 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예로부터 ‘신’으로써 부하들을 통솔하는 데 성공한 리더가 적지 않다. 예를 들면 진의 문후(文侯)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이다.

문후는 ‘춘추오패’, 즉 춘추시대에 출현한 다섯 명의 패자 중 한 사람이다. 그는 부하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가 원나라를 포위했을 때의 일이다. 그는 부하들에게 사흘 만에 공략하지 못하면 포위망을 풀고 군대를 철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사흘이 지나도 원이 항복하지 않자 문후는 약속대로 철군한다고 포고했다. 바로 그때, 정보원 하나가 급히 들어오더니 말했다. “머지않아 적은 항복할 것입니다.” 참모 하나가 이 소리를 듣고 문후에게 진언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나 ‘신’을 잃으면 부하를 심복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문후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신용은 나라의 보배이자 백성이 의지하는 것이다. 원나라를 얻더라도 신용을 잃는다면, 백성들은 무엇을 의지해야 하느냐. 잃는 것이 더 많다.” 진나라가 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부하들을 ‘신’으로써 대했던 문후의 이러한 태도에 힘입은 바가 크다 하겠다.



유방으로부터 배운다



부하의 의견을 경청하라

부하를 부린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유방은 자신의 의견을 따르라고 부하에게 강요하지 않고, 부하로부터 올라오는 의견을 채택하고자 애썼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그는 부하를 추켜세우는 유형의 리더였다고 할 수 있다. 리더가 자신의 뜻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실현시켜줄 뛰어난 부하를 얻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유방은 장량, 소하, 진평 등의 참모와 한신, 조진 등의 용맹한 장수 그리고 많은 선비와 인재들에 둘러싸여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능력을 끌어낸 것은 다름 아닌 유방이었다. 그는 그들의 진언에 기쁜 마음으로 귀를 기울였으며, 대부분의 경우 지체하지 않고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진언한 쪽에서 보면, 아마 이처럼 신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모든 힘을 쏟아 유방을 도왔다. 《전국책》에 보면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라는 말이 있는데, 유방의 신하들이 유방을 위해 지혜를 짜내고 목숨을 바쳐 싸운 것은 유방이 자신들을 믿고 존중해주었기 때문이다.

장량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길거리의 유협 출신으로 일개 야인에 지나지 않는 유방과 달리, 장량은 시황제에게 멸망한 한나라의 귀족 출신으로 소양과 학식이 매우 뛰어났다. 그런 장량이 오히려 온 힘을 쏟아 미천한 출신인 유방을 보필한 것은 유방에게 ‘큰 그릇’다운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량은 유방에게 자주 태공망의 병법을 헌책했는데, 유방은 그때마다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런 일은 장량으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에 장량은 ‘패공은 진정 하늘이 내신 분이다’고 느껴 심복하게 되었으며, 유방을 위해 죽을 것을 다짐했다.

소하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는 유방이 사수의 정장에 취임했을 때 사수군에서 일했다. 말하자면 유방의 상관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거병 이후 유방 밑에서 아무 불평 없이 생애를 보낸 것은, 아랫사람의 의견을 존중할 줄 아는 유방의 큰 그릇에 감동했기 때문이리라. 진평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본디 그는 항우를 섬겼는데, 항우의 좁은 마음 씀씀이에 실망하여 유방을 따르게 된 것이다. 그런데 유방은 그의 전력 따위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즉시 그를 참모로 발탁한 것은 물론, 그의 의견을 특히 중시했다. 진평이 타고난 지모를 발휘해 유방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구출하는 큰 활약을 보인 것은, 유방의 지우에 감격했기 때문이다.

한편 유방의 공신 중에서도 장량ㆍ소하와 함께 ‘삼걸물’이라 불리는 한신은 유방을 일컬어 ‘장수들의 장수가 될 그릇’이라고 평했다. 그는 한의 천하가 된 뒤 공적에 의해 초왕에 봉해졌지만 모반 혐의를 받아 회음후로 격하되고 유방의 감시를 받게 되었다. 이따금 한신은 유방과 잡담을 나누었는데, 한번은 화제가 여러 장수에 대한 품평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두 사람의 의견이 사뭇 달랐다. 화가 난 유방이 물었다. “그러면 나는 몇만쯤 되는 병졸을 거느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폐하는 기껏해야 10만 정도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한신이 대답했다. “신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유방은 고소를 금치 못하면서 물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자네가 왜 내게 잡혔지?” 유방의 물음에 한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폐하께서는 병졸을 지휘하는 장수로는 능하지 못하십니다. 그런데 장수를 부리는, 장수들의 우두머리로서는 더없이 훌륭하십니다. 제가 폐하께 사로잡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사옵니다. 참으로 폐하께서는 하늘이 내신 분이시어, 그 능력이 사람과는 같지 않습니다.” 한신도 유방의 그릇을 ‘하늘로부터 받은 것’으로 인정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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