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CEO
김현예 지음 | 비즈니스북스
책 읽는 CEO
김현예 지음
비즈니스북스 / 2010년 1월 / 288쪽 / 13,000원
글로벌 경영을 배우다_ LS전선 구자열 회장구자열 회장은 토머스 프리드먼의 열혈 독자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 프리드먼의 저서는 빠짐없이 읽었다. 한 달에 열 권 이상 책을 읽는 그가 임직원들에게 반드시 읽길 권한 책이 바로 프리드먼의 저서이다. 그러다보니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프리드먼의 저서를 읽으면 구 회장을 읽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뉴욕 타임즈》의 칼럼니스트인 프리드먼이 세계 곳곳에서 목격한 세계화의 현장을 정리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새천년을 규정짓는 거대 담론이었던 '세계화'와 그 영향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잘 짚어낸 책이다. 구 회장은 자신의 경영 화두인 '글로벌'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에서 배웠다고 한다. LS전선(당시 LG전선)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어떻게 회사를 이끌어나갈까 고민하던 시기에 그는 이 책을 통해 세계화에 대해 확실히 이해하고 글로벌 경영에 대한 통찰력을 키웠다.
구 회장이 전선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던 2001년, 회사 매출은 1조 4,800억 원에 불과했다. 그는 부사장을 거쳐 CEO 자리에 오르기까지 약 2년 동안 회사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살피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벽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 있었다. 중국 진출 이야기를 꺼내면 직원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것이다. 1999년대 초 국내 경쟁사가 중국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고배를 마시고 공장을 철수한 과정을 목격하면서 직원들은 한국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했다. 직원들 사이에는 '잘못되면 뒤집어쓴다.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는 생각이 팽배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시장에 진출하자!'고 외치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구 회장은 이러한 직원들의 마음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급선무였다. 변화가 필요했다. 이때도 『렉서스와 올리브나무』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세계화 시대에는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비효율적 기업들이 신속히 파괴되도록 하고 비전 없는 사업에 묶여 있던 돈이 더 혁신적인 사업으로 자유로이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나라들만이 번성한다. 반면 비효율적 기업들이 창조적 파괴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권력의 힘을 빌려 보호하는 나라들은 시대의 낙오자가 될 뿐이다.『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중에서
시대의 낙오자가 될 수는 없었다. 구 회장은 그 돌파구로 파격 인사를 택했다. 당시 회사에는 '50세까지 임원이 안 되면 끝'이라는 인식이 파다했다. 나이를 넘긴 직원이 일손을 놓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구 회장은 50세가 넘은 생산 담당 부장을 임원 자리에 앉히는 변화를 일으켰다. '열심히 하면 나도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다음 과제는 본격적인 글로벌화였다. 한국 시장만을 고집하며 국내 생산체제를 계속 이어가다간 경쟁업체들과의 싸움에서 뒤로 밀려날 것이 뻔했다. 그래서 구 회장은 중국으로 눈을 돌려 2005년 중국에 10만 평 규모의 산업단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해외에 사업장을 만든다고 해서 저절로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필요했다. 그것도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사람이. 그때 구 회장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프리드먼의 책 『세계는 평평하다』였다. 이 책을 읽고 구 회장은 무릎을 쳤다. 그가 고민하던 모든 것이 이 책에 정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어떤 성장 전략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지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세계는 평평하다』에 나온 '글로벌'은 사람에 집중하고 있었다. 『렉서스와 올리브나무』가 변화하는 세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눈을 갖게 해줬다면, 이 책은 어떤 성장 전략이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지 그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었다.
"프리드먼의 지적처럼 변화의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평평한 세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대한 민첩한 적응력과 시장 그리고 고객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성과로 연결짓는 속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의 해외 사업을 주도할 인재에게 필요한 덕목이 바로 이것입니다."
책에 대한 구자열 회장의 사랑은 각별하다. 출장을 갈 땐 반드시 책을 챙긴다. 비행기나 호텔에 머무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고 분기별로 2~3권의 책을 골라 임직원들에게 권해준다.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만 선별해서 'CEO 추천 올해 필독도서' 목록도 직접 만들고 책을 선물하기도 한다.
기업과 사람이 함께 발전한다_ LG이노텍 허영호 사장허영호 사장은 무서운 기세로 책을 파고드는 독서가로 꼽힌다. 사무실이든 차 안이든, 그가 가는 곳엔 어디든 책이 있다. 최근엔 과로에도 불구하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까닭에 눈병에 걸려 수술을 받기도 했다. 시력을 해치니 책을 읽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두 팔을 쭉 펴고 책을 펼쳐 들었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느냐?'고 묻는 것은 우문이었다. 일하고 밥 먹고 자는 시간 말고는 모두 다 책을 읽는다고 할 정도로 그는 많은 책을 읽었다. 좋은 책은 나눠보기도 한다. 임직원들은 종종 그가 권하는 책을 읽는다.
2002년의 일이다. LG이노텍으로 옮겨왔는데 회사 꼴이 말이 아니었다. 사업장은 곳곳에 비가 샐 정도로 형편없었다. 직원들 마음가짐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만성 적자를 겪어온 탓에 의욕이 완전히 저하되어 있었다. 허 사장은 직원들을 붙들고 "우리가 왜 이런 것인가?"를 물었다. 직원들은 "경영진이 자주 바뀌고, 직원들에 대한 교육이 없으며,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말했다. 허 사장은 직원들을 불러 놓고 "사장이 바뀌어도 제대로 굴러가는 회사를 만들자."고 이야기했다. 그때 그가 직원들에게 건네준 것은 한 권의 책, 『펄떡이는 물고기처럼』이었다.
이 책은 시애틀에 있는 어시장인 '파이크 플레이스'에서 살아 움직이는 생선들을 팔면서 힘차게 살아가고 있는 상인들로부터 배운 단순한 교훈을 회사에 적용하면서 죽어가고 있던 조직이 활력을 되찾는다는 내용이었다. 한 권의 책을 건넨 것에 불과했지만 직원들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일등하겠습니다'라는 구호도 만들었다. 직원들이 개인별로, 부서별로 목표를 정해 하나씩 달성해가는 재미를 느끼면서 회사가 변하기 시작했다. 1년 만에 LG이노텍은 적자에서 벗어나는 기적을 이루어냈다. 사장과 직원, 회사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었다.
허 사장이 요즘 읽고 있다는 책을 한 권 펼쳤다. 책 곳곳에 연필이나 볼펜으로 밑줄 친 게 보였다. "밑줄을 치면서 책을 보시네요?" 했더니 그가 노트 한 권을 가져온다. 어지간히도 두꺼웠다. 노트를 펼치니 빼곡하게 적은 메모들이 눈에 띄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 보이면 이곳에 옮겨 적는다고 했다. 어지간히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독서 습관이었다. 출장 중에 책을 읽으면 포스트잇 같은 메모지에 따로 적어뒀다가 반드시 노트에 옮겨 적는다고 했다. 노트에 빼곡히, 때로는 붉은 색 때로는 검은 색 펜으로 적혀 있는 글귀들은 그의 보물이었다. 한 번 시작했는데 중간에 포기할 수는 없었던지라 계속 독서노트 습관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어떤 문장을 뽑아뒀나 싶어 노트를 넘겨보기 시작하자 허 사장이 독서노트를 재빨리 가져갔다. 그는 "그저 잊지 않고 싶은 문장들을 모아뒀을 뿐."이라며 겸양의 말을 했다.
독서노트의 힘은 컸다. CEO로 살아오면서 월례사가 필요할 때,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야 할 때, 자기 자신을 돌아볼 때 독서노트는 구심점이 되어주었다.
하루하루 충실함으로 채운다_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이석구 사장2002년의 어느 날이었다. 신세계 이마트 부문 부사장직을 맡고 있던 이석구 사장에게 인사팀의 통보가 떨어졌다. '조선호텔로 갈 준비를 하라'였다. 삼성물산으로 입사해 삼성그룹 비서실, 삼성코닝을 거쳐 신세계 이마트를 이끌고 있던 그에게 호텔은 너무나 생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불평을 할 수는 없었다. '회사나 상사가 나의 모든 것을 알기 때문에 나를 호텔로 보낸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곳에 가서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정식 인사 발표까지는 15일이란 시간이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교보문고로 달려갔다. '기왕 맡게 된 김에 공부를 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호텔과 관련된 서적을 샅샅이 훑었다. 호텔업의 개념부터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지, 호텔 사업에서 원가는 어떻게 결정되는지, 필요한 책들을 무턱대고 집어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손에 들린 책이 10여 권에 달했다.
책을 들고 사무실로 돌아와 읽기 시작했다. 마치 수험생이 시험 준비를 하듯 빠른 속도로 훑어 내려갔다. 한시가 급하다는 생각에 목차를 살피고 추천사를 봤다. 책이 전해주려고 하는 내용을 파악한 후 필요한 부분만을 골라 읽었다. 정독을 하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해 머릿속에 집어넣는다는 생각으로 속독을 했다. 그렇게 15일을 책과 함께 보낸 뒤, 그는 호텔업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섭렵할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새로운 일에 대한 부담은 덜었지만 실전은 이제부터였다. "조선호텔 대표이사로 가보니 호텔은 작은 소도시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이 생활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호텔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모두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가족 행사도 열리고 각종 연회들도 있고 여행객들도 찾아오고……. 인간사가 다양하게 부딪히는 공간, 그것이 호텔이었어요. 그 모든 것을 다 관리할 수는 없었지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연주는 각 악기를 맡은 연주가들이 하도록 하고 나는 악보대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지휘를 해야 한다'라고요."
조선호텔 경영을 맡고 나서 얼마 후 우연히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가 내놓은 책을 접하게 되었다. 디지털 기술이 변화시킬 미래를 이야기한 그 책은 바로 『빌 게이츠 @ 생각의 속도』였다. 빌 게이츠는 이 책을 쓰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과 기타 조직의 지도자들 그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디지털 시대가 가져올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기회들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다가올 10년은 지난 50년에 비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1980년대가 질의 시대이고 1990년대가 리엔지니어링(기업 업무 재구축)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는 속도의 시대가 될 것이다. 다가올 시대는 삶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 웹이 전반적인 생활을 주도할 것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웹 기반의 '디지털 신경망'을 구축하는 것이다.『빌 게이츠 @ 생각의 속도』 중에서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명쾌했다. 정보의 흐름이 생명줄이고,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좋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것이 미래의 승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디지털 신경망', 다시 말해 조직 내에 정보가 흐르도록 해야 한다는 구절은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디지털 신경망은 단순 근로자를 지식 근로자로 변화시키면서 미래 시장에서의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를 읽고 그는 조선호텔에 디지털 신경망을 구축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비즈니스 성공 여부는 숫자를 어떻게 빨리 파악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상의 자리를 만들어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환하도록 하라. 모든 서류 용지를 디지털화하라. 고객의 불만이나 요구가 담당자에게 즉시 전달될 수 있도록 하라.『빌 게이츠 @ 생각의 속도』 중에서
이석구 사장은 책 속에 담긴 빌 게이츠의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여 내부 전산망 구축에 들어갔다. 직원들이 스스로 쌓은 지식들을 공유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차원이었다. 내부 전산망 구축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자 내부 전산망에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분실물을 찾아주고, 예약을 한 고객들의 입국 정보를 확인해 공항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온라인으로 업무를 모두 옮겼다. 이런 노력 덕분에 조선호텔은 세계 100대 호텔에 꼽히기도 했다.
2007년 12월 다시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이번에도 역시 책이었다. 커피는 호텔과는 다른 새로운 분야였고 그는 또 다시 책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디지털 신경망을 통한 경영은 스타벅스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이석구 사장에게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경영의 반려자다. 스타벅스에게도 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소중한 존재다. 따뜻한 커피 한 잔과 책 한권, 각박한 일상 속에서도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스타벅스가 말하고 싶은 커피 이상의 스타벅스였다.
이석구 사장은 2009년 4월 『서비스 달인의 비밀 노트 3』이라는 책을 모든 직원(파트너)들에게 건넸다. 책을 나눠 주면서 맨 앞장에 직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더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직원들과의 대화 방식은 이렇게 우회적이었다. 책을 읽으라고 강권하기보다, 에둘러 '읽어보자'고 말하는 청유형의 말투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서비스 달인의 비밀 노트 3』는 성공한 기업 조직의 8가지 공통점을 이야기한다. 우선 CEO는 훌륭한 자질을 지닌 사람들을 고용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고객을 잘 파악하며, 부서의 목표를 조직의 목표와 일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또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 시스템을 만들어낼 줄 알았고, 직원을 훈련시키고 지원하는 자신의 임무를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권한을 독점하기보다 직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훌륭한 성과에 대해 칭찬하고 포상할 줄 알았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의 기준에 따라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지니고 있었다.
이 사장은 직원들이 이 책을 통해 스타벅스의 커피 한 잔이 그 이상의 의미로 고객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를 바랐다고 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라_ 삼천리 정순원 사장20년을 줄곧 경제학자로 살아오다 경영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 올해로 10년. '기업하는 사람들 뒷바라지만 하지 말고 직접 해보자'는 생각이 그를 기업인의 길로 이끌었다. 학자와 기업가의 온도차는 매우 컸다. '그간 내가 무엇을 했던가'라고 반성을 할 정도로 현장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경영의 길에 들어서면서 그는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좋아서라기보다는 그래야만 했던 탓이 컸다. 현대그룹을 이끌었던 정주영 회장은 소문난 아침형 인간이었다. 정 회장은 아침 시간을 금쪽같이 여겼다. 새벽 3시면 기상해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내가 평생 동안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그날 할 일이 즐거워서 기대와 흥분으로 마음이 설레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할 정도였다.
그룹 회장의 출근 시간은 임원들에게는 일종의 지침이었다. 6시 반에 출근하면 회장이 먼저 나와 있는 일이 허다했다. 회의는 오전 8시쯤에 이뤄졌다. 회의를 마치고 업무 때문에 관청에 전화를 걸면 받는 사람이 없었다. 일 때문에 물어볼 것이 생겨 부하들에게 전화를 걸면 잠을 자고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아침 시간이 빨라졌다.
『인생을 두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이 나온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인 2003년이었다. '아침 시간을 즐기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책이 세간의 화제가 되면서 '아침형 인간'은 부지런한 사람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었다. 정순원 사장은 이 책을 회사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임원들에게는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강권할 정도로 이 책에 푹 빠져 있었다.
어려운 시기가 닥칠 때마다 정 사장은 책을 집어든다. 답답한 마음이 들 때, 뭔가를 꼭 알아야 할 때 책은 그에게 생명수와도 같다. 임직원들에게 책을 자주 인용하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아무리 CEO가 말로 떠들어도, 마음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는 삼천리에 처음 왔을 때에도 직원들에게 아놀드 버넷의 말을 인용해 들려줬다. '시간은 말로써 나타낼 수 없을 만큼 멋진 만물의 소재다.' 하고 싶은 말은 이 한 가지였다. 시간을 잘 활용하라는 것, 오늘을 두 배로 살아야 행복과 성공이 찾아올 수 있다는 속뜻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