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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용의 리더십

아담 카헤인 지음 | 에이지21
포용의 리더십

아담 카헤인 지음

에이지21 / 2010년 4월 / 250쪽 / 15,000원



1장 힘의 양면성




나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자랐고 맥길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1981년 여름 학술회의에서 에너지 및 환경 문제에 관한 연설을 듣고 전공을 사회학으로 바꾸기로 결심했고, 버클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경제학과 공공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연구조사 기관을 거쳐 1988년 세계 최대 에너지 회사인 로열더치셸에서 일하게 되었다. 당시는 자본주의에 대한 확신이 절정에 달했을 때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인터넷 열풍이 시작되었으며, 맨해튼의 금융업자들이 세계의 지배자로 묘사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에서 여러 세력 사이의 자유경쟁이 최선의 결과를 낳는다는 사고가 문화를 지배했다.

셸에서 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전략그룹을 책임지고 있었다. 시나리오란 장차 회사가 놓일지도 모르는 정치, 사회, 환경적인 맥락 안에서 있을 법한 상황을 가정해 보는 것이다. 1991년 남아공 웨스턴케이프 대학교의 좌파 교수 피터 르 루가 연락을 해 왔다. 흑인 반대세력 지도자들이 남아공이 인종분리주의에서 전환하는 시점에서 필요한 전략을 수립하려 하는데, 여기에 시나리오 도출 방법론을 활용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의 프로젝트가 흥미롭고 의미 있는 활동이라 생각했다. 1991년 9월 나는 훗날 몽플레 시나리오 회의라 불리게 되는 최초의 워크숍을 준비하기 위해 케이프타운으로 떠났다.

워크숍에서 나는 남아공의 특정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차출된 일단의 지도자들이 복잡하고 대립과 갈등이 심한 최악의 상황에서도 보다 바람직한 체제로의 이행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았다. 여기서 목격한 힘의 발전적인 측면에 나는 고무되었다. 당시 워크숍 참가자 같은 집단들을 지원하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 그것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3년 나는 셸에 사직서를 내고 남아공으로 갔다.

남아공에서 사회변화를 준비하는 팀들을 돕는 퍼실리테이터로 일하면서 나는 앞서 목격한 발전적인 힘이 아닌 다른 종류의 힘이 내는 소리를 들었다. 당시 워크숍 참가자들은 남아공의 미래에 관한 4가지 시나리오에 합의하고, 이를 각기 다른 '새' 이미지로 설명했다. 백인들의 통합을 거부하는 '타조' , 한계가 많아 제 구실을 못하는 신생 흑인 정부를 골자로 하는 '절름발이 거위', 의욕이 앞서는 신생 흑인 정부가 현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너무 높이 빨리 날아서 문제가 되는 '이카루스', 모두가 함께 서서히 날아오르는 '홍학' 시나리오가 그것이다.

하지만 아프리카 민족회의 지도자 팔로 조던은 시나리오를 듣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거위며 홍학 따위가 도대체 뭡니까? 여기서 중요한 새는 매와 참새뿐입니다!" 조던과 내가 힘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나는 제약이 없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조던은 흑인이고 남아공에서 흑인이란 2류 인간 취급을 받으며 성장했음을 의미한다. 조던은 수십 년 동안 망명 생활을 하며 아프리카 민족회의 활동을 했고, 얼마 전에야 고국에 돌아와 힘겨운 협상에 직접 참여했다. 힘은 이를 얻기 위해 몸부림쳐야 하는 사람에게는 다르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제 나는 내가 들은 소리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힘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힘의 발전적인 면은 자아실현 동력인 '추구하는 힘(power-to)'이다. 퇴행적이고 어두운 면은 타인의 자아실현을 억누르는 '지배하는 힘(power-over)'이다. 퇴행적인 '지배하는 힘'은 발전적인 '추구하는 힘'에서 나온다. 누군가의 추구하는 힘이 타인이 행사하는 추구하는 힘과 충돌한다고 느끼면 갈등이 일어난다. 이런 갈등상태에서 힘으로 제압할 능력이 있다면 누구든지 쉽게 타인을 억누르고 '지배하는 힘' 행사로 돌아설 수 있다. 자아실현 동력은 자신의 자아실현 가치를 타인의 그것보다 우위에 두는 우를 범하기 쉽고, 이런 우는 내가 타인보다 타인의 그것과 충돌하는 자아실현을 밀어붙이게 된다.

2장 사랑의 양면성



1993년 나는 로열더치셸을 사직하고 런던에서 케이프타운으로 이사하여,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사회변화 프로젝트를 조직하고 진행하는 일을 전담하기 시작했다. 또한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였던 도로시 뵈삭과 결혼하여 아이 넷의 새 아버지가 되었다. 이렇게 만난 새로운 세상은 나에게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남아공에서 나는 빌 오브라이언과 조셉 자보르스키와 함께 '제네론'이라는 국제 컨설팅 회사를 창립했다. 빌은 미국 하노버 보험사 사장으로 12년간 재직한 인물이다. 그의 경영철학은 사랑의 현실적인 실천을 포함하는데 스스로 이렇게 설명한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타인이 완전해질 수 있도록, 말하자면 타인이 자신의 모든 잠재력을 개발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성향이다. 사랑이란 준비 없이 문득 떠오르는 그런 것이 아니라, 의지가 깃든 행동이다."

1998년 나는 몽플레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얻어 과테말라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과테말라는 2년 전에 36년 동안 지속된 잔혹한 내전을 종식시킨 평화협정을 맺었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평화협정이 제대로 이행되도록 돕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명칭은 비전 과테말라(Vision Guatemala)였다. 이곳에는 극심했던 갈등에 관계했던 다양한 세력의 지도자들이 모였다. 정부 장관, 정부군과 게릴라 지휘자, 기업가, 언론인, 원주민 등등. 이렇게 구성된 팀은 2년 넘게 함께 작업했고, 새로운 국가 현실을 창조하는 데 기여했다.

첫 번째 워크숍이 시작되고, 둘째 날 저녁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팀원들이 모여 앉아 각자의 과거 경험을 이야기할 때였다.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는 로날드 오차에타라는 남자가 원주민 마을에 가서 대량학살 희생자들을 묻은 공동묘지 발굴현장을 지켜본 경험을 이야기했다. 흙을 치우자 작은 뼈들이 많이 나왔는데, 그는 법의학 팀원들에게 학살 도중에 뼈가 부서진 것이냐고 물었다. 그들은 아니라면서 해당 묘지에는 임신한 여성들의 시체가 함께 묻혀 있었는데 작은 뼈들은 태아들의 것이라고 대답했다. 오차에타가 이야기를 마치자 팀 전체가 무거운 침묵에 빠졌다. 침묵은 오래 계속되었다. 내 생각에 5분쯤 지속된 것 같다.

이 일은 팀과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팀원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관련 인터뷰를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그 순간을 꼽았다. 자신들이 목표했던 중요한 임무를 완수할 수 있게 해 준 집단적인 힘의 근원을 당시 몇 분 동안의 침묵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던 깊은 통찰과 유대감에서 찾았다. 어떤 팀원은 이렇게 말했다. "오차에타의 이야기를 듣고 과거에 일어났던 모든 일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통감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졌지요." 영적교감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참가자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것이 비전 과테말라를 성공으로 이끈 원동력이었다. 프로젝트에서 전환점이 되었던 순간은 모두 분열을 통합으로 이끄는 사랑이 관여하는 순간들이었다. 참가자들이 과테말라의 현실을 서로의 시각으로 보고, 서로를 익명의 적이나 사람 같지 않은 원시인이 아니라 대등한 형제자매로, 과테말라라는 전체를 이루는 부분으로 인식하고 인정하는 순간들을 말한다.

다른 파트너인 조셉 자보르스키는 변호사이자 기업가였다. 그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려는 지도자라면 분열을 통합으로 이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제네론 컨설팅의 특징은 리더십 팀을 꾸려 사랑을 실질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개발하도록 돕는 것이었다. 조셉은 MIT 교수인 오토 샤머와 함께 'U자형 과정(U-Process)'을 새로운 현실창조를 이해하고 실행하는 일반 이론으로 제시했다. U자 이론에 따르면 혁신은 U자 형태로 나타나는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자각(Sensing)이라 불리며 우리가 이해하고 변화시키고자 하는 체제의 현황에 대한 느낌을 강화하는 단계이다. 2단계는 실재(Presencing)라 불리며 체제 안에서 우리의 역할에 대하여, 해야 하는 일에 대하여 심오한 이해에 접근하면서 온전히 거기에 스스로를 드러내는 일이다. 3단계는 실현(realizing)이라 불리는데, 심도 깊은 이해라는 단계에서 새로운 현실을 생산하는 단계로 움직이는 것이다.

2001년 제네론 사람들은 새로운 사회현실을 공동으로 창조하는 일을 돕는 우리 활동이 이론과 실제 모두에서 상당한 단계에 이르렀고, 다음 단계로 끌어올릴 만큼 충분히 성숙했다고 확신했다. 우리는 비영리단체인 글로벌 리더십 이니셔티브를 설립하고,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변화 연구실에 U이론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어지는 몇 해 동안 우리는 대기업 및 비영리 기관들과 제휴를 맺고, 수백만 달러를 모금하고, 유기농 식품, 자연보호, 에이즈, 물 부족, 어린이 영양실조 같은 문제를 다루는 대담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하지만 상황은 우리 생각과는 사뭇 달랐다.

2005년 나는 캐나다에서 글로벌 리더십 이니셔티브의 비전과 사회변화 창조 방법에 대한 연설을 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어떤 팔레스타인 사회운동가가 질문을 던졌다. "조직적인 변화작업을 말하면서 힘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군요. 당신들은 힘을 어떻게 다루는지요?" 그가 제기한 문제는 이후 나의 곁을 항상 맴돌았다. 나는 대화 과정이 과연 예상하는 결과를 가져오는가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겉보기에는 성공적인데 결과가 그렇지 못한 사례들이 많아 보였다. 특정 제도와 관련된 지도자들이 제도변화라는 목적으로 한 자리에 모여, 서로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처한 환경을 깊이 이해하고, 필요한 조치에도 깊이 공감한다. 하지만 한 바탕 소란이 가라앉은 다음에 보면 제도는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다. 우리가 옳다고 생각한 이론과 실천에서 뭔가가 빠져 있었다. 이후 몇 년에 걸친 경험을 통해 나는 서서히 빠진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2008년 나는 비전 과테말라 10주년 기념식에 초대받았다. 당시 과테말라 상황은 좋지 못했다. 심각한 경제위기에 조직범죄와 군부로 인한 안보위협이 증가하고 있었고, 국민들은 비전 과테말라 팀의 동료들이 이끄는 새로운 정부에 실망을 느끼고 있었다. 나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비전 과테말라와 여기서 자극을 받은 많은 대화의 장들이, 과테말라 사람들이 심각한 사회문제에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대처하는 능력을 강화시켰다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도출된 결과가 전반적으로 제도화되지 않았고 따라서 효과가 지속되지 않은 문제점도 있었다. 사람들은 대화를 통해 새로운 통찰력을 갖고 새로운 목표를 공유했지만, 이것만으로는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비전 과테말라의 한 참가자는 나에게 이런 글을 보내왔다. "저는 힘과 사랑의 균형이라는 선생님이 내세우는 비전에는 분명 순진한 구석이 있다고 봅니다. 과테말라처럼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떻게 사회 구성원의 일부가 매우 불만족스러워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고 빈곤을 근절할 수 있습니까?"

사랑은 소통의 통로, 가능성, 기회를 만들어 내지만 이것들을 구체적으로 시험하고 현실화시키려면 힘이 필요하다. 비전 과테말라의 사례가 이것을 잘 보여준다. 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힘과 함께하지 않는 대화는 새로운 사회현실을 창조할 수 없다. 새로운 사회현실을 창조하려면 통합하려는 사랑이라는 동력과 이런 통합을 현실화하기 위한 힘이라는 동력이 모두 필요하다. 사랑과 더불어 힘을 행사하려면, 키워야 할 대상은 파괴하지 않고 제도적인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한다.

3장 힘과 사랑의 딜레마



사랑이 없는 힘은 무모하고 폭력적이다. 힘이 없는 사랑은 감상적이고 나약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힘과 사랑을 함께 행사할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나는 캠브리지 대학 교수 찰스 햄든 터너의 딜레마 연구에 영감을 받았다. 찰스는 특정 사회조직에서 자주 발생하는 딜레마로 '다원주의 대 중앙집권주의', '기술 우위 대 고객 중심', '경쟁 대 협동'을 꼽는다. 이러한 딜레마들은 일단 빠지면 조직의 해체 위험까지 감수해야 하는 위험천만한 것들이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메시나 해협을 항해하는 선원들은 한쪽에는 위험천만한 두 개의 암초가 있고, 반대쪽에는 무서운 소용돌이가 있는 지점을 통과해야 한다. 나는 힘과 사랑이 그런 딜레마라고 본다.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를 부정하면 스스로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나는 힘과 사랑을 모두 활용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두 다리로 걷기를 배우는 것과 같다고 본다. 두 다리로 걷기는 양쪽 다리를 동시에 움직인다는 의미도, 항상 안정된 균형을 유지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오히려 한쪽 다리를 먼저 움직이고 이어서 다른 다리를 움직여야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다. 핵심 비결은 한쪽 다리에 동작을 집중하는 동안 다른 다리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는 허수아비가 걷기를 배우는 장면이 나온다. 허수아비는 처음에는 넘어지고, 다음에는 위태위태하게 비틀거리고, 마침내 걷는다. 힘과 사랑을 활용하여 교착상태에 빠진 사회 상황을 바꾸려 할 때도 이런 세 가지 상태를 모두 볼 수 있다. 힘과 사랑이 분리되어 있으면 넘어지고, 힘과 사랑 중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강하면 비틀거리고, 힘과 사랑이 균형을 잡고 양쪽을 오갈 수 있으면, 그리하여 힘과 사랑이 하나로 통합된다면 능숙하게 걸을 수 있다. 나는 이어지는 세 개의 장에서 넘어짐, 비틀거림, 걸음을 각각의 프로젝트 사례를 들어 설명할 예정이다.

4장 넘어짐



2003년 제네론은 유럽의 한 식품 회사에서 인도 어린이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할 프로젝트를 의뢰받았다. 오늘날 인도는 공중보건 영역에서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5세 이하 인도 어린이 5500만 명 중 43%가 저체중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 정부가 연간 10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데도 별 효과는 없다. 우리는 2004년 초기 몇 달 동안 인도의 병원, 정부 부서, 조사기관, 회사, 비정부기관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어린이 영양실조 상황은 역학적으로, 사회적으로, 발생학적으로 복잡한 문제였다.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문제의 근본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갖고 있었고, 해결책에 대한 생각도 다양했다.

그들은 개인적으로는 박식하고 헌신적이었으나 상호간에 너무 단절되어 있었다. 나는 이들을 진정 통합할 수만 있다면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젝트는 어려웠고, 참여하는 기업 및 정부인사, 시민사회 단체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오해와 불화 때문에 많은 고생을 했다. 2년여가 흐른 뒤 준비가 끝났다. 프로젝트 명칭은 '바비슈야(Bhavishya) 동맹'으로 정했다. 바비슈야는 산스크리스트로 '미래'라는 뜻이다.

바비슈야 동맹에는 사랑과 힘이 넘쳤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핵심 논리는 분열된 것들을 통합하고자 하는 용감하고 진심이 깃든 동력이었다. 하지만 다양한 개인과 조직이 참여하는 만큼 그들 사이의 힘과 역학 관계도 복잡했다. 나는 참가자들이 힘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사랑을 행사하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기획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평적으로 관점들을 공유하고 통합하는 것을 강조하고, 연구팀 내에 경험 많은 선배 팀원들의 전문성과 권위는 소홀히 했다. 팀원 간에 의견 차가 발생하고 갈등이 일어나는 분야도 많았는데, 이는 무엇이 사회변화를 달성할 가능성 있고 적법한 실행 방안인가에 대한 생각이 다른 데서 기인했다.

한편 나는 바비슈야에서 참가자들이 사랑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힘을 행사하는 정반대의 역학도 경험했다. 예를 들어 사회운동가들은 어린이 영양실조에 기업이 관여하는 것을 우려했다. 기업이 제공하는 식품이 수혜자들의 역량을 갉아먹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우려는 이것만이 아니다. 국가, 지방정부, 원조기구 등은 보통 대규모 프로그램을 통해 어린이 영양실조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이런 경우 자연스럽게 해당 지역사회와 가족을 억누르는 '지배하는 힘'을 행사하게 된다는 점이다. 연구팀에 속했던 유엔아동기금 여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정말 지역사회에 도움이 됩니까? 모든 것을 남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비정부조직이 주도하고, 정부가 주도하고, 월드뱅크가 주도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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