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사용 설명서
김현기 외 지음 | 원앤원북스
리더십 사용 설명서
김현기, 김연희, 문권모 지음
원앤원북스 / 2010년 1월 / 282쪽 / 13,000원
부하의 공 가로채기 - 투명한 인사관리 시스템이 중요하다 신제품 영업 전략 기획안을 들고 임원회의에 참석했다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참하게 깨진 강 부장이 부하직원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무슨 일을 이따위로 하는 거야. 누가 고객 세그멘테이션을 지역 기준으로 하자고 했어?" "(휴, 자기가 그렇게 말해놓고…) 그럼 세그멘테이션 기준을 다시 정하고 새로 타깃을 정한 후 그에 따른 영업 전략을 세우면 되는 건가요?" 부서원들이 밤을 새워가며 다시 일한 덕분에 만족할 만한 영업 전략 기획안이 나왔다. 임원회의 결과도 좋았다.
"내가 임원진을 설득해서 일단 기획안대로 진행하기로 했으니까 실행계획을 잡아보도록!" "그럼 저희 기획안이 통과된 건가요?" "저희 같은 소리하고 있네. 새로 만든 기획안이 여전히 지지부진해서 내가 다시 만들어서 보고했잖아!" 띠리리링~ 때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아, 상무님! 제 기획이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입니다. 예전부터 우리 제품 타깃이 10대 학생에만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안타까워서 직장인 같은 다른 소비자군으로 시장을 확대해야 하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걸 이번에 구체화한 것뿐인데요, 뭐." '뭐야, 부장님이 새로 만들어 보고했다더니, 저건 우리가 기획한 내용이잖아!'
강 부장의 사례처럼 뛰어난 성과를 자랑하는 상사들 중에는 부하직원의 공을 가로채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은 부하직원들이 해 놓은 것을 자신의 공적으로 돌리는 무임승차자이며, 결국 부하들이 회사를 떠나게 해 조직을 망하게 한다. "회사 보고 왔다가 상사 보고 떠난다"는 말이 있다. 좋은 회사를 보고 몰려왔던 인재들이 소수의 나쁜 상사 때문에 떠난다면 그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상사의 공 가로채기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다음 5가지 방법을 도입해 보자. 첫째, 투명한 성과관리 시스템을 구축하자. CEO를 비롯한 고위관리자는 중간관리자들이 공을 가로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힘들다. 이때 가장 좋은 대응책은 투명한 성과관리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고위관리자들이 여러 계층의 직원들과 빈번하게 접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은 항상 부지런해야 한다는 진리가 여기에도 적용된다. 둘째, 관리자 평가 기준에 인재 육성 항목을 넣자. 이렇게 하면 관리자들은 부하직원을 자신을 잡아먹을 호랑이 새끼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뛰어난 부하를 자랑하게 된다.
셋째, 조직 내의 위계질서를 완화시켜라. 어떤 CEO가 외국계 기업에서 한국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그 한국 기업에서는 보고서를 만든 팀장 대신에 임원이 보고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CEO는 임원과 해당 팀장이 함께 보고하는 것으로 체계를 바꾸었다. 이후 논공행상에 대한 부하직원들의 불만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넷째, 멘토를 활용한 수평적 의사소통도 중요하다. 보통 공을 빼앗긴 직원들은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다른 부서의 선배를 멘토로 정해두면 직원들이 상대적으로 쉽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조직은 내부의 불만 요소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섯째, 내 탓이라고 말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본의 아니게 부하의 성과를 자기 것으로 했을 때는 '어쩔 수 없었다'라고 모른 체 하기보다는 부하직원을 대신해 윗사람에게 칭찬을 들었다고 용기 있게 말할 필요가 있다. 진짜 공을 세운 부하직원에 대한 칭찬을 잊어서도 안 된다. 해당 직원에게 전후 관계를 설명하고, 합당한 보상을 해주겠다고 약속하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히 이해해 줄 것이다.
감시와 통제 - 직원을 믿고 권한을 위임하라점심식사 후 평소보다 일찍 사무실에 들어온 유 대리의 눈에 자기 자리에 앉아있는 강 부장의 모습이 들어왔다. 몰래 숨어 지켜보니 강 부장이 그의 컴퓨터에서 문서를 이것저것 열어보는 것은 물론 수첩까지 뒤지는 것이었다. "대체 부장님이 왜 내 컴퓨터를 보시는 거지? 그럼 그동안 내가 없을 때마다 저렇게…?" 그날 이후 그는 자리를 비울 때 컴퓨터 전원을 끄는 버릇이 들었다.
그날 이후 또 다른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강 부장이 유 대리를 사사건건 호출하는 것이다. "유 대리, 신제품 매출 보고서는 어떻게 됐어?" "지금 하고 있습니다." "가져와 봐." "아직 3일이나 남았는데요? 아직 완료하지 못했습니다만…." "그러니까 그동안 한 걸 보여달란 말이야. 어떻게 하고 있는지 진척 상황을 보고하라고!" "그… 그걸, 왜?" "나중에 엉뚱한 보고서 갖고 오면 나만 골치 아프니까 하는 말이야. 내일부터는 하루 한 번씩 중간보고를 하도록 해!"
강 부장의 사례를 보면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스>가 생각난다. 이 영화에는 매서운 눈초리로 감시하는 공장 감독자와 그의 통제를 받으며 기계처럼 일하다 정신병원에 가게 되는 주인공 찰리가 등장한다. 우리나라 기업현장에 가보면 지나치게 부하직원을 다그치거나 업무 수행 정도를 체크하는 상사가 의외로 많다. 실제로 많은 부하직원들이 이 때문에 마음고생하면서 지쳐가고 있다. 이들은 일하고자 하는 열망을 잃으며, 자신의 잠재적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의 성과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제 우리도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세련된 통제 메커니즘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자율이 넘치는 기업이 되기 위한 5가지 포인트를 살펴보자. 첫째, 모르는 척 놔두는 것이 좋다. 지나친 통제 중심의 리더십은 부하직원의 창의성을 제한하고, 이들이 스스로 계획을 세우면서 주도적으로 일할 기회를 박탈한다. 때로는 모르는 척 부하직원이 시행착오를 겪도록 내버려두어야 할 경우도 있다. 여러 학습 방법 가운데 경험을 통한 학습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둘째, 나서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상사는 '부하직원이 하는 일이 잘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줘야 할까?'를 생각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스스로에게 '내게 정말로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할 것을 권한다. 일의 진행에 방해가 된다면 굳이 개입할 필요가 없다.
셋째, 업무에 관여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언제인지를 알아야 한다. 과제 해결이 긴급하거나 업무 절차가 불명확할 때 또는 업무 내용이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클 때는 상사는 부하직원의 일을 자주 모니터하고 이끌어 줄 필요도 있다. 반면 창의적 업무는 상사와 부하직원이 목표를 공유하되 세부사항은 부하직원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에도 상사는 부하직원의 고민을 들어주고, 그가 올바른 방향을 나아가도록 이끌어줄 책임이 있다.
넷째, 인내 비용을 견뎌라. 리더는 구성원들이 성과를 창출해 낼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한다. 빠른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는 자신이 하던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이를 참지 못하고 구성원들의 업무에 개입하는 순간 구성원에 대한 자율성 부여는 불가능해진다. 다섯째, 통제가 아닌 지적 자극을 주어야 한다. 이 시대의 상사들은 더 이상 통제가 아닌 지적 자극으로 직원들을 동기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창의적이라 불리는 기업은 업무시간에 딴 짓을 허용하는 등 느슨해 보인다. 하지만 리더가 부하의 행동을 감시하거나 통제하지 않더라도 이들 기업의 구성원들은 다른 회사 직원보다 더 자기계발에 열심이다. 실력이 있어야 인정받는 분위기 때문이다.
공사 구분 - 프로페셔널의 기본 중 기본이다새벽 2시 무렵 곤히 자고 있는 일만해 주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그는 잠결에 강부장의 휴대전화 번호임을 확인하고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화벨 소리에 결국 일어나고 말았다. 전화기 너머로 술이 취한 강 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일 주임, 지금 급한 일이 있는데 00동으로 빨리 와. 지금 당장!" 일 주임이 도착한 곳은 어느 단란주점. 그를 본 강 부장은 대뜸 자신의 자동차 열쇠를 던졌다. "부장님,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러시면 좀… 그냥 대리기사 부르시죠." "내가 대리기사한테 차 못 맡기는 거 알면서 왜 이래? 옜다! 만 오천 원! 대리 요금 줬으니까 됐지? 자, 이제 그만 가자고! 딸국~." 그렇게 술에 취한 강 부장을 집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니 시간은 새벽 4시. 아침이 되어서야 깜박 잠이 든 그는 결국 지각을 하고 말았다.
공과 사를 구분하는 것은 프로의 세계에서 기초 상식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직장인, 특히 가장 프로다워야 할 리더들 중에 아직도 기본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많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사 불분명 유형에는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좀도둑형이다. 회사의 일과 상관없이 근무시간에 사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 다른 하나는 파렴치형이다.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하직원에게 개인적 부탁이나, 심지어는 사적 심부름까지 시키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서구 기업보다 우리나라 기업에 더 많다. 상하간의 위계질서와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 때문이다.
공사 구분이 잘 안되면 단순한 시간 및 노동력 손실 외에도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 우선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지고 회사의 성과 중심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 직원들의 만족도와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직원들이 업무와 상관없는 일로 시간을 뺏기면 자존심이 상할 뿐 아니라 일과 조직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인재 유지와 채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흔히 공사 구분에 능한 직원들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은 이에 관한 강력한 규정이나 처벌 조항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한국 MS 인사부 최문수 상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MS는 규정이 아니라 원칙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공사구분은 명문화 자체가 필요 없을 정도로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구체적인 처벌 조항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공사 구분을 못하는 사람은 유무형의 불이익을 받습니다." 만일 조직 차원에서 리더들이 공사를 구분하는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 신경 써야 할 제도적 접근 방식이나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면 MS의 관행이 도움이 될지 모른다. MS에서 활용하는 몇 가지 사례를 한번 만나보자.
첫째, 피드백 문화의 활성화다. 이는 일년에 2번 실시하는데 부하직원이 익명으로 본인의 상사에 대한 설문에 응답한 결과를 차상급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둘째, 조직건강도지수(workgroup health index) 조사다. 매년 전 세계 MS사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답변 문항은 65개다. 조사 참여자들은 상사와 동료, 부하직원과의 관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응답해야 한다. 셋째, 퇴사자 인터뷰다. 회사를 완전히 나가기 전에 일반직원은 3번(직속 상사, 차상위 상사, HR 담당자), 임원은 4번(일반직원의 인터뷰에 사장 면담 추가)의 인터뷰를 거쳐야 한다. 넷째, 360도 피드백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다만 이것은 문제 인물을 찾아내기보다 조직원 모두가 피드백을 공유해 서로의 강점을 확인하고 개선점을 찾는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효과가 커진다.
무개념 부하직원 - 좋은 팔로어십은 미덕이 아닌 필수다"조아라씨, 무슨 일을 이렇게 건성으로 하는 거야? 영업 실적 분석에 지역별, 성별, 연령별 분석 자료는 하나도 없잖아." "무슨 말씀이세요? 전 시키시는 대로 했을 뿐인데요. 그런 식으로 세분화하라는 말씀은 안 하셨잖아요.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을 하시던가요." "아라 씨, 입사한 지 벌써 일 년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우리 부서 보고서 본 적도 없어? 보고서 기본양식이 있잖아. 당연한 것까지 일일이 이야기해줘야 하나? 퇴근 전까지 다시 제대로 해와!"
"저도 드릴 말씀이 있어요. 과장님은 왜 과장님 일을 저한테 떠넘기시는 거죠?" "뭐라고?" "부장님이 과장님한테 시키신 일이잖아요. 그런데 왜 저한테 시키시냐고요!" "조아라씨, 여기는 회사야. 나이도 어린 친구가 윗사람한테 꼬박꼬박 말대꾸하는 건 대체 어디서 배웠어?" "그만 됐습니다. 할게요. 할테니깐 관련 자료나 좀 찾아주세요." 이쯤 되자 할 말을 잃은 나 과장은 부글부글 끓는 속을 주체하지 못하고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조아라 사원은 다른 직원들이 과장의 눈치를 살피는 동안 자리를 비웠다가 돌아왔다. 그녀는 퉁퉁 부은 눈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온몸으로 발산하고 있었다.
아무리 리더가 좋은 리더십을 발휘하려 해도 나쁜 팔로어십이 걸림돌이 되는 때가 있다. 나쁜 부하직원들도 나쁜 상사 이상으로 조직과 동료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시키는 것 외에는 잘 하려 들지 않거나, 자기 잘난 맛에 리더나 동료를 은근히 무시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들은 조직의 분위기와 업무 의욕, 성과를 저해하는 존재들이다. 이기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직원도 팔로어십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다. 좋은 팔로어십은 리더는 물론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도 반드시 보여야 할 기본적인 에티켓이다. 기업 조직 안에서 대부분의 업무는 팀워크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건전한 팔로어십을 키우기 위해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첫째, 개인별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라. 기본적으로 직무기술서에 기반을 둔 R&R(role & responsibility,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하는 활동이 중요하다. 둘째, 기본기 교육도 충실히 할 필요가 있다. 요즘 기업들을 보면 신입사원에게 직장생활의 원칙, 회사의 색깔, 조직과 구성원의 관계 등을 먼저 가르치지 않고 당장 현업에 투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관행은 조직의 장기적 성과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업그레이드하라. 먼저 리더는 자신의 커뮤니케이션이나 리더십 유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신은 육성형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지시형 리더십을 펴는 사람들이 꽤 있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가 원하지 않을 때 조언을 하거나 자기 방식을 은연중 강요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상사는 부하직원들의 심리적 동인과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정당한 지적이나 조언을 간섭이나 참견으로 받아들이는 심리의 근저에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 보호 본능이 숨어 있다. 상사가 이러한 심리적 배경을 알고 나면 어떻게 이들을 이끌어야 할지 방향을 잡을 수 있다.
회식! 다양한 문화의 장으로 바꾸자"대체 회사를 뭘로 보는 거야! 팀워크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인간들한테 내가 뭘 기대하겠어!" "어제는 선약이 있어서…." "선약? 회사원이 회사 일보다 더 중요한 선약도 있나? 회식도 업무의 연장이라는 거 몰라?" 어제는 강 부장이 회식을 주도한 날이었다. 퇴근 무렵 느닷없이 날아든 회식 제안에 조아라 사원은 학원수업을 핑계로 도망갔고, 유부단 대리는 집안에 제사가 있다면서 회식에 불참했다. 강 부장은 자신이 주도한 모임에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분풀이를 아침부터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자, 일단 지난 일은 됐고, 오늘 다시 회식!" "저, 오늘은…." "왜? 더 할 말이라도 있어?"
1차 회식 장소는 강 부장의 단골 삼겹살집이다. 직원들은 누런 기름기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벽지를 볼 때마다 식욕이 싹 사라지는 느낌인데 소주와 맥주로 만든 폭탄주가 고기가 익기 전부터 돌기 시작했다. 강 부장은 늘 얼마나 술을 마셨는가에 따라 충성도를 확인한다. 2차 장소는 어김없이 맥주집이다. 술이 거나하게 오른 강부장의 대화 점유율은 95%를 넘어가기 시작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이다.
"유 대리, 자네 표정을 보니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아. 할 이야기가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해 보라고. 불만이나 건의사항 같은 거 말이야." "아닙니다. 불만은요, 무슨." 굳게 입을 다문 직원들은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드디어 3차 노래방이다. 마이크를 독차지한 강 부장은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다른 직원들은 기계적으로 박수를 쳤다. 이 와중에 조아라가 임 주임에게 살짝 속삭였다. "부장님, 혹시 부부 싸움한 거 아닐까요? 집에 들어가기 싫으니까 우리들까지 이렇게 붙들고 있는 것 아니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