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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처럼 말하고 강호동처럼 행동하라

서병기 지음 | 두리미디어
유재석처럼 말하고, 강호동처럼 행동하라

서병기 지음

두리미디어 / 2008년 7월 / 259쪽 / 10,000원



유재석, 한발 물러나 세심하게 배려하라



시행착오는 도약의 밑거름


유재석은 대한민국에서 거의 전 세대에 걸쳐 사랑받는 예능 MC다. 그가 진행하는 주간 프로그램은 무려 4~5개로 거의 살인적인 일정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어느 누구도 이렇게 많은 프로그램을 겹치기 진행한 스타는 없었다. 그런데도 아직 그의 진행을 식상해 하지도 않고, 싫어하는 사람도 별로 없다. 오히려 앞으로 더 롱런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유재석이 1991년 제1회 'KBS 대학 개그제'로 연예계에 입문한 후 17년 동안 쌓아 온 그 무엇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사실 유재석에게 항상 좋은 이야기만 나온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을 많이 맡았다는 죄(?)로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무한도전>을 제외한 몇몇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유재석이 과도하게 겹치기 출연해 프로그램의 신선함과 참신성이 사라지고 진부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기 복제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무한도전>에서의 맹활약으로 '역시 유재석'이라는 찬사를 불러일으켰다. 따지고 보면 유재석에 대한 비판이나 찬사는 모두 그의 높은 인기를 반영한 현상이다.

유재석의 'MC 파워', 그는 어떻게 사람들의 관심과 지지를 한 몸에 받을 수 있었을까? 유재석은 지석진과 함께 <서세원의 토크 박스>를 통해 부각됐다. 말 개그는 그의 특기 중 하나다. 말 개그도 처음부터 타고난 게 아니라 노력형에 가깝다. 초창기 <연예가 중계> 리포터 시절, 유재석은 말을 더듬는 실수를 반복했다. 방송에서도 초기엔 카메라 울렁증이 심했고 무대 공포증까지 겪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땀을 뻘뻘 흘리며 연예가 소식을 전하던 그를 애처롭게 쳐다보던 MC 임백천의 모습이 요즘도 자료 화면으로 인터넷을 돌아다닌다. 유재석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배려, 마음을 얻는 가장 큰 열쇠

유재석의 진행 스타일은 타인을 배려하는 겸손 개그다. 그래서 '배려형 MC'라고들 말한다. 물론 출연자에게 약간의 면박을 주긴 하지만 빈틈이 있어서 번번이 상대의 반격을 허용한다. 이때 출연자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들 한마디씩 하다가 이내 소란스런 분위기로 바뀌고 만다. 요즘 오락물의 웃음과 재미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출연자들의 캐릭터도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구축된다. 유재석은 겸손과 배려라는 덕목으로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했다.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남보다 앞서 가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 사회에, 유재석의 '배려형 리더십'과 '서번트(섬김형) 리더십'은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더 높이 날 수 있다는 교훈을 던져 준다. MBC 예능국 고재형 책임 프로듀서의 말대로 유재석은 게스트와 출연진을 편하게 해 줘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최대한 살려 주는 예능 MC다.

유재석은 말에 강하다. 방송 사고가 날 염려가 전혀 없을 정도로 언어 순화가 잘 돼 있고 깔끔한 화술을 갖고 있다. 게다가 자신을 낮출 줄 안다. 하지만 이런 몇 가지 능력만으로는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없다. 자칫하면 무슨 무슨 척한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재석은 깔끔한 화술에 호감 유머를 적시에 찔러 넣을 수 있는 재치를 겸비했다. 이영애가 게스트로 출연한 2007년 5월 <무한도전> 방송은 그런 유재석의 역량이 잘 발휘됐다. 유재석은 이날 이영애와 CF 촬영장에서 자신의 코디네이터가 조명기를 넘어뜨리면서 소란이 벌어지자 "죄송합니다. 우리 코디가 CF가 처음이라"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유재석의 역할을 농구로 따진다면 '가드'다. 가드의 볼 배급을 받지 못하면 아무리 유능한 골게터도 슈팅을 시도할 수 없다. 유재석은 슈팅 폼이 희한한 선수들에게까지 일일이 볼 배급을 해 주는 배려형 명가이드다. 가드가 욕심을 내 자신도 포인트를 올리려고 자주 슈팅을 날리게 되면 포워드가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 하지만 유재석은 다섯 선수들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이들의 득점을 도와줘 팀 전체가 살아나게 해 준다.

격의 없이 어울리는 리더

요즘 팀장은 팀원들이 어려워하는 존재가 되면 안 된다. 팀원을 부려먹기만 하는 팀장, 자기 주장만 내세우는 팀장, 다가가기 어려운 팀장의 이미지로는 팀원들로부터 외면 내지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팀원들과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정말 격의 없이 어울릴 줄 알면서도 원활하게 업무를 조절하고 끌고 갈 수 있는 '형' 같은 팀장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의 팀장을 우리는 유재석에게서 볼 수 있다. 유재석은 프로그램을 끌고 가는 메인 MC지만 항상 게스트와 함께 어울린다. 그냥 형식적으로 어울리는 게 아니라 게스트와 똑같은 수준에서 논다. <무한도전>에서는 다섯 멤버 못지않게 지질하게 놀면서 상황을 정리해야 할 때는 바로 분위기를 바꿔 깔끔하게 매듭짓는다.

웃음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권위를 무너뜨려야 한다. 이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2가지 유형이 있다. 남을 무너뜨리는 유형과 자신을 무너뜨리는 유형이다. 유재석은 후자다. 그래서 그의 진행 스타일을 일러 '겸손 MC'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MC를 맡게 되면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을 때가 많을 것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속한 조직, 자리에서 돋보이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유재석은 진행자로서 이런 강박을 떨치고 상황에 따라 진행자와 게스트의 경계를 허물어 한데 어울린다. 자신을 망가뜨림으로써 웃음의 소재를 기꺼이 제공한다.

* 사람과 사람, 사람과 조직의 모든 관계는 대화에서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인 관계가 원만하거나 조직을 잘 통솔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말을 조리 있게 잘 한다는 것이다. 좋은 화술은 관계의 폭을 넓히고 더 돈독하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말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뛰어난 화술보다 더 강력한 것은 상대의 마음을 북돋울 수 있는, 배려가 담긴 말이다. 비난과 질타보다 칭찬과 배려의 말이 호감을 준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상대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듣기 좋은 소리만 하거나, 모리배처럼 임기응변에만 능해서도 안 된다. 표면적인 예의는 상대의 마음을 더 불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은 마음의 표현이다. 단지 겉치레에 그친다면 아무리 좋은 말을 해 줘도 진심 어린 배려로 와 닿지 않는다. 유재석은 웃음을 만드는 개그맨인데도 남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지 않는다. 너무 정제된 말만 하면 재미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지만, 자신이 망가질지언정 남을 비방해 웃기지는 않는다. 유재석의 이런 배려형 개그는 어느 한순간에 콘셉트로 탄생한 것이 아니라, 10년 이상 실전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로 계발된 것이다. 누구나 자신과 잘 어울리는, 세심하고 배려 담긴 화법을 구사하면 대인 관계에서, 직장에서, 인생에서 성공하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지극히 평범하고 어찌 보면 소심해 보이기까지 하는 유재석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도, 그의 개그가 겸손과 배려, 친절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은 조직 안에서도 팀원들과 잘 융화하며, 팀원과 잘 융화하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유재석처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려형 화법'을 터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건 상대의 관점에서 현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이 돼 보라는 뜻이다. 만약 당신이 팀장이라면 '어떻게 하면 모든 팀원이 제 역할을 잘 발휘하고, 골고루 기회를 나눠 가지며 성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 보자. 사원이라면 동료와 상사의 사소한 일까지도 말로나마 챙기고, 아침에 건네는 인사 한마디에도 관심을 담아내자. 배려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언제나 사소한 것에서 시작해 상대의 가슴에 큰 물결로 남는다.

강호동, 최강 팀워크를 만드는 세심한 리더



꼬리표는 떼라고 있는 것


강호동은 경남 진양의 이반성이라는 한 시골 마을의 평범한 가정에서 2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씨름을 위해 합숙 생활을 했고. 프로 팀인 일양약품에 입단해 열아홉 살에 백전노장 이만기 선수를 눌러 천하장사가 됐다. 하지만 그는 바로 은퇴를 선언하고 1993년 연예계에 데뷔했다. 당시 이경규가 강호동의 방송계 입문을 권유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경규는 피디에게 강호동을 소개시켜 주며 강호동이 방송에서 뜨지 못하면 자신이 은퇴하겠노라고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그는 당시 강호동을 봤을 때 60퍼센트 정도는 성공 가능성이 보였다고 했다. 그러나 씨름계에서 강호동의 연예계 데뷔를 워낙 반대해 더 강력하게 강호동의 성공 가능성을 피력했다고 했다.

강호동은 예능 프로그램의 톱 MC가 되기 힘든 조건을 지녔다. 강한 경상도 악센트에 소리를 지르는 듯한 발성은 정확한 발음을 구사해야 하는 MC로서는 중대한 결격 사유가 된다. 하지만 이제 경상도 사투리와 큰 목소리는 강호동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뿐 아니라 강호동은 덩치가 크고 힘이 세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위압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실제 오락 프로그램 MC 초기만 해도 큰 덩치로 참가한 연예인들을 괴롭히거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콘셉트를 구사하기도 했다. 아마 이런 모습을 쭉 이어 갔다면 단명할 수밖에 없었을 텐데, 그는 눈치 채지 못하게 조금씩 콘셉트를 바꿔 시청자들의 비판과 편견을 피해갔다.

게다가 강호동은 '시골 사람' 이미지를 참 잘 활용한다. 유재석이 하면 민망할 모습도 강호동이 하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강호동은 아무리 민망한 구애를 해도 용납된다. 없는 기술을 억지로 만들어 보여 주려 하지 않고, 원래 모습을 특기로 활용하는 강호동의 방식은 '기획의 승리'라고도 할 만하다. 약점이 많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도전하는 정신, 또 도전 과정에서 자신의 약점들을 고치고 매력으로 바꿔 나가는 게 강호동의 최대 장점이자 성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먼저 다가가는 리더가 사람을 얻는다

강호동은 지상파 3사 방송국에서 가장 차별화가 잘 돼 있는 MC다. 현재 프로그램 3개를 진행하는데 프로그램마다 개성과 특성이 모두 다르다.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대세라고 해도 실은 가짜 설정이 어느 정도 가미된다. 연예인, 소위 '선수'들끼리는 말을 하지 않아도 웃음의 포인트를 찾고 방송 분량을 맞춘다. 하지만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방송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인들이 주연으로 출현하고, 반대로 연예인들이 이들의 재능에 박수를 쳐 주는 조연으로 등장한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한 일반인들이 웃겨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데다 방송 매커니즘 자체에 아예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에 '날 것 그대로의 에너지'가 분출된다. 가짜 설정이 없는 100퍼센트 리얼 버라이어티인 것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은 재능 있는 일반인 출연자들을 상대로 몸을 아끼지 않는 진행을 펼친다. 그는 일반인들을 편안하게 해 주고 연예인 패널과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재미를 만들어 낸다. 무대가 낯선 일반인 출연자들이 재주를 최대한 뽐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출연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아이가 나오면 무릎을 꿇고, 필요하면 아예 드러누워 버리는 등 어떠한 자세도 취해 준다. 사실 예능물을 전문으로 하는 연예인들은 일반인과 프로그램을 같이 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일반인들은 예측불허의 행동을 하기 때문에 연예인들이 돌발 상황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호동은 다양한 배경의 출연자들, 가난한 사람부터 잘사는 사람, 세 살 어린 아이부터 여든 할아버지까지 정말로 다양한 일반인을 상대로 몸을 아끼지 않고 파트너가 돼 준다.

현장형 팀장, 강호동

사회에서 강호동 같은 스타일은 현장형 팀장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실 팀장이 되어 부하 직원들을 이끌고 최고의 성과를 올린다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팀원들 뒤차다꺼리에 이젠 지친다.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으면….", "차라리 팀원으로 돌아가고 싶다.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개가 아니니 원." 한국의 팀장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볼멘소리를 자기도 모르게 내뱉었을 것이다. 팀원이었을 때는 말도 잘하고 협상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추진력까지 갖춘 유능한 사람도, 팀장이 되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기 일쑤다. 팀원들은 자신이 맡은 일만 충실하면 되지만, 팀장은 팀원 모두가 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일의 능률을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1박 2일>을 이끌어가는 강호동은 팀장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했다. 강 기자는 "조직의 상층부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말단 직원들과 어울리며 때로는 대폿잔도 기울일 줄 아는 서민적인 리더가 강호동 식이다. 자칫 현장에 너무 동화되다 보면 리더의 본업을 잊어버리는 위험성이 있기는 하지만, 강호동의 첫인상처럼 타고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면 이러한 단점도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강호동은 끊임없는 노력 끝에 자신의 단점을 매력으로 바꿔 냈다. 험상궂은 외모와 경상도 억양은 진행자가 되기에 악조건이었지만 그런 단점을 오히려 적절히 극대화시켜 자신만의 개성으로, 더 나아가 프로그램의 특색으로까지 창출했다. 이런 '위기 전환'은 어떻게 가능할까? 강호동은 끊임없이 연구하는 유형이다. 자신의 전부를 개혁하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특징은 그대로 살린 채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리노베이션' 유형이다. 그래서 강호동의 진행 스타일은 초창기와 현재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다르지만, 조금씩 변화시켜 나갔기 때문에 표시가 잘 나지 않는다. '승자독식'이라고 하지만 정상에 오른 후에는 자신의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나눠 줄 줄 아는 포용력도 가졌다. 후배들을 관찰해 각각의 특성을 찾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1박 2일>에서 강호동이 "승기야!", "몽아!" 하는 것은 호칭이 아니라 일종의 연기다. 후배들이 부각될 수 있는 지점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다. 강호동은 멤버들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각종 시도를 하다가 이거다 싶으면 밀어붙인다. 다섯 명의 후배들에게 업무와 권한도 적절하게 위임하고 있다. 사실 팀원들의 숨겨진 재능을 찾는 일은 리더의 중요한 덕목이다. 요즘 팀장은 업무 능력보다 인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자질로 평가된다. 개개인의 능력은 뛰어나지만 이를 조화롭게 통합할 수 있는 인물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경규, 변화의 속도까지 읽는다



썩어도 준치, 시간이 흘러도 빛난다


그는 일반 스타와 다른 행보를 걸었다. 보통 오락 프로그램에서 스타로 뜨면, 한동안 겹치기 출연을 일삼다 어느 순간 불러주는 데가 없게 돼 슬럼프에 빠지는 게 일반적인 코스다. 그러나 이경규는 이런 열악한 오락 프로그램의 매커니즘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 그는 어느새 정상 자리를 김용만이나 신동엽, 유재석, 강호동, 김제동 등에게 살짝 넘겨주고 자신은 '주연 같은 조연'을 맡고 있다. 역할이나 비중 면에서는 밀려나는 듯 보이지만 파워는 그다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스타가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과정이 참 보기 좋다. 특히 나이 들어감에 따라 역할 변경을 시도함으로써 권력화에서 비껴 난 모습도 신선하다. 카리스마가 강하다는 평가가 어느새 독재자처럼 행동한다는 말로 바뀔 수 있는 자리가 한국 오락 프로그램의 MC이기 때문이다. 이경규는 이런 고민의 해법을 전성기였던 1998년 감행한 일본 유학에서 어느 정도 찾은 듯하다.

악착같이 일해도 즐기는 사람 못 당한다

일상적인 소재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려면 상당히 디테일해야 한다. 이경규는 개그의 소재를 어디서 얻는 것일까? 억지로 머리를 쥐어짜는 것은 안 한다고 한다. 굳이 새롭고 특별한 개그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사색을 많이 한다. 나이답지 않게 상상을 즐기기도 한다. 낚시를 자주 가는 것도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낚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스포츠 피싱이 아니라 대낚시로 붕어를 잡는, '기다리는 낚시'다. 책과 신문도 대충 본다고 한다. 다른 오락 프로그램도 충실히 보지 않는다. 남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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