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항해
마이클 에브라소프 지음 | 흐름출판
용감한 항해
마이클 에브라소프 지음
흐름출판 / 2009년 4월 / 252쪽 / 12,000원
1장 어기여차!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 열정에 불을 지피는 '새내기 환영' 방법 해군사관학교에서 배운 대로 발령을 받자마자 나는 함장에게 편지를 써서 내 자신을 소개하고 군함에서 맡을 임무에 대해 물었다. 사관학교 친구들은 모두 자신이 근무할 배의 함장에게서 성의 넘치는 답장을 받았지만, 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 한 달이 되고, 한 달이 몇 달로 넘어가자, 내가 뭔가 말을 잘못해 함장의 눈 밖에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답장을 받지 못한 채 발령받은 군함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무도 내 발령에 대해 모르는 눈치였다.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함장을 만나 내가 보낸 편지를 받았냐고 묻자 함장은 "받았네. 여기 우편함에 있지"라고 대답했다. 편지를 읽긴 했지만 귀찮아서 답장을 안 했던 것이다. 누구의 환영도 받지 못한 채 앨버트 데이비드 호에 승선했던 그날 나는 귀한 교훈을 얻었다.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는 교훈 말이다.
그 뒤 벤폴드 호 함장이 되었을 때 나는 새내기 해군들이 내가 앨버트 데이비드 호에서 받았던 푸대접을 받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새 장교들이 배정되면, 난 그들이 편지를 보낼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내가 먼저 승선을 환영하는 편지를 보냈다. 편지를 보낼 때는 어떤 보직을 원하는지도 물었고, 다음 몇 달간의 일정도 말해주었으며, 샌디에이고 기지나 우리의 정박 항구, 그리고 인근의 숙박 시설 현황에 대해서도 정보를 한아름씩 보내주었다. 또, 우리 군함의 좌우명인 "용감하게 전진하라"가 적혀 있는 벤폴드 호 범퍼 스티커와 벤폴드 호 야구모자도 보내주었다.
대학교에 입학하든, 시민 단체에 들어가든, 아니면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든, 그곳의 첫인상이 그 뒤에 이어질 날들을 예견하게 한다. 질서 있고 정돈되고 세세한 데까지 신경 썼다는 인상을 받으면, 그 곳이 어떤 곳이며 자신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감이 잡힌다. 하지만 부주의하고 지저분하고 무심한 구석이 있으면, 선뜻 그곳에 융합되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리더는 신입사원이 제대로 된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고 확신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신입사원 채용은 회사에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또한 구직자의 욕구보다 자신의 욕구를 더 생각하는 관리자에게는 절대 채용을 맡겨서는 안 된다. A등급 사람들은 A등급 사람들을 채용하지만, B등급 사람들은 C등급 사람들을 채용한다. 채용은 지속적인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즉, 그들이 떠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채용 과정은 거기서 바로 끝나버린다. 그런 방치와 태만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은, 직원들을 편안한 분위기에서 생산적으로 일하게 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 예로 만일 어떤 기업이 전도유망한 신입사원을 잃고 다시 사람을 채용한다면, 새사람을 교육하느라 두 배의 시간을 쓰게 되고, 교육을 맡고 있는 관리자는 같은 교육을 반복하느라 골치를 앓을 것이다. 아무튼 신입사원을 첫날부터 잘 관리하고 그 관리를 멈추지 않는 것이 고용주 측에서도 유익하다. 즉 채용된 사람들이 순조롭게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하고, 그들의 손에 적절한 안내 지도도 들려주고, 그들의 열정에 불을 붙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 그 다음에는 그들이 자신의 한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고무하고 자극해야 한다.
2장 일어나, 기량을 펼쳐 봐! - 최고의 역량을 끌어내는 '동기 부여' 원칙기업이 시장의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업 내의 모든 사람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역량을 발휘한다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 그들이 형편없는 사람들이어서가 아니다. 그저 그들을 자극하고 영감을 불어 넣어줄 역할 모델이 없었을 뿐이다. 아니면 주변에 성취동기가 높은 사람을 냉소하는 친구들이 많아 그저 최소한의 노력으로 그럭저럭 일하는 데 만족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리더는 이런 사람들에게 역량 발휘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그들이 자기 인생에서 그것을 경험하고 싶어하도록 자극해야 한다. 주인의식을 갖게 만들고, 조직이 성공하면 자신에게 어떤 이익이 돌아올지 알게 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다.
벤폴드 호가 그 증거다. 벤폴드 호에 배치된 장병들은 해군 인사국에서 무작위로 골라 보낸, 해군이라는 큰 조직의 표본이다. 충실하고 근면한 사람들이긴 했지만, 누구도 삶의 사다리 위쪽에서 인생을 시작하지는 않았고, 사병 중에는 고등학교 교육만 마친 이들이 많았다. 대부분은 해군을 바깥세상에서 좋은 직장을 얻을 발판으로 보았고, 그래서 무작정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첫눈에 봐도 이 병사들은 전도유망한 재목이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나 알듯이, 첫인상은 착각일 수 있다. 특히 인간의 잠재력을 판단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일은 모두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자신감을 심어주고, 그들이 하는 모든 일(하수구 관리 일을 포함해)을 존중하고, 해병들 간에 신뢰를 쌓게 하고, 각자가 군함의 성공에 한몫을 하게 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게 하고, 전속력으로 앞을 향해 달려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서로에게 숨어 있는 발군의 역량을 발견하기 위해 함께 고민해서 생각해낸 전략들 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자유롭게 움직이되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하라 : 권한을 위임받는다는 것은 경영상의 한 분야를 맡고 그 분야에서 의사 결정권을 갖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권한 위임은 위임받은 사람이 권한의 한계를 이해하고, 절대 그 선을 넘지 않을 때만 효과가 있다. 참고로 군함이 바다에 있을 때 함장은 복무규정에 야간 업무 지시를 더하여,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강조한다. 예로 매일 밤이 되기 전에 함장은 날씨나 다른 배들의 진행 방향, 설비 고장이나 인력 변동 같은 변수들을 고려해 복무규정을 약간 조정해서 몇 가지 지시를 하는데, 장병들은 군함을 조종할 권한을 위임받지만, 반드시 정해진 항로를 따라가야 한다.
② 벼랑 끝에 몰지 말고 기회를 주어라 : 벤폴드 호에서 나는 항상 팀을 먼저 훈련시켰고, 일단 팀 훈련이 끝나면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찾아 보완 훈련을 했다. 즉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는 모두가 모여 훈련의 목표는 무엇이며 각자의 능력이 목표 달성에 어떻게 일조하는지 이야기했고, 훈련이 끝나면 평가와 비판을 하고 모든 목표가 달성되었는지를 살폈다. 또한 각자가 자신만의 목표를 성취했는지도 살폈다. 만일 전체 팀과 관련이 없는 비판이 나오면, 그 비판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골라내어 집중적인 교정 훈련을 함으로써 한 팀으로 움직일 때 모두가 완벽하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③ 부하 직원 앞에 놓인 장애물을 치워주어라 :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은 여러 방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가령, 해군의 연말 평가는 상대 평가라, 동료 장병들과 비교해 순위를 매겨야 하는데, 이런 평가 방식은 경력에 해가 될 수도 있고 경쟁심만 조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내 장교들과 상사들에게 분기별로 피드백을 주어 혹독한 연말 평가를 받기 전에 문제를 쉽게 교정하도록 도왔다.
④ 일을 잘하면 받게 되는 보상을 정확히 설명하라 : 벤폴드 호 함장 시절, 나는 우리가 제대로 일하면 그 보상으로 자기 일정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나는 장병들에게 금요일 아침까지 모든 유지 관리 업무들을 끝내놓으면, 오후에는 배를 떠나 집으로 가거나 개인 일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런 식으로 바다 위에서의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예로 우리는 석 달마다 바다에서 27일을 보내며 모든 시험을 통과할 때까지 여러 훈련을 해야 했는데, 나는 우리가 시험을 보다 빨리 통과하면 바다에서 21일이나 24일만 소요하고 항구로 돌아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을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3장 더 이상의 예스맨은 필요 없다 - 위험하지만 보약이 되는 '진실 말하기'군 역사는 지휘자가 잘못된 정보를 성급히 믿는 바람에 패배한 사례들로 점철되어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역사이래 나쁜 소식을 전하는 전령들은 목숨을 잃거나 적어도 자리를 잃게 되리라는 두려움 때문에 나쁜 소식 전하기를 피했는데, 이 페르시아 전령 증후군(실패 그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실패의 소식을 전한 전령을 탓하는 행위)은 전령을 죽이면 나쁜 소식도 따라 사라지리라고 착각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하지만 그런 행동이야말로 리더를 죽인다. 왜냐하면 종국에는 자신이 듣길 거부했던 그 진실에 의해 파멸되고 말기 때문이다.
실패하는 리더는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노래하는 예스맨들에게는 보상을 하고 사태를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벌을 주곤 하는데, 그런 리더는 훌륭한 사람조차 진실을 말하길 두려워하고, 상사가 원하는 대답이라면 무엇이든 하게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참고로 이라크 공격에 신속히 나섰던 부시 정부는 공격 결정을 지지하는 사실들에만 귀를 기울였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이 자신의 목적 때문에 상황을 단순화시켰고, 딕 체니 부통령과 보좌관들이 정보부에 압력을 넣어 이라크 전쟁을 정당화할 승전보를 조작했다고도 하는데, 내막은 알 길이 없다. 이라크 전쟁은 진실이 아니라 소망에 의한 결정이 재앙을 불러온 가장 최근의 사례일 뿐이다.
내가 해군에 있을 때, 한 재능 있는 지휘관은 진실만을 말하는 순교자로 유명했다. 한번은 그가 한창 브리핑을 하는데, 제독이 사태를 파악하지 못한 어떤 말을 했다. 그는 사태를 오해한 제독이 결과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불러올 명령을 내릴 것을 걱정해, 아주 정중하게 말했다. "제독님, 그 생각은 옳지 않습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반대 의사에 부딪친 데 진노해 제독은 함장 후보자 목록에서 그의 이름을 지워버렸고, 제독이 진급 권한을 갖고 있었던 다음 두 해 동안 그의 승진은 답보 상태에 빠졌다. 그 뒤 제독이 퇴역했을 때에야 해군은 마침내 그에게 군함을 내주었다. 그 사건이 전하는 교훈은 간단했다. 진실을 말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 밑에서 일할 때 진실과 사실만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배웠는데, 그는 뭔가를 연구하거나 조사하라고 지시할 때 속내를 비치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하면 예스맨들이 왜 그가 옳은지 구구절절이 나열한 보고서를 들고 와 합창을 할 테니까. 그래서 그는 절대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았고, 보고가 끝난 뒤에는 사실을 요약하고 자신이 놓친 것이 있는지 물었다. 보고자가 없다고 대답하면, 그는 간략히 찬반양론을 점검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들을 열거한 뒤 다시 빠뜨린 것이 없는지를 물었다. 그런 후에야 이러이러한 쪽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는데, 그것은 개방적이고 솔직한 의견을 끄집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리더는 예스맨들에게 현혹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왜냐하면 리더라고 모든 걸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최고의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때론 수하 사람들에게 더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리더는 한 발 물러서야 한다.
4장 전원 갑판에 집합! - 목표를 향해 '단합하기'내가 벤폴드 호에 처음 올랐을 때, 벤폴드 호는 해군에서 가장 앞선 유도탄 미사일 구축함 가운데 하나였지만, 장병들의 단합력이 부족했다. 일을 할 때도 부지중 서로를 방해하며 함선을 힘들고 끔찍한 곳으로 만들었고, 여럿이 함께 일해야 할 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이들도 많았다. 나는 310명의 의욕 없는 장병들을 일급 장병들로 규합하기 위해 장병 및 그 가족들과 공개 연설이나 소식지를 통해 정기적으로 소통했고, 칭찬받을 만한 일을 할 때마다 장병들의 아내나 부모에게 사적으로 편지를 썼다. 또 파티며 시합, 게임 등을 통해 벤폴드 호에서 일하는 것을 즐겁게 만들려 애쓰기도 했다. 칭찬과 공개적인 인정에서부터 더 큰 임무와 더 많은 책임 부여에 이르기까지, 내 재량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해 좋은 팀워크에 대해서는 보상을 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우리를 다른 군함과 차별화해 주었던 단합 전략은 따로 있었는데, 앞에서 언급했듯이, 새 장교가 우리 배로 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곧장 벤폴드 호 모자며 티셔츠, 범퍼 스티커 등을 꾸려 보내준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함장이 되고 이틀 뒤부터 함선의 다섯 부장에게 새 규정을 전달했는데, 그 규정은 험담, 경쟁, 방해를 멈추고 협력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사실 부장들 사이의 경쟁과 적대감은 한 가지 단순한 사실에서 비롯되었다. 군함의 지휘관은 1년에 한 번씩 수하 부장들의 순위를 매겨야 하는데, 1등이나 2등까지가 나중에 함장 후보로 고려되고, 나머지 부장들은 복무는 계속하겠지만 다시는 진급을 하지 못할 것이고 20년 뒤에는 은퇴를 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 시스템은 가장 공정하게 진급자를 분별하게 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사기에는 상당한 해를 끼쳐 장교들이 함께하기보다는 분리되도록 했다.
나는 그들에게 아주 단순한 메시지를 던졌다. 앞으로 벤폴드 호에서는 협력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연말에 부장들을 평가할 때 주요 기준은 얼마나 다른 부서들을 잘 지원했는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또한 그들에게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자네들 모두가 진급할 순 없다는 건 알고 있겠지. 하지만 일을 잘 해냈다면, 자네들이 배를 떠날 때 원하는 일이나 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네. 또 만약 군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면, 민간생활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일을 맡기겠네." 그러자 부장들은 협력이 자신에게 유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곧잘 자기들끼리 모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곤 했다.
5장 악천후는 계급을 가리지 않는다 - 운명을 같이하는 '믿음의 분위기' 조성하기신뢰 분위기 조성은 함장에서부터 시작된다. 만일 장병들이 함장을 솔직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 도모하며 편파적인 사람으로 본다면, 그들은 본능적으로 함장을 불신할 것이다. 내가 오기 전, 벤폴드 호 장병들은 자신들의 진급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함장의 도구쯤으로 보았는데, 그런 분위기에서는 불신이 만연한다. 그런 상황에서 장병들에게 날 믿으라고 명령을 할 수는 없었고, 그들이 나를 신뢰하기까지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는데, 나는 분위기가 바뀌었던 날을 정확히 집어낼 수 있다.
그날은 내가 지휘권을 잡고 두 달이 지난 때였다. 우리는 해리 W. 힐 호 및 게리 호와 함께 중동으로 향하는 중이었고, 준장은 힐 호에 승선해 있었다. 우리는 펄 항구 근처에서 훈련을 하다가 토요일 오후 5시에 훈련을 끝내고 그곳에 상륙하기로 되어 있었다. 군함들은 승선한 상급 장교들의 계급에 따라 차례로 항구에 들어선다. 따라서 준장이 타고 있는 힐 호가 가장 먼저 출발해야 했고, 게리 호 함장이 나보다 계급이 높았기 때문에, 벤폴드 호는 마지막으로 입항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벤폴드 호의 훈련은 오후 5시가 아니라 오전 8시에 끝이 났다. 그래도 우리는 항구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다 위에 막막히 떠 있기만 했다. 그래서 내가 힐 호의 함장에게 호출을 해, 좀 일찍 항구에 들어가면 안 될지 준장에게 물어봐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자기 함선에 바다에서만 고칠 수 있는 설비 문제가 있어서 들어갈 수가 없다고, 모두 바다에 그대로 머물러야 할거라고 대답했다. 게리 호의 함장에게도 호출을 해보았지만, 그는 철저히 계획을 따르고 권위에 도전하지 말자고 충고했다. 마침 그때는 어떤 군함의 어떤 장병이나 들을 수 있는 무선을 이용해 준장에게 직접 연락을 취했던 때였다.
준장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그가 우리가 나눈 이야기를 무선으로 듣고 기분이 나빠져 있음을 깨달았다. 그는 지체 없이 왜 벤폴드 호가 다른 배들은 얻지 못하는 특전을 얻어야 하냐고 물었다. 나는 훈련이 일정보다 훨씬 일찍 끝났고, 다른 배들을 기다리며 온종일 배를 가동시켜 연료를 소비하면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우리 배에는 고장 난 장비가 하나 있어 한시라도 빨리 수리를 해야 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장병들을 빨리 해변에 상륙시키고 싶은 내 마음이었다. 무척 놀랍게도, 준장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이렇게 말했다. "요청을 허락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