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순간의 대화
케리 패터슨 외 지음 | 시아출판사
'결정적 순간의 대화'
우리가 이 책에서 다루고자 하는 '결정적 순간의 대화'는 누구나 일상적으로 하는 그런 종류의 것이다.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대화의 결과가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때 우리는 그것을 결정적 대화라 부를 수 있다. 이번에 승진을 하느냐 못 하느냐가 그렇고, 이번에 회사가 이익을 내느냐 못 내느냐가 그렇고, 이혼 직전의 상황에서 배우자와 화해를 하느냐 못하느냐가 그렇다.
우리가 하는 대화의 대부분을 사소한 것으로,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러한 대화들을 아무렇게나 이끌어나가다 보면 어렵고 까다로운 결정적 순간의 대화로부터 도망치고자 하거나 대화를 얼버무리는 태도가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결정적 대화를 하는 중에도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결정적 순간의 대화'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직장생활이 성공할 수도, 혹은 실패할 수도 있다는 의견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면 전체 조직의 경우는 어떨까? 직장 내에서 직원들끼리 어떤 식으로 대화하느냐가 과연 한 기업의 실적을 좌우할 수 있을까?
지난 25년 동안 우리는 성공하는 조직과 기업이 갖는 특징이 무엇일까 하는 문제에 대해 꾸준히 탐구해 왔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해 우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한 기업의 성공은 전략이나 구조, 또는 조직의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실 최고의 생산성을 자랑하는 대기업들을 보면 저마다 독특한 경영기법과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혁신을 꾀하는 기업들은 모두 경영기법이나 시스템부터 고치려고 한다. 그러나 자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그 결론이 완전히 틀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구조나 시스템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기업의 생산성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생산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500개 기업에 대해 전격적인 연구조사를 실시한 결과 생산성과 기업의 정책, 경영기법, 시스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대신 이들의 성공 뒤에는 직원들 사이에 대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누군가 실적이 나쁘거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면 다른 동료와 상사가 그 문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아냈다. 하지만 우리가 조사해본 최악의 기업들은 실적이 좋지 못한 직원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시하고, 다른 부서로 좌천시키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상사들이 나서서 해결하였다.
결정적 순간의 대화는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혼 문제 전문가에 따르면 부부는 대화의 양상에 따라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한다. 욕을 해대며 서로를 위협하는 부부, 씩씩대며 억지로 화를 참는 부부, 그리고 마음속에 있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도록 말하는 부부. 끝까지 원활한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부부는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상대방을 존중해 주는 부부였다. 그리고 이 같은 부부들의 면역력이 그렇지 못한 부부들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난 연구결과도 있다. 그리고 살기 좋다는 평을 듣는 지역사회 역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지역사회 핵심 단체들과 주요 인사들이 서로 긴밀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교도소에 수감된 범죄자들을 살펴보면 그 사람들의 반 이상은 친구나 연인에게 우발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초범들이다. 우발적인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한동안 대화가 없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결국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을 대화로 해결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의 인생을 망치고, 지역사회에 긴장감을 조성한다.
대화의 전체상을 파악하라
사실 대화를 하면서 대화의 전체 모습을 파악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특히 결정적 순간의 대화에서는 더욱 그렇다. 대화의 결과가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고 감정도 격해진 상태에서는 대화로부터 빠져나와 대화의 전체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답하게 꽉 막힌 것 같은 대화의 한가운데에서 당신은 어떤 것에 주목해야 할까?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그것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평범한 대화가 결정적 순간의 대화로 바뀌는 순간, 대화 참여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각종 신호,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당신이 보이는 반응, 이 세 가지는 누구라도 그리 어렵지 않게 감지해낼 수 있는 변화들일 것이다.
결정적 순간의 대화로 변하는 순간을 알 수 있는 징후들 가운데 하나로 우리 자신의 신체적 반응을 들 수 있다. 이런 신체적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말을 할 때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리고 평소와는 달리 목소리가 높아져 있다거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면 결정적 순간의 대화에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닌지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 다음에는 대화 참여자들을 더욱 세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대화를 잘 이끌어나가는 사람은 대화 참여자들이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각종 신호들을 빠르게 포착하여 자신의 발언 태도를 결정한다.
우리는 대화 참여자들이 우리의 의견을 받아들여 줄 것 같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강력하게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거나 아예 아무 말도 안 하고 숨어버린다. 이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은 같은 감정, 즉 반대 의견에 부딪히거나 무시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혹시 누군가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음에도 전혀 움츠러들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가? 그때 당신은 질책을 하는 상대방의 동기와 판단을 믿고 있었으므로, 즉 상대방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질책 앞에서 마음을 닫거나 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사람들 역시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비이성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대화를 잘 이끌어나가고자 한다면 논쟁의 와중에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전체 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대화에 임하는 전략을 수시로 바꾸어야 한다. 대화에 임하는 사람으로서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점은 당신의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두려움을 없애라
진정한 대화란 듣기 좋은 말로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생각을 털어놓는 것이다. 그래야만 상대방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대화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감정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대화 참여자들이 두려움을 없애고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려면 다음 두 가지 방법을 기억하라.
공통의 목적을 찾아라
대화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가장 큰 이유는 대화 참여자들이 서로가 하는 말의 목적을 나쁜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손해를 입히려 한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을 의심하게 된다. 따라서 솔직한 대화를 나누려면 다른 사람들도 모두 공통의 목적을 위해 대화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관심사와 희망을 존중해 주고 있다는 생각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대화를 시작하는 가장 첫 번째 순서이다. 공통의 목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금방 배울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이는 지혜의 산물이며, 진심으로 다른 사람들이 잘 되기를 바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약속을 자주 어기는 직장 상사에 대해 다짜고짜 약속을 잘 지키라고 말하기보다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회사의 불이익에 대화의 주제를 집중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주제에 대해서는 상사 자신이 그 누구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존중하라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시작된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려면 서로를 존중해주어야 한다.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대화의 목적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 온 신경과 힘을 기울일 뿐이다. 당신이 제품의 품질 문제에 대해 회사 간부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사장인 당신은 그 문제가 해결되기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데 당신은 간부들이 능력에 비해 너무 많은 돈을 받고 있으며, 실수도 많이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간부들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그러한 생각을 털어놓고 말았다. 그러면 회의는 거기서 끝이다.
대화에 참여한 사람들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는 데에만 급급해하고 있다는 것은 그들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또 감정이 격앙되어 있다는 것 역시 이와 같은 신호라고 보면 된다. 그러므로 대화에 임할 때면 언제나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도록 하라. "상대방이 내가 자신을 존중한다고 믿고 있는가?"
또한 당신은 별로 존중해주고 싶지 않은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가? 전혀 존중해주고 싶지 않은 사람을 존중해 주느니 차라리 대화를 안 하고 말겠다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상대방의 나쁜 점에만 너무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자신과 다르기 때문에 더욱 나쁘게 보이는 성격이나 습성 등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다른 면을 보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나도 누군가에게는 매우 역겨운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여 내가 싫어하는 사람으로부터 일종의 동질감을 느낌으로써 풀어나갈 수 있다.
아무리 이해를 달리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더라도 그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할까? 우리는 그 방법으로 다음 두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 적절한 때를 골라 사과하라 : 진정한 사과를 위해서는 자존심을 살리고자 하는 것,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 말싸움에서 이기고자 하는 것 등의 욕심을 모두 버려야 한다. 그래야 당신이 정말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사과를 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존중의 뜻을 비쳤다면 그들에게서 두려움이 없어졌는지 살펴보도록 하라.
- 의도를 분명히 전달하여 오해를 없애라 : 상대방이 당신의 의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면 제대로 알려주어야 한다. 이것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우선 상대방이 무엇을 우려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진심으로 상대방을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원래의 의도를 전달하는 데 있어 자신이 했던 말의 전후관계를 함께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대화를 이끌어가는 5가지 기법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가슴으로 시작하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런 다음 내면의 목소리를 분석하여 감정을 제어하라. 변명하지 말고,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최악의 가정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 그런 가정을 사실로 받아들이면 아예 아무 말도 안 하거나 상대방에게 폭언을 퍼붓게 될 뿐이다. 일단은 주어진 사실을 토대로 하여 가장 최선의 가정을 설정하라. 그래야 차분하게 대화에 임할 수 있다. 대화를 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면 다음의 다섯 가지 기법을 이용하여 대화를 시작하라.
·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은 논쟁의 대상이 되지 않을뿐더러 주관적인 해석에 비해 훨씬 설득력이 강하다. 따라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해 주도록 하라. 처음부터 다짜고짜 자신이 내린 결론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면 상대방 역시 당신을 비난하게 되어 있다. 당신의 결론을 뒷받침할 만한 사실을 아무것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면 모든 대화 참여자에게 당신의 행동 경로를 보여 주어야 한다. 순서에 따라 당신이 보고 들은 사실을 먼저 말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당신 스스로 내린 결론을 들려 주더라도 다른 대화 참여자들은 어떻게 해서 당신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결론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줄 때는 그것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여지를 남겨 두도록 하라.
· 당신의 의도를 설명하라
서로 얼굴을 맞대고 결정적 순간의 대화를 하는 목적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통해 각자가 이끌어낸 결론을 주고받기 위해서이다. 어떤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전달해 주고 상대방이 알아서 자신의 의도를 간파해 주기를 바라지만 상대방이 이를 알아채지 못할 수 있다.
이때 당신의 진짜 의도를 전달함에 있어 사과한다는 인상을 주지는 않도록 하라. 분명한 의도를 전달하는 목적은 긴장된 대화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당신의 의도를 확대 해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 상대방의 생각을 물어보라
대화의 목적이 상대방과의 말싸움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정보 습득과 일에 대한 최선의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라면 무엇보다도 대화 참여자들끼리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아야 한다. 같은 주제에 대해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주의 깊게 들어 보라. 그들이 제시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 그들이 스스로에게 하고 있는 얘기, 그들의 감정 같은 것들에 귀를 기울여라. 이때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상대방의 생각이 당신의 것보다 더 옳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당신의 생각을 과감히 버릴 수도 있어야 한다.
· 너무 단정적인 어투를 사용하지 말라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에는 자신감과 겸손함을 적절히 섞어가며 말해야 한다. 그러니까 자신이 생각하는 바는 당당하게 말하되 언제든지 다른 사람의 반대 의견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밝히라는 말이다. "∼이 분명합니다."보다는 "∼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다들 그렇게 생각해." 보다는 "내가 주요 고객들과 얘기를 해 봤는데…." 식의 말을 사용하도록 하자.
확신에 찬 강한 주장에 대해 사람들은 우선 거부감부터 갖게 되므로 대화 참여자들로 하여금 당신의 견해를 고려하도록 하려면 부드러운 어투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강한 반발을 너무나 두려워한 나머지 처음부터 자신의 견해를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야만 상대방의 반발을 사지 않고 민감한 주제에 대해 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의 의견이 틀렸다는 전제 하에 말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거나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시도는 포기하는 편이 낫다. 사람들이 듣는 것은 당신의 견해가 아니라 그저 단어들에 불과할 것이다.
- 너무 약한 주장 : "문제는 내게 있다는 것을 알지만…."
- 너무 강한 주장 : "해결책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나는 그냥 내 갈 길을 가겠어."
- 적절한 주장 : "물론 그쪽이 이런 결과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알아요. 하지만 나도 참고 있을 수만은 없네요."
· 반대 의견이 나오도록 하라
상대방으로 하여금 솔직한 자신의 의견을 말하도록 하려면 당신의 의견과 상치되는 의견을 내더라도 아무것도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려줌으로써 상대방의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의견이 한 가지로 모아지고 있을 때 누군가 그에 반하는 의견을 낸다면 그 용기와 통찰력을 칭찬해 주도록 하라. 그